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24)

 <무언가 있다>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케이지는 학교가 끝나는 대로 매일 테스를 찾아왔다. 

하지만 테스는 케이지와 뒷마당으로 나가는 것을 꺼렸다. 그곳에 가면 케니와 

만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머니의 물리 치료는 계속되었고 그녀는 어머니와 

사사건건 말싸움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금요일, 버트가 오클라호마에서 전화를 걸어 왔다. 

스틸워터, 오클라호마, 위치타, 캔자스를 돌아다니며 연주 활동을 해온 서던 

스모크는 테스가 내슈빌로 돌아가는 바로 그 주에 연주 일정이 끝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간 그 주 화요일 스톡야드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일요일이 되자 메어리는 자기도 교회에 가서 딸이 노래하는 것을 보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1주일 내내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으니 이제는 나갈 

때도 되었다는 것이다.

테스가 차로 휠체어를 나르는데 케니가 자기 집에서 나오며 소리를 질렀다.

"기다려요! 내가 도울게요!"

주일 예배에 갈 옷차림을 한 그는 그녀의 가슴을 단숨에 뛰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늠름했다.

"벌써 나간 줄 알았는데요."

그녀는 휠체어를 덥석 들어 트렁크에 넣는 그에게 말했다.

"난 항상 예배 시간 20분전에 출발해요."

그는 트렁크 문을 닫고 손바닥을 털면서도 그녀의 눈길을 피하며 대신 집을 

쳐다보았다.

"아주머니 물건 중 또 차에 실을 것은 없소?"

"없어요. 엄마가 알아서 하실 거예요."

"그럼 다 됐군. 나중에 봅시다."

그가 휘파람을 불며 차고로 향할 때 뒷문에서 케이지가 팔짝거리며 뛰어나왔다.

"빨리 와라. 이러다가 늦겠어."

그는 딸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케이지는 달음박질을 치면서 맥에게 소리쳐 인사했고, 두 부녀는 먼저 떠났다.

'그래, 얼음처럼 냉정한 남자야. 나를 보면서도 도망치고 싶겠지. 그렇게 

하는 자신이 미우면서도.'

그녀는 생각했다.

20분 후 그녀는 케니의 지휘를 받으며, <영광, 영광, 영광>을 불렀다. 그녀의 

뼈마디를 울리고 나간 목소리는 그가 세웠던 얼음 같은 장벽을 무너뜨렸다. 

두 사람의 눈길은 자주 부딪혔고, 서로 피하기도 전에 강하게 얽혀 들었다. 

누군가와 같이 이런 수준의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은 원하든 원치 않든 

서로를 가깝게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음을 두 사람은 배웠다.

그녀가 <아름다운 주 예수>를 부를 때가 되자 그는 양복 재킷을 벗고 타이를 

풀고 휜 셔츠 소매를 위로 말아 올렸다. 독창곡을 부르는 사이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일어났다.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다.

예배가 끝나자 그녀는 사람들 틈에 끼여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여기저기서 

오늘 그녀가 부른 찬양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또 근처의 다른 교회 신도들까지 

몰려와 교회 창립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모였다고 말들을 했다. 모두가 테스를 

칭찬했다. 조카의 결혼식장에서도 노래를 부를지 물어 오는 이도 있었고 다음 

앨범에 케이지가 화음을 넣는다는 게 사실이냐고 확인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케이지는 테스에게 달라붙어 

다녔다. 심지어 테스의 가족이 모이기로 했던 정문 계단 앞 넓은 장소까지 

테스를 따라왔다.

가족 중에는 바로 전에 예배를 드렸으면 서도 이번에 다시 온 사람도 있었고, 

테스는 이러한 가족의 성원이 고마웠다. 여자 조카, 남자 조카, 형부와 언니 

할 것 없이 모두 자랑스러운 눈동자를 빛내며 그녀를 꼭 껴안아 주었다. 주디만이 

예외였다. 유명 인사를 피붙이로 가진 데 저절로 따르는 영광을 기꺼이 즐길 

수 있음에도 그녀는 이렇다 저렇다 한 마디 말도 꺼내지 않았다. 주디는 가족들 

언저리에서 서성거리기만 했다.

기딩스 목사가 다가와 테스의 손을 덥석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눈이 

감길 정도로 크게 웃음을 지었다.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영광! 당신이 이 모든 사람들을 모이게 했으니까요."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가까이 다가왔다.

