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화 (5/24)

 <내슈빌의 제국>

테스가 내슈빌에 도착한 것은 5시 15분이었다. 그녀는 I-40 도로를 빠져 

나와 시내 남동쪽에 있는 뮤직 로로 방향을 틀었다. 집은 나중에 찾아갈 생각이었다. 

당장은 그 동안 그녀가 잃어버렸던 활기와 힘을 다시 충전하기 위해 12구역에 

걸쳐 레코드 회사가 운집한 디비전 스트리트, 곧 이 음악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장소로 달려가는 것이 우선 이었다.

그리고 사무실 앞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 도시의 피가 다시 몸 속을 돌고 

힘을 준 듯이 어느 정도 활기를 되찾은 기분이었다. 실물보다 훨씬 큰 랜디 

트래비스의 조각과 붉은 벽돌담을 보니 매우 반가웠다. 관광객들이 기념품 

상점을 드나들고 또 '컨트리 음악의 전당' 쪽으로 올라가는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소니 회사 앞에는 메어리 채핀 카펜터스의 최신 앨범을 선전하는 광고판이 

걸려 있었다. MCA사는 빈스 질의 앨범을 광고했다. 음악 연예 산업에 서로 

연관된 각종 본부들, 변호사 사무실에서 시작해서, 레코딩 스튜디오, 비디오 

제작 회사, 악보 출판사, 저작권을 관리하는 ASCAP와 BMI, 예약 대행 회사와 

각종 레코드 상표의 사무실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가들과 또 성공한 

연예인들이 드나드는 일류 식당들이 뮤직 스퀘어 동쪽과 서쪽 지역을 점령했다.

그녀의 사무실은 뮤직 스퀘어 서쪽 지역에 자리잡았다. 노란색계열로 칠한, 

지은 지 100년이 지난 3층 짜리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로 주차장에는 건물의 

역사만큼이나 나이가 든 커다란 참피 나무가 4그루 서 있었다. 앞에는 간단하게 

'윈터그린 엔터프라이즈'라고만 씌어진, 청동으로 테를 두른 타원형 나무 간판이 

서 있었다. 그녀 자신이 결정한 회사 이름이었다. 미주리 주 출신의 철부지 

애송이가 컨트리계의 정상에 오를 때까지 얼마나 먼길을 걸어왔는지, 또 경쟁이 

심한 음악 연예 산업에서 남자들을 밑에 두고 10여 년도 넘는 세월 동안 존경받는 

여자 사업가로 남은 자신의 위치를 항상 기억하기 위해 지은 이름이었다. 이 

윈터그린 엔터프라이즈의 보호막 아래에 있다가 성공적으로 독립해서 지금은 

꼭 필요한 사업체로 성장한 회사도 왜 많았다.

그녀가 음악 전문 출판사를 차린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녀에게 자기 노래를 

불러 달라고 찾아오는 재능 꾼 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들의 작품은 표절이 

아닌 순수한 창작곡이었으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좋은 노래들이었다. 테스는 자신이 좋은 노래를 모을 수 있는데 

무슨 이유로 다른 회사에 비싼 저작료를 물면서 노래를 사야 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특별 의상 담당자들은 그녀의 무대 의상뿐 아니라 다른 가수들의 

의상까지 담당하도록 해 두었다. 5년 전 한참 공연이 맞물렸을 때 포스터와 

단추를 일정에 맞게 만들지 못하면 공연하나가 어렵게 될 것을 알자 그녀는 

작은 인쇄소를 하나 인수해서 자신의 사진이 찍힌 포스터와 단추, 팬클럽에 

보내는 소식지와 자신만을 위한 콘서트 팸플릿을 만들게 했으며, 또한 다른 

가수들을 위한 포스터를 제작하면서 상당한 이익을 남기는 계약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그녀 자신이 이용하고 또 다른 공연자들에게 임대도 해주는 작은 제트 

비행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은 2차적인 것이었다. 테스 맥파일이 경이적인 기록으로 컨트리계의 

정상을 지키는 데는 놀라울 정도로 손발이 맞는 재원들의 뒷받침이 있었다. 

이들은 1년에 100회에서 많을 때는200회가 넘는 콘서트 일정을 세우고, 그녀가 

앨범이나 비디오를 제작할 때는 마치 비디오에 등장하는 연기자처럼 손발을 

맞추는 협동심을 발휘했고, 매체 선전을 기획하며,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팬클럽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했고, 또 이런 공룡 같은 조직을 이끌어 가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고용인 50여명에게 봉급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테스 맥파일은 이 팀이 돌아가는 사정의 전모를 꿰뚫었다.

