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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 (73)화 (73/300)

하지만 그 날붙이가 세르쥬에게 닿는 것보다 올리비아와 내가 움직이는 게 더 빨랐다.

“뭐야, 너…! 죽고 싶어?!”

올리비아가 바로 의자를 넘어뜨리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앞으로 튕기듯이 달려간 것과 동시에, 나는 앞에 있던 라벨의 손에서 가위를 빼앗아 날렸다.

내가 던진 가위가 샤벨의 팔에 박혀 궤도를 틀었다. 세르쥬의 목을 살짝 스쳐 지나간 날붙이에 하늘색 머리카락 몇 가닥이 잘려서 날렸다. 깜짝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뜬 세르쥬가 뒤로 넘어졌다.

샤벨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세르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세르쥬를 해치지 못했다.

올리비아가 도대체 저 치렁치렁한 드레스의 어디에 숨겨져 있었는지 모를 칼을 꺼내 휘둘렀기 때문이다. 나는 서걱, 소리와 함께 샤벨의 손목이 댕강 잘려 나가는 광경을 목격했다.

“아악…!”

피가 솟구치는 것과 동시에 샤벨이 비명을 질렀다. 나도 인상을 쓰면서 진저리를 쳤다.

으악, 제발 블러 처리 좀 해 줘! 이제 시스템 복구도 많이 되었는데 왜 이런 건 여전히 설정 변경이 안 되는 거야!

“이 자식, 감히 우리 쥬쥬를 건드려? 이 오장육부를 잡아 뜯어서 불태워 버려도 시원찮을…!”

그런데 올리비아가 샤벨을 제압하던 때, 이번에는 마벨이 날렵하게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가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며 앞으로 튀어 나가려던 찰나에, 내가 먼저 의자를 걷어차 밀어 그를 넘어뜨렸다.

“악!”

마벨이 손을 집어넣었던 윗옷에서 긴 바늘 같은 게 우수수 쏟아져 떨어졌다. 그래도 마벨은 포기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 이번에는 바지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내 들었다.

탕, 탕!

하지만 마벨은 내 총에 다리를 맞고 다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아, 거참! 가만히 좀 있지, 진짜 끈질기네.”

아우, 씨. 이번 회차에서 진짜 사람은 모로스보다도 더 공격하고 싶지 않은데. 블러 처리도 안 돼서 영 찜찜하단 말이다.

“뭐야, 저놈도 한통속이야?!”

올리비아가 마벨까지 세르쥬를 공격하려던 걸 알고 노발대발했다.

라벨은 이 모든 상황이 일어날 동안 어리벙벙한 얼굴을 한 채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보니, 여기 온 세 사람 중에 라벨만 아무것도 모르는 무고한 사람인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순간, 이번에는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던 마벨의 턱이 수상하게 움직이는 게 포착되었다.

“아이, 진짜 귀찮게 이럴 거야?”

나는 짜증이 나서 마벨의 입에 손을 콱 집어넣었다.

“읍?!”

그런데 이 자식이 무지막지하게 내 손가락을 같이 물어뜯으려고 하기에 얼른 주먹을 쥐듯이 손을 말았다. 그러자 마벨의 턱에서 우두둑,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마벨이 고통스럽게 포효했다. 그런데 마벨의 입이 좀 더 크게 벌려진 순간, 손가락에 수상한 감촉을 가진 무언가가 잡혔다.

잠시 후 나는 마벨을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그의 입에 넣었던 손을 뺐다. 그러고 나서 마벨의 입에서 꺼낸 새끼손톱만 한 크기의 조그맣고 동그란 무언가를 찌푸린 눈으로 살폈다.

뭐야, 이게? 알약 같은 건가? 암살자들처럼 독이라도 먹고 자살하려던 건가? 그렇다기에는 감촉이 약보다 좀 더 단단하긴 한데….

“그건 또 뭐야? 독이야? 이것들이 가지가지 하네! 어디서 곱게 뒈지려고!”

올리비아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더 흥분했다. 그녀는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 방 안 곳곳에 펼쳐져 있던 수많은 옷 중 하나를 집어서 자살 시도를 하지 못하게 샤벨의 입안에 쑤셔 넣었다.

그런데 내가 그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좀 더 자세히 살피려고 손안에서 굴린 순간, 갑자기 아주 미세하게 틱! 하는 소리가 났다.

“응?”

“뭐야?”

생각보다 귀가 좋은지, 올리비아도 그 작은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녀의 의문 어린 시선을 받으며 나는 바로 눈길을 내렸다.

“흐….”

나한테 밟힌 마벨이 턱이 나가서 닫히지 않는 입 사이로 침을 흘리며 웃고 있었다.

뭐야, 독약인 줄 알았는데 분위기를 보니 더 위험한 건가 보다. 그럼 일단 버리자!

왠지 촉이 안 좋아서 나는 얼른 손에 들고 있던 조그만 장치를 창밖으로 있는 힘껏 던져 버렸다.

퍼엉!

곧바로 창밖에서 엄청나게 큰 폭발음이 울리며 눈부신 빛이 번쩍였다.

곳곳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울렸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건물의 유리창이 와장창 깨졌다. 서둘러 테이블을 넘어뜨려 그 뒤로 몸을 숨겼다. 올리비아도 알아서 세르쥬를 데리고 몸을 피했다.

잠시 후 폭발이 가라앉은 뒤, 올리비아와 나는 기가 막힌 얼굴로 몸을 벌떡 일으켰다.

뭐야, 자폭해서 다 같이 죽으려는 거였어?!