"제 추측이 틀리지 않다면 오늘 오전 예배 시간에 텅텅 빈 교회가 많을 것 

같습니다."

그는 다시 한 번 그녀의 손을 꼭 쥐고 나서야 악수를 풀고 그녀의 뒤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 소리쳤다.

"아주 멋있었어요, 케니. 특히. 음악 선곡이 좋더군요."

그녀는 케니가 뒤에 있는 줄 몰랐다. 뒤를 돌아보자 기딩스 목사가 케니의 

어깨를 두들기며 악수를 했다. 목사는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작고도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집사님들이 헌금 상자가 넘친다고 전해 주시더군요.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겁니다. 두 분께 다시 고마워요."

친숙한 얼굴의 바다에 둘러싸인 가운데 케니와 테스는 오직 서로에게만 정신을 

빼앗겼다. 밝은 태양 아래 그들은 서로의 눈동자 속에 드리워진 그림자까지 

들여다볼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그녀의 호박색 눈동자에 검은 그림자가, 그의 

갈색 눈동자에 초록빛 원이 담겼다.

그는 재킷을 다시 걸쳤지만 타이는 느슨하게 매었고 칼라 단추도 잠그지 

않았다. 그녀의 벽돌색 실크 블라우스와 치마가 미풍에 살랑거렸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의 양복바지에 손이 닿을 때도 있었다. 그녀는 가느다란 줄에 작은 

장미 형상이 달린 금목걸이를 했고 귀에는 그보다 더 작은 장미 귀고리를 했다. 

그가 보석 종류를 더 좋아하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집어넣기에도 너무 작은 손 지갑을 들었다. 그녀가 지갑을 올려 햇빛을 가리려 

하자 그가 앞으로 나와 햇빛을 가려 주었다. 오늘은 그가 페이스로부터 떨어진 

날, 그가 하고 싶은 대로하는 날이었다.

"성가대 지휘를 맡은 이후로 가장 좋은 주일 예배였소."

그가 테스에게 말했다.

"왜요?"

"당신 덕분에."

그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의 마음도 훨씬 

누그러졌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여기가."

그녀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알아요."

"당신도 느꼈어요?"

"그래요. 나도 뭔가 찡한 기분이었지."

그는 고백했다.

"어렸을 때 느꼈던 그런 감정과 비슷했어요. 음악, 가족, 그리고 친숙한 

교회‥‥‥. 모르겠어요."

"당신이 왜 그런 느낌이었는지 어느 때보다도 잘 이해하오."

"우리가 오솔길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당신은 오늘 같은 기분을 느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아, 그때."

"그때 당신이 내게 화를 내는 줄 알았어요."

"그랬다면 미안해요. 난 가끔 퉁명스러울 때가 있지요."

"다시는 그러지 말아요, 알았죠? 그때처럼 냉랭하게 대하지 말라구요."

"미안해요. 난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소. 왜냐하면……, 그게……."

그는 재빨리 말을 맺었다.

"페이스를 생각했으니까."

"앞으로는 오솔길에서 만나면 서로에게 상처 주지 말고 기분 좋게 인사해요, 

네?"

"그래요. 다시는 그런 일없을 거요."

그는 아무런 예고 없이, 둘만이 있는 자리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했다. 

재빨리 그녀를 껴안고 관자놀이에 입을 맞춘 것이다.

"미안해요."

그는 나직이 말했다. 그의 몸이 부딪쳐 오는 그 짧은 순간에 그녀는 백단향 

향기와 자기 귀에 닿는 입술에서 육감적인 기분을 느꼈다.

"오늘 노래 불러 줘서 고마워요.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테스."

그는 안을 때만큼 잽싸게 그녀를 풀어 주었다. 케이지가 다가와 두 사람에게 

팔짱을 끼었다.

"있잖아요, 테스. 오늘 낮에 말 타고 싶지 않으세요? 말 타기 아주 좋은 

날씬데."

소녀의 팔에 붙잡혀 세 사람은 삼각형으로 서 있었다. 테스는 당황한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곤란해. 엄마를 혼자 계시게 할 수 없어."

"설마 할머니를 돌볼 사람이 없을라구요. 겨우 몇 시간 동안인데? 테스도 

인제 좀 쉬셔야 해요."

테스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케이지는 내빼듯 달아나더니 맨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치근거렸다. 르니였다.

