소설리스트

로맨스고백해서 혼내 줍시다-10화 (10/21)

10

상우가 이전부터 지금까지 솔직하게 자신의 연애를 평가하자면, 그리 좋은 사람은 못 되었다.

을보다는 갑의 연애를 해 왔다.

돌이켜 복기해 보니, 무심함으로 상대를 상처 입히는 일이 없었던가. 바로 전 연애만 해도 애인은 그더러 함께 있어도 외롭게 만드는 사람이라 농담을 섞어 말하곤 했다.

‘때때로 얼굴을 못 볼 정도로 일이 바쁘다거나 연락이나 애정표현이 부족하다던가 그런 문제가 아니야. 당신은 곁을 잘 안 주는 것 같아. 다른 사람도 필요 없고 혼자서도 완벽하지. 지금까지 만나 온 사람들한텐 어땠어? 그 사람들이 상우 씨 더 좋아했지? 맞지?’

그 말에 쓴웃음은 지었지만, 부정은 했던가. 아니었다.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인기 있었다. 눈길을 보내는 사람 중에 괜찮은, 호감 가는 사람들과 연애했다. 의자에 등을 대고 팔짱을 낀 채 상대가 하는 양을 보아 왔던 연애.

완전히 반하게 된 상대가 그에게 곁을 주지 않는다니, 난감한 일이었다.

먼저 좋아하는 게 지는 거라고, 지고 이기고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아민 씨의 마음만 얻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져도 좋지만.

‘김칫국, 김칫국.’

마음을 인정하고 나니, 잠이 오질 않는다. 싱숭생숭해서, 상우는 집에 돌아왔다. 불을 켜는 대신 현관문 센서등 불에 의지해 식탁에 가 의자에 앉았다.

식사를 하기보단 가져온 일을 하는 데 더 많이 쓰이는 식탁이다. 작업실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상우는 대리석 식탁에 커피를 두고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센서등이 꺼졌다.

‘오늘 못 자겠네.’

상우는 커피를 마셨다. 잠을 자지 못하는 이유가 카페인에 있어서가 아님을 알아서였다. 고민은 이날의 검은 밤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났다.

‘어떻게 그녀와 친해질 수 있을까?’

나중에 단둘이, 누군가가 오지 않을까를 걱정할 필요 없이,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라도 한 편 보면 더 좋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자각했으니 이 사람을 아마 더 좋아하게 되겠다는 예감이 이미 그의 발치를 찰랑찰랑 적시고 있었다.

하지만 아민은 생각보다 사람한테 제 곁을 내주지 않았다. 애초에 말을 하기보다는 듣기를 좋아하는 성격 같았다. 아는 것도 많고 재미있게 말할 줄도 아는데 자신이 화제에 오르면 부끄러워하며 흘리듯 이야기를 피했다.

그즈음 상우는 아민을 제외하곤 그 누구보다 일찍 모임에 나왔다. 아민이 모임 전 약속 장소에 모여 제 일을 마무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시간을 뺏는다는 자각도 했지만 보고 싶었다.

아민이 보고 싶었다. 오래오래. 가능한 한 단둘이서.

“제가 시간을 뺏는 것 같아 걱정이에요. 저도 책 읽으러 좀 일찍 나온 거니까 편히 일하세요.”

“아니에요. 오늘 할 일은 사실 한참 전에 끝났는데요. 그리고 제가 하는 일이라는 게 스스로 하루에 이만큼 하겠다 분량을 정해 놓기만 한 거지, 하겠다 마음먹으면 끝나질 않아요.”

아민이 웃었고, 상우가 물었다.

“그럼 언제 쉬세요. 주말에도 일하시는 모습밖에 못 뵈었는데.”

“까마득해요. 그래도 시간으로 계산해 보면 직장인들 일하는 거랑 비슷할 거요. 야근도 몇 번 한다고 계산하면요.”

아민이 웃었다.

“그래도 원하는 시간에 운동도 하고 어디에서든지 일할 수 있고, 좋죠.”

상우는 신기했다.

“자기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저라면 일 미뤄 놓고 놀기만 할 것 같은데.”

“의외로 그게 그렇게 되지 않아요. 상우 씨도 저처럼 프리랜서가 되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 성실하게 사실걸요. 그리고 저도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요.”

