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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 (119)화 (119/300)

“그러지 말고 좀 더 친하게 지내자. 나도 곧 한자리 얻어서 저택에 들어갈 것 같은데.”

“빌붙을 생각하지 말고 꺼져.”

“진짜 까칠하네. 너 설마 저택에서도 이래?”

“네가 알 바야?”

남자는 계속 친한 척했으나, 세라는 철벽 수비를 펼쳤다.

“어허, 앞으로 내가 너한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알고 이래?”

하지만 남자는 굴하지 않았다. 그는 세라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그녀에게 속닥거렸다.

“널 위해서 하는 소리인데, 친구 찾는 것도 좋지만 위에서 하는 말만 너무 맹신하는 것도 안 좋아.”

“…….”

“어차피 너나 나나, 다른 사람들처럼 믿음이나 신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해관계가 일치하니까 이 자리에 있는 거잖아. 그런데 그렇게 애가 달아서 조급한 모습을 보여 봤자, 쉽게 이용만 당하고 버려질걸?”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진짜 병풍으로 보이나? 남자는 뒤에 있는 내가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계속 주절거렸다.

“솔직히 이번에 너한테 불가능에 가까운 그런 무리한 명령이 떨어진 것도 구린 속셈인 게 뻔하잖아? 그냥 버리는 말로 쓰겠다는 거 아니야. 아니, 솔직히 상식적으로 말이야. 죽은 사람의 영혼을 찾아오면 상성이 맞는 육체에 다시 부활시켜 주겠다느니, 하는 그런 말이 진짜겠냐고. 설령 그게 성공해서 네 친구가 다시 살아난다 해도 그게 모로스가 아니면 뭐겠… 악!”

그 순간, 갑자기 남자가 단말마의 비명을 내질렀다. 그의 말을 가만히 들어 주던 세라 언니가 돌연 불꽃 싸대기를 날렸기 때문이다.

“닥치라고 했지? 내가 뭘 하고 뭘 믿든 내 마음이야. 너 같은 게 뭐라고 지껄이든 상관없지만, 내 앞에서 또 한 번 지금처럼 함부로 입 털면 다음에는 진짜 가만 안 둬. 너도 죽여 버릴 거니까. 알겠어?”

세라는 그렇게 서슬 퍼런 경고를 남긴 뒤 찬바람을 일으키며 자리를 떠났다.

“아, 잠깐만…! 니아! 지금은 그냥 말실수한 거야!”

나는 그 뒤를 서둘러 쫓아가는 남자를 보다가 슬금슬금 거리를 벌려 그곳을 벗어났다.

막 눈앞에 떠오른 ‘메이드 세라의 비밀’ 퀘스트 관련 시스템 창을 일단 지금은 잠깐 옆으로 치웠다.

세라가 뭘 위해서 레드포드 저택에 들어온 건지 이제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만으로도 오늘 여기에 온 소득은 있는 셈이었다.

우선은 좀 더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 방금 떠오른 퀘스트 창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 같았다.

“아오, 계집애 진짜 손 맵네. 어이, 거기…! 아까부터 나랑 니아 뒤에 서 있던 망토 뒤집어쓴 사람! 잠깐 기다려!”

그런데 분명 세라를 쫓아갔던 남자가 갑자기 뒤에서 다시 나타났다. 고개를 돌리자 그가 뺨을 매만지던 손을 들어 나를 향해 이리 오라는 듯이 손짓하는 게 보였다.

뭐야, 설마 나한테 수상함이라도 느낀 건가?

“어어, 뭐야? 기다리라니까!”

이 상황에서 기다리라고 한다고 진짜 기다리는 멍청이가 어디 있냐?

나는 복도를 달려 일단 남자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나를 뒤쫓아오는 소리가 들려서 일단 눈앞에 보이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타도하자, 악마! 타도하자, 악마 재배사들!”

그런데 문을 연 그곳은… 호스트부… 아니, 아니.

“믿습니다, 믿습니다…!”

사이비 광신도들의 열성적인 집회 현장이었다.

***

문을 열자마자 밀려 나오는 소음과 열기에 소름이 다 끼쳤다.

와 씨,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라니?