"르니 아줌마, 테스가 저하고 말을 탈 수 있도록 오늘 낮에 할머니 댁에 

계실 수 있죠?"

"물론. 말 타러 몇 시에 갈 건데?"

르니가 대답했다.

사람들과 떨어져서 테스는 케니에게 물었다.

"당신도 가나요?"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침을 삼켰다.

"아니, 가지 않는 게 좋겠소."

테스는 실망했지만 케이지가 돌아왔기 때문에 일부러 당당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몇 시에 떠날까?"

"아무 때나 좋으실 때요."

"그럼 1시가 어때? 그리고 4시 무렵에는 마을에 돌아와야 하는데."

이만하면 약속은 정해진 것이다.

그들은 케이지의 픽업 트럭을 타고 가기로 했다. 뒷바퀴가 떡 벌어진 불독 

어깨처럼 밖으로 튀어나을 정도로 낡은 차였다. 차가 한번 튕 길 때마다 연결 

부위에서 뽀얀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래도 라디오는 나왔다. 두 여자는 컨트리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덱스터 히키의 목장으로 달렸다.

대낮에 보는 목장은 밤에 보았을 때와 사뭇 달랐다. 하얀 울타리는 칠을 

새로 해야 할 것 같았고 풀도 무성했지만, 가슴을 뚫는 듯 시원한 시골 풍경이 

펼쳐졌다. 키가 고르지 않은 풀밭으로 이어진 목장 군데군데에서 사과나무가 

자랐으며 그 나무 아래 말들이 있었다. 푸릇푸릇한 풀 위로 노란 야생 애기미나리아재비가 

무리를 지어 꽃을 피웠다. 언덕에 둘러싸인 서쪽, 북쪽, 동쪽에는 작은 숲이 

있었다. 말발굽에 짓밟혀 붉은 흙 길 하나가 숲 쪽으로나 있었는데, 꼭 지도에 

나오는 산간 고속도로처럼 보였다.

축사 안은 깨끗하고 마구실도 정돈이 잘되었다. 덱스터는 테스를 위해 선플라워라는 

이름의 암말을 준비해 두었다. 그는 말을 타고 난 다음에 다시 마구간으로 

데려오라는 지시를 했다.

케이지가 물었다.

"말안장 얹을 줄 아시죠?"

"시간이 걸리겠지."

"문제없어요. 제가 해드릴게요."

선플라워와 로우디 등에 안장을 얹은 다음 말 등에 올라탄 두 여자는 먼저 

말에게 헛간 주변의 콘크리트 바닥을 천천히 걷게 한 다음 흙이 있는 바깥으로 

몰고 나갔다.

햇빛을 받자 말의 갈기가 번들거렸고 땀을 내면서 말 냄새를 풍겼다. 케이지는 

울타리와 말발굽으로 다져진 오솔길을 지나 찰랑거리는 잎사귀가 손짓하는 

숲 쪽으로 앞장섰다.

그녀는 안장 위에서 몸을 돌리고 물었다.

"어때요?"

"내일 몸살이 날 것 같아. 말 타는 건 아무래도 익숙지 않으니까."

"그래서 처음에는 천천히 걸었잖아요."

"잘했어."

케이지는 승마에 타고난 재능을 보였다. 낡은 청바지에 다 해어진 카우보이 

부츠, 빛 바랜 평직 셔츠와 먼지가 낀 카우보이 모자, 복장도 그럴싸하게 입어 

선지 초병을 연상시킬 정도로 말을 잘 탔다. 소녀는 한 손을 허벅지에 대고서도 

막대기처럼 꼿꼿하게 앉았다.

그와 반대로 테스는 옷차림이나 말 타는 자세 모두 한눈에 보아도 풋내기임을 

알 수 있었다. 청바지에 칼라가 없이 축 늘어진 셔츠, 반들반들 윤이 나는 

새 구두, 야구 모자에다가 얼굴을 거의 가리는 선글라스를 끼었다. 아무래도 

말타기를 잘못 선택한 것처럼 불안한 자세였다.

흐트러진 애기미나리아재비 덤불에 가까워지자 케이지는 뒤에다 대고 소리를 

질렀다.

"저, 테스, 오늘 밤 데이트 있어요."

"잘됐구나. 상대는 특별한 사람이야?"

