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가상 현실 게임이 유행인 시대. 그중에서도 내가 플레이하던 <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은 연애 시뮬레이션, 공포 액션, 육성 장르가 짬뽕 된 게임이었다. “오구. 걱정 마, 애기야. 내가 다음엔 진짜 꼭 살려 줄게.” ‘정말? 그럼 너한테 맡길게.’ 하지만 그동안 애지중지 키워 온 도련님이 43번째 죽은 날, 이상한 목소리가 들리며 기묘한 44회차가 시작되었다. “다이안 도련님, 새로운 양육자가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게임에 없던 양육자란 직업이 자동 선택된 데 이어, 게임의 배경인 레드포드 저택에서 계속 예측 불가한 일이 벌어지기까지. “난 린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그러니까 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죽지 말고 계속 옆에 있어 줘.” “우는 얼굴이 예쁜 남자가 린 씨 취향이라면서요. 그거 딱 나잖아. 지금 한번 확인해 볼래요?”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귀여운 개복치 고양이도 열심히 지키고, 꽃사슴 같은 데이터 썸남도 만들었는데…. [시스템 로딩 중…. 빠른 전개를 위해 시스템을 일부 복구합니다.] [호감도 2] 야, 너 나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이 하찮은 호감도 도대체 뭔데? 하지만 썸남이 다른 사람을 볼 때마다 내핵까지 뚫고 들어가는 머리 위의 숫자는 더 당황스러웠다. [호감도 –889/?] 알고 보니 이 남자, 게임 데이터 주제에 인간 혐오증에라도 걸렸나 보다. 일러스트: 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