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 (35)화 (35/300)

이 레드포드 저택이 정확히 언제 어떻게 지어진 건지, 라파엘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위대한 성인들의 뜻에 따라 처음으로 순수한 아이들을 데려다 이곳에서 양육하기 시작한 건 대략 150년 정도 전의 일이었다.

그들은 세계의 구원이자 빛으로서, 수많은 사람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어느 세계건 이단자는 존재하기 마련이라, 어둠 속의 등불인 아이들을 해치려는 세력 또한 존재했다.

이는 방 안에 들어온 모기가 귀에서 앵앵거리는 것만큼이나 아주 성가시고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예전에는 그런 불순한 종자가 레드포드 저택 안으로까지 기어들어 와 아이를 해친 적도 있었으니.

하여 라파엘이 속한 스텔라에서는 이번에 대대적인 조사를 위해 린을 파견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스텔라의 에이스인 내게 더 적합했던 임무인데, 역시 대주교님은 린에게 지나치게 무르시다.’

그러니 라파엘은 내일 오전까지 밤새 이 저택을 조사해, 린보다 일찍 필요한 정보를 일부라도 얻을 생각이었다.

그런 야심을 품고 손님용 방을 나선 지 20분째.

처음에 방 밖으로 막 나갔을 때는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를 신기한 동물 구경하듯이 힐끔거리며 쳐다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라파엘은 살짝 어둑한 복도에 혼자 서 있었다.

아무래도 고용인들마저 휴식을 취하러 물러갈 시간이 된 모양이었다. 일반 대저택에 비해 고용인들의 휴식 시간이 많이 빠르긴 했지만, 오히려 잘 됐다 싶어 라파엘은 걸음을 서둘렀다.

어떤 장소의 비밀을 파헤치려면 역시 가장 깊게 숨겨진 곳부터 뒤져 봐야 한다는 게 라파엘의 지론이었다.

그런데 그는 얼마 걷지 않아, 복도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복도마다 금 단추들이 영역 표시를 하듯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개중에는 반짝이는 새것도 있었고, 희뿌연 먼지가 앉은 헌 단추도 있었다.

라파엘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 저택의 고용인은 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인가? 이렇게 먼지가 쌓일 때까지 물건을 치우지 않다니.

라파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그것들을 지나쳤다.

문제는 그 후에 생겼다.

이유를 알 수 없게도, 어느 순간부터 몸이 물에 빠진 솜처럼 무거워졌다. 게다가 꼭 차가운 손이 내장을 주무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토악질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기분 나쁘게 가슴이 뛰었다.

결국 저택을 돌아다닌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라파엘은 건물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헉, 허억.”

쏟아지는 빗물이 식은땀에 축축하게 젖어 있던 라파엘의 몸을 완전히 적셨다. 갑자기 차게 식은 몸이 덜덜 떨렸지만, 방금의 그 불쾌하던 느낌에 비하면 차라리 훨씬 나았다.

레드포드 저택에서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한기와 불길한 그림자가 느껴졌다.

하지만 이곳에 사는 인간들은 둘째치고, 린 도체스터도 이곳에 가득 고인 이상한 공기를 느끼지 못하는 눈치였다. 라파엘은 속으로 린을 욕했다.

‘역시 최하층에서 구르던 근본 없는 폐품 인간답게 둔하고, 눈치라곤 약에 쓰려 해도 없는 게지.’

처음에는 왜 자신이 아니라 저런 쓸모없는 여자가 이 레드포드 저택에 양육자로 보내진 것인지 납득할 수가 없었으나, 지금은 어느 정도 상부의 결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곳은 섬세하고 품위 있는 그에게 어울리는 장소가 아니었다.

라파엘은 린의 말간 얼굴을 떠올리며 쯧 혀를 찼다.

지금까지 이미 수십, 수백 번이나 생각한 것이지만 도대체 대주교님은 그런 천것에게 왜 도체스터의 성까지 주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부 다 대주교님의 넘치는 자비이고 은혜이니, 린은 한평생 충성하며 골수까지 바쳐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다 라파엘은 스텔라 기관을 떠나, 오늘 열흘 만에 본 린의 얼굴을 떠올렸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제 앞에서는 언제든 편하게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선배님.”

그의 얼굴에 찜찜한 감정이 어렸다.

‘이번 콘셉트는 정말 이상했지. 원래 그렇게 생글거리면서 선배님, 선배님, 그러는 녀석이 아니었는데.’

원래 본 기관에서도 린 도체스터는 하루아침에 사람이 바뀐 것처럼 맥락 없이 성격이 휙휙 변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달라진 린을 보고 놀라지 않았지만, 그런 식으로 귀엽게 웃는 얼굴은 처음이라 아까는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선배님, 그런 말씀은 대주교님께 너무 실례네요.”

“뭐?”

“그 하급 세계의 쓰레기들을 수집하는 걸 좋아하시는 분께서 들으면 참 기뻐하시겠어요.”

하지만 린에게 비웃음 샀던 기분 나쁜 일까지 떠오르자, 라파엘은 다시 와락 얼굴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시건방진 것. 저런 걸 잠깐이나마 귀엽다고 생각했다니 수치스럽군.’

“이런, 왜 귀하신 손님이 이렇게 혼자 밖에 나와서 비를 맞고 계실까요.”

귓바퀴를 간질이는 듯한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가 비 내리는 저녁 공기 속을 파고든 건 그때였다.

라파엘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우산을 쓴 채 어둠 속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이 두 눈에 비쳤다.

라파엘의 눈썹이 한순간 작게 꿈틀거렸다.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물론 온갖 위험 속에서 아이들을 지켜야 하는 특수 직업인 만큼, 레드포드 저택에 들어온 양육자들 또한 보통 수준의 인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부심 넘치는 스텔라의 일원으로서 라파엘은 살짝 자존심이 상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실까요?”

남자가 손에 든 우산을 살짝 움직이며 물었다.

두꺼운 안경과 약간 헝클어진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얼굴에서 오직 가볍게 미소 띤 입술만이 눈에 선명했다.

라파엘이 명령을 내리자 몸에 박힌 가이드가 기동했다.

[전세계 중앙 정보 시스템에 입력된 정보를 산출합니다.]

[양육자 지원 협회의 등록 코드를 확인했습니다.]

- 성명 체스휘 로반슈타인, 24세

- 제41세계 출신으로, 루녹스 예비 양육자 육성 기관에서 수료

- 레드포드 저택 두 번째 후보 미뉴엘의 양육자

- 예비 양육자 육성 기관에서의 최종 종합 평가: 협동성 96, 성실성 97, 이타성 100, 문제 해결력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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