"아니오. 그냥 작년에 우연히 만난 아인데, 혹시 포플러 블러프에 가서 영화를 

보겠느냐고 전화를 했더라구요. 당신하고 노래를 같이하게 된 뒤부터 갑자기 

너무 많은 것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작년까지만 해도 날 무시했던 아이인 

걸 생각하면 괘씸해서 거절하려 했는데, 빌어먹을, 생각을 바꿨어요. 데이트는 

데이트니까."

"나도 고등학교 다닐 때 남자애들하고 지낸 적이 별로 없었어."

"저의 아버지하고 어울려 다니지 않으셨던 것 잘 알아요." 테스가 아무 대꾸 

없자 케이지는 턱을 내리고 모자 테두리 밑으로 장난스럽게 슬쩍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잠깐 속력을 내 볼까요?"

"그러자."

케이지는 로우디의 등 짝을 발로 찼다. 선플라워도 같은 속도로 맞추어 뛰었다. 

60여 미터를 이렇게 달려 숲으로 이어지는 언덕가장자리에 닿자 그들은 속도를 

다시 늦추었다. 먼저 달려간 케이지는 고삐를 늦추고 가만히 서서 고개를 든 

채 테스가 다가올 때를 기다렸다.

"탈 만해요?"

소녀는 물었다. 그녀는 테스가 경험이 없는 사람치고는 잘 탄다고 생각했다.

"자꾸 타면 실력이 늘겠지."

말들이 머리를 흔들자 장식이 마구 덜렁거렸다.

"그럼 잠깐 말들을 쉬게 하죠."

케이지는 로우디의 등 짝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조용히 멀리 있는 나무들을 

쳐다보았다. 잠시 후 다리 하나를 말안장 끄트머리에 얹고 두 손으로 말의 

엉덩이를 껴안은 채 머리 위에 얹힌 신록의 지붕을 살폈다. 양 버들 줄기가 

부스럭거리고 가까이 에서는 소나무 향기가 났다. 말들은 고개를 숙인 채 풀을 

짓밟았다.

케이지는 우울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아빠하고 무슨 일 있으셨어요?"

테스는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다.

"아무 일 없어."

"요전날 밤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하고 오늘 아침 교회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데. 분명히 무슨 일이 있어요."

"아니야, 아무 일 없어."

"아빠가 무어라 속삭이자 얼굴을 붉히셨잖아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설마 읍내 사람 절반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우리가 무슨 수작을 했다고 생각해? 그건 현명한 방법이 아니잖아."

"그럼 그 다음에 있었던 일은 요? 아빠가 당신을 안으셨잖아요."

"오늘 노래를 불러 줘서 고맙게 생각했던 게지."

"아, 그게 전부란 말이죠."

케이지는 빈정거렸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듯 천연덕스럽게 

다시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화제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래요, 아빠는 좋은 남자예요. 당신도 대강 아실 거예요." 케이지는 말 

목에 걸쳤던 다리를 내리고 고삐를 고쳐 잡았다. 테스가 말했다.

"케니에겐 페이스가 있고 나도 2주일 후면 내슈빌로 돌아가."

"그렇다고 해서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죠. 만약 두 분 사이에 일이 

있다면, 제 문제는 전혀 걱정할 게 없다고 미리 알려드리고 싶어요. 아빠하고 

당신이 진짜 근사한 연애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또 당신이 아빠에게 

한두 번 그런 언질을 보인 것도 눈치 켰어요."

"케이지!"

"그리고 페이스는 신경 쓰실 것 없어요. 페이스에게 키스하는 맛이란 혼수 

상태에서 아무한테나 키스하는 거나 같을 테니까요."

"네가 페이스를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 아빠도 아시니?"

"빌어먹을, 알긴 뭘 알겠어요. 해묵은 가면이나 계속 쓸 텐데."

테스는 혼을 내주고 싶은 마음보다도 웃음이 먼저 터져 나왔다.

케이지는 숲 속 깊숙이 말을 몰았다

"어머, 어머 저기 누가 오네."

테스가 말 안장 위에서 고개를 돌리자 말을 탄 케니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적갈색 종마를 속보로 달리며 장갑을 긴 한 손에 고삐를 쥐고 밀짚모자를 눈 

바로 위까지 눌러 썼다. 나무 그늘 밑에 있는 두 여자를 본 그는 적갈색 말의 

속도를 늦추었다. 아직은 먼 거리여서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두 사람에게 

다가오는 그의 태도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를 입은 

그는 능숙하게 말을 몰았다. 바람을 안은 흰 티셔츠 자락에 그의 가슴과 갈비뼈가 

드러났다.

