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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 (225)화 (225/300)

쾅!

쿠에에엑…!

갑자기 내가 지나가던 길에 있는 방문이 벌컥 열리며, 그 안에서 썩은 내를 풍기는 검은 형체가 뛰쳐나왔기 때문이다.

타앙!

그것은 나를 덮치기 전에 총알에 머리가 꿰뚫려 뒤로 나가떨어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긴 손가락에 힘을 풀며 팔을 내렸다.

갑자기 옆에서 모로스가 뛰쳐나와서 깜짝 놀랐다. 무심코 총을 쏴 놓고 저택에 있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을까 봐 우려되었다. 하지만 엠버의 몸은 약해 빠졌으니, 괜히 설치다가 모로스에게 당하는 것보다는 원거리에서 총으로 저격하는 게 가장 이로운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여긴 사용하지 않는 방인데… 왜 여기서 갑자기 모로스가 튀어나왔지?’

뭔가 이상했지만, 일단은 의문을 접어 두고 걸음을 서둘렀다.

키아악!

하지만 그 후로도 번번이 길이 막혀, 좀처럼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이동하는 동안, 모로스가 중간중간 한 마리씩 자꾸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아까 마주친 이름 모를 남자 양육자의 말처럼, 확실히 오늘따라 모로스가 나타나는 방식이 평소와 달랐다. 꼭 누가 일부러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장애물을 하나씩 가져다 두기라도 한 것 같았다. 저택 곳곳에서 이따금 비슷한 비명이 울리는 걸 보면, 내가 있는 곳만 그런 것도 아닌 듯했다.

그러다가 나는 문득 코끝을 스치는 악취에 이맛살을 구겼다.

“또 냄새가….”

지금까지 장소를 이동하면서 간간이 맡았던 불쾌한 악취가 또다시 어디선가 희미하게 풍겨 오는 것이 느껴졌다.

또 근처에 있는 방인가?

지금까지 마주친 모로스들은 대부분 사용되지 않는 빈방에서 튀어나왔다. 게다가 생각해 보니, 그들이 나타나기 전에는 항상 이런 냄새가 났던 것 같았다. 그래서 혹시 지금도 이 악취가 흘러나오는 장소와 모로스가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웠다.

‘바쁜데! 아, 그래도 확인은 해야 할 것 같고…!’

그렇지 않아도 지금의 사태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기묘함을 느끼고 있기도 해서, 확인차 기분 나쁜 냄새가 나는 방문을 열어젖혔다.

창고 같은 방에는 가구와 물건들을 덮은 흰 천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언제든 총을 쏠 준비를 한 상태로 악취의 출처를 찾아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냄새의 주 근원지인 것으로 추정되는 하얀 천을 걷은 순간….

“……!”

벽에 기대앉아 있던 사람이 균형을 잃고 옆으로 스르륵 쓰러졌다. 나도 모르게 흠칫해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바닥에 널브러진 사람에게서는 아무런 반응도 이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뭐야, 왜 여기에 시체가 있어? 게다가 누가 일부러 여기에 옮겨 놓은 것 같은데….

설마 지금까지 악취가 났던 곳에도 전부 다 이런 죽은 사람이 있었던 건가? 하지만 그건 좀 이상하지 않나?

더군다나 시신의 상태를 살펴보니, 자연적으로 죽은 게 아니라 목을 칼로 그은 자국이 있었다. 누군가 손을 밧줄로 묶어 둔 것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일부러 그런 건지 아니면 실수인 건지, 조금만 힘을 주면 줄이 풀릴 정도로 헐렁해 보였다.

딱 봐도 기이한 시신의 상태에 당연히 내 얼굴도 심각하게 굳어졌다.

그러다가 문득 시신이 옆으로 쓰러질 때 같이 바닥에 떨어진 천 조각에 눈길이 닿았다. 그것을 손으로 살짝 들어 올렸다가, 나는 곧바로 거부감에 이맛살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천 조각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검붉은 핏자국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펼쳐진 천 밖으로 그 안에 싸여 있던 듯한 짧은 실 뭉텅이 같은 것도 같이 떨어져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마저 확인해 보니, 그것은 실이 아니라 짧게 잘린 소량의 머리카락이었다.

나는 오싹 소름이 끼쳐서 손가락에 붙은 머리카락을 얼른 털어 냈다.

하, 씨. 도대체 이게 다 뭐야? 내가 원래 호러물도 좋아해서 이 게임에 말뚝을 박은 거긴 하지만, 이건 좀 호러물 안에서도 세분화된 장르가 다르지 않아? 갑자기 피와 머리카락이라니, 이건 무슨 저주 인형 만드는 재료도 아니고….

바로 그 순간, 불현듯 어떤 기묘한 감각이 내 뒷덜미를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어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실로 이상하고 기괴한 어떤 깨달음이었다.

누군가 일부러 죽인 게 분명한 시신.

누구나 쉽게 풀 수 있게 느슨히 묶인 시신의 손목.

시신과 함께 놓여 있던, 누군지 모를 사람의 피가 묻은 천과 머리카락.

심지어 지금 추측하기로, 저택의 곳곳에서 출몰하기 시작한 모로스들은 이 시신들과 연관이 있는 듯했다.

나는 숨소리를 죽인 채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막연히 떠오른 어떤 생각을 천천히 구체적으로 형상화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이상했던 게 또 하나 있었다. 원래 모로스는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발생하는 게 보편적이었다. 그 원리까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모로스가 아이들의 무언가에서 어떤 자극을 받은 것을 계기로 더 이상 본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공격성을 드러내게 된다는 것이 보편적으로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내가 지나온 길의 어디에서도 아이들의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럼 이 모로스들은 어째서 이렇게 갑자기 이유도 없이 출몰하게 된 것일까?