상우는 아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제 삶을 어떻게 꾸리는지 궁금했다. 그녀가 비슷한 일을 한다면 하루가 짐작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 사실 뭘 먹는지 어떻게 사는지부터 시작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궁금하다.

“일 끝나고 여행은 가셨어요?”

“아하…….”

아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쩌다 보니 일이 겹쳐서요.”

“내려놓으셔야죠. 그러다 영영 여행 못 갈 것 같아요.”

아민은 한숨을 쉬며 하하 웃었다.

“이직하고 나서도 의외로 워라벨이 보장되질 않네요.”

“이직이요?”

“전엔 출판 편집자였어요. 책을 만들었어요.”

아민의 말에 상우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모르던 이야기였다.

“어떻게 이 일 하시게 되었어요?”

아민은 배시시 웃었다.

“운이 정말 좋았어요. 생각해 보면 저는 운이 참 좋은 사람인가 봐요.”

그리고 아민은 어떻게 이 일을 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상우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누군가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상우 씨는요?”

이야기를 끝내고 아민이 물었다.

“상우 씨는 지금 그 일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그녀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말하는 동안 아민은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나 당신한테 정말 관심 있어요, 하는 듯이.

“신기하네요.”

다 듣고 나서 아민이 말했다.

“제가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는 늘 재미있어요, 상우 씨에 대해 전보다 더 잘 알게 된 기분도 들고요.”

마찬가지였다. 여름이었고, 약속 장소는 플라워 카페여서 풀 냄새가 짙게 났다.

상우는 아민의 시선이 햇살 같다고 느껴 무심코 시선을 곁의 창으로 돌렸다. 창밖, 뜨거운 햇빛 속에 가로수가 바람에 몸을 맡기고 사각사각 나뭇잎을 흔들고 있었다.

“제가 팁을 하나 드릴게요.”

상우가 말했다. 아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팁이요?”

“일을 쉴 팁이요. 우선 비행기 티켓을 먼저 끊는 거예요. 기차나 버스가 아니라 비행기여야 해요. 그래야 취소하기 어려우니까요. 수수료도 꽤 들 테고. 그런데 여행 계획은 세우지 않아도 좋아요. 그리고 그날이 되면 모든 걸 내려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거예요, 어때요?”

상우가 대답했고, 아민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한참 지었다. 괜한 말을 했을까, 싶었을 때였다.

“저는 혼자 가는 여행은 좀 쓸쓸할 것 같아요. 여행을 한다면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어요. 같이 바닷속에도 들어가 보고요. 깊이 깊이.”

의미심장한 말이라고 느꼈던 것은, 착각일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상우는 뭐라고 말이라도 꺼내 보려 했다. 예를 들면…….

‘그러게요. 저도 연애할 때 됐는데. 인연이 닿는 사람이 없네요.’

얼마 전에 하고 나서 놀랐던 대화의 후일담 같은 것.

그렇게 오래 연애를 쉰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하는 것. 그냥 지금까지 사람을 만날 수 없었던 건지, 혹이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인지.

대체 왜 연애 안 하세요. 원한다면 그 누구와도 얼마든지 떠날 수 있는 사람 같은데 대체 뭘 기다리고 계신가요. 혹시…….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말을 건넨다는 생각만으로 온몸이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오늘 모임 끝나고라도 식사 한번 할까요. 술도 좋고요, 다른 사람은 끼지 않고 단둘이서.

여행을 누구와 가고 싶은지 대화라도 해 볼까요,

상우의 입이 열리려 했을 때였다.

“안녕하세요. 다들 일찍 오셨네요!”

카페의 문이 열리고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동호회의 모임장이었다. 그녀는 커다란 노트북 가방을 가지고 들어와 아민의 옆에 앉으며 상우에게 인사했다.

“아민 씨는 그렇다 치고 이렇게 일찍 어쩐 일이세요.”

상우는 웃으며 내려놓았던 책을 들어 올렸다.

“어쩜.”

대단하시다는 듯 웃고 모임장은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그녀는 일반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며 가외 시간은 문예지에 낼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했다. 소개한 바로는 아민과는 나이가 비슷했던 듯하다.

노트북을 켜는 동안 대화의 흐름은 끊어져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아민 씨.”

그녀는 궁금하다는 듯한 얼굴로 아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어떻게 되셨어요? 궁금해요.”

“아……. 그게요…….”