그는 두 여자 앞에 가까워지자 고삐를 단단히 잠아 말을 세웠다.

"마음을 바꿨소.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할 것 같아서."

그는 딸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모자 테두리 밑의 눈동자는 테스를 눈여겨보았다.

케이지는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 테스한테……."

"케이지!"

테스는 입조심 하라는 눈치를 주었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소녀는 말을 오솔길 쪽으로 돌렸다.

"오신 걸 환영해요, 아빠. 테스가 익숙지 않다고 해서 말을 가볍게 걷게만 

했어요."

세 사람은 대화를 아끼고 대신 자연과 아름다운 봄날을 감상하며 1시간 반정도 

더 말을 탔다. 케이지와 케니는 테스를 중간에 따라오게 했고, 말들은 기가 

막히게 주인의 명령을 잘 따랐다. 거의 4시가 다 되어 축사를 향해 발길을 

돌릴 때 남서쪽 하늘에서 천둥이 치면서 바람이 서늘해졌다.

"비가 오려나 본데."

케니가 말했다.

"텃밭에는 좋겠군요."

그녀가 대꾸했다. 2주일 전만 해도 이런 대답을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케이지는 어깨 너머로 두 사람을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늙은 농부들처럼 

날씨 타령을 하는 척하는군. 날 바보로 아나 보지.

그들은 각자 자기가 탔던 말에서 내렸다. 케니는 테스가 안장을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녀는 케니가 안장을 마구간 안으로 들고 가 X자 형의 톱질 모탕 

위에 던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걸을 때뿐 아니라 안장을 내리려 상체를 비틀 

때 보이는 그의 어깨는 단단했다. 아래로 갈수록 순무처럼 가늘어지는 등을 

따라가면 바지 허리 속에 끼워 넣은 티셔츠 자락이 있다. 그녀의 눈길은 옷자락이 

사라지는 이 데님 바지 허리 부분에서 한참 머물렀다.

그는 몸을 돌렸고, 그녀가 어디에 눈을 두었는지를 알았다. 그녀는 두 마구간 

사이 복도에 서 있는 선플라워를 돌보러 가는 척했다.

케니가 그녀를 따라오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물었다.

"마을까지 같이 돌아가겠소, 테스?"

테스는 먼저 케이지를 보고 다음에 그를 보았다.

"오, 아니오, 난……

"그러세요."

케이지가 끼여들었다.

"아빠 차를 타고 가세요. 어차피 전 중간에 주유소에 들러서 기름을 넣어야 

하니까. 또 오늘은 제가 아주 바쁜 날이잖아요. 사실 로우디에게 빗질해 줄 

시간도 없어요. 빨리 집에 가서 데이트준비를 해야 하니까."

케이지는 로우디를 마구간에 집어넣은 다음 한 손을 들면서 그들 앞으로 

나타났다.

"그럼 두 분 재미있게 보내세요. 아빠 내일 아침에 뵈요. 포플러 블러프에 

가서 영화를 보면 아무래도 밤 11시 전에는 집에 돌아오지 못할 거예요."

"알았다, 조심해라."

잠시 후 케이지의 픽업 트럭이 멀리 사라지는 소리가 들려 왔다. 케니와 

테스는 서로를 의식하면서 말없이 말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가 먼저 솔을 내려놓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만하면 됐어요. 말은 내가 끌고 나가지요."

그는 먼저 선플라워를 문 쪽으로 끌고 간 다음 자기가 탔던 말도 끌고 갔다. 

그런 다음 솔과 마구들을 마구실에 갖다 두고는 문가에 서서 장갑을 벗었다.

"손을 씻고 싶으면 저쪽에 세면대가 있소."

"아…… 고마워요."

그들은 검은 고무 세면대에 나란히 서서 석유 냄새가나는 커다란 노란색 

비누를 손에 묻혔다. 그는 수술을 앞둔 의사처럼 팔뚝까지 비누를 칠했다. 

그녀는 넓적하게 큰 그의 손바닥과 털이 많이 난 팔뚝을 쳐다보았다. 그는 

정성껏 비누를 칠하면서 주근깨가 있는 그녀의 작은 손과 손질된 손톱을 보았다. 

그녀는 손을 헹굴 때 고급 시계에 물이 닿지 않도록 하면서 손톱을 살펴보고 

다시 물로 헹구었다.