내가 장소를 잘 찾아온 건지, 잘못 찾아온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본능은 솔직해서, 나는 질색하며 문 앞에 멈춰 서 있다가 무의식중에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새 문이 저절로 닫혔는지, 등 뒤는 막혀 있었다.

“모두 정숙!”

한바탕 이상한 구호 같은 걸 외쳐 댄 사람들이 단상에 올라선 사람의 말을 따라 일제히 침묵했다.

삽시간에 주위가 조용해져서 나는 문고리에 올렸던 손을 내렸다. 아무래도 지금 문을 열면 나한테 이목이 집중될 것 같았다. 그래서 덩달아 입을 다물고, 대충 뒤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들어 조용히 주변을 둘러봤다.

“처음 오신 분들, 이미 만나 뵈었던 분들, 모두 반갑습니다. 오늘, 모두 잘 오셨습니다.”

아무래도 분위기상, 이곳은 신입 회원에게 종교(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를 전도하는 현장인 듯했다.

“우리는 같은 사명을 가진 동지들로, 이 세계를 구원할 영웅이 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사실 이 방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수상한 단체의 모임치고는 의외로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한쪽 구석에서 이렇게 사이비 신도들 같은 사람들이 모여 본격적인 전도 활동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먼저 우리가 타도해야 할 악마들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솔직히 그동안 나도 말로만 사이비, 사이비 했지, 진짜 이 단체를 사이비 종교와 동격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여러분도 세계 곳곳에서 레드포드의 악마들을 우상화하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여러분은 이 악마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아십니까?”

하지만 단상에 선 사람이 연설하는 것을 들어 보니, 사이비도 이런 사이비가 없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악마의 씨앗에서 태어난 악마입니다. 그들은 천사의 얼굴로 사람들을 쉽게 미혹시키며 뱀의 혀로 우리를 현혹하는 말을 할 겁니다. 그들이 세계의 멸망을 막고 있다고요.”

‘아니, 지금 누구보고 악마니, 뱀이니 하는 거야?’

나는 떨떠름한 눈으로 앞에서 침까지 튀기며 열변을 토하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건 틀렸습니다! 그건 사악한 거짓말입니다! 오히려 그들은 세계가 정화될 기회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악마를 죽이고, 그들의 뿌리를 뽑아 이 세계가 자유로워지도록 도와야 합니다!”

연설하는 내용을 들어 보니, 세기말에 한창 유행했다는 세계 멸망설과 종말론에 입각해 인류 구원설을 주창하고 나타났다는 여러 신흥 종교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모두 외치십시오!”

하지만 차갑게 식은 건 나뿐인 듯했다. 회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이미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 상태였다. 그들은 연설자의 신호에 맞춰 우렁찬 목소리로 회장이 떠나가라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악마를 타도하자!”

“악마를 타도하자!”

“세계를 정화하자!”

“세계를 정화하자!”

“우리가 구원자다!”

“우리가 구원자다!”

우와, 진짜 소름 돋아….

내가 무교라서 그런지, 이런 모습이 무척 낯설었다. 게다가 특히 이 사람들은 눈까지 맛이 간 게, 어디를 봐도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오늘 이곳에 처음 온 사람도 있는지, 일부는 이 상황이 조금 어색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나는 사이비 모임에 참석한 신도들이 떠들썩하게 구호를 외치는 동안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오른 건 바로 그때였다.

▶new퀘스트: 회장 안에 모인 반동분자들을 즉결 처분하라.

스텔라와 세계 공통 평화 연합의 뜻에 반대해 모반을 꾀하는 자들이 회장 안에 모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대주교 릭 도체스터의 사냥개이자 도살자로서 회장에 모인 사람들을 즉결처분해 경고를 남기자.

단, 지원군이 오기 전에 모든 일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제한 시간: 00:05:00

처분 대상: 0/101

※실패 페널티: ‘메이드 세라의 비밀’ 퀘스트 실패, ‘상처받은 명의, 닥터 콘라드를 갱생시켜라!’ 퀘스트 실패, ‘레드포드 저택 조사(장기)’ 퀘스트 3단계 난이도 대폭 상승

※성공 보상: ‘레드포드 저택 조사(장기)’ 퀘스트 3단계 진입, 대주교 릭 도체스터의 기쁨, 2등급 심문관 라파엘 카드리고의 만족, 대주교 릭 도체스터와의 일 대 일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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