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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 (15)화 (15/300)

“멸시라니…! 네가 세라에 대해 뭘 안다고!”

적어도 너보다는 잘 아는 것 같은데요.

“오늘 밤에 단둘이 보자고 나한테 연락한 거 보면 몰라? 세라가 워낙 도도해서 남들한테는 좀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엄청 다정하고 착하거든!”

아무래도 4호실이 대단한 착각을 하는 것 같아서 비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그 예쁜 메이드 언니가 진짜 편지를 보낸 게 맞는지도 의심스럽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냥 엿 먹어 보라고 그런 것 같은데.

귀신 나온다고 소문이 자자한 별채에 한밤중에 은밀히 불러내는 것부터가 좋은 의도라 보긴 어렵지 않나?

지금도 불이 하나도 켜지지 않은 별채의 복도는 음산하고 어두웠다. 그래도 내가 가져온 등불이 있어서 앞은 그럭저럭 잘 보였다.

사사삭!

“으악!”

물론 날아드는 벌레까지 잘 보일 필요는 없었지만.

4호실이 이번에는 날개 달린 바퀴벌레처럼 팔을 퍼덕이면서 내 뒤에 숨었다.

그러다 그는 내 차게 식은 눈빛을 받고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며 주춤주춤 다시 앞으로 나왔다.

“크흠, 큼! 내가 좀, 벌레에 약해서.”

4호실이 겸연쩍은 듯이 큼큼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그러다가 내 앞에서 계속 체면을 구기는 게 창피했는지, 그가 돌연 성질을 냈다.

“에이씨, 그리고 지금 여기 분위기가 너무 거지 같아서 그래! 자꾸 뭐가 튀어나오는데 안 놀라게 생겼어! 총 든 여자에서부터 벌레까지! 이러다 진짜 귀신이 나와도 안 놀라겠네!”

4호실이 마지막으로 외친 소리를 듣고 이따가 그 말 잊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그보다 보라색 방에는 왜 가는 거야? 거기에서 이상한 소리 들린다고 소문난 거 몰라?”

“하, 계속 시끄럽게 굴 거면 그냥 가요, 아저씨.”

“아니, 아까부터 왜 자꾸 나한테 아저씨래? 너 내 나이가 몇인지 알아?”

“내가 굳이 알아야 하나?”

“내가 억울하니까 알아둬. 난 아직 스물일곱 살밖에 안 됐거든!”

“와, 액면가 진짜 높아 보인다.”

“내 얼굴이 뭘…!”

타다다닥!

복도에서 어린애가 뛰는 듯한 가벼운 발소리가 들린 건 바로 그때였다.

4호실도 그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왁왁거리며 이어지던 그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그, 혹시 애들이… 장난을 치나?”

4호실이 현실 부정하는 소리가 다시 조용해진 복도에 작게 울렸다.

타다다다다다닥!

“으헝.”

점점 커지는 발소리에 4호실이 몸을 움찔거리면서 요상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어차피 이 발소리 귀신은 말 그대로 발소리만 들릴 뿐, 모습을 보이진 않아서 겁낼 필요 없었다.

사실 더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건….

[우리 아이, 어디에 있는지 못 봤어요?]

“헉!”

나왔다, 검은 베일을 쓴 여자.

얼굴과 머리 전체를 가린 베일뿐 아니라 입고 있는 옷도 검은색이라, 어둠 속에 서 있으면 정말 티가 안 났다. 그래서인지 4호실도 소리 없이 불빛 속에 나타난 여자를 보고 이번엔 진짜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이전 회차들의 매뉴얼 북에 있던 저택의 규칙을 떠올렸다.

- 보라색 방이 있는 별채의 복도에서 검은 베일을 쓴 여인이 나타나 질문해도 답변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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