그는 벽에 걸린 쇠고리에서 파란 수건을 낚아챘고 두 사람은 각자 끄트머리로 

손을 닦았다. 손을 닦으면서 우연히 눈이 마주치자, 두 사람은 재빨리 시선을 

떨구었다. 물기를 다 닦아 내자 그는 고리에 수건을 던지고는 장갑을 주워 

들었다.

"갑시다."

그의 자동차는 더러운 픽업 트럭과는 대조적으로 깨끗했다. 피는 특별히 

서두르지 않았다. 바람이 들어오도록 차창을 내렸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길가의 소나무 가지가 등을 굽히기 시작했다. 테스는 선글라스를 벗어 티셔츠 

목 부분에 걸어 두었다.

그는 그녀를 한 번 돌아보더니 다시 자갈이 깔린 도로에 눈을 두었다.

"배고파요?"

그가 물었다.

"아주 많이요."

"윈터그린 촌놈이 사 주는 저녁 들어보겠소?"

"이런 차림으로요?"

그는 그녀에게 씨익 웃어 보였다.

"그 옷차림에 딱 맞는 식당을 알아요."

그는 그녀를 '소닉 드라이브인'으로 데려갔다. 그는 왼편에는 늙은 부부가 

루트비어 생맥주를 마시고 오른편에는 빈칸이 15개 남아 있는 중간 지점의 

길다란 금속 차일 밑에 차를 세웠다. 운전석 옆쪽으로 메뉴와 스피커가 있었다. 

그는 창턱에 팔을 기대고 아랫입술을 문지르면서 메뉴를 읽었다.

"뭘로 하고 싶소?"

"메뉴가 안 보여요."

그녀는 안전띠를 풀고 한 손은 핸들 위에 다른 손은 그의 목뒤 좌석 언저리에 

얹고 몸을 기울였다. 그녀가 머리를 숙이고 메뉴를 살피는 동안 그도 열심히 

메뉴를 읽었다. 두 사람의 머리는 손 하나가 겨우 들어갈 만큼 가까웠다.

그녀가 말했다.

"가솔린 냄새 나는 게 당신이에요, 아니면 나예요?"

그는 껄껄 웃으며 그녀에게 머리를 돌렸다 두 사람의 머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가솔린 냄새와 말 냄새, 아주 잘 어울리는군. 그렇지 않소?"

그녀는 입술을 새초롬하게 내밀었다.

"아주 잘 어울리네요."

"뭘 들겠소?"

"햄버거요."

"좋아요. 그럼 괜한 소문에 시달리고 싶지 않으면 저쪽으로 떨어져 앉아요."

그녀는 다시 자기 자리에 똑바로 앉아 어깻죽지를 문에 기대고 다리를 좌석에 

꼭 붙였다. 그는 주문 단추를 누른 다음 먹을 것을 말했다.

주문을 한 그는 운전석 문에 등을 기대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낮은 모자 

챙 때문에 그의 눈썹은 보이지 않았다. 남서쪽에서 다시 천둥이 으르렁거렸지만 

그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10대로 돌아간 듯한 환상 속에 

빠져들었다. 자동차, 드라이브인 식당, 장난기가 가득한 몸짓. 그들은 자신들 

스스로 만들어 낸 이런 분위기에 기꺼이 희생자가 되고 싶었다. 물론 현명한 

처사가 아닌 줄 알았지만 짧은 일요일 오후에 현명함 따위는 바람에 날려보내고 

싶었다.

결국 테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늘 케이지가 당신과 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가 하고 물었어요."

"그래서 뭐라고 했소?"

"사실 대로요, 아무 일도 없다고."

그녀는 청바지에 묻은 말 털을 집어 바깥에다 날려 버렸다.

"그랬더니 케이지는 우리가 무슨 일을 시작해도 자기는 괜찮다고 말하더군요."

"그렇게 말했소?"

테스는 자신 없는 태도로 어깨를 으쓱했다.

"케이지가 어떤 앤지 잘 알잖아요."

"그래요, 잘 알지."

그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물론, 좋은 생각이 아니란 걸 우리 둘 다 알아요."

테스가 말했다.

"물론이오."

"무엇보다도 페이스가 있으니까요."

"그래, 물론, 페이스가 있어요."

"또 2주일만 지나면 난 내슈빌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그래요, 당신이 속한 곳으로."

그가 덧붙였다.

"그래요, 내가 속한 곳으로."

