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었지만, 나한테는 잘된 일이었다. 나는 총괄 집사와 다이안이 있는 곳으로 질주했다.

캬악!

그런데 모로스들이 언제 나를 길가의 돌멩이로 취급했냐는 듯이 돌연 태도를 바꿔 다시 덤벼들었다. 하지만 내가 뭔가를 하기도 전에, 모로스들이 다시 나를 등지고 뒤돌아 다이안에게 달려갔다.

그런 일이 잠시 후에 한 번 더 발생하자, 아무래도 모로스들이 나를 인식했다가 인식하지 못했다가,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래서 완전히 긴장을 늦추지는 못하고 모로스들을 경계하면서 다이안이 있는 곳으로 조금씩 다가갔다.

“이 거머리 같은 놈들!”

총괄 집사도 생각보다 모로스들의 숫자가 많아서 그런지, 좀처럼 빨리 저택을 벗어날 수 없어 점차 초조해지는 모양이었다.

나로서는 확실히 모로스의 방해는 줄었지만, 총괄 집사가 자꾸 내 쪽으로 다이안을 업은 등을 보여서 혹시나 총알이 빗맞을까 봐 쉽게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었다. 자꾸 이쪽저쪽으로 움직이는 모로스가 시야를 가리기도 했다.

퍼억!

나는 또 내게 다가온 모로스를 두 마리 정도 장총으로 갈겨서 치워 버린 뒤에, 결국 마음을 굳히고 아예 바닥에 엎드렸다.

모로스가 이 틈에 나를 공격하면 방어하지 못할 위험한 자세였지만, 그래도 시스템 오류로 생겨난 잠깐의 틈에 운을 걸기로 했다.

나와 다이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모로스들이 또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여러 개의 발이 내 시야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게 보였다. 나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눈앞의 한 점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노리는 목표물과 이어지는 빈 공간이 일직선이 되었을 때.

타앙!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윽…!”

모로스들 사이로 막힘 없이 날아간 총알이 총괄 집사의 왼쪽 발목에 명중했다. 모로스들을 어느 정도 처리하고 건물의 문 쪽으로 향하던 총괄 집사가 한순간 비틀거렸다.

모로스들은 이제 과부하에 걸리기라도 했는지, 나와 다이안 사이에서 쉽사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 번 더 총괄 집사 쪽을 저격했다.

탕!

이번에는 총괄 집사의 반대쪽 발목이 총알에 관통당했다. 총괄 집사는 한쪽 발목에 총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꿋꿋이 다리를 절며 문으로 이동하는 집념을 보이다가, 이번에는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다이안!”

나는 당장 바닥에 엎드렸던 몸을 벌떡 일으켜 다이안과 총괄 집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모로스는 아까처럼 다이안이 있는 곳 주변을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지 않았다. 나는 모로스들이 혼란스러워하며 공격력을 감소시킨 틈을 타서 그들을 마구 제치며 다이안이 있는 곳으로 질주했다.

“저리 비켜!”

그 와중에도 본성을 유지하고 있는 모로스들이 총괄 집사와 다이안이 넘어져 있는 바닥을 덮쳐드는 게 보였다. 나는 눈이 뒤집혀서 그것들을 정신없이 후려갈겼다.

“다이안…!”

정말 놀랍게도 총괄 집사는 다이안이 쓰러진 곳에 없었다. 다이안은 총괄 집사가 감쪽같이 사라진 곳에 혼자 버려져 있었는데, 다행히 눈에 띄는 큰 외상은 없는 상태였다. 그는 여전히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혹시 죽은 게 아닌지 한순간 모골이 송연해져서 다이안의 가슴팍에 귀를 가져다 댔다. 하지만 주변이 시끄러워서 그런지 심장박동이 느껴지지 않아서 가슴이 철렁인 찰나에, 다이안이 신음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캬아악!

탕, 탕!

나는 그제야 안심해, 다시 사냥총을 들고 모로스들의 숨통을 끊었다.

총괄 집사, 이 귀신 같은 놈은 이미 재빨리 도망쳤는지 머리카락 한 올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그려진 붉은 핏자국이 건물의 문까지 이어져 있는 걸 보니, 양쪽 발목에 죄다 총상을 입은 탓에 기어서 도망가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부상을 입은 상태로 모로스들을 뚫고 다이안까지 빼돌리는 건 무리라는 생각에 혼자만 몸을 피한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시스템 창이 눈앞에 떠올라서 작게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