아민은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상우는 책은 펼쳐 들었으나 둘만이 아는 얘기에 궁금해서 귀를 열고 있었다.

만약 지금부터 둘이서 얘기할 시간이 나지 않는다면 모임이 끝난 뒤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하지 못한 말을 건넬 생각을 하며 말이다.

“좋으신 분이었어요.”

“그래서 한 번 더 만나시기로 하셨어요?”

“아하, 그런데, 아, 그게…… 제가 아직 누군가를 만날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나 봐요. 말씀은 드렸어요, 죄송하다고.”

시선을 책으로 떨어뜨린 상우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아, 진짜요. 아쉽네요. 그분은 정말 마음에 들어 했거든요. 왜요? 뭐가 마음에 걸려서요?”

“아하, 아…….”

아민은 어색하게 시선을 여기, 저기에 두었다. 무슨 이야기인지 짐작이 갔다.

“이거 제가 들어도 괜찮은 이야기일까요?”

상우는 씁쓸해지는 마음을 감춘 채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의외로 대답은 아민에게서 나왔다.

“아하하, 괜찮아요. 얼마 전에 모임장님 소개로 소개팅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거절했어요. 제가 연하가 취향이 아니어서요.”

“앗, 한 살 어린 것도 안 돼요?”

“하하, 동생이 있다 보니 무심코 동생이랑 비교하게 되나 봐요.”

그리고 잠깐 동안 후일담이 이어졌다. 책의 글자가 눈에 쉬이 들어오지 않았다.

“…….”

상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김칫국을 너무 심하게 마셨던가 보다.

‘이 사람 나한테 정말 관심이 없구나.’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제 앞에서 이 화제는 피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녀가 오랜 시간 연애를 피해 오고 있다는 생각은 그의 착각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사람들의 소개를 받아 활발하게 사람들을 만나 오고 있는 듯했다.

연애를 시작할 생각이고, 그 대상에 자신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듯했다.

그날 모임은 식사 자리로 이어지지 않고 끝났다.

“날씨도 좋고 집에서 가까우니까 저는 걸어갈게요!”

아민은 아무 아쉬움 없다는 듯 두 손을 흔들었다.

“저도 같이 가요.”

아민과 동갑인 모임원이 함께 가길 청했다. 아민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함께 걸어갔다.

“…….”

차를 타는데 상우는 마음이 끓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요즘 들어, 술을 먹을지도 모르는데 차를 끌고 나오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어쩌면 아민을 태워 줄 기회가 올지도 모르니까.

안전벨트를 매고 그는 한참 앉아 있다 휴대전화를 들었다.

[가는 길도 같으니 두 분 태워 드릴까요?]

내용을 다 눌렀다가 지웠다. 그는 아랫입술을 질근 문 뒤 운전을 시작했다.

도로를 달리는데 이윽고 걸어가는 두 사람이 보였다. 아민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채 웃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건지.

적어도 남자 쪽에선 아민에게 관심이 있다. 확신할 수가 있었다. 상우는 질투했다.

무척, 자신이 이렇게 질투할 수 있는 사람인가 의아할 정도로 질투했다.

“…….”

잠자리에 눕는데 잠이 오질 않았다. 그는 부엌으로 걸어 나가 빈속에 차가운 냉수를 들이부었다.

‘…….’

정신이 들었다.

아민 씨는 잘 들어갔을까.

그런데 이 와중에도 연락하고 싶었다.

‘나 아민 씨 정말 좋아하는구나.’

어느 여름밤의 이야기이다.

그의 마음은 과일처럼 아민이란 햇볕 아래 익어 갔다. 그의 마음은 익어 가는데, 햇볕은 무척 무정하게 느껴졌다. 뜨겁고 따갑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내리쬐었다.

여름밤이 넘실거렸다. 그해 여름은 밤도 낮도 비가 오질 않았다. 가물었고, 단 과일이 목말라하면 목말라할수록 달게 익어 가듯 그의 마음도 익어 갔다.

지금까지 연애에 팔짱을 끼고 있었던 일에 대한 리바운드가 이렇게 오는 것일까.

아무튼, 정말 큰일이었다.

‘큰일이네.’

상대는 바라보고 손을 뻗어 먹어 줄 생각도 않는데 여름 볕에 속절없이 마음이 익어 가고 있었다.