그러므로 윈터그린 엔터프라이즈 안으로 들어갈 때 그녀는 성공을 낳게 해준 

요람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뒷문을 열고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녀는 마음이 가라앉으며 자신의 몸이 

차가운 이성으로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뒤쪽으로 해서 지금은 복사실과 

간이 매점으로 사용하는 부엌을 지나갔다. 그녀는 고용인들이 다니는 계단을 

올랐다. 이곳은 그녀가 2층에 있는 사무실로 오를 때 자주 사용하는 계단이었다. 

중앙 홀로 들어가자 웅성거리는 사람들 소리가 들렸다. 벽은 모두 크림색이었으며 

바닥에는 딱딱한 나무를 깔았고 내슈빌의 강렬한 여름 열기를 막기라도 하는 

듯 하얀색으로 칠해진 창문들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음향 장치에서 컨트리 음악이 

나직이 깔렸다. 그녀는 이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앨범 재킷 사진을 확대한 

사진이 벽에 걸린 중앙 홀로 들어갔다.

예약 접수원 하나가 화려하게 장식된 계단을 포함한 수직 공간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접수원은 금발을 시원하게 뒤로 치켜 올린 다음 왼쪽 관자놀이 

부분의 머리카락 몇 올을 어깨까지 살짝 뽑아 내렸다.

"잰, 잘 있었어? 나 돌아왔어."

잰 내시는 의자를 천천히 돌리더니 웃음 지었다. 바비 인형을 떠올리게 만드는 

얼굴과 몸매를 갖춘 30대 중반의 여인이었다. 몸에 꽉 끼는 검은 드레스를 

입은 매혹적인 자태에 화장이 깨끗했고 고리형 은 귀고리를 했다. 그녀는 침착하게 

의자를 뒤로 빼고 검은 하이힐로 일어섰다.

"안녕하세요, 맥. 돌아오신 걸 환영해요."

그녀는 남부 사투리가 조금 남은 발음으로 인사를 했다.

"고마워, 잰. 돌아오니까 기분이 좋아. 일하고 싶어서 견딜 수 있어야지 

말이야."

"파파 존 일은 정말 안됐어요."

"놀랄 일이지?"

각층에서 테스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그녀를 맞으러 쏟아져 나왔다. 

테스는 곧 바로 위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옮아갔다. 동쪽을 바라보는 사무실 

뒤편으로 바깥에 있는 참피 나무가 초록색 그늘을 드리웠다.

옆에 붙은, 그보다 작은 사무실에서 전화를 걸던 켈리 멘도자는 주인이 들어오는 

것을 본 순간 웃음을 지었다. 켈리는 스물아홉 살에 170센티미터가 넘는 훤칠한 

키의 쿠바 출신 여인이었다 예전에 잉크를 뿌린 듯 검고 윤이 나던 긴 머리가 

오늘은 금방 폭발한 것 같은 파마 머리로 변했다. 퍼칸 조개처럼 검고 부드러운 

피부에 옆으로 긴 혹옥색 눈에선 쏘는 듯한 눈빛이 강렬하게 빛났다. 녹차색 

실크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목에 화려한 색상의 실크 스카프를 둘렀다.

"맥……, 돌아와서 기뻐요."

"돌아오니까 무지 좋아."

7년 동안 같이 일을 한 두 여인은 포옹을 했지만 잠간뿐이었다.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이틀 동안 할 일을 단 하루에 해치우는 데는 이력이 난 사람들이었다.

켈리가 말했다

"파파 존이 정말 안됐어요."

"우리 모두가 슬퍼할 일이지. 추도식 일정을 알아?"

"내일 오전 11시에 '라이먼'에서 있어요. 가수들은 간단한 연습을 위해 1시간 

전에 모이기로 했구요."

"알았어 다른 일은?"

"맥 이름으로 화환을 보냈고 또 윈터그린 엔터프라이즈 명의로도 화환을 

보냈는데, 원하신다면 조문 카드를 쓸 수 있도록 책상에 준비해 놓았습니다. 

