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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 (255)화 (255/300)

체스휘는 내가 하는 게 뭔가 마음에 안 들었나 보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됐다. 눈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내 숙련된 솜씨를 알아볼 수 있을 텐데, 왜지? 이런 상황에서 굳이 잘난 척하려는 게 아니라, 진짜 나는 이 분야의 숙련자였다! 그동안 다이안이 신급 개복치력을 발휘해서 여기저기 다칠 때마다 내 치료 스킬로 꼴깍꼴깍 넘어가기 직전인 그의 숨통을 다시 붙여 놓은 횟수가 셀 수도 없단 말이다.

그러나 체스휘는 아예 내 의견을 들을 생각도 없었던 듯이, 곧바로 내 손을 치우고 미카엘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나 대신 그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런 체스휘의 얼굴은 여전히 뭔가가 탐탁지 않은 듯이 작게 찌푸려져 있었다. 갑자기 방해받아서 조금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체스휘가 나를 도와줄 생각이라면 그건 좋은 일이었다. 거들어 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확실히 편할 테니, 나도 굳이 체스휘와 실랑이하지 않고 그가 미카엘의 옷을 처리하는 동안 수건을 대야에 담은 물에 적셔서 물기를 꽉 짜 냈다.

그러고 나서 이 수술… 아니, 치료는 내가 주도하려고 했는데, 체스휘는 끝내 나한테 자리를 비켜 주지 않았다. 미카엘의 몸 위에서 망설임 없이 척척 움직이는 그의 손길이 생각보다 굉장히 능숙했다. 그래서 나도 굳이 체스휘를 옆으로 치우지 않고 언젠가부터는 그냥 잠자코 그가 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필요한 물품을 건네주고 미카엘의 상처 부위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 내는 등, 보조적인 역할을 하면서 체스휘를 도왔다. 그러다가 체스휘에게 미심쩍은 마음으로 물었다.

“이런 일을 많이 해 보셨나 봐요? 막힘 없이 손을 움직이시네요.”

“양육자들은 기관에서 기본적으로 배우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아, 그래서.”

“엠버 씨야말로 상당히 익숙해 보이는데… 이런 방면으로도 경험이 있었는지 몰랐네요.”

나를 힐끗 쳐다보는 체스휘의 시선도 의외라는 듯이 조금 미묘했다. 나는 굳이 체스휘에게 대꾸하지 않고, 손을 빨리 움직이라고 그를 채근했다.

그러던 중에, 나는 문득 이 상황이 다소 기묘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다 보니 체스휘와 함께 미카엘을 같이 치료하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장면은 상당히 이상하다고 할 수 있었다. 나중에 하나로 합쳐지는(?) 두 사람이 이렇게 같이 얼굴을 마주 보는 데 이어, 다른 한 명이 나머지 한쪽을 살리는 데 도움까지 주고 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똑똑!

바로 그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체스휘와 내 고개가 동시에 옆으로 돌아갔다.

“내가 나가 볼게요.”

나는 체스휘에게 미카엘을 마저 치료하게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 안쪽이 보이지 않게 문을 조금만 열고 밖으로 쏙 빠져나가자, 역시나 밖에 콘라드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는 나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린로스 양? 당신은 왜 또 여기에…. 아, 그러고 보니 당신이 손님 접객을 맡고 있었죠?”

콘라드가 곧 알겠다는 듯이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손님의 몸이 편치 않다고 들었는데, 어디 좀 봅시다.”

나는 그가 방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몸을 슬쩍 움직여 문 앞을 가로막았다.

“그럴 필요 없어요. 지금은 괜찮으니까.”

내 말에 콘라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프던 사람이 갑자기 괜찮아졌다고요? 6호실 어린이에게 자세한 사정을 듣지는 못했지만, 사람을 이렇게 급히 불러올 정도면 상태가 많이 좋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시다시피 저택의 귀한 손님이시잖아요! 그래서 제가 지레 겁먹고 호들갑 좀 떨었죠, 뭐. 그런데 알고 보니까 닥터 콘라드가 봐 주실 정도는 아니더라고요.”

내가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지?’라는 투로 덧붙이자, 콘라드가 ‘허.’ 하고 황당함이 담긴 소리를 내뱉었다. 역시나 콘라드의 얼굴빛은 별로 좋지 않았다.

“뭡니까? 처음부터 잘 살펴보지 않고, 사람을 이런 식으로 똥개 훈련 시키듯이….”

“여기까지 와 주신 건 수고하셨어요. 그럼 살펴 가세요!”

나는 콘라드가 성가시게 푸념하는 소리를 들어주지 않고, 곧장 문을 닫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콘라드가 혼자 기가 막혀 하든 말든, 불쾌해하든 말든, 내가 알 바 아니었다. 특히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나는 콘라드에게 아주 유감스러운 상태였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그의 기분 따위는 신경 써 주고 싶지 않았다.

침대로 돌아가자, 어느새 체스휘는 미카엘의 복부를 붕대로 감싸는 것까지 완벽하게 끝마친 뒤였다.

“벌써 다 끝났어요? 손이 빠르시네요!”

