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 (273)화 (273/300)

12. 45번째 세계의 이하린

어느 날 하늘에 전조도 없이 검은 문이 생겨났다.

소설이나 영화 같은 현대 판타지 장르물에서 갑자기 하늘에 균열이 생기거나 정체불명의 탑이 나타나는 내용은 심심찮게 존재했었다. 현대에 이계와 연결된 던전이 생성되어 그 안에서 괴물이 쏟아져 나오는 내용의 서브컬쳐가 각광받던 시대도 불과 20여 년 전에 유행처럼 지나갔다.

누군가는 예기치 못한 이상 현상에 흥분했고, 누군가는 공포를 느꼈다. 곧바로 각 나라마다 국가 비상 대책 회의가 열려 중역들이 소집되었다.

갑자기 허공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문. 그것과 관련된 어떤 기이한 일이 또 발생할지 몰라, 모두가 긴장하며 하늘을 주시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시간이 흘러도 이렇다 할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문은 그저, 애초에 그 자리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을 때처럼 어떤 소란도 불러일으키지 않고 하늘에 덩그러니 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여전히 허공의 문에 관한 수많은 추측과 가설이 쏟아졌지만, 사람들은 서서히 처음의 두려움과 경계심을 잃어 가고 있었다.

***

-게임 자유 게시판-

<다들 바니타스에서 유저들 데리고 마루타 실험 중이라는 거 알고 게임 함?>

닉네임: 가나다라맠

등록일: 20XX-08-24 23:48

조회수: 717696

오늘 너무 놀라운 얘기를 들었음;;

우연히 만난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이 그러는데, 토끼사가 도어 록 회사 놈들이랑 관련 있다고 함.

애초에 전 세계적으로 가상 현실 게임이 흥한 게 바니타스 때문인데, 여기서 사용하는 기기인지 기술인지가 영혼 이탈? 유체 이탈? 같은 걸 가능하게 만드는 거래.

그래서 가상 현실 게임이 사실은 가상이 아니라 찐으로 다른 세계에 의식을 전이시키는 거라는데... 이 다른 세계라는 게 하늘 문으로 연결된 이세계라는 소리임.

바니타스 게임의 영상이나 캐릭터가 유독 현실감 넘치는 것도 그래서고, 가끔 게임 중에 혼수상태가 되는 사람들이 생겨서 뉴스나 기사에 나오는 것도 게임상에서 괴물한테 죽거나 다쳤을 때 정신적 부작용 때문에 다른 세계로 간 혼이 다시 돌아오지 못해서 그런 거라고 하더라.

나한테 설명해 준 사람이 뭐라고 복잡한 용어를 막 씨부렸는데, 어려워서 자세히는 못 알아들었어.

암튼, 전부터 국가에서 자본 빵빵한 사기업이랑 손잡고 뜬금포로 나타난 하늘 문 관련해서 실험한다는 말은 많이 돌았었잖아.

그때는 나도 안 믿었거든? 근데 오늘 얘기 듣고 나니까, X나 그럴듯한 거임.

혹시 다른 유저들은 이런 얘기 들어 본 적 없어?

- 엥 이게 뭔 헛소리?

- 네 다음 관종

- 노잼 음모론. 제우스에서 나왔냐?ㅋㅋㅋ 이번에 바니타스 따라서 게임 낸 거 개망했더만

└ 아 그거ㅋㅋㅋㅋ 전투 모드에서 마법 소년 변신 장면 나오는 거 진심 어이 털림; 장난하나

└ 그래픽도 스토리도 쓰레기

└ 그래도 공기업이랑 게임사를 쓸데없이 엮네. 너무 나갔는데ㅋㅋ

- 근데 도어 록 회사? 뭐 말하는 거야?

└ 세금 x나 녹여 먹는 데. 문 없애려고 조사하는 국가 기관 있잖아

└ 미친, 1년이 지나도록 찍소리도 없이 조용해서 지금까지 그런 게 있는지도 잊고 살았네ㅋㅋ

- 무뜬금 토끼사 영혼 탈곡설

- 다른 건 모르겠고, 얼마 전에 가상 현실 게임 마이튜버가 방송 도중에 이상한 기기 오류 생겨서 의식 불명 상태 된 건 보상 받았냐? 그때 한참 시끄러웠는데 지금은 기사도 안 나와

└ 원래 기기 사고는 100만 명에 한 명꼴로 드물게 생길 수 있다고 미리 고지해서 문제 생겨도 게임사가 책임 안 짐

└ 진짜? 어디에 그런 내용이 있어?

└ 응, 방구석 폐인들 니들이 가입할 때 좋다고 동의하고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어~

└ ㅋㅋㅋㅋ그래서 이런 게임 처음 현시될 때 뇌파에 영향 줘서 ㅂㅅ 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 많았는데 시간 지나니까 그런 말은 쏙 들어가고 오히려 안 하는 사람이 찐따 취급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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