오늘 낯에 버트 시어가 3번 전화를 걸었고 또 잭은 당신이 오는 대로 통화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스튜디오 일정을 수요일로 잡았는데 화음을 맞출 가수에 

대해 직접이야기하고 싶대요. 피터 스타인버그가 디즈니 월드에서 전화를 걸었는데 

내년 아무 때라도 디즈니사에서 '테스 맥파일의 날'행사를 기획할 생각인데 

관심 있느냐고 묻더군요. 디즈니 월드 미국관 중앙로의 퍼레이드에서 하는 

아주 짧은 공연으로 사인 행사가 끼여 있어요. 맥이 직접 전화해 주길 원하더군요. 

캐시 맥은 새로 디자인한 드레스 5벌을 한번 봐 달라고 했고 또 랠프는 당신 

기분이 좋아지는 대로 당장 콘서트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고 전화했어요."

켈리는 테스를 따라 사무실 안까지 들어와서 책상 옆 콘솔 위에 있는 응답 

요구서들을 가리켰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사항을 여기 모두 기록해 두었습니다. 이쪽에 있는 것은 

당장 검토해야 할 것이고 또 이쪽은 하루 이틀 여유가 있고, 이쪽은 제가 살펴본 

것들입니다. 아, 한 가지 더 있는데, 좋지 않은 소식이에요. 카를라가 목 수술을 

받는답니다. 지금은 그 여자 목소리가 골치예요."테스는 눈썹을 찌푸렸다. 

카를라는 음반을 만들 때뿐 아니라 순회 공연 때도 같이 다니며 화음을 맞추는 

가수이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목이 안 좋대?"

켈리는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더 나빠졌어?"

"더 나빠지진 않았지만 별 차도가 없대요. 하지만 카를라도 미안해해요."

"당연하지, 목소리 때문에 우리 속을 썩인 지 6개월도 넘었으니까."

"그녀 말로는 1년 가까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전화 신호음이 들리자 켈리는 테스의 책상에 있는 전화기를 들었다.

"버트예요."

켈리는 수화기를 건네주고 테스의 사무실을 나왔다.

"안녕, 버트."

테스는 가죽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돌아왔군요. 비슷한 때에 파파존이 사망한 소식을 들었으리라 생각했어요. 

정말 몹시 슬픈 일이오, 테스."

잠시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주고받은 후 버트가 다시 말했다.

"정말 보고 싶었소, 내 사랑."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그녀가 윈터그린의 오솔길에서 한 남자와 키스하기 

전에 그의 전화를 받았을 때와 같은 그리움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원래대로라면 

데이트가 약속되어 있었지만 그녀는 파파 존의 죽음을 핑계로 취소해 버렸다. 

버트 시어에게 품었던 감정이 어떤 것이었든 그것은 이제 케니 크로넥의 기억으로 

빛이 바래져 갔다.

하지만 일터로 돌아온 지 1시간도 안 되어 그녀는 자신의 일생에 케니가 

차지하는 영향력을 똑똑히 알 수 있었다. 그는 아무런 존재도 아니었다. 지난 

4주일 동안 자신이 속한 곳이 진정 어디인가 스스로에게 물어 보기도 했지만 

바로 이곳이 자신이 있어야할 자리임은 분명한 일이었다. 그녀는 이곳 내슈빌에 

속했다. 그것도 완전하게. 그녀가 자리를 비운 동안에도 화려한 경력을 위한 

시계는 계속 돌아갔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필요한 

것을 이미 알았다. 그녀의 미래 청사진이 이미 만들어진 바로 이곳 내슈빌이 

그녀가 속한 곳이었다.

책상에는 <개빈 리포트>가 펼쳐져 있었고 그 밑으로 <빌보드> 지와 <라디오와 

레코드> 지가 있었다. 6월 중순이면 새로운 싱글 앨범이 나을 것이고 7월에 

새 CD를 판매하기 전 8월에는 또 다른 앨범 (케이지가 같이 부를 노래는 여기에 

실리지 않는다!)이 나을 계획이었다. 플래티넘, 아니 잘하면 200만 장이 팔릴 

앨범이었다. 그녀의 새로운 노래를 사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 400만명을 생각하면 

200만 장을 돌파한다 해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슈퍼 볼(미국 프로 미식 축구의 우승자 결정전) 쇼의 연출자는 그녀가 쇼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지 알고 싶어했다 주요 스폰서인랭글러 회사에서는 샌블래스 

섬에서 그녀가 청바지를 입고 파도를 타는 사진을 찍고 싶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동시에 그녀의 새CD가 성공하도록 신문 가판대를 이용한 광고도 계획한다고 

했다.

