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시선이 세라와 체스휘에게 집중되었다.
“어머나, 죄송해라. 손목에 힘이 빠져서 그만 실수했네요.”
전혀 실수인 것 같지 않은 얼굴로 세라가 변명했다.
다행히 뜨거운 티포트 안의 차를 쏟은 건 아니었지만, 체스휘의 팔과 어깨는 온통 축축하게 젖어 버렸다.
이건 혹시 조금 전 체스휘의 철벽에 대한 복수인가?
“빨리 옷을 갈아입으셔야겠어요. 너무 죄송해서 제가 환복을 도와드리고 싶은데, 잠깐 일어나서 같이 저쪽으로 가시죠. 다른 고용인에게는 빨리 새 옷을 가져오라고 할게요.”
아니다, 수작이구나…!
알고 보니 예쁜 메이드 언니는 웬만한 철벽으로는 쉽게 밀려나지 않는 불굴의 여인이었다.
와, 대단하다. 이 정도면 끈기를 인정해 줘야 할 것 같은데.
“괜찮아요. 이 정도는 그냥 두면 마르겠죠.”
하지만 체스휘 역시 불굴의 철벽남이었다.
그는 빙긋 웃는 얼굴로 예쁜 메이드 언니의 사심 있는 권유를 바로 반사시켜 버렸다.
대수롭지 않다는 양 젖은 팔을 툭툭 쳐서 물기를 털어 내는 모습은 배려심 있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조금 전에 철벽을 치던 장면을 봐서 그런지 사소한 여지도 주지 않는 행동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쯤 되자 오히려 오기가 생기는지, 메이드 세라가 미소를 띤 입술을 꿈틀거렸다.
“불편하실 텐데 뭐 하러요?”
“이 정도면 얼마 젖지도 않았으니까요.”
세라가 굳이 따져 묻는데도, 체스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냥 물이기도 하고….”
촤악!
“이런, 실수로 차도 쏟았네요.”
“…….”
체스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세라는 그에게 찻물까지 부어 버렸다.
대놓고 테이블에 있는 찻잔을 들어 팔에 끼얹어 버렸으니, 당연히 저걸 진짜 실수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뒤 세라는 체스휘를 도발적인 눈빛으로 응시했다.
“어머머.”
올리비아가 팝콘이라도 뜯고 싶은 듯한 눈으로 체스휘와 세라의 모습을 번갈아 쳐다봤다. 나도 예쁜 메이드 언니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라서 살짝 당황했다.
세라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체스휘에게 유혹적으로 손을 뻗기까지 했다.
“그런데 체스휘 님. 여기, 어깨에 뭐가 묻은 것 같아요. 옷을 벗어 주시면 제가 깨끗이 세탁해 드릴….”
바로 그 순간, 체스휘가 그의 어깨에 막 닿으려 하던 메이드 세라의 손을 탁 잡아챘다.
“세라 씨.”
귀에 휘감긴 나지막한 음성은 평소처럼 부드럽고 온화했다. 체스휘가 내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어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 그의 얼굴에도 조금 전과 비슷한 은은한 미소가 걸려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난번에는 기회가 없어서 말하지 못했는데, 전 누가 허락도 없이 이렇게 마음대로 건드리는 거 싫어해요.”
하지만 이어진 체스휘의 말은 단호했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 주변의 체감 온도가 5도쯤은 낮아진 것 같은 기묘한 착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한 건 나뿐만이 아닌지, 메이드 세라도 체스휘에게 손을 뻗던 자세 그대로 굳었다.
하지만 한순간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던 분위기는, 체스휘가 무해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완전히 사그라졌다.
“아무래도 옷을 갈아입긴 해야겠네요. 잠깐 방에 다녀올게요.”
“화병에 있는 꽃 하나 가져가요, 2호실.”
이 모든 상황에 관심이 없는 듯이 조용히 차만 마시고 있던 마리엔이 말했다.
“금방 다녀올 거니까 괜찮아요. 아, 혹시 해서 말하는데 옷 갈아입는 데 도움은 필요 없어요.”
메이드 세라를 향해 마지막으로 덧붙인 체스휘가 먼저 방을 나섰다. 굳어 있던 예쁜 메이드 언니도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듯이 양육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저도… 먼저 실례할게요.”
다행히도, 제대로 현타를 맞은 듯한 얼굴을 한 그녀를 굳이 붙잡을 정도로 심성 삐뚤어진 인간은 이 자리에 없었다.
[새로운 인물 프로필이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나는 살짝 비틀거리면서 문을 나서는 세라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의 인물 정보를 확인했다.
<세라(23)>
- 제27세계 소속 메이드
- 제?세계 소속 ?
- 성격: 호승심 강함, 완벽주의적, 고집 있음
- 현재 상태: 짜증, 불쾌, 허탈함
- 호감도: ?/?(비활성화)(시스템 로딩 70% 이상부터 열람 가능)
- 대기 중인 퀘스트: 메이드 세라의 비밀 (완료 시 숨겨진 인물 정보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