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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 (227)화 (227/300)

마리네즈는 이미 죽은 아이를 미카엘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더 바짝 끌어당겨 감싸 안았다. 얼굴을 보니 거의 무의식중에 행해진, 본능적인 움직임인 듯했다.

“재미있다고?”

체스휘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방금 미카엘이 한 말을 되뇌어 읊조렸다.

“지금,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체스휘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으나, 미카엘은 역시나 다른 사람의 반응이나 시선 같은 건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냉소 같기도 하고, 조소 같기도 한 게 어렴풋이 서린 눈빛이 마리네즈의 품에 안긴 소년에게 닿았다.

“거기 누구 있어요? 방금 사람들 목소리가 들렸는데….”

그때, 누군가 우리가 있는 별관으로 들어와 위층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쿠! 조심하십시오, 양육자님. 조금 전에 별관 쪽에서 비명이 들렸다고 했습니다. 혹시 여기에도 모로스가 나온 건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조용한데요? 아까 1호실 양육자가 별관으로 가는 걸 봤는데, 모로스가 나왔어도 다 처리했겠지 뭐.”

젊은 남자와 나이 든 남자, 두 명의 목소리였다. 작게 들려오는 대화 소리가 약간 날 서 있던 공기를 조금이나마 무뎌지게 만들었다.

“이거, 알아서 치워.”

미카엘도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힐끔 쳐다본 뒤, 이 상황에 흥미를 잃은 것처럼 손에 잡고 있던 남자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내가 직접 나서면 일이 더 귀찮아질 테니까.”

그러고 나서 그는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을 등진 채 먼저 어둠 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앗, 손님? 별관에 계셨습니까? 왜 안전하게 방에 계시지 않고….”

미카엘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 잠시 후, 이쪽으로 다가오던 사람들과 그가 만난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미카엘의 목소리는 이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들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간 모양이었다. 이내 나이 든 사내가 멋쩍은 듯이 헛기침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얼마 후, 어두운 복도에 불빛이 서렸다. 그 뒤로 나타난 것은, 아까도 만났던 이름 모를 남자 양육자와 총괄 집사였다.

“아, 여기에 다 모여 있었네.”

“다들 괜찮으십니까? 저택의 본관과 숙소 건물에 나타난 모로스들은 모두 정리했습니다. 혹시 별관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 헉?!”

그들은 한곳에 모여 있는 우리를 보고 가까이 다가오다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걸음을 늦췄다. 그러다가 곧 마리네즈의 품에 안겨 죽어 있는 소년을 보고 눈을 화등잔처럼 크게 떴다.

“서, 서, 설마…. 양육자님들, 설마…. 지금 거기에 누워 계신 분은….”

특히 총괄 집사는 아연실색해서 마리네즈의 품에 안긴 소년을 보고 온몸을 바들바들 떨어 댔다.

“루시오 님이 왜, 왜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계신 겁니까?”

그는 현실 부정을 하는 듯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물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물음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아, 아니지요? 지금 제가 생각하는 이런 불길한 이유는…. 그냥 조금 다치신 것뿐일… 헉, 그럼 이럴 게 아니라 어서 닥터 콘라드를 불러오겠습니다!”

총괄 집사가 등불을 들고 부랴부랴 뒤돌아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바닥에 널린 새빨간 시체꽃도 그렇고, 루시오의 몸에 난 상처를 보면 의사를 불러와도 소용없을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총괄 집사를 붙잡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루시오의 상태를 분명히 확인하는 일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날은 결국 밤을 꼴딱 새웠다.

물론 저택의 규칙이 있어, 때아닌 난리통을 겪은 사람들 모두 소등 시간이 되었을 때는 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한동안은 여전히 분위기는 산만하고 소란스러웠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듯이 옆방에서 작게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거나, 창문에서 새어 나간 불빛이 밖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는 게 보였다.

하지만 밤이 깊을수록 숙소는 점점 깊은 물 아래로 가라앉는 것처럼 조용해졌다. 다음 날 아침에도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일단은 이번 사건으로 죽은 고용인들이 많아서, 살아남은 고용인들도 그 일로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나도 어젯밤부터 옆에 모리나가 없어서 기분이 좀 이상했다. 물론 모리나가 모로스가 되어 죽은 게 내 잘못은 아니었고, 또 그녀를 알고 지낸 시간이 길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하필이면 내가 여기에 있을 때 그녀가 이런 최후를 맞이한 걸 내 눈으로 보게 되니, 마음이 영 좋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1호실의 루시오 도련님이….”

“마리네즈 님은 충격이 큰지 계속 방에 틀어박혀서 밖으로 안 나온다고 하더라.”

어젯밤, 1호실의 루시오가 죽은 사실도 고용인들 사이에 전부 퍼졌다. 오늘은 주말의 마지막 날이라 어제 사건이 터지기 전에 저택 밖으로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사람들도 틈틈이 생겼는데, 그들도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는 경악했다.

듣기로, 양육자도 아닌 저택의 아이가 모로스에게 죽임을 당하는 건 드문 일이라고 했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1호실의 마리네즈와 루시오라 다들 충격이 더 큰 모양이었다.

어제 미카엘이 잡아 왔던 남자에 대한 소문도 당연히 저택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였다.

총괄 집사와 메이드장 같은 윗선에서는 이에 대해 쉬쉬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가 바로 어제 일어난 사건의 원흉이라는 것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이미 저택 안에 있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어제 모로스 사태 도중에 저택 곳곳에 숨겨져 있던 수상한 시체를 발견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부러 사람을 죽여 모로스로 만들다니,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생각해 낼 수 없는 발상에 모두가 질겁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오늘 새벽 그를 가둔 곳에 사람들이 찾아갔을 때, 이미 자결해 죽어 있는 상태였다.