니산 자동차 회사에서는 그녀가 자기 회사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것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고 싶어하면서 텔레비전광고 계약을 맺을 수 있는지 

의논하고자 했다.

그녀의 인생에 남자가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특별한 전화가 왔다면 그 전화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켈리?"

"네?"

문가에 켈리가 나타났다.

"지금 하던 일 멈추고 우선 케이지 크로넥이나 케니 크로넥한테서 전화가 

왔는지 알아봐 주겠어?내가 자리를 비울 때 전화가 오면 가능한 빨리 내게 

알려 줘, 알겠지?"

"네."

"케이지는 고향에서 만난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인데 6월 동안은 나와 같이 

지내게 될 거야. 또 내 노래 1곡에 화음을 맞출 거야."

"행운아군요."

켈리가 한 마디 던졌다.

"재능 있는 소녀지."

테스가 대꾸했다.

"노래 만드는 데 도움이 컸어."

"오."

켈리의 얼굴로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놀라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켈리는 다른 말없이 자기 책상으로 돌아가서 그 이름들을 적었다. 테스는 켈리의 

비서 일에 대한 숙련도 뿐만 아니라 테스의 사적인 일까지 처리하는 능력에 

다시 한 번 놀랐다. 테스와 함께 일을 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자 자원이었다.

테스는 회사에서 8시까지 일을 했는데 저녁 6시가 되었을 때 이미 배가 고팠다. 

한 달 가량 어머니의 집에 머무르는 동안 자신의 몸 시계가 어머니의 시간대에 

이미 적응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녀는 배고픈 걸 무시하기로 했지만 집으로 

향하는 시간이 되자 배가 쓰리도록 아팠다 그래도 패스트푸드 식당은 그냥 

지나치고 그대로 남서쪽으로 자동차를 몰았다.

그녀는 브렌트우드 시의 우드웨이라는 구역에서 살았다. 사치스러운 고급 

벽돌재로 만든 대문 양편을 뒤엉킨 관목들과 붉고 하얀 꽃들이 둘러쌌다.

집에 가까워지자 그녀는 차창을 내리고 이곳의 따스하고 축축한 남쪽 공기를 

들이마셨다. 지난번 이곳을 빠져나갈 때만 해도자신이 이렇게 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한 달 전에는 차창을 끝까지 올린 채 주위 풍경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렸다.

오늘밤에야 그녀는 깨달았다……. 그리고 감사하게 생각했다.

달이 자기 걸음을 서두르기 거부하는 그런 밤이었다. 자동차가 히스로 대로를 

올라가자 달빛이 교교하게 비치는 하늘을 배경으로 참나무와 느릅나무가 성당의 

검은 베일처럼 드리워졌다. 앞에 보이는 문이 2개 달린 집에서 루디 씨가 막 

자신의 68년 형 클래식 코르베트에 왁스칠을 마친 참이었다. 그녀를 본 루디 

씨는 손을 흔들었다. 너무도 드물게 만나는 이웃이라 테스는 그의 성만 알 

뿐 이름자는 알지 못했다. 미 연방 은행에 다닌다고 알지만 자신이 없었다. 

소년 2명이 자전거를 타고 언덕길을 내려왔다. 그녀는 소년들이 지나갈 때까지 

차를 세웠다. 갑자기 두 꼬마 중 어느 누구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니 

사실은 이웃의 어떤 아이도 또 그 집주인이 누군지도 몰랐다.

결혼식 피로연에서, 테스가 어린 시절 영국식 타피를 얻어먹기 위해 문을 

두들겼다는 이야기를 꺼냈던 페리 부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엄마의 부엌 

창문으로 내다보던 바깥 풍경과 창가에 서서 오솔길 너머 집으로 사람들이 

들고 나는 것을 지켜보았던 광경도 생각났다.

이곳은 너무도 달랐다. 성공은 외로움을 만들어 냈다.

마리아가 불을 켜 둔 채 나갔는지 거리 쪽으로 나 있는, 거실의 높다란 창문은 

불빛이 환했다. 단추 하나만 누르자 차고 문이 스르르 올라갔다. 테스는 마리아의 

작은 파란색 스테이션 왜건차가 차고 안에 아직 있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랐다. 

그녀는 잡낭과 초록색 옷 가방을 뒷문 현관으로 내린 다음 소리쳤다.

"마리아, 아직 집에 있어요?"

