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저택의 도련님을 지키는 방법 (9)화 (9/300)

잠시 후 바람에 날려 간 천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사라로사는 가까이에 있는 오묘한 빛깔의 분홍색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7호실의 양육자 린은 동그랗고 순해 보이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알려진 정보가 없어 나이가 몇 살인지는 몰랐지만 이 얼굴을 보면 양육자들 중에 최연소가 아닐까 싶었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어리고 연약해 보이는 외양이었기 때문에, 린을 처음 본 레드포드 저택의 사람들은 그녀가 양육자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의심과 우려가 뒤섞인 눈빛을 은밀히 드러내 보이곤 했다.

그러나 지금 사라로사의 허리를 단단히 휘감아 받치고 있는 팔은 결코 가볍지 않은 그녀의 무게에도 미동 하나 없었다.

“내가 창문을 너무 활짝 열어 놨나 봐요. 테이블보가 거기로 날아갈지 몰랐네.”

안정적으로 사라로사를 붙들고 있던 린이 그녀를 당겨 제대로 세운 뒤 손을 뗐다.

“가, 감사해요.”

사라로사는 약간 얼떨떨하게 인사했다.

“별말씀을.”

그러자 린은 귀부인처럼 한쪽 잠옷 자락을 들어 올리며 싱긋 웃었다. 그 모습이 우아하고 품위 있기보다는, 꼭 장난스러운 소녀처럼 귀여웠다.

“여기… 세안하실 물을 가져왔어요.”

“고마워요, 사라로사.”

린은 사라로사가 가져온 대야의 물로 고양이 세수를 했다.

사라로사는 멀찍이 떨어져 그 모습을 힐끔거렸다. 조금 전의 일 때문에 놀란 마음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 그런지, 이상하게 뺨이 약간 뜨끈했다.

그래서 그녀는 약간 발긋해진 얼굴로, 세안을 마친 린이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는 모습도 훔쳐봤다.

“뭐 할 말이라도 있어요?”

“앗, 아니요!”

그러다 린이 고개를 들어 왜 아직도 거기에 서 있냐는 듯한 시선을 보냈을 때가 되어서야, 사라로사는 퍼뜩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그녀는 뒤늦게 허둥지둥 대야를 들고 방을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사라로사가 막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에, 린이 그녀를 불렀다.

***

오늘로 <괴물 저택의 도련님들-천사 소년 키우기> 게임에 갇힌 지 사흘째.

오늘도 나는 게으른 운영진의 농간으로 이 오류투성이 게임에서 로그아웃하지 못한 채 레드포드 저택의 방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아, 게임 시스템 창이 먹통이라 불편해.’

메이드 사라로사가 가져다준 세숫물로 세수를 하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원래는 누가 오면 온다, 오늘 일정은 뭐다, 시스템 창이 항시 대기하며 알려 주는데 말이다.

만약 게임 시스템 창이 고장 나지 않았다면 세숫물을 들고 온 사라로사를 보자마자 아래와 같은 퀘스트 창이 떴을지도 모른다.

※레드포드 저택에서 일하는 고용인들의 호감도를 높여 보자!※

비밀 이야기를 할 정도로 친해지면 상냥한 메이드가 히든 퀘스트를 줄 수도 있다.

- 호감도 대상자1. 사라로사: 7호실 양육자의 담당 메이드(21세/여)

- 현재 호감도(?/10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