"그리고 난 소도시에 사는 회계사일 뿐이고……."

그는 주위를 돌아보는 시늉을 했다.

"일요일에도 소닉 드라이브인 같은 데서 싸구려 햄버거나 사주는 평범한 

사람이지."

그들은 당장 키스를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때 드라이브인 

식당에서 음식을 담은 쟁반이 나와서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라도 재난에 빠지는 

것을 구해 주었다.

"창문 좀 열어 주시겠어요?"

여점원의 말에 그는 창문을 내렸다. 여점원은 쟁반을 내밀며 말했다.

"10달러 77센트입니다."

그는 몸을 비틀며 앞 주머니에서는 동전을 뒷 주머니에서는 지폐를 꺼냈다. 

그가 뒷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기 위해 티셔츠 속에 감춘 배를 평평하게 펴는 

것을 테스는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한 가지 알려 줄게요."

그가 쟁반을 넘겨받을 때 그녀가 말했다.

"오늘 2년만에 처음 데이트하는 거예요. 아니 2년도 더 되었어요."

그는 그녀에게 햄버거가 담긴 빨간 플라스틱 바구니를 내밀었다.

"내슈빌의 가수가 뭐 그래."

"난 데이트를 말한 거예요. 남자하고 밖으로 나가서 남자가 사주는 저녁도 

먹고 또 집까지 바래다주는 그런 데이트요. 다시는 그런 데이트를 하지 못할 

줄 알았죠."

"왜, 돈이 너무 많아서? 너무 유명해서?"

"두 가지 다 이유가 되죠.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모르니까요."

오른쪽에 번쩍번쩍하는 새 픽업 트럭이 10대 3명을 태우고 다가왔다. 크롬 

롤바에 감청색 지붕이 달린 자동차 안에서는 마치 제2차 세계 대전의 태평양 

전투장처럼 음악 소리가 쿵쾅거렸다. 케니는 음악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소?"

"아니오. 그냥 당신은 어쩌다 한 번 만난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아, 그건 괜히 비위 맞추자고 하는 소리지."

"무슨 뜻인지 잘 알 거예요."

"떼거리들한테 치이지 않아서 다행이군."

"내슈빌에서는 저런 애들을 세균이라고 불러요."

그녀는 '세' 자에 힘을 주어 발음했다.

"세균?"

"세균이나 떼거리들이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정말이에요, 당신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햄버거는 질고 구수했다. 그들은 감자 튀김을 토마토 케첩에 찍어 먹고 오이 

피클을 와자작 씹었다. 그녀는 먹다 남은 햄버거를 옆으로 치웠다.

"벌써 다 먹었소?"

"네. 이거 줄까요?"

그는 그녀가 먹다 남긴 버거를 받아 먹어치웠다. 그녀는 종이냅킨으로 입술을 

깨끗이 닦으면서 파란색 픽업 트럭을 쳐다보았다.

"아아. 날 본 것 같아요."

그녀가 말했다.

트럭에 탄 청소년들이 그녀를 보고 좋아라 웃음을 지었다.

"다 먹었죠?"

케니는 나머지 햄버거 조각을 입 속에 구겨 넣었다.

"빨리 가요."

그녀가 말했다.

그가 경적을 울리자 점원이 쟁반을 받으러 나왔다.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그들은 차창을 닫았다. 그는 와이퍼를 작동하고 중심가로 

좌회전을 했다. 그들은 시속 15마일로 천천히 차를 몰았다. 누구도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다. 중심가에는 교통 신호등이 하나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빨간 불이었다. 같이 있는 시간을 더 벌 수 있다는 신호였다.

그들은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빗줄기를 바라보았다. 차창 위로과일 주스 

같은 붉은 신호등 불빛이 반사되어 흘렀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자동차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커지면서 오늘 오후 내내 그들 몸에 숨어 

있던 육체적인 충동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녀는 케니를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신호등이 녹색으로 변했고 자동차는 앞으로 나갔다.

테스가 말했다.

"페이스는 당신이 나와 같이 있는 줄 알 거예요."

"내내 페이스 말을 꺼내는 게 마음에 안 들어요."

"미안해요."

그녀는 얌전하게 말하고는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도 오늘아침 교회에 

가기 전 오솔길에서 보았을 때 그랬듯이 스핑크스처럼 입을 닫았다.