"미스 맥파일, 집에 돌아온 걸 환영합니다!"

마리아는 부엌 식탁 위에 있는 붉은 백일초 다발에 물을 주던참이었다.

"맙소사, 아직 돌아가지 않고 뭐 해요?"

"당신을 기다렸죠. 집에 왔는데 아무도 없다면 얼마나 쓸쓸하겠어요."

"하지만 빈집에 돌아오는 게 어디 하루이틀인가요."

"그래도 이렇게 오래 집을 비운 건 처음이잖아요. 가방은 제가2층으로 올리겠습니다, 

미스 맥."

"고맙지만 제가 직접 나르겠어요."

"말도 안 되죠. 어서 가방 주세요."

마리아는 호리호리한 다리에 키가 작은 50대 멕시코 여인이었다. 뻣뻣한 

회색 머리는 어울리지 않게 프랑스 롤빵처럼 뒤통수에 얌전하게 묶었다. 겉보기에는 

열 살 먹은 소년 같지만 테스의 손에 들은 옷 가방을 낚아채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좋아요, 그럼. 한 사람이 하나씩 나누어 들죠."

테스는 잡낭을 메었다.

"하지만 당신 가족이 기다릴 텐데."

"오늘 늦을 거라고 미리 말해 뒀어요. 당신이 몇 시에 집에 올지 몰라서요. 

어머니는 어떠세요?"

"아주 많이 좋아지셨어요. 지팡이를 짚고 또 결혼식장에선 포도주도 마실 

만큼."

"언니들은요?"

"모두 잘 지내요. 고향에 있는 동안 자주 만났죠. 마리아, 기다려 줘서 고마워요."

마리아는 인사는 필요없 다는 듯 손을 저었고 거실에서 보았을 때 C자 형으로 

설계된 계단을 날듯이 올라갔다 2층 오른쪽과 바로 앞에 보이는 방들은 손님방이었다 

테스는 왼쪽으로 돌아 이중문으로 연결된 자신의 침실로 들어갔다. 메어리의 

침실과는 반대로 이곳은 모든 것이 새것이었다. 눈길을 어디에 두든지 파스텔조의 

은은한 색감으로 모든 것이 정돈된 밝은 방이었다.

마리아가 집 안 전체에 불을 밝혀 둔 것이 분명했다. 테스는 모서리에 기둥을 

4개 세우고 바닥까지 얇은 하얀색 거즈 천을 늘어뜨린 검은 금속 크라운 침대를 

바라보았다. 커다란 침대에는 같은 거즈 천으로 만든 베개들이 널찔널찍 떨어져 

있었다. 창문은 커튼을 달지 않았고 벽은 상아색이었으며 소파와 카펫은 흰색이었다. 

오늘 밤 잠겨질 이중문은 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로 연결되었다.

그녀는 침대 발치에 놓인, 등이 높은 벤치에 가방을 던졌다. 옆에는 새로 

주문한 M.L. 레디의 부츠가 세워져 있었다. 검은 타조털로 만든 부츠를 보자 

웃음이 나왔다. 메어리의 집과는 너무도 딴판인 완벽한 공간이었다. 모든 것이 

그녀의 취향대로 꾸며졌다.

그녀는 벤치에 앉아 부츠를 벗었다.

마리아가 말했다.

"부츠가 마음에 안 들 경우를 생각해서 상자를 그대로 두었습니다."

마리아는 주름이 잡힌 하얀 차일 밑으로 들어갔다.

"고마워요, 마리아."

"짐 푸는 걸 도와 드릴까요?"

"아니오. 짐은 내일 풀어도 상관없으니까, 이젠 집으로 돌아가세요."

"때가 되면 내가 알아서 가겠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테스는 싱긋 웃고는 하얀 

대리석이 깔린, 욕실이자 의상실로도 쓰는 옆방으로 갔다.

욕실 장식함 위에는 마리아가 그녀를 위해 갖다 놓은, 복숭아색 장미 한 

송이가 담긴 화병이 보였다. 깨끗한 연어살색 수건들과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잠옷이 한쪽 구석 벤치에 걸쳐졌다. 테스는 웃음 지었다. 혼자 사는 데 익숙하긴 

하지만 나이 든 가정부가 주인이 돌아오는 것을 환영한다는 뜻으로 오늘 밤 

부산을 떨며 일부러 이렇게 꾸며 놓은 것이 더할 나위 없이 고마웠다.

