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 (120)화 (120/300)

또 꿈인가?

왠지 현실성이 들지 않아, 제자리에 멀거니 선 채 눈만 깜빡거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모여서 시끄럽게 떠들던 장소에 지금 온전한 모습으로 서 있는 건 나 혼자밖에 없었다. 음량 효과를 차단한 것처럼 갑자기 사방에 내려앉은 소름 끼치는 정적이 지금의 이 상황을 더욱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나는 얼마 전에 지금과 비슷한 꿈을 꾼 적이 있지 않았던가? 그때도 꿈에서 지금처럼 마음대로 몸이 움직였고, 내 손으로 저택의 누군가를 공격했다.

그러다 문득, 눈꺼풀 위에 고여 있던 무언가가 굴러떨어지는 느낌에 손을 들어 눈가를 매만졌다. 하지만 한발 늦은 탓에, 속눈썹 밑으로 기어이 떨어져 번진 것이 시야를 더욱 붉게 물들였다.

손으로 눈을 문질러 닦아내 보니 어디에서 묻었는지 모를 피가 묻어 나왔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비벼도 시야는 밝아지지 않았다. 사실 이제 와서 아무리 문질러 지워 내려 해도 소용없었다. 오히려 내 손이야말로 핏물이 담긴 통에 담갔다가 뺀 것처럼 흠뻑 젖어 붉게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비로소 나는 현실을 똑바로 직시했다.

이건, 꿈이 아니다.

그렇게 인정하고 나자, 그때서야 숫자가 변한 시스템 창이 눈에 들어왔다.

제한 시간: 00:00:09

처분 대상: 1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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