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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 (199)화 (199/300)

체스휘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얼른 그의 허리춤을 잡고 내 방패막이 삼아 가까이 끌어당겼다. 체스휘는 엉겁결에 내가 휘두르는 대로 몸을 움직이면서도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듯이 바보 같은 헛소리를 내뱉었다.

“음, 생각보다 너무 적극적이어서 당황스러운데. 조금만 적응할 시간을 주면 안 돼요?”

이 사람이 뭐라는 거야?! 내가 뭐, 진짜 자기가 엄청 반갑고 보고 싶어서 이렇게 달려온 건 줄 아나?

게다가 내가 느닷없이 돌진한 것에 놀라 지금까지 자신의 입으로 나한테 해 오던 거짓말까지 잊은 모양이었다. 체스휘 씨 당신 설정대로라면 우리, 이 저택에서 단둘이 오순도순 알콩달콩하게 살던 사이 좋은 커플인 거 아니었습니까? 예?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이런 게 아니었다. 지금은 이딴 시시한 일로 입씨름이나 할 때가 아니지. 나는 체스휘를 붙잡고 서둘러 지금의 이 위기 상황을 설명했다.

“지하실…!”

“지하실?”

“유령이!”

“유령?”

“지금 뒤에! 저기…!”

하지만 마음이 급하고 당황스러워서 말이 두서없이 흘러나왔다. 내가 평소 같지 않게 허둥지둥거리자, 체스휘가 의문스러운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슬쩍 옆으로 기울였다.

악령 중에서도 가장 지독하다고 할 수 있는 놈들과 이렇게 무방비한 상태로 갑자기 맞닥뜨렸으니, 내가 당황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한 마리만 튀어나와도 곤란할 마당에, 무슨 바퀴벌레 떼라도 되는 것처럼 한꺼번에 무리 지어서 우글우글 나타난단 말인가!

물론 지금까지 저택에서 이렇게 갑자기 악령과 우연히 마주친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내 손으로 직접 악령을 처리해 본 경험 역시 수도 없이 많긴 했다. 하지만 최소한 그때는 이런 맨몸은 아니었단 말이다!

악령들을 무기 없이 상대하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대충 봐도 숫자가 열 마리는 훌쩍 넘어 보이던데!

아니, 아니다. 악령들이 한창 문밖으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꾸역꾸역 밀려 나오던 도중에 지하실을 뛰쳐나왔으니, 어쩌면 저 안에서 나온 건 그보다 숫자가 훨씬 더 많을지도 몰랐다.

젠장, 그 정도 난이도는 최소한 몇 년은 더 이따가 등장해야 맞는 거잖아?

“저기! 지하실 말이에요!”

내가 빨리 저쪽을 보라는 듯이 지하실이 있는 방향을 손가락질하자, 체스휘의 시선이 내 손을 따라 미끄러져 움직였다.

방금 내가 뛰쳐나온 지하실의 문이 멀지 않은 곳에서 활짝 열려 있었다. 때마침 타이밍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어두운 문 안쪽에서 뼈까지 얼려 버릴 듯한 냉기가 스멀거리며 밀려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크게 아가리를 벌린 어둠 속에서 섬뜩한 살의를 퍼트리는 영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끼이아아아악…!’

‘저기 있다, 내 먹잇감!’

“나왔어요!”

“나왔네요.”

체스휘도 그 악령들을 보고 탄식하며 내가 외친 말에 호응했다.

눈을 설핏 가늘게 좁히는 걸 보니, 지하실에서 저돌적으로 뛰쳐나오는 악령들을 보고 체스휘 역시 조금 놀라긴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체스휘는 나처럼 당황해서 허둥지둥거리지는 않았다.

“저거 어떻게 해요?”

“그러게요?”

체스휘를 가림막 삼아 앞에 두고 네가 좀 어떻게 해 보라는 의미로 다급히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영 신통치 않았다. 여전히 느긋해 보이는 체스휘를 보고 나는 속이 답답해졌다.

뭐야, 저 엄청난 걸 보고도 왜 이렇게 반응이 뜨뜻미지근해? 혹시 놀라서 굳은 건가? 하지만 이 정도로 얼어붙을 만큼 담이 작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았는데?

“에잇, 일단 뛰어요!”

나는 일단 급한 대로 체스휘를 붙잡고 지하실을 등진 채 달리기 시작했다. 체스휘는 방금 내 손에 이끌려 잠깐이나마 강제로 방패막이가 되었을 때처럼, 이번에도 순순히 나를 따라 다리를 움직였다.

‘네 가죽을 줘!’

‘네 피를 마실 거야…!’

“저거, 린 씨를 쫓아오는 것 같은데요?”

“그건 말 안 해도 나도 알거든요?!”

“혹시 린 씨가 여기로 불렀어요?”

“그건… 나도 몰라요! 지하실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고요!”

왠지 느낌상 내가 지하실의 검은 문에 손을 대서 저것들이 눈앞에 나타난 것 같기는 했다. 그러니 어쩌면 범인은 나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난 억울했다! 나도 저런 무시무시한 악령들을 불러오고 싶었던 건 절대로 아니란 말이다!

게다가 대놓고 가죽을 뜯고 피를 마실 거라니, 완전히 미친 사이코패스 살인마 악령들 아니야? 더군다나 죄다 살아 있을 때 퍽 과격한 방법으로 죽었는지, 영혼인 상태로도 신체가 온전하지 않아서 생긴 것도 징그러웠다.

