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 (128)화 (128/300)

아, 씨…. 손님이 있으면 있다고 진작 말하든가!

방의 한구석에 서 있던 젊은 남자들이 당황한 얼굴로 나를 보다가 릭 도체스터의 시선을 받고 급히 표정을 가다듬었다. 손에 종이가 들려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뭘 보고하기 위해 나보다 먼저 이 방에 들어왔던 사람들인 듯했다.

나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아직도 반쯤 안겨 있던 릭 도체스터의 몸에서 엉거주춤 떨어졌다.

그때, 은근히 나를 힐끔거리던 푸른 머리 남자가 사회생활이라도 하려는지 대주교에게 아첨하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대주교님의 따님이신가 봅니다. 외부에 오래 나가 계셨던 모양인데, 두 분의 친밀하신 모습이 굉장히 보기 좋습니다.”

“자네 미쳤나?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입을 놀려?”

그 순간 갈색 머리 남자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얼른 닥치라는 듯이 옆에 있던 푸른 머리 남자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세게 친 뒤 서둘러 대주교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대주교님! 새로 승급한 친구라 아직 아무것도 모릅니다. 무지하여 저지른 실수이니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확실히 무지한 것 또한 죄지. 하지만 오늘은 방금 말한 대로 내 딸인 린이 오랜만에 돌아온 날이니 한번 봐주도록 하겠다. 그만 나가보도록.”

“감사합니다, 대주교님…! 뭐 하나! 어서 대주교님의 자비에 인사드리지 않고.”

“요, 용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주교님!”

푸른 머리 남자도 갈색 머리 남자를 따라 서둘러 허리를 굽혔다. 푸른 머리 남자는 아직 이 상황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듯했으나, 갈색 머리 남자는 이상할 정도로 릭 도체스터를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보았다.

“그럼 저희는 먼저 물러나 보겠습니다.”

“그래. 나중에 따로 부르도록 하지.”

남자들은 서둘러 우리를 향해 묵례한 뒤 방을 나섰다. 그런 뒤 방에는 대주교와 나, 그리고 썰렁한 적막감만 남았다.

내가 상황을 살피는 사이, 릭 도체스터가 먼저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 가서 앉았다.

“모처럼 타지에 나갔던 네가 돌아왔으니 바깥세상 이야기를 듣고 싶구나. 린, 너도 그만 네 자리로 돌아가라.”

등받이에 여유롭게 몸을 기대고 앉은 릭 도체스터는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검은 눈으로 나를 지그시 쳐다봤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또 새로운 선택지가 내 앞에 떠올랐다.

1. 비어 있는 상석에 앉는다.

2.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3. 대주교의 다리 위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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