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다 저택의 아이들은 닥터 콘라드에게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게 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지금까지의 진단 내용을 정리해 놓은 파일인 듯했다. 어찌 보면 양육자들이 일지로 적게 되어 있는 아이들의 성장 기록을 의료 버전으로 정리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조금 눈에 띄는 점은, 현재 저택에 머물고 있는 아이들의 기록만 이 안에 정리된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어쩐지 파일이 생각보다 두툼하더라니, 그 안에는 지금 저택에 있는 일곱 명의 아이들 말고 그 이전에 선발되어 저택에 머물렀던 듯한 다른 아이들에 대한 정보도 일부 함께 묶여 있었다.
아이들의 키와 몸무게, 시력이나 치아 검진 결과, 혹은 영양 상태 같은 기초적인 내용에서부터 저택에서 생활하는 중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거나, 하다못해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에 걸린 것까지 전부 시시콜콜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으, 흐읍!”
나는 의자에 묶여서 고개를 마구 내저으며 또다시 버둥거리기 시작한 콘라드를 힐끔 쳐다봤다.
조금 애매한 기분인데…. 귀차니즘인 콘라드가 뒤에서는 이렇게 일을 꼼꼼하게 잘하고 있었다니 좀 의외였다.
다만… 이건 뭐라고 해야 하지? 꼭 실험 대상의 관찰 일지를 작성하듯이 건조한 시각으로 아이들을 지켜보고 기록한 게 보는 사람에게까지 느껴져서 왠지 기분이 찜찜해졌다. 어쩐지 조금 꺼림칙한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레드포드의 주치의로서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고 하면, 특별히 이상하게 여길 건 아닌지도 몰랐다.
‘그런데 가만히 있다가 조금 전부터 또 왜 저렇게 발버둥을 치는 거지?’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콘라드의 저항도 점점 거세져서, 급기야 그의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이 풀어졌다.
앞으로 흘러내린 그의 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절박함을 담은 강렬한 시선이 나한테 날아와 꽂혔다. 혹시 나한테 도와달라고 저렇게 쳐다보는 건가 싶었지만, 그의 시선은 내 손에 들린 파일에 닿아 있었다.
꼭 남한테 보여 주면 안 될 게 내 손에 들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 오히려 내 호기심과 의혹만 더 증폭되었다. 나는 찌푸린 눈을 다시 파일철로 옮겨, 계속 종이를 넘겼다.
그리고 현재 저택에 머물고 있는 일곱 명의 아이들을 기록한 파일의 뒤쪽에 퍽 수상한 내용 하나가 적혀 있는 걸 발견했다.
<3분기 판정>
1호(루스카 레드포드)-양호
2호(미뉴엘 레드포드)-양호
3호(비비 레드포드)-양호
4호(레오 레드포드)-부적격 보류
5호(세르쥬 레드포드)-부적격 보류
6호(제이 레드포드)-양호
7호(다이안 레드포드)- #(취소선)양호#(취소선) 최종 부적격 판정/3분기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