아무래도 그 고용인이 콘라드가 말한 정체를 숨긴 동료였던 듯한데…. 한 가지 이상한 건 모로스 사태 이후에 뒷정리를 할 때, 시체들과 함께 있던 피 묻은 천과 머리카락은 어디론가 사라져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혹시 콘라드가 치웠나? 마리네즈에게는 그럴 정신이 없었을 것 같고, 나도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어휴, 냄새. 아직도 저택 안에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것 같네. 거기, 메이드. 복도 창문 좀 더 활짝 열어 봐.”

“아, 네.”

나는 복도를 지나가다가, 마침 마주친 미뉴엘이 시키는 대로 옆에 있는 창문을 더 활짝 열어젖혔다. 그의 옆에는 체스휘도 함께였다.

어제 있었던 일 때문인지, 체스휘의 얼굴도 별로 밝지 못했다. 그는 나를 보고 표정을 살짝 변화시켰다. 하지만 복도에 있는 다른 고용인들 때문인지, 내게 직접 말을 걸지는 않고 그저 작은 눈짓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나도 그에게 똑같이 눈인사를 되돌려 주었다.

“체스휘, 빨리 와! 자꾸 무슨 딴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오늘은 한시도 한눈팔지 말고 내 옆에 딱 붙어 있으라고 했지?”

“지금도 충분히 가까이 붙어 있는 것 같은데요, 미뉴엘.”

“뭐가 충분해, 한 발자국이나 뒤떨어져 있는데! 더 가까이 와.”

“이렇게요?”

“아니, 누가 그렇다고 이렇게 부담스럽게 바짝 붙으래? 반 뼘 정도의 거리는 유지하란 말이야. 자, 이 정도! 아니, 네 손 말고 내 손으로 반 뼘! 이게 어려워?”

아닌가…? 고용인들 때문이 아니라, 미뉴엘 때문에 말을 안 건 건가?

미뉴엘은 오늘따라 한껏 예민해져서, 체스휘가 조금만 그와 떨어져도 분리불안증에 걸린 고양이처럼 야단을 떨었다.

“하, 진짜. 오늘은 전부 다 마음에 안 들어. 1호실 일도 그렇고…. 그것 때문에 어젯밤에 잠을 설쳐서 늦잠을 자는 바람에 머리도 제대로 못 만지고 나왔잖아. 게다가 얼마 전에 내 머리를 이 꼴로 만들어 놓은 그 고용인이 어제 사건의 주범이라니. 더 찝찝하게, 정말.”

그러다가 나는 문득 미뉴엘이 구시렁거리는 소리를 듣고 그의 머리에 시선을 멈추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피 묻은 천에 싸여 있던 머리카락이 딱 저런 색깔이었던 것 같았다. 그럼 혹시 그게 미뉴엘의 머리카락이었을까? 듣자 하니, 얼마 전에 미뉴엘이 머리를 다듬은 모양인데, 그걸 그냥 버리지 않고 몰래 빼돌려 두었다가 어제 이용한 것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미뉴엘이 내 앞을 지나쳐 가다가, ‘응?’ 하고 의아한 소리를 내며 나를 다시 쳐다봤다. 순간 내가 너무 빤히 쳐다봤나 싶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미뉴엘은 바로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잠깐 무언가를 생각하듯이 눈살을 찌푸리다가 이내 걸음을 멈췄다. 체스휘도 미뉴엘의 돌발 행동에 멈칫했다.

“잠깐…. 너, 혹시 네가 그 메이드야?”

“네?”

“다이안이 요즘 말하던 메이드가 너 맞는 것 같은데?”

내가 미뉴엘의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잠깐 주저한 사이에, 앞쪽에서 누군가 체스휘를 불렀다.

“2호실 양육자님? 마침 잘 만났네요!”

처음 보는 어떤 여자와 6호실의 소년인 제이였다.

“제가 조금 전에 왔는데, 어제 저택에서 있었던 일을 대강만 들어서…. 아니, 그런데 진짜 1호실에 그렇게 큰 문제가 생긴 거예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내가 진짜 새벽에 급한 전보를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지금 모임 장소로 가시는 거 맞죠? 가는 길에 상세하게 얘기 좀 해 주시면 안 돼요?”

이 시간대에서 6호실 제이의 양육자는 길버트가 아니라 저 여인인 듯했다. 여인은 원래 활달한 성격인지, 아니면 그만큼 이번 일이 놀라워서 그런지, 체스휘에게 호들갑스럽게 질문 폭탄을 던졌다.

“글쎄요. 이런 곳에서 할 만한 얘기는 아닌 것 같고…. 일단 모임 장소로 가죠. 거기에서 얘기하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체스휘는 다른 사람들의 앞에서 마리네즈와 루시오의 이야기를 하는 게 불편한 듯이 자리를 옮길 것을 제안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못마땅하게 나를 뜯어보던 미뉴엘도 콧방귀를 뀐 뒤 체스휘를 따라갔다.

원래 내가 있던 곳에서 마리엔과 유지니아에게 일이 생겼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양육자들이 소집된 모양이었다.

날씨는 무척 화창했으나, 즐겁고 활기차야 할 일요일 오후는 음울하게 지나갔다.

나는 혹시 마리네즈나 콘라드에게 다른 전언이 오지 않을까 싶어 하루 종일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등 시간이 되도록 별다른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밤이 되었다.

오늘도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아주 잠깐 선잠이 들었다.

끼이익.

누군가가 내 잠을 깨운 것은 자정이 되기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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