그들은 마을 광장을 지나 플라타너스가 늘어선 북쪽으로 달렸다. 비가 더 

심하게 쏟아졌고 그는 와이퍼의 동작을 빠르게 했다. 집이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이 

커졌다. 오솔길 남쪽에 도착하자 그녀가 말했다.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고 당신이 말했던 것 같은데요."

"무슨 얘기요?"

"내게 차갑게 대하는 거요."

이번에는 그가 얌전해졌다.

"미안해요."

자동차가 오솔길로 올라가자 나무들은 바람에 몸을 맡긴 양 부스스 소리를 

냈다. 양편에 나란히 붙은 두 집의 젖은 차고 벽 위로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뻗었다. 그는 자기 집 차고 앞으로 차를 몰고 가서 멈춘 다음 차고 문을 작동하려 

했다.

"그냥 차안에 있어요, 난 비바람이 좋아요."

그녀가 말했다.

그는 한 번 흘끗 보기만 하고 그녀 말대로 했다. 자동차 불을 끄고 와이퍼와 

시동도 껐다. 그들은 빗줄기가 지붕을 때리는 가운데 축축하고 어두운 차안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천둥과 벼락이 치면서 순간 주변이 환해졌다.

"그래, 당신 말대로 여기 있는 게 좋겠소."

그가 말했다.

테스는 불이 켜진 엄마의 부엌 창문에 슬쩍 눈길을 주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다고 르니 언니가 날 죽이려 들 거예요."

"이 비를 맞으며 뛰어가려구요?"

그가 말했다.

"아니오. 빗줄기가 약해질 때까지 잠깐 기다리겠어요."

그는 어둠에 잠긴 자기 집을 쳐다보았다.

"비가 와서 포플러 블러프로 간 애들이 고생하겠는데."

"별일 없겠죠."

비는 더 세차게 뿌렸다. 천둥도 번개도 기세가 높아졌다. 둘은 할말을 찾을 

수 없었다. 자동차 유리창이 입김으로 뿌얘지며 맨살에 옷이 달라붙는 것 같았다. 

겨우 오후 6시였지만 꿈틀거리는 구름 밑에 깔린 세상은 빛을 잃은 것처럼 

음침했다. 누군가 날씨를 살피러 창문가로 나오더라도 아무 것도 보지 못하리란 

것을 자동차 안에 있는 두 사람은 잘 알았다. 갑자기 테스는 버럭 화를 냈다.

"이봐요, 케니, 이런 건 정말 우습군요. 난 성인인데 마치 어린애 마냥 당신과 

소꿉놀이를 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내가 이런 말했다고 페이스에게 이야기하진 

말아요, 알았죠?"

그녀는 무릎을 옆으로 누이고 한 손을 운전석 유리창에 짚은 채 그에게 키스했다. 

비뚤어진 카우보이 모자 밑에서 찾아낸 그의 입술과 그녀의 입술이 한동안 

같이 머물렀다. 그들이 오래 전부터 피해 왔던 일…… 언제부터였더라? 이런 

충동을 처음으로 느낀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가 이곳에 도착했던 

첫날 밤 그에게 무시를 당한 때부터 그를 태우고 성가대 연습을 하러 가던 

무렵 사이의 언젠가 였을 것이다. 그녀는 그가 뒤로 밀려날 정도로 달려들었다. 

그녀는 자기가 선점한 위치를 최대한 이용했다. 그가 자신에게 허용된 이런 

영광스러운 감각에 어리둥절한 사이 그녀는 오랫동안 자기 식대로 그를 잡았다. 

솔직하고 쌍방간의 화답이 있는 멋진 키스였다. 키스가 끝났을 때 그는 그녀의 

헐렁한 티셔츠 겨드랑이를 붙잡고 있었다.

그녀는 겨우 뒤로 몸을 조금 빼어냈다. 그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입술은 

놀라서 벌어져 있었다. 그녀는 어둠 속에서 웃음을 지었다.

"학교 버스에서 당신을 놀렸던 대가예요."

그녀는 멋 적은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허리에 있던 그의 따뜻한 손이 허리 

아래로 점점 펼쳐졌다.

"내가 왜 이랬는지 생각해 봐요. 당신을 괴롭혔던 모든 죄의식에서 당신을 

해방시키기 위해서였어요, 친애하는 성 케니. 오늘 멋진 시간 보내게 해줘서 

고마워요."

그녀는 재빨리 다시 키스를 한 다음 차에서 내려 차갑게 몰아치는 비를 헤치고 

집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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