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지금은 저택 안이 위험하니까요. 내부의 일이 정리될 때까지만 밖으로 잠깐 옮겨 두려던 것뿐입니다.”
총괄 집사 슈나우더는 뭐가 문제냐는 듯이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 모습은 여전히 레드포드 저택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해 온 충직한 노신사로만 보였다. 나는 그런 총괄 집사에게 그러냐는 듯이 말했다.
“그래? 그럼 이제 내가 왔으니까 다이안은 내려놔도 되겠네. 나머지는 양육자인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총괄 집사는 혼자 조용한 데라도 가서 피신해 있든가.”
“아직 내부의 혼란이 가시지 않았으니 제게 맡겨 주십시오. 7호실 양육자님은 다른 양육자님들을 도와주시는 편이 낫겠습니다.”
역시 총괄 집사는 다이안을 내려놓지 않았다.
나는 총괄 집사의 천연덕스러운 말을 듣고 무심코 헛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곧 얼굴에 웃음기를 지우고 내 앞에 있는 남자를 싸늘히 응시했다.
“시치미 떼는 건 이제 그만해요, 총괄 집사.”
나는 총괄 집사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여전히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채 직설적으로 말했다.
“유지니아를 죽인 거 당신이지?”
얼마 전부터 속으로 계속 의심하고 있던 것을 차례대로 입 밖으로 꺼냈다.
“예전에 저택에 있는 성수를 망가뜨리고, 미뉴엘의 머리 위에 화분을 떨어뜨리고, 또 올리비아의 찻잔에 독을 넣은 것도 당신이 한 짓 아닌가?”
이번에 과거의 기억들을 되찾게 되면서, 예전에는 모르던 것들이 눈에 보였다. 어떤 의미로는 직감이 한결 더 날카로워진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들이 지금은 다르게 보여 총괄 집사가 수상하게 여겨졌다.
게다가, 원래 추리물에서도 가장 아닐 것 같은 사람이 범인인 경우가 많지 않던가?
총괄 집사 슈나우더 파비앙은 왜소해 보이는 체구에, 평소에도 양육자들 앞에서 식은땀이나 뻘뻘 흘리면서 심약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번에 성수가 망가졌을 때는 의사 콘라드를 모로스로 의심해서 방 안에 묶어 놓는 등, 평소답지 않은 극단적인 일을 저질렀다.
난 그게 인간의 두려움과 불안감이 극에 달했을 때 자기도 모르게 벌이는 히스테리의 일종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총괄 집사가 다른 사람의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수를 쳤던 게 아닌가 싶었다.
총괄 집사는 콘라드 구출 퀘스트 때문에 내 쟁반에 몇 번이나 얻어맞고도 생각보다 오래 버텼었는데, 어쩌면 그때부터 그의 수상함을 알아봐야 했던 건지도 몰랐다.
“총괄 집사 당신, 혁명 단체 사람이지?”
그러니 총괄 집사의 정체로 짚이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하필 지금 이 타이밍에 의식이 없는 다이안을 데리고 저택 밖으로 나가려 하는 저 수상쩍은 행적만으로도 확신할 수 있었다. 게다가 곰곰이 따져 봤을 때 총괄 집사에게 수상한 부분은 더 있었다.
총괄 집사는 레드포드 저택의 고용인치고는 가장 오랫동안 이곳에 있었다고 할 만했다.
나는 이 저택에 갇혀 긴 시간 동안 여러 사람의 몸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슈나우더가 언제 레드포드에 들어와 총괄 집사가 되었는지 그 역사를 전부 알고 있었다.
그렇게 따져 본 결과, 슈나우더가 레드포드 저택에 머문 시간과 이 안에서 온갖 미심쩍은 일들이 일어났던 시기는 절묘하게 맞물렸다.
“1년 전에 마리네즈와 엠버가 루시오를 저택 밖으로 데리고 나갈 때, 당신도 계획에 동참했었지?”
나는 1년 전에 콘라드와 엠버, 마리네즈 말고 저택에 또 들어와 있다고 들은 다른 혁명 단체의 동료에 대해 떠올렸다.
그는 정체를 꽁꽁 감추고 있어, 콘라드와 마리네즈도 비밀리에 저택에 머무는 동료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했다.
그 사람은 마리네즈를 도와 루시오를 빼돌리기 위해, 잔인한 방법으로 모로스를 대거 만들어 내 사람들의 눈길을 돌리는 극악한 짓까지 벌였다.
그때 미카엘이 범인을 잡아와서 모든 일이 일단락된 줄 알았지만, 어쩌면 그때 저택에 비밀리에 들어와 있던 혁명 단체의 사람은 그 한 사람만이 아니었을지도 몰랐다.
“신기하군요…. 7호실 양육자님이 어떻게 그 두 사람을 아십니까?”