***

잠시 후 양육자와 아이들이 한자리에 소집되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다이안 역시 무사했다. 레드포드 저택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갑작스러운 폭발에 놀란 것 같았다. 하지만 건물 밖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유리창이 깨지고 물건이 날아간 통에 경미한 부상을 입은 것 말고 다행히 중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다.

“너! 우리 쥬쥬를 노리고 저택에 들어온 거였어? 감히 겁대가리 없이…!”

세르쥬를 직접 공격했던 샤벨과 마벨은 꽁꽁 묶어 두었다. 그들은 현재 의식 불명 상태로, 정신을 차리는 대로 심문을 당할 예정이었다.

“아, 아닙니다! 전 이 일에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 전에 라벨부터 매섭게 분노한 올리비아에게 취조를 당하고 있었다.

“당신 조수들이잖아! 그런데 상관이 없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오늘 처음에 인사드리면서 말씀드렸듯이, 새로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입들인걸요! 올리비아 님, 그동안 제가 이 저택을 몇 번이나 드나들었어도 문제가 생긴 적은 없지 않았습니까? 제발 믿어 주십시오.”

“그렇다 해도 문제지! 사람을 새로 고용하면서 제대로 신원 파악도 안 했어?”

“당연히 미리 알아봤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단 말입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핼쑥해진 것 같은 라벨이 급기야 울먹이던 얼굴을 손에 파묻고 흑흑흑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 가련한 모습을 보면서도 올리비아의 얼굴에는 작은 동정심 하나 떠오르지 않았다.

나야 옷 가게 사람들을 오늘 처음 본 것이었기 때문에, 딱히 라벨을 편들어 주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라벨의 무고함을 입증할 만큼 그를 잘 아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그를 잡는 올리비아를 그냥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아무튼, 우리 쥬쥬랑 날 건드리는 것들은 전부 다 가만히 안 둬!”

눈앞에서 세르쥬가 위협당하는 걸 두 눈으로 직접 봤으니 올리비아가 저렇게 화가 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얼마 전에는 올리비아를 겨냥한 독 차 사건도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올리비아는 진실을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 그것도 원래는 올리비아가 아닌 세르쥬를 노린 것이었다.

“짜증 나게 왜 자꾸 우리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냐고!”

“5호실이 만만하니까 그렇겠지.”

그때,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서 있던 유지니아가 불난 집에 기름 붓는 소리를 했다.

지난번에 내가 그녀에게 환영회 선물을 되돌려 줬던 이후로 그녀는 양육자들이 다 같이 모이는 자리에 얼굴을 잘 비치지 않았다. 뭐, 원래 성수 사건으로 공동생활을 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저택에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일 만한 일이 거의 없기는 했다.

“양육자의 재량이 가장 달리니까 자꾸 이런 상황이 생기는 거 아니겠어?”

하지만 오늘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양육자들이 한자리에 소집되었는데, 지금까지 조용히 상황을 관망하기만 하던 유지니아가 올리비아의 화를 부추겼다.

“야, 너 지금 죽여 달라고 개소리 지껄이는 거야?”

오…. 진짜 화났나 보다.

화날 때마다 언성을 높였던 올리비아가 오히려 목소리를 착 낮추니 다른 때보다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

“지난번에부터 자꾸 거슬리게 구는데, 그러다가 너야말로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어.”

“원래 겁먹은 개가 사납게 짖는다고 그러던데.”

“이 미친년이…!”

아이고, 이러다가 또 지난번처럼 몸싸움이라도 벌이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외로 올리비아가 바로 유지니아에게 튀어 나가지 않았다. 물론 눈빛만으로는 당장 유지니아를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은 듯했으나, 올리비아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오히려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 그런데 너 생각할수록 수상한 거 알아? 이 저택에서 나한테 이렇게 사사건건 시비 거는 건 3호실, 너밖에 없어. 그래, 신입한테도 그딴 졸렬한 장난질이나 치는 년인데 나랑 우리 쥬쥬한테 더 심한 짓이라고 못 할 리 없잖아?”

올리비아가 지난 시체 꽃 사건을 입에 올린 순간 이번에는 유지니아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저기요? 지금 두 명 다 깨어났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일촉즉발의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가 깨졌다.

언제 방으로 들어왔는지 모를 콘라드가 양육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문을 두드린 손을 내렸다.

올리비아는 유지니아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하지만 일단 지금은 다른 문제가 더 시급하다고 느꼈는지, 곧 콘라드에게 고개를 돌렸다.

“둘 다 깨어났다고요?”

“네. 손 날아간 사람은 지금 대화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턱 나간 사람은… 아직 말하는 게 좀 어렵긴 한 상태고요.”

귀찮은 듯한 목소리로 대꾸한 콘라드가 가늘게 뜬 눈으로 힐끗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혀를 날름 내밀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입 안에 있던 초소형 폭탄을 빼는 과정에서 턱이 으스러졌으니 말하는 게 어렵긴 할 것이다.

올리비아는 곧바로 샤벨과 마벨을 족치러 달려 갔다. 다른 양육자들도 그 뒤를 따랐다.

“린 씨, 여기 다쳤네요?”

그때 옆에서 걷던 체스휘가 내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그의 찌푸려진 시선을 따라 나도 눈을 내렸다.

경황이 없어 나도 미처 눈치채지 못했는데, 정말 체스휘의 말처럼 팔 부분의 옷이 찢겨 있었다. 그 사이로 드러난 살갗에 붉은 자국이 생긴 게 보였다. 폭발 때문에 유리가 깨질 때 나도 다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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