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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 (32)화 (32/300)

“아구, 우리 도련님 이제 열은 거의 떨어졌네요. 그래도 절대 무리하지 말고 푹 쉬어야 해요. 알겠죠?”

볼 때마다 반쪽이 되어 가는 것 같은 우리 귀염둥이의 얼굴을 애틋하게 쓸면서 말했다. 다이안은 마지막 잎새의 주인공처럼 침대에 누워서 처연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린한테 손님이 찾아왔다면서?”

라파엘에 대한 소식이 벌써 다이안에게까지 도달한 모양이다. 나는 그에게 라파엘에 대해 설명하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다이안의 말이 나보다 더 빨랐다.

“린이 마을에 나갔을 때 사고를 당할 뻔한 사제님을 도와줘서, 사제님이 린에게 보답하려고 저택에 찾아온 거라고 들었는데.”

“그건 어디에서 나온 유언비… 아니, 소식이지요?”

“아니야? 메이드한테 물어봤더니 밖에서 다들 그렇게 말한다던데.”

으으음, 나는 잠깐 대답을 고민하다가 그냥 맞다고 했다.

라파엘이 스텔라 소속으로 이곳에 온 건 그에게도 극비 사항인 듯했기 때문이다. 사라로사가 정체를 물었을 때도 그는 자신이 스텔라의 심문관이라고 솔직히 말하지 않았었다.

그럼 다이안이 말한 건 라파엘이 저택 사람들에게 거짓으로 직접 설명한 내용일까?

‘아무튼 나도 스텔라에 대해 의문이 많긴 한데. 라파엘을 떠보는 게 더 빠를까, 시스템 로딩이 끝나면 정보를 직접 검색해 보는 게 더 빠를까?’

“역시 린은 대단해. 밖에서도 사제님 같은 사람을 다 도와주고. 그런데 나는… 이렇게….”

다이안이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소리가 너무 작아서 뒷말은 거의 듣지 못했다.

“약은 내가 알아서 먹을 테니까 린은 신경 쓰지 말고 나가서 볼일 봐.”

하지만 이불 속에 반쯤 감춰진 시무룩한 얼굴을 보니,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만 했다.

다이안은 그가 비비에게 속아 악마의 화원에서 가지고 나온 씨앗이 문제를 일으킨 날부터 계속 울적해 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내가 가서 혼쭐을 내줄까요?”

“뭐?”

“우리 다이안 도련님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한 사람이요! 내가 가서 엉덩이라도 팡팡 두드려 주고 올게요!”

“앗! 잠깐만, 린…!”

내가 결심한 듯이 일어나는 시늉을 하자 다이안이 허둥지둥 이불을 걷고 일어나 나를 붙잡았다.

사실은 이미 그 씨앗 폭탄 사건이 있고 나서 곧바로 비비의 양육자인 3호실의 유지니아를 찾아갔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 설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난 뒤, 바늘 하나 찔러도 들어가지 않을 듯한 냉철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착한 비비가 그럴 리 없어요. 난 내가 직접 보고 듣고 확인한 것만 믿어요. 그리고 이제 갓 저택에 들어와 고작 얼굴 몇 번 마주친 게 전부인 사람보다는, 내가 오랫동안 양육해 온 아이를 신뢰하는 게 당연하죠. 그러니 두 번 다시 우리 비비를 모함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솔직히 다이안의 문제에 대해서는 나도 진심인 만큼, 저 말을 듣고 좀 빡쳤다. 단발의 인텔리한 이미지로,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던 유지니아가 나를 분탕질 치는 미꾸라지 보듯이 하며 뻔뻔하게 구는 게 열 받기도 했고.

하지만 결국 비비의 양육자는 유지니아였다. 그래서 차라리 기회를 틈타 개인적으로 비비의 엉덩이라도 때려 줄까 싶어서 속으로 혼자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지 마! 가서 뭘 어쩌려는 거야?”

“에구, 걱정 말고 쉬고 있으세요. 다시는 못된 짓 못 하게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아냐, 하지 마! 나 괜찮아. 진짜야.”

그런데 우리 착한 아기 고양이가 나를 말렸다.

“린이 나설 필요 없어. 이건… 어떻게 보면 나한테서 시작된 문제니까 내가 먼저 얘기해 보고 싶어.”

잠깐 우물쭈물거리던 우리 사랑스러운 개복치 고양이의 눈에 이내 결심한 듯한 빛이 떠올랐다.

나는 살짝 불만스럽게 입술을 오므리다가 짐짓 얕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하는 수 없죠. 그럼 일단 빨리 나으셔야겠네요. 자, 약 드세요.”

“응.”

내 큰 그림대로, 풀이 죽어 있던 다이안이 살짝 기운을 차린 듯이 직접 일어나서 약을 챙겨 먹었다. 그 모습을 누나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오구, 우리 연약한 애기가 용기 내서 친구랑 대화해 볼 생각도 하고 너무 대견하구나. 내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알아서 해 주고 싶지만, 보호자로서 그러면 안 되겠지?

하지만 비비가 또 못된 짓을 할까 봐 걱정되니, 혹시 다이안이 진짜 그 깜찍한 부스러기와 단둘이 만나고 싶다고 해도 내가 따라가긴 할 생각이었다.

잠시 후 다이안의 방을 나서기 전에 그의 상태 창을 다시 확인했다.

<다이안(12)>

- 레드포드 저택 7호실 소속

- 성격: 섬세함, 상냥함, 예민함, 고집스러움, 내향적, 감수성 높음

- 현재 상태: 우울

- 속성: 선

- 스탯: (비활성화)(시스템 로딩 85% 이상부터 열람 가능)

- 스트레스 지수: 68/100

- 호감도: ?/?(비활성화)(시스템 로딩 70% 이상부터 열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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