어쩌다 보니 까맣게.

***

모든 일이 수치로 계산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만은.

“하아……”

“팀장님?”

상우는 그해 여름, 에어컨 덕분에 서늘하기까지 한 사무실에서 자주 한숨을 내쉬었다.

“아, 미안해요. 결재서류 가져왔죠?”

일상생활까지 침투할 정도니 정말 범상치가 않았다. 결재서류에 사인하고 사원을 내보낸 뒤 그는 블라인드가 쳐진 유리창 너머로 도심을 내려다보다 손가락을 넣어 살을 걷었다.

아래로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차량들이 보였다. 반대편 건물에 커다란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것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그림 전시회 플래카드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탁 트이는 수영장 그림.

‘아민 씨가 좋아할 만한 것 같네.’

상우는 이런 데 별 관심도 조예도 없지만, 아민 씨는 혼자서도 문화생활을 하러 잘 다니는 것 같았다. 이런 데서 영감을 얻지 않을까, 싶었다.

‘알려 줄까?’

그는 또 아민을 생각하곤, 머리를 절레절레 털었다.

‘오지랖은.’

한낮의 그는 이성적이었다. 하지만 밤은 또 어떤가.

‘이럴 바엔…….’

잠이 오지 않는 밤, 상우는 자포자기하듯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냥 같이 밥 먹자, 차 마시자 해 볼까.’

하지만, 손실을 각오한 채 불확실한, 아니 실패가 거의 확실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도박사가 할 일이지, 회계사가 할 일이 아니다. 그는 예측이 직업인 사람이었다.

‘제가 왜요?’

혹은 시간이 없다는 얘기가 돌아올 것 같았다.

‘후…….’

그는 마른세수를 했다. 기대가 실망을 먹고 점점 줄어들었다. 마치 부풀어 오르다 만월이 된 달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시 점차 줄어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상우가 바라는 것은 뭐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영화라도 한 편 둘이서 보고 싶다. 아니 영화가 아니라도 좋다. 매개는 무엇이라도 괜찮다.

단둘이 약속을 잡고 한 공간에 있고 싶다.

그러나…….

‘명분이 없네.’

그러나 어느 영화 대사에 나오는 말대로, 명분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사이는 아닌데.’

데이트 신청 혹은 고백이라는 것은, 실은 마음이 일방통행일 때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다. 어느 정도 절차와 단계를 밟아야 생기는 이벤트, 이른바 마음이 쌍방통행인 사이가 된 이후 서로에게 도로를 까는 확인작업이었다.

***

상우는 절차를 밟으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한여름 동안.

“저는 요즘 사진전에 대해 관심이 가더라고요. 회사 근처에서 큰 사진전을 열었나 봐요. 얼마 전 주말 출근을 했는데 어찌나 사람들이 북적거리던지.”

“그럼! 제가!”

그러나 아민은 얼마나 철옹성이던지.

“모임 열어 드릴게요!”

그때도 둘만 있었을 때였나, 상우는 아민의 반응에 말없이 쓴웃음을 지었다.

“글쎄요. 그래 주시면 좋죠.”

‘일부러겠지.’

아민이 눈치가 없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당신한테 모임원일 뿐이라고 선을 긋는 것이겠지.’

그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저도 사진전 좋아하는데 혹시 괜찮으시면, 어떠세요, 물어보기라도 했을 것 같았다.

***

다가가면 한 스텝 멀어지고 또 가만히 있으면 다가오고, 역시 나한테 마음이 없다 접으려다가도 설핏 기대를 품어 보는 일이 지지부진하게 반복되었다.

종지부를 찍은 것은, 여름과 가을이 겹쳐 있던 어느 날 밤의 일이었다.

어찌 보면, 반은, 마음을 정리하려 한 것일 수도 있었다. 사람들의 부추김에 이상형을 늘어놓던 아민은 그의 말에 잠시 웃더니 곧 그러자 했다.

그는 밖에 나가 친구한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전부터 외롭다고 노래를 부르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가 생각해도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후……”

포기하기로 했다.

‘포기하자. 이 모임에 나오는 일도 줄이고……. 어쩔 수 없는 거지. 내가 좋아한다고 그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이성적으로 그게 맞았다. 그런데.

“……어. 지금 통화 괜찮아?”

그런데 한숨은 또 왜 나오는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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