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24)

 <몰래 하는 작별인사>

일요일, 테스는 1부 예배에 참석해서 다시 한 번 케니를 피했다. 오후에는 

메어리와 함께 신랑 신부가 선물을 개봉하기로 한 르니의 집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저녁까지 먹은 다음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왔다.

월요일 아침 10시가조금 넘은 시각에 사업 매니저인 데인 튤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테스, 어디 있었어요? 주말 내내 전화를 하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조카가 결혼을 해서 결혼식장에 갔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파파 존이 죽었어요. 내일이 장례식이에요."

"오, 세상에."

테스는 부엌 찬장에 기대고 입술을 가렸다.

파파 존 월폴은 얼굴은 험상궂지 만 더없이 상냥한 사람으로 '머드플래츠'를 

30년 넘게 운영해 온 제작자였다. 지난 20년 동안내슈빌에서 내노라 하는 음악가들은 

메이저 라벨을 따기 위해 하나같이 머드플래츠의 목요일 밤 선발 대회에서 

적어도 한 번 이상 연주를 해왔다. 파파 존이 없었다면 테스는 잭 그리브스는 

물론 데인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그녀에게 MCA사와 계약을 맺도록 이끌어 

준 많은 이들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머드플래츠를 찾아간 것은 

1976년의 7월 뜨거운 어느 날이었다. 자기가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 줄로만 

알았던 신참내기는 파파 존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자랑할 건 없지만 5분만 기회를 주세요. G코드를 눌러 주면 뭔가를 보여 

드리겠어요. 보여 드리겠어요!"

그날 이후 18년 동안 플래티넘(매출 백만 장이 넘는 앨범)을 13장이나 남김으로써 

그녀는 존에게 했던 말을 증명했으며 또 일이 없는 밤이면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머드플래츠 무대에 서서 노래를 하곤 했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물었다.

"왜 죽었죠?"

"파파 존이 그날 들어온 돈을 한참 세는데 얼굴에 나일론 스타킹을 뒤집어쓴 

놈팽이가 쳐들어와 머리에 총을 들이대고 돈을 내놓으라고 했어요. 파파 존은 

그놈에게 엿이나 먹으라고 되받아 쳤구요."

테스는 콧물을 흘리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파파다운 짓이네요. 그냥 물러설 사람이 아니니까, 한바탕 혼내 줬겠죠. 

범인은 잡았나요?"

"그래요. 목격자가 바로 앞에 있었고 모든 걸 다 들었대요. 목격한 여자가 

범인이 총을 쏘기 전에 911에 신고를 했기 때문에 범인은 2구역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경찰차에 잡혔어요."

"아, 맙소사, 파파가 죽은 게 믿기지 않아요."

"내슈빌 사람 모두 믿고 싶지 않은 슬픈 소식이지요. 파파 존은 화장을 했어요. 

내일 아침 10시 추모식에 한 번이라도 그이의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은 다 모일 

거예요. 내슈빌에서 유례가 없는 가장 큰 합창대가 생기는 셈이지요. 올 수 

있어요?"

"꼭 가 봐야죠."

"어머니는 괜찮겠어요?"

"그럼요. 언니들도 가까이 있는 걸요. 2시간 정도 전화할 일이 남았는데, 

전화 용무만 끝나는 대로 짐을 싸겠어요. 하지만 정오 무렵이면 출발할 수 

있을 거예요. 사실은, 데인,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어요. 내일 봐요."

그녀는 르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 테스, 너무너무 안됐다. 그래, 가야지, 당연히 참석해야지. 네가 

집을 나갈 때까지는 못 간다 해도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가도록 노력할게 그러니까 

엄마 걱정일랑 말어. 엄마를 돌볼 사람은 많잖니. 그리고 엄마가 외출하고 

싶을 때면 우리들이 같이 따라다닐 거야."

메어리는 시무룩했다. 딸과 같이 하루를 더 보낼 계획을 세워두었는데 떠나야 

한다는 갑작스러운 통고에 안절부절못했다. 계단을 오를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계단 밑 부분까지 따라가서 짐을 꾸리는 테스를 향해 소리쳤다.

"내일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련? 혼자 먼 길을 운전해 갈수 있겠어? 

너 아주 흥분한 것 같은데, 테스?"

테스가 잡낭과 커다란 회색 가죽 가방을 챙겨 계단을 내려왔을때, 파파 존과 

같은 나이로 보이는 폴리에스테르 니트 바지를 입은 메어리가 슬픈 눈으로 

그녀를 기다렸다. 1주일 전에 실밥도 풀고 목발도 벗어 던졌기 때문에 움직이기가 

한결 쉬운 상태였다. 하지만 테스가 마지막으로 안았을 때 메어리는 나무처럼 

뻣뻣한 몸으로 딸의 작별 포옹을 받았다.

"아무 때라도 필요할 때 언니들에게 꼭 전화하세요. 언니들이 못 오더라도 

애들을 보낼 거예요. 약속하시죠?"

"내가 아긴 줄 아니. 내가 걱정하는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너야. 그렇게 울면서 

그 먼 길을 어떻게 운전 하려구 그러니."

"이젠 울지 않아요. 괜찮아질 거예요."

