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 (112)화 (112/300)

주말은 금방 찾아왔다.

평화로운 레드포드 저택의 오후.

유일하게 외출이 자유로운 날이다 보니,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그래서 저택은 오랜만에 한적한 느낌을 자아냈다.

“아이고, 비비 님! 여기에서 공을 던지시면 위험해요!”

하지만 그 평온함을 사정없이 깨트리는 존재가 있었으니.

“양육자님과 함께 밖에 나가서 노세요. 네?”

“밖은 춥단 말이야! 그냥 다른 사람들이 잘 피해 다니면 되잖아!”

그것은 바로 솜사탕처럼 보들보들해 보이는 분홍 머리를 가진 소년, 3호실의 비비였다.

“아얏! 아이참, 그만하시라니까요. 기껏 깨끗이 빨래한 수건인데 떨어뜨릴 뻔했잖아요.”

“안 떨어뜨렸으니까 됐잖아~!”

그는 복도에서 혼자 공을 가지고 이리 던지고 저리 던지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복도를 오가던 사람들이 양육자인 유지니아와 함께 밖에서 놀라고 권유했으나, 비비는 그들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주변을 지나가는 고용인들에게 공을 던지면서 히히덕거렸다.

나는 마침 내가 주문한 물건이 배달되었다는 소식에 방으로 가다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 표정을 차게 식혔다.

저, 저 난폭한 토끼 좀 보게. 이제 봤더니 레드포드의 빌런이야, 아주.

“비비, 공은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가지고 놀아야 하는 거 몰라?”

“흐악!”

비비는 다음 목표물을 노리는 데 정신이 팔려서 내가 다가가는 걸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나는 소리 없이 그의 등 뒤로 바짝 접근한 뒤 비비의 귀에 대고 음산한 속삭임을 흘려 넣었다. 그러자 비비가 막 다른 사람에게 공을 던지려다 말고 화들짝 놀라서 소리를 빽 지르며 나를 뒤돌아보았다.

“악! 마녀다!”

“이 녀석이, 누구보고 마녀라고?”

나는 줄행랑을 치려고 하는 비비를 덥석 잡아챘다.

“걸핏하면 못된 장난이나 치고, 이렇게 상습적인 걸 보니 역시 지난번에 정원에서 나한테 공을 던진 것도 실수가 아니었던 것 같네.”

그날 이 녀석의 공에 얻어맞은 머리가 지금도 얼얼한 느낌이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그날 밤에 이상한 꿈을 꾼 것도, 또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도, 거기에 더해 기묘하게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팠던 것도 호수에 빠진 것 때문이 아니라 공에 머리를 맞은 후유증인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비비가 정원에서 책을 읽던 루스카에게도 공을 던졌다가 마리엔에게 거꾸로 당한 적이 있었지. 역시 이 조그마한 녀석은 악질적인 상습범이었다.

“그때 네 공에 맞아서 나도 다치고, 마리엔 씨도 상태가 안 좋았던 거 알아? 게다가 연못에 떨어진 공을 주우려다가 루스카는 물에 빠지기까지 했다고.”

물론 마리엔의 상태가 안 좋았던 건 딱 꼬집어서 비비 때문이라고 할 수 없었고, 루스카가 물에 빠졌던 것도 진짜 공을 주우려고 하다가 그랬던 것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왕 마주친 김에 오늘은 비비에게 한 소리 해 줄 생각이었기 때문에, 나한테 붙들려서 버둥거리는 그에게 계속 말했다.

“자꾸 그렇게 위험한 짓 할래? 넌 재미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거기에 다친 사람이 나온 이상 그건 놀이도 장난도 아니야. 더군다나 너 때문에 화가 나거나 슬픈 사람들이 계속 생기고 있잖아.”

내 말에 비비의 몸이 한번 크게 움찔거렸다.

“넌 진짜 그게 재미있어? 이 저택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다 널 싫어하게 되어도 괜찮다는 말이야?”

전부터 사람들이 아무리 말려도 심술 맞은 행동을 계속하던 녀석인 만큼, 어쩌면 오늘 내가 하는 말도 귀담아듣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비비에게는 제대로 얘기하면 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비의 인물 정보 창을 다시 한번 열람했다.

<비비(12)>

- 레드포드 저택 3호실 소속

- 성격: 겁이 많음, 내향적, 소심함, 자존감 낮음

- 현재 상태: 두려움, 죄책감, 불안감

- 속성: 악

- 호감도: 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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