그녀는 침실로 돌아와 가운데 발코니로 나가서 거실 쪽을 내려다보았다 눈빛에서 

엷은 굴색에 이르기까지 하얀색 계통으로 칠해진 5미터가 넘는 천장은 복숭아색 

가구들과 잘 어울렸다. 크림색 그랜드 피아노―이 집에는 피아노가 2대 있는데 

하나가 거실에 있었다―가 창문 앞에 거대하게 서 있었다. 왼편 하얀 벽돌로 

장식한 벽난로 위에 천장까지 닿는 책꽃이가 있었다. 벽난로 오른쪽에는 소파 

2개가 있고 그 사이에 하얀 회반죽 기둥 2개를 받침으로 쓴 유리 탁자가 있어 

커피를 마시는 탁자로 쓰였다.

피카소와 르누아르의 차이처럼 윈터그린의 집과는 대조적인 곳이었다. 이런 

비교를 생각하던 테스의 마음에 이상한 허전함이 찾아왔다.

난간에 몸을 기대고 그녀는 마리아를 불렀다.

"마리아, 전화 온 거 없어요?"

"없습니다."

부엌 깊숙한 곳에서 마리아가 소리쳤다.

"미스 켈리가, 미스 맥이 언제 오는지 일러주는 전화를 한 게 전부입니다."

"케이지란 여자 애가 전화 안 했나요?"

"네."

"케이지 크로넥인데?"

"없었어요."

"그럼 케니라는 이름은?"

"없었어요."

"아."

테스는 실망감에 혼잣말을 했다. 그녀는 다시 난간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방금 내가 말한 사람들한테서 전화가 오면 아무 때라도 괜찮으니까 즉시 

내게 연결해요. 케이지나 케니 크로넥이오, 알았죠?"

"알았습니다, 미스 맥."

켈리와 마찬가지로 마리아 역시 테스의 사생활은 캐묻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을 잘 알았다. 마리아는 자기 일이 아닌 일에 어설프게 나서거나 호기심을 

가지지 않고 오직 자기 일에만 충실한 여인이었다. 이 집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테스가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잘 처신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사회에서 꽤 유능한 사람들조차 시샘을 할만큼 엄청난 보너스를 

안고 집으로 갔다.

2층에서 테스는 얼굴을 씻고 청바지를 벗고 면으로 만든 원피스를 입은 다음 

부엌으로 갔다. 부엌 바닥에는 타일이 깔렸으며 아일랜드식 풍로 위에는 구리 

프라이 팬들이 주렁주렁 달렸고 프랑스식 문 2개가 쇠그물문이 달린 현관 쪽으로 

튀어나왔다.

말할 것도 없이 마리아는 시저 샐러드를 얹은 닭가슴살구이와 손잡이가 달린 

코발트블루색 물 잔을 차리고, 그보다 작은 잔에는 지방을 뺀 우유를 담고 

입맛이 도는 신선한 과일을 준비해두었다. 파란색 깔개가 덮인 참나무 탁자에서 

테스가 먹던 음식이었다. 식탁 가운데는 백일초가 가득 담긴 꽃병이 있었다. 

마리아가 자기 집 정원에서 꺾어다 놓았으리라.

"마리아, 정말 복 받으실 거예요!"

테스는 주저 없이 의자에 앉아 사각거리는 로메인 상추를 한입 베어 물었다.

"몸무게가 는 것 같은데요."

가정부가 한 마디 던졌다.

"빠른 시일 내에 원래 몸무게로 돌아가도록 내가 손을 써야겠는걸요. 내일 

추도식에 입을 감색 정장을 다려 놓았어요. 파파 존이 정말 불쌍해요."

"마리아, 고마워요. 이젠 제발 집으로 돌아가세요, 네?"

"그럴게요, 미스 맥. 이젠 마음놓고 가겠어요. 다 잡수신 후에 설거지통에 

접시를 넣어만 주세요."

"그럴게요."

마리아는 스웨터와 지갑을 찾았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돌아와서 정말 기뻐요. 냉장고에 금방 짠 오렌지 

주스도 있고 또 내일 아침에 먹을 롤빵도 넣어 두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뒷문이 닫히고 잠시 차고 문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테스는 정적 속에 

혼자 남게 되었다. 그녀는 씹는 것을 그만두고 윙윙거리는 냉장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풍로 위에 걸린 구리 프라이팬들을 쳐다보았다. 모든 것이 질서 

정연했다.

