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니아와는 그렇게 친하지도 않은데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방문을 열고 들어가기도 뭐하고. 게다가 타이밍 좋게 저녁 6시를 알리는 시계 종소리가 들렸다.
어이쿠, 다이안한테 가 봐야 할 시간인데.
나는 하는 수 없이 문을 두드리던 팔을 내렸다.
“그럼 방으로 가자.”
“싫어.”
“싫어도 내가 데려다줄 건데.”
“싫다니까!”
“자자, 갑시다, 가요. 3호실 비비 기차, 지금 출발합니다!”
“뭐, 뭐, 지금 뭐 하는 거야? 잠깐…!”
비비가 또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려고 하기에, 아예 그의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게 뒤에서 몸을 훌쩍 들어 올린 뒤 복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인지 비비는 잠깐 바보같이 입을 벌리고 있다가, 금방 재미가 들린 듯이 꺄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꺄하하! 양육자 누나, 더 빨리 뛰어, 빨리!”
그런데 이 녀석, 너무 즐기는 거 아닌가?
아무튼 이대로 서로 즐겁게 헤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비비 녀석은 기껏 도착한 그의 방 앞에서 또 고집을 피웠다.
“비비, 이 누나가 문까지 열어 줘야 할까? 여기 문이 있고, 여기 문고리도 있는데 왜 안으로 들어가지를 않니?”
“흥, 마음대로 해. 날 억지로 들여보내도 양육자 누나가 가자마자 다시 밖으로 나올 거니까.”
팔짱을 끼고 서서 들으란 듯이 콧방귀를 뀌는 귀여운 분홍 머리 소년을 보고 나는 슬그머니 부아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이 땅꼬마 녀석이? 내가 나 좋자고 이러는 것도 아닌데 말 참 안 듣네. 물론 비비를 들여보내고 빨리 다이안한테 가 보려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내가 비비의 양육자도 아니니 이쯤 해서 방으로 들어가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둬도 되긴 했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어린아이들에게 약해도 너무 약하다는 거였다. 나는 이 녀석이 내 눈앞에서 사고를 치고 돌아다니는 걸 볼 때마다 조금 성가시면서도 마음이 쓰였다.
“이제 저녁 먹을 시간이잖아. 배 안 고파? 잘 먹어야 또 재밌게 놀지.”
“혼자 먹기 싫어.”
“…….”
나는 고집스럽게 우기는 비비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비비(12)>
- 레드포드 저택 3호실 소속
- 성격: 겁이 많음, 내향적, 소심함, 자존감 낮음
- 현재 상태: 외로움, 쓸쓸함, 불안함
- 속성: 악
- 호감도: 8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