‘배고파! 거기 서…!’

“으악!”

체스휘와 함께 열심히 뛰긴 했지만, 뒤쫓아오던 악령들의 속도도 만만치 않았다. 그중에서도 제일 강한 살의를 품은 악령이 다른 영혼들을 제치고 피투성이의 손을 있는 힘껏 앞으로 뻗어서 내 뒷덜미를 낚아채려고 시도했다.

“위험해요.”

그 순간, 이번에는 체스휘가 내 팔을 움켜쥔 채 그의 앞으로 확 잡아당겼다. 나를 노리던 손이 아슬아슬하게 등을 스쳐 지나갔다.

체스휘는 아예 그때부터 나를 두 팔로 훌쩍 안아 들고 복도를 뛰기 시작했다.

사람을 한 명 짊어지고 있으면 힘들어서 속도가 늦춰질 만도 한데, 오히려 나하고 따로 뛸 때보다 달리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나는 쓸데없이 살짝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확실히 악령들을 피해 도주하는 데 체스휘가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라, 나는 평소처럼 뭐라고 꿍얼거리는 대신 그의 목에 팔을 둘러 더 단단히 붙잡았다.

“체… 미카엘 씨, 저것 좀 어떻게 못 해요?! 당신, 저 악령들 지금 처리할 수 없는 거예요?”

딱 봐도 저 흉악한 악령들은 그냥 성불시킬 수 있는 종류의 것들이 아니었다. 특수 제작한 무기가 있어도 쉬운 일이 아닌데, 더군다나 지금 내 손에는 아무것도 들린 게 없었다.

하지만 내 기억에 의하면, 체스휘는 분명 맨손으로 영혼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것 같았다. 당시의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나를 위협했던 검은 베일을 쓴 여인도 분명 체스휘가 직접 없앤 것 같지 않았던가?

“글쎄, 지금 저 상태로는 좀 곤란한데….”

그러나 체스휘는 내 말에 살짝 난감한 듯이 눈매를 찡그렸다.

뭐야, 곤란하긴 뭐가 곤란해? 당신, 얼마 전에도 맨손으로 스토커 악령을 퇴치한 것 아니었어? 에잇, 그럼 차라리 내 무기나 내놓든가!

“잠깐만 잘 붙잡고 있어 봐요.”

하지만 다행히 체스휘에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와 함께 달리던 체스휘가 다음 순간 나를 받치고 있던 두 손 중 하나를 내 몸에서 떼어 냈다. 그러고는, 마침 복도를 뛰다가 눈앞에 나타난 고용인 한 명을 아까 나한테 그랬듯이 손으로 덥석 잡아 끌어당겼다. 고용인은 뭐가 뭔지 알지도 못하는 상태로 어어, 하면서 체스휘에게 끌려왔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이어진 체스휘의 행동에 나는 조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당황해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뚜둑!

체스휘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고용인의 목을 한 손으로 분질러 버린 것이다. 뼈가 부러지는 섬뜩한 소리가 귀에 울린 직후, 체스휘는 헝겊 인형처럼 그의 손안에서 늘어진 고용인을 뒤에 있는 악령들에게 던져 버렸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미처 내가 뭐라고 반응을 보일 틈도 없었다. 방금 내가 본 것이 정말 진실인지도 믿기지가 않았다.

체스휘는 여전히 한 점의 흔들림도 없는 모습으로 나를 안고 복도를 달렸다. 그를 따라 흩날린 내 머리카락이 하필 그때 시야를 가려서, 악령들 속으로 사라진 고용인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대신, 뒤쪽에서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종류의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꼭 굶주린 아귀들이 뼈다귀 하나를 두고 피를 튀기며 다투는 듯한, 아주 흉포하고 끔찍한 소리였다.

나는 말문이 막힌 상태로 잠깐 굳어 있다가 경직된 고개를 다시 체스휘 쪽으로 돌리며 입술을 뗐다.

“지금… 뭐 한 거예요?”

“아, 영혼인 상태보다는 껍질을 뒤집어쓴 상태로 처리하는 게 더 쉬워서 그냥 모로스로 만들어 버리려고요.”

“예?”

“린 씨의 말처럼 저 정도의 악령이면 그냥 없애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닌데, 지금은 나한테 좀 곤란한 사정이 있어서.”

“뭐라고요? 그게 무슨….”

“참, 그러고 보니 지금 린 씨는 모로스가 뭔지 모르겠구나. 우선 저것부터 먼저 처리하고 나중에 다시 설명해 줄게요.”

체스휘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평온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를 향한 그의 얼굴과 눈빛 역시 목소리만큼이나 부드럽고 다정했다. 오히려 그래서 이 상황이 더 기괴하게 느껴졌다.

나는 체스휘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다음 반응을 더 고민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체스휘가 일부러 방향을 그쪽으로 돌린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공교로운 우연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눈앞에 한 무더기의 고용인들이 나타났다.

또다시 모든 일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꼭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던 양떼 사이에 갑자기 맹수가 튀어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복도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동안 내 동체 시력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체스휘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조금 전에 그랬듯이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이 몇 번이고 귀에 울린 다음, 우리가 서 있는 복도가 이내 조용해졌다. 등 뒤에서 시끄럽게 울리던 악귀들의 외침도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키야아아악…!

그 대신, 내 귀에 익숙한 또 다른 거친 음성이 머리채를 붙들 듯이 뒤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체스휘는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나를 안고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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