그리고 나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뒷덜미가 스산해지는 듯한, 어떤 섬뜩한 진실에 다다랐다.

설마… 일부러 시체를 미리 준비해서 저택 곳곳에 가져다 둔 건가? 시체에 새로운 영혼이 깃들게 해, 일부러 모로스로 만들어 사람들의 눈길을 돌리려고? 만약 시신과 함께 놔둔 천 속의 피와 머리카락이 저택의 아이 중 누군가의 것이라면, 다시 살아난 시체가 이렇게 바로 모로스로 변한 것도 아귀가 맞아떨어졌다.

‘아니, 아니. 잠깐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지나친 생각이겠지.’

나는 고개를 흔들어 점점 머릿속에서 부풀어 가는 생각을 떨쳐 냈다.

어쨌든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시신에는 아직 새로운 영혼이 깃들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모로스로 변하지 않고 그냥 시신인 상태로 조용히 방치되어 있었다.

‘혹시 내가 나간 후에 모로스가 될 수도 있으니까 제대로 묶어 두고 나가자.’

그런데 내가 바닥에 쓰러진 시신을 향해 몸을 낮추며 막 손을 뻗었을 때, 갑자기 눈앞에 있는 형체가 꿈틀거렸다.

캬아악!

아, 이미 늦었네.

탕…!

단번에 손목을 묶은 줄을 끊고 내게 날카로운 손톱을 휘두르는 모로스에게 바로 총알을 먹여 준 뒤 방을 나섰다.

그리고 잠시 후.

‘이 미친 인간들…! 미친 사이비!’

나는 속으로 수없이 욕을 내뱉으며 또 다른 방에서 뛰쳐나왔다. 내가 너무 지나친 생각을 하는 거라고 치부하려 했지만, 아무래도 아까 했던 의심이 진짜인 듯했다.

이후로도 악취가 느껴지는 곳이 있어서 설마 하는 마음으로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도 아까와 똑같은 부위에 상처가 있는 시체가 숨겨져 있는 걸 발견했다. 거기에는 여지없이 피 묻은 천 조각과 머리카락이 동봉되어 있었다.

느닷없이 이 시점에 연쇄 살인마가 등장하는 것도 뜬금없는 일이었으니, 이 일련의 사태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베테랑이라더니, 이런 흉악한 살인범이었어? 아무리 그래도 이런 방법은 너무 심하잖아!’

물론 저택 곳곳에서 출몰하는 모로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발이 붙잡힌 건 사실이니, 목적만으로 따져 봤을 때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는 법 아닌가?

“엠버!”

응? 아니, 그런데 왜 갑자기 모리나, 네가 왜 거기서 튀어나와?

경악해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막 복도의 모퉁이를 돌아 내가 있는 곳으로 급히 뛰어오고 있는 룸메이트 모리나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가 아니라 뒤에 모로스를 달고 있었다.

“모리나, 너 왜…! 아니, 일단 고개 숙여!”

모리나가 내 말을 듣고 머리를 감싸 쥔 채로 그 자리에 확 주저앉았다. 바로 내 총에 맞은 모로스가 검은 꽃을 흩뿌리며 나가떨어졌다.

“미쳤어? 지금 모로스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난리도 아닌데, 왜 혼자 돌아다니고 있어?”

“왜긴, 당연히 네가 안 보이니까 걱정돼서 찾으러 온 거지!”

공포로 하얗게 질린 얼굴로 울먹이는 모리나를 보자 말문이 막혔다. 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엠버를 걱정해서 찾으러 왔다고? 그게 정말이라면 두 사람의 찐 우정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런데 엠버, 너…. 그 총은 뭐야? 너 사격도 할 줄 알았어?”

물론 이런 모습을 들킨 건 좀 난감하긴 했다.

나는 모리나를 일으켜 주려고 손을 내밀며 말을 돌렸다.

“그런 건 나중에 얘기해. 아무튼 여긴 위험하니까 빨리 방으로 돌아….”

휘익!

그런데 모리나의 손은 내 손을 맞잡는 대신, 꼭 나를 공격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이상한 각도로 꺾어졌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비틀었으나, 모리나의 손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는지 뺨에 따가운 느낌이 들었다.

“모… 리나?”

그리고 다음 순간 내 시야에 비친 건 평소에 알고 있던 모리나의 모습이 아니었다.

캬아악!

모리나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내게 달려들었다.

“뭐야, 너…!”

너도 이미 한번 죽은 인간이었냐…?!

나는 질겁해서 모로스로 변해 내게 달려드는 모리나를 피했다. 복도의 벽이 부서지고 장식품이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뒤쪽에서 시끄럽게 울렸다.

모리나가 달려든 순간 바로 총을 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실책이었다. 알고 지내던 사람이라 방심하고 있었던 게 첫 번째 이유였고, 모리나의 얼굴을 보고 반사적으로 손이 멈칫한 게 두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한순간의 망설임은 내 생명의 위기로 직결되었다.

“으악!”

내가 엠버의 몸으로 그토록 피하려고 하던 근접전이 벌어지면서, 나는 진심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모로스가 된 모리나에게 다시 총구를 겨누었으나,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모리나의 손이 그것을 후려쳐 총을 놓치고 말았다.

“엠버 씨!”

운 좋게 체스휘가 나타나 나를 구해 주지 않았다면, 이번 생의 내 여정은 거기에서 끝났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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