내 말을 들은 총괄 집사가 의아한 듯이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이전 1호실 양육자였던 마리네즈야 그렇다 쳐도, 이제는 저택 안에서 이름조차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엠버까지 알고 계시다니.”
그는 내 입에서 이미 죽은 혁명 단체 동료들의 이름이 나온 것이 의외인 듯했다.
“아무튼, 지금 제 앞에서 그때의 일까지 꺼내신 걸 보니 제가 뭐라고 해도 소용없겠군요. 어차피 믿지 않으실 테니까요.”
“잘 알고 있군. 오해라는 말을 하고 싶거든, 지금 내 눈앞에서 이상한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나는 총괄 집사를 향해 다시 한번 경고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 총괄 집사. 다이안을 내려놔.”
“정말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총괄 집사가 내 말에 입꼬리를 조용히 당겨 웃었다.
“어느새 죽은 자들이 다시 깨어나기 시작했군요. 시신들을 지하실에 가져다 두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바로 변이하다니 이상한 일입니다. 이것 참…. 가뜩이나 저택이 어수선한데 난처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숨이 끊어진 채 바닥에 미동 없이 쓰러져 있던 사람들이 움찔거리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게 보였다.
지금까지 내가 살펴보았을 때, 저택의 다른 평범한 고용인들은 레드포드 안에서 모로스라는 괴물이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하지만 역시 총괄 집사는 죽은 사람의 육신에 새로운 영혼이 들어가 되살아나면 모로스가 된다는 사실을 아는 듯했다. 하긴, 총괄 집사는 이전에 성수가 망가져 고용인들이 죽었을 때도 앞장서 그들의 시신을 직접 지하실에 옮겨 두지 않았던가? 그러니 1년 전에도 루시오를 빼돌릴 때 일부러 고용인들의 시신을 군데군데 내버려 두고, 그들이 자극을 받아 모로스로 변이하기 쉽도록 아이의 머리카락을 함께 두는 기행을 벌였겠지.
“게다가 7호실 양육자님의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아 보이고 말이지요.”
타앙!
나는 총괄 집사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내뱉은 말을 듣고 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총괄 집사는 몸을 피하지 않고 팔을 들어 이마 한가운데로 날아드는 총알을 막았다. 그러나 총알은 뼈와 살을 파고드는 대신 까앙, 하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옆으로 튕겨 나갔다.
탕!
한 발 더 총을 쐈지만, 이번에는 총괄 집사가 예사롭지 않은 몸놀림으로 총알을 피해 냈다.
“이런, 제가 자칫 실수라도 해서 7호실 도련님이 총에 맞으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예상했던 대로긴 했지만, 지금의 총괄 집사에게서는 제법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카드리고의 집사가 연상되었다. 그동안 움직임이 자연스러운 데다 계속 장갑을 끼고 있어서 몰랐는데, 총알을 막아 낸 총괄 집사의 저 팔 역시 인공적인 기술로 만든 의수인 듯했다.
캬아악!
그러는 사이에 완전히 깨어난 모로스들이 나와 다이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탕! 타앙!
나는 총괄 집사 대신 모로스들을 겨냥했다.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적어도 총괄 집사에게 지금 당장 다이안을 해칠 마음은 없을 터였다. 그러니 몰려드는 모로스부터 처리하는 게 효율적일 것 같았다.
게다가 총괄 집사가 말한 대로, 지금의 내 몸 상태는 아까처럼 가볍지 않았다. 당장 죽을 정도의 치명상만 입지 않았을 뿐, 여기저기 들고 뛰면서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특히 옆구리 같은 곳에서는 지속적인 출혈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총괄 집사는 영악하게도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모로스를 저격하는 동안 유유히 몸을 돌려 다이안을 데리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게 달려드는 모로스들의 사이로 작게 보이는 총괄 집사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에게도 총알을 먹여 주고 싶었지만, 총괄 집사에게 업힌 다이안에게 빗맞을 것 같아서 말았다.
하지만 진짜 이대로 총괄 집사를 순순히 보내 줄 생각은 아니었다.
▶퀘스트: 카드리고 가문의 고용인들에게서 살아남기 2
제18세계에 숨어들어 온 카드리고 가문의 고용인들에게서 무사히 살아남자.
-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 보상 수령 가능.
▶new퀘스트: 총괄 집사 슈나우더에게서 다이안 레드포드를 지켜내자
총괄 집사 슈나우더 파비앙은 혁명 단체의 임원이다. 그는 단체에서 진행 중인 대의를 위한 실험의 표본 확보를 위해 혼란을 틈타 다이안 레드포드를 저택 밖으로 빼낼 계획이다.
다이안 레드포드를 △@B!Ɛ09 ■…EE* &%/=….
제한 시간: 8분
※실패 페널티: 다이안 레드#^의 소실, 이하린의 &∞?!
※성공 □상: %()Sd7● **5 ERO!Ɣ×8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