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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 (293)화 (293/300)

“린 도체스터! 너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희생되어도 상관없다는 거냐? 역시 근본도 없는 버러지 같은 것이로군.”

잠시 후, 나는 어느 빈방의 문 뒤에 숨어 복도에 울리는 목소리를 들으면서 조용히 숨소리를 죽였다. 손안에 들어찬 장총의 서늘한 감촉과 특유의 묵직함이 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다행히 내 방에는 그동안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던 듯, 모든 짐이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내 애장품인 사냥총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한다. 스스로 나오지 않으면 인질로 삼은 어린 것들을 죽이겠다.”

저 말이 사실일까, 아닐까? 사실 44세계에 알려진 린 도체스터라는 인물은 스텔라에서 얻은 별명처럼 비정한 도살자일 뿐일 것이다. 한데 그런 인물이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서 저런 협박에 정말 순순히 앞으로 나서리라고 생각하는 건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해 두지. 우리가 노리는 건 린 도체스터 하나뿐이다. 어린 것들을 살리고 싶으면 린 도체스터를 우리 앞으로 데려와라.”

아, 그렇군. 저택에 있는 다른 양육자들과 고용인들을 내 적으로 만들려는 건가.

제법 골치 아프게 되었다는 생각에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히,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이 힘을 합쳐 나를 카드리고 놈들에게 던져 주려고 하면 일이 성가셔질 수 있었다.

만약 아이들이 인질로 잡힌 게 진짜라면, 고용인들은 몰라도 양육자들은 나를 타깃으로 노릴 가능성이 있었다. 그들로서는 아이들이 잘못될 위험을 무릅쓰는 것보다 나를 제물로 삼는 게 간단한 일일 테니까.

어차피 이곳의 양육자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아니었던가? 지금까지 그들이 하던 말을 생각해 봐도, 본인이 돌보는 아이만 아니라면 다른 아이들이나 양육자들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식이기도 했고.

‘그나저나, 저 정도로 대범한 거짓말이 다른 양육자들에게 통할 리 없으니 최소한 아이들을 인질로 삼았다는 건 진짜인 모양인데.’

나는 긴 장총을 내 어깨에 기대 놓은 뒤, 살짝 뻣뻣하게 굳은 손을 몇 번 쥐었다 폈다 했다.

하여간에,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이었다.

갑자기 다이안이 다른 시공간의 레드포드 저택에 있는 나를 찾으러 오지 않나, 겨우 원래의 저택으로 돌아왔더니 올리비아가 다짜고짜 나를 모로스로 오인해 공격하지를 않나…. 아, 물론 내가 모로스와 비슷한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편적인 의미의 모로스와 동일한 존재인 건 아니었으니까 일단 내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어쨌든, 겨우 올리비아를 진정시켰나 했더니 그다음에는 뜬금없이 카드리고 사람들이 저택에 쳐들어오다니….

‘하긴, 그렇게 뜬금없는 건 아닌가? 체스휘에게 갑자기 납치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카드리고와 도체스터의 동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긴 했었지.’

그런데 그때는 잠잠하다가, 하필 지금 이렇게 빈틈을 노려 저택에 숨어들어 오다니 하여간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 사람들로서는 타이밍을 잘 맞췄다고 할 수 있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타이밍 한번 거지 같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리고 체스휘의 퀘스트도… 절묘한 타이밍이라고밖에는.’

나는 나중에 체스휘를 다시 보게 되면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그를 한 대 때려 주겠노라고 주먹을 움켜쥐며 다짐했다.

“앞으로 5분마다 아이들을 한 명씩 죽이겠다. 린 도체스터가 그 전에 나타나길 기대하지.”

그러는 동안 카드리고 놈들은 완전 쓰레기 악당 같은 대사를 내뱉으며, 나와 다른 사람들을 향한 최종 경고를 날렸다.

나는 조용히 복도로 나갔다. 일단은 아이들의 위치를 먼저 확인하고 싶은데, 지금으로서는 영 형세가 불리했다.

그런데 그때, 내가 있는 곳으로 살금살금 다가오는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저렇게 아마추어같이 발소리를 내는 걸 보면 카드리고 놈들이나 양육자들은 아닌 듯했고, 아무래도 저택의 고용인인 것 같았다.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자리를 피하지 않고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조용히 총구를 겨누었다. 일단 고용인의 입을 다물게 한 뒤에 협박해서 좀 써먹어 볼 생각이었다.

“리, 린 님…! 다행이다! 저예요!”

하지만 잠시 후 내 눈앞에 나타난 건 낯익은 사람이었다. 나는 흠칫해서 총을 내렸다.

“사라로사?”

귀여운 주근깨가 송송 박힌 메이드의 얼굴이 나를 향한 반가움에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시간이 멈춘 레드포드 저택의 무뚝뚝한 사라로사가 아니라, 눈이 초롱초롱하고 표정이 생생한, 생동감이 넘쳐흐르는 원래의 사라로사였다.

나는 그녀를 본 순간 무의식중에 멈칫했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사라로사가 소리 없이 마구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전 린 님을 저 나쁜 놈들한테 넘기려고 온 거 아니에요! 도와드리고 싶어서 찾았어요!”

우리는 일단 다른 사람의 눈을 피해 가까운 방에 숨어들었다.

<사라로사(21)>

- 제16세계 소속 메이드

- 성격: 다정함, 우유부단함, 호기심이 왕성함

- 현재 상태: 염려, 우려, 두려움, 결의

- 특이 사항: 잠재 능력 보유자(new! 업데이트된 사항이 있습니다. 상세 설명 확인 가능)

- 호감도: 8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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