그녀는 꼼짝 않고 앉아서, 8명이 살기에도 충분한 140만달러 짜리 집에서 

혼자평일 밤 9시 30분을 막 지내는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집을 짓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회계사가 투자를 분산해야 한다, 부동산이 최고다, 수입이 

자꾸 늘어나는데 멋진 집에서 안락하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말로 그녀를 

계속 구슬렸다. 제트 비행기를 구입한 것도 그 무렵이었기 때문에 콘서트가 

있는 동안에도 혼자서 밤을 보내는 일이 많아진다면 새집을 짓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간단하게 접시를 물로 헹구고 설거지통에 집어넣으면서, 그녀는 벨몬트 

대로에 있는, 이보다 작은 아파트에 살았다면 하고 생각했다. 그곳이라면 벽 

너머로 이웃집의 텔레비전 소리도 들리고 창을 열어 두면 가끔은 사람들 목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래층 불을 끄고 2층으로 올라가 회전 장치가 있는 대리석 욕조에 몸을 

담 그었다. 회전하는 욕조 안에 앉아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집안에는 전화기가 

7대 있었다. 그녀는 욕조 가까이 벽에 걸려 있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녀는 회전 장치를 껐다.

"안녕, 맥. 케이지예요."

"오, 케이지, 네 목소리 정말 반갑다!"

저도 모르게 나오는 탄성에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어느 때보다도 

실감했다.

"잠깐만 기다려, 알겠지?"

그녀는 욕조에서 나와 커다란 하얀색 테리(보풀을 고리 지게 짠 두꺼운 직물)수건으로 

머리와 몸을 감싼 다음 침대 옆에 있는 전화기로 바꾸어 들었다. 흐트러진 

베개 5개를 바닥에 던지고 커다란 사각형 유럽식 베개에 등을 기댔다.

"케이지? 안 끊었지? 너한테 아무 말 못 끓고 윈터그린을 떠나서 정말 미안해."

"괜찮아요. 아빠한테서 친한 친구 분 소식을 들었어요. 정말 안됐어요, 맥."

"난 용감하다, 나한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인 척하려고 했지만, 

사실은 무척 중요한 사람이었어."

"알아요. 당신이 우셨다는 말도 들었으니까."

"아, 그래."

하지만 그 울음은 파파존을 잃었기 때문이 아니라 케니를 떠나는 것이 슬퍼서 

나왔음을 소녀는 모르리라.

"여기로 돌아와 바쁘게 일을 하니까 난 좋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아."

"지금도 일하시는 중이었어요?"

"아니, 오늘 일은 끝났어. 방금 저녁 먹고 목욕하던 중이었어."

"전 또 지금 전화해도 될까 걱정했죠. 당신 집에 전화하는 거 말이에요."

"물론 되고 말고."

"이게 전화 번호부에 등록되지 않은 번호인 줄 알았지만 아빠가……."

"괜찮아, 케이지, 아무 때라도 전화해도 돼. 마리아와 켈리한테도 너한테 

오는 전화는 어느 때라도 받아 두라고 일렀으니까."

"아유, 신나라! 잘 보세요, 당신 생각을 하던 중이란 걸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전 7월까지 기다리지 못할 것 같아요. 잠깐 아빠가 통화하고 싶으시대요. 그럼 

안녕, 맥."

그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를 하기도 전에 수화기 저편에서는 작별을 하던 

오늘 아침처럼 거칠고 목이 멘 듯한 소리가 스며 나왔다.

"안녕."

이것이 전부였다. 외로움이 밴 단 한 마디뿐이었다. 이 한 마디는 커다란 

빈집에 혼자 앉은 그녀의 마음을 그리움의 파도로 메우며, 다시 한 번 만이라도 

그의 얼굴을 보고, 만지고, 이야기하고, 웃고 그리고 덱스터 히키 목장에서 

아무 말이라도 콧잔등을 쓸어 주고 싶은 소망을 불러일으켰다.

"안녕."

그녀는 간신히 인사를 했다. 순간 자신의 감각이 250마일 떨어진 그에게 

뻗어 나가는 듯이 느껴졌다. 한동안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단지 그의 사무실에서 

작별 키스를 하던 영상만이 떠올랐다. 

결국 그가 먼저 입을 떼었다.

"집에 잘 갔소?"

"네, 이젠 괜찮아요."

"당신 걱정이 되어서."

