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휘 씨?”
“호기심이 많은 건 귀엽지만 지금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네요.”
체스휘가 한숨을 쉬는 건지, 웃는 건지 모호한 목소리로 속삭인 뒤 나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체스휘가 나를 벽으로 밀친 뒤 손을 움직이자 다음 순간 몸이 빙글 돌아갔다. 눈을 한번 감았다 뜰 정도의 짧은 시간이 지난 뒤, 우리는 암흑 속에 들어가 있었다.
뭐야, 체스휘도 여기를 알고 있었네?
레드포드 저택은 오래된 고성답게 여기저기 비밀 공간과 비밀 통로들이 숨겨져 있었다. 그래서 나도 처음부터 여기에 숨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체스휘가 먼저 이 안으로 들어올 줄은 몰랐다.
벽 뒤쪽에서 총괄 집사와 고용인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갔나 봐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조금 이따가 나가죠.”
안쪽의 공간이 넉넉하지 못해서 별수 없이 체스휘와 거의 끌어안다시피 몸을 바짝 붙이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그가 말할 때마다 내 머리 위로 얕은 숨결이 날아와 닿았다.
으음…? 그런데 밀폐된 곳에서 이렇게 체스휘와 밀착하고 있으니 왠지 좀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괜히 어색해져서 몸을 꼼지락거리자 그게 불편했는지 체스휘가 나를 더 꽉 붙잡았다. 그러는 바람에 몸이 더 바짝 붙었다.
나는 공연히 크흠, 작게 헛기침을 한 뒤 말을 돌릴 겸 체스휘에게 궁금한 걸 물었다.
“저 사람들이 죽은 사람들을 지하실로 옮기던데, 왜 그런 거예요?”
“그냥 방에 두기는 그렇잖아요. 한동안 외부와 통하지 못할 텐데 낮에는 제법 더우니 며칠 사이에 부패할 수도 있고. 그래도 지하실은 온도가 낮으니까요.”
순간 멈칫했다. 체스휘의 말이 꽤 그럴듯해서 ‘그런가?’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기엔 아까 본 총괄 집사의 눈빛이 너무 기이했다. 게다가 진짜 그것뿐이면 우리가 왜 여기 숨어 있는 건데?
나는 체스휘를 의혹 어린 눈으로 올려다봤다.
벽 뒤쪽은 아주 깜깜했고, 미세한 틈으로 새어 든 빛만이 체스휘의 윤곽을 희미하게 반짝이게 만들었다. 어둠 속에서 나를 조용히 내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문득 아까 방에서 체스휘와 둘이 있을 때 한순간 떠올랐던 낯선 인물 정보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 당시에는 의미 모를 시스템 오류라고만 생각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시 한번 인물 정보를 확인해 봤다.
<체스휘(24세)>
- 제41세계 출신(루녹스 예비 양육자 육성 기관 소속)
- 레드포드 저택 2호실 미뉴엘의 양육자
- 성격: 다정함, 신중함, 희생적, 사려 깊음, 온화함
- 별명: 순정남
- 현재 상태: 걱정, 우려
- 호감도: ?/?(비활성화)(시스템 로딩 70% 이상부터 열람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