체스휘에게 고생했다는 의미로 그의 노고를 치하해 주었으나, 내 시야에 비친 얼굴은 방금 본 콘라드만큼은 아니더라도 역시 썩 밝지 못했다.

“상처가 제법 깊어요. 언제 의식을 찾을지 모르겠는데, 정말 닥터 콘라드에게 보이지 않아도 되겠어요?”

“제 생각에는, 이 정도면 굳이 닥터 콘라드까지 손대게 할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체스휘 씨, 솜씨가 좋으시네요.”

당연히 나도 미카엘이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미카엘도 의사는 필요 없다고 말했고, 또 내가 아는 그라면 이 정도 상처에 굴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미카엘 스스로 털고 일어날 거라고 믿기로 했다. 게다가 미카엘의 환부를 직접 살피고 나서, 처음에 우려한 것만큼의 엄청난 치명상은 아닌 걸 알게 되어 아주 조금 마음을 놓은 것도 있었다.

체스휘는 내 단호한 태도를 보고 또 한 번 같은 말을 반복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침대에 누운 미카엘을 내려다보며 내게 물었다.

“저택에 손님이 온 후로 줄곧 엠버 씨가 이 방을 담당했죠? 평소에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어요?”

“아니요. 처음이에요.”

내 대답을 들은 체스휘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저택에 있는 손님이 이 정도로 다치다니…. 상처를 보니 누가 고의로 부상을 입힌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나도 체스휘의 말처럼 미카엘이 이런 부상을 입은 원인이 궁금했다. 나는 체스휘를 따라 심란한 눈으로 미카엘을 쳐다봤다. 그는 피를 흘려서 안색이 별로 안 좋은 것 말고는, 얼굴에 인상 하나 쓰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방금 미카엘의 상처를 내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그냥 잠든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많이 걱정되나 봐요.”

그런데 잠깐 내 옆에 조용히 서 있던 체스휘가 불현듯 나지막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지나가듯이 고막을 스쳐 지나간 말이라 그냥 흘려들을 수도 있었지만, 어쩐지 그 목소리가 아까보다 약간 낮게 가라앉아 있어서 주의를 끌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미카엘을 보던 눈에 이번에는 체스휘를 담았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차가운 눈으로 나와 미카엘을 응시하고 있는 체스휘가 보였다.

“걱정… 이 되죠. 사람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나도 모르게 살짝 변명하듯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체스휘 씨, 이제 미뉴엘에게 가 봐야 하지 않아요?”

“엠버 씨는 여기에 더 있을 거예요?”

“저는 이 사람이 깨어날 때까지 있어야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체스휘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은 모양이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려 침대에 누운 미카엘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미뉴엘에게 잠깐 들렀다가 다시 올게요. 여기에는 내가 있을 테니까, 엠버 씨는 방으로 돌아가요.”

뒤이어 그에게서 나온 뜻밖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체스휘 씨가 여기에 있겠다고요? 왜요?”

“아니면 엠버 씨가 여기에 있어야 하잖아요.”

“저야 담당 메이드니까 그런 거고…. 간호하는 거 귀찮을 텐데요?”

“별로 귀찮지 않아요. 엠버 씨는 어제 저택에 돌아왔고, 내일부터 다시 일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피곤하지 않게 방에 가서 쉬어요.”

혹시 미카엘이 섞이지 않은 진짜 체스휘는 박애주의자인 건가? 사람이 착한 건 알고 있었지만,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고 전혀 친하지도 않은 생판 남의 간호까지 해 줄 정도인지는 몰랐다.

“아니에요. 그래도 역시 제가….”

“엠버 씨. 다른 사람보다는 본인부터 걱정해요.”

그래도 내가 거듭 거절하자, 체스휘가 방금보다 단호한 눈으로 나를 마주했다.

“내가 진짜 누구를 걱정해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아까부터 안색이 별로 안 좋으니까 하는 소리예요.”

“…….”

“그리고… 이런 말은 되도록 안 하려고 했는데, 엠버 씨하고 이 사람 둘만 방에 놔두고 싶지 않아요.”

그때서야 나는 체스휘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깨달았다. 그리고 어제 피아노가 있는 방에서 체스휘와 있었던 일도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그러고 나자 갑작스럽게 나도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조금 의식되기 시작했다.

내가 멈칫한 사이에 체스휘가 바로 밖으로 나가서 그에게 뭐라고 더 말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역시 이유가 뭐든 간에, 내가 체스휘에게만 미카엘을 맡기고 혼자 방으로 돌아가서 편하게 쉬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그냥 미카엘의 피가 묻은 옷만 빨리 갈아입고 올 생각으로, 나중에 다시 돌아온 체스휘를 잠깐만 미카엘과 단둘이 두고 방을 나섰다.

그러고 나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내가 옷을 갈아입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은 건 확실했다.

그런데 내가 다시 미카엘의 방이 있는 복도로 돌아와 거의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앞쪽에서 무언가가 깨지고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얼른 달려가 미카엘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무슨 일이에요!”

그리고 다음 순간, 내가 두 눈으로 목격한 건 바로 미카엘과 체스휘가 엎치락뒤치락 싸우고 있는 놀라운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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