그녀를 날마다 걱정하는 남자들은 많았다. 프로듀서, 사업 매니저, 대리인. 

하지만 이들은 그만한 급료를 받는 이들이었다. 케니 크로넥이 그녀를 염려하는 

것에 대한 지불은 아무도 해주지 않았다. 바로 이 점이 그녀의 목을 메게 하고 

뒷골이 가슴까지 내려앉게 했다.

"날 걱정하면 안 돼요, 케니."

"당신이 울었잖소."

"울지 않았어요."

"아니야, 울었소. 왜 인정하지 않소?"

"좋아요, 그래요, 울었어요. 하지만 오래 울지는 않았어요. 테이프를 틀고 

나의 세계로 빠져 나오도록 그냥 달렸어요."

"무엇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달렸소?"

"당신이오."

그녀는 고백했다. 수화기 저편에서는 그의 숨소리만 들려 왔고, 테스는 모두 

부질없는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게 당신이 듣고 싶은 말 아닌가요, 케니?"

대답이 없었다. 단지 웅웅거리는 소리뿐이었다. 그러다가 그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뒤 창문으로 당신 어머니 집을 내다보는 중이에요. 그런데 내가 지금 

저리로 건너가서 문을 두드리면 당신이 당장 뛰쳐나올 것만 같소."

"케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지난달과 같은 일은 다신 없어요."

"알아요."

그가 고개를 수그리는 모습이 그려질 정도로 너무도 고요하고 외로운 목소리였다.

"그날 일은 일시적인 변덕이었지 그 이상은 아니었어요. 우리가 동의한 것 

기억해요?"

"음……."

그는 다시 침을 삼켰다.

"그래, 맞소. 동의했지."

다시 한 번 침묵이 스물거리며 쓸데없는 소망을 채우려 했다.

"잘 들어요. 난 피곤해요. 내일 또 힘든 날이 계속될 거고, 이젠 자야겠어요."

"그렇겠지……. 그림, 건강 조심하고. 보고 싶소."

그가 말했다.

"나도 보고 싶어요. 케이지에게 잘 자라는 인사 전해 주제요."

"그럴게요."

"엄마 집에 아직 불이 켜졌나요?"

"아니오, 어두워요."

그녀는 웃음 지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이 느껴졌다.

"엄마한테 전화하는 걸 잊었어요.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고 전해 주세요."

"내일 아침 출근하기 전에 아주머니께 들르겠소."

"고마워요, 케니."

소중한 케니, 언제나 어머니를 생각해 주는 남자.

"약속하겠소. 그럼…… 잘 자요, 테스."

"당신도요."

그녀는 전화를 끊은 후에도 침대에서 떠날 줄 몰랐다. 가슴이 무거웠다. 

전화기를 배에 얹고 두 다리를 엇갈리게 해서 앉은 그녀는 하얀 테리 수건으로 

몸을 감쌌을 뿐 속에 아무 것도 입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성에 굶주렸는지 

깨달았다. 지난 토요일 케니와 같이 잤어야 한다는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눈물 방울이 코 양편으로 흘러내렸다. 수건 끝자락으로 눈물을 훔치고 코를 

한 번 푼 다음 엄지손톱으로 수건을 쓰다듬으며 수건 자락에 생긴 얼룩을 노려보았다.

오늘 밤 페이스가 케니의 집에 있었을까? 언제나처럼 같이 저녁을 먹었을까? 

페이스가 집에 왔을 때 그가 키스를 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처음에는 

미워지며 화가 났고 그 다음에는 우울해졌다.

그가 이곳으로 전화를 자주 해줄까? 물론 그에게 이런 기대를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리라. 그는 직접 전화를 하지 않을 것이며 해서도 안 되었다. 어떤 

결론에도 이를 수 없는 이런 가련한 하소연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그녀는 궁금했다.

케이지가 내슈빌로 올 때가 되면 그가 여기까지 데려다 줄지 아니면 딸 혼자 

보낼지 궁금했다. 그 덜컹거리는 픽업 트럭에 딸만 혼자 태워 보낼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같이 이곳에 온다면, 그래서 자신을 선물할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 면, 두 사람은 간절하게 원하는 대로 침대에 올라 잘못된 

운명을 받아들이게 될까?

그녀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뒤로 젖혀 침대 머리맡에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

알 길이 없었다. 오직 혼란스러운 가슴을 안고 침묵에 빠진 호사스러운 집에 

혼자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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