"정말? 왜 내일까지 기다리지 않는지 모르겠구나 내일 일찍 떠나면 10시까지 

거기에 도착할 수 있을 텐데."

"엄마, 지금 가야 해요."

"그래…… 그래…… 지금 가야겠지. 그냥…… 내 귀여운 어린 새끼하고 하루만이라도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녀가 집에 있는 동안 변한 것도 있었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메어리는 죽는 날까지 테스를 귀여운 어린 새끼라고 부를 것이었다.

"그럼 가요, 엄마."

그녀는 낮은 소리로 말하고 몸을 빼냈다. 메어리는 비틀거리며 부엌으로 

들어가 선반에 있던 샌드위치 가방을 집었다.

"여기 있다. 햄하고 치즈를 넣었지만 그래도 길 가다가 먹으면 맛이 괜찮을 

게다."

햄과 치즈. 200칼로리가 넘겠군.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테스는, 어머니는 

햄과 치즈가 아니라 사랑을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었음을 깨달았다.

"고마워요, 엄마. 꼭 먹을게요. 그럼…… 당장 나가야 해요." 두 여인의 

눈가에 눈물이 괴었다.

"엄마, 일부러 밖에까지 배웅 나오실 필요 없어요."

"그래도 나가 봐야지."

"하지만, 엄마……."

메어리는 자기 식대로 했다. 뒷문 계단을 내려가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이 

깔린 곳까지 따라 나왔다. 그곳에서 메어리가 알루미늄 지팡이 2개에 몸을 

의지하는 동안 테스는 차에 올라 선글라스를 끼고 시동을 걸었다. 그녀는 어깨 

너머로 왼쪽을 돌아보았다. 오후의 햇살이 메어리의 머리를 뭉개진 색으로 

만들었다. 낡은 바지는 줄어서 발목이 드러났고 그 사이로 보조 스타킹이 보였다. 

집은 새로 칠을 해야 했고 잔디도 깎아 주어야 했다. 하지만 텃밭의 양배추는 

잘 자랐다.

테스는 차창을 열고 소리를 질렀다.

"이젠 슬퍼 마세요, 엄마. 제 말 들리세요?"

메어리는 한쪽 지팡이만 잡고 휴지로 눈물을 훔쳤다.

"그래, 너나 울지 마라."

그녀는 손을 흔들다가 다시 다른 쪽 눈을 훔쳤다.

"사랑해요, 엄마!"

"이번에는 너무 오랫동안 집을 비우면 안 돼!"

"그럴게요."

테스는 기분을 바꾸려고 애쓰며 액셀러레이터를 2번 밟았다. 머플러에서 

기총 소사 같은 폭음이 나자 메어리는 떨리는 뺨을 휴지로 꾹꾹 눌렀다. 테스는 

테이프를 걸고 고막이 터지기 직전까지 소리를 높인 다음 후진으로 오솔길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계단 위에 올라선, 머리가 쭈그러진 작은 여인과 작별하는 

슬픔을 잊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를 들으며 길을 떠났다.

어머니의 집에서 시내로 향하는 처음 1마일이 제일 힘들었다. 테스는 내내 

울었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홀로 남겨 두고 떠나는 것이 슬펐다. 파파 존의 

죽음도 슬펐다. 그리고 이제 케니 크로넥을 떠난다는 슬픔도 있었다. 케니의 

사무실에 들러서는 안 되리라. 정당한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한 마디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난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저며 왔다.

그녀가 케니의 사무실 앞에 자동차를 세운 것은 자신의 의지보다 더 큰 힘에 

끌려서이리라 그녀는 선글라스를 올리고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마스카라가 

모두 지워졌다. 그녀는 다시 한 번 그늘 속으로 몸을 숨겼다가 일어서서 차에서 

내린 다음 잠시 동안 건물을 바라보았다. 가운데 문이 있고 그 양쪽으로도 

문이 달렸고 하얀 창가에는 빨간 제라늄이 핀 네모 상자가 놓인 회색 목조 

건물이었다. 제라늄은 페이스의 손길이 닿은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청바지의 장딴지를 한 번 쓸어 본 다음 '공인 회계사 케니 크로넥'이라는 

간판이 걸린 유리문 쪽으로 걸어갔다 마음한구석에선 그가 차라리 점심을 먹기 

위해 외출하고 없기를 바랐지만 그보다 깊은 내면에서는 개인적인 작별 인사를 

너무도 간절히 원하는 절규가 들렸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니 그가 있었다. 열린 문 사이로 좁은 건물의 뒤편 

반을 차지한 개인 집무실 책상에 앉아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집무실 앞에 놓인 작은 접수 책상에 있어야 할 비서는 자리를 비웠고 그 혼자만이 

건물 안에 남아 있었다.

계산기의 단추를 누르던 그는 손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천천히 벗고 그를 쏘아보았다 시간이 얼어붙은 듯 두 사람은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의자를 뒤로 빼고 일어났다.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문가까지 온 다음 비서의 빈 의자 바로 뒤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회색 양복바지에 

하얀 셔츠 주머니에는 연필이 꽃혀 있었고 중세 기사무늬에 색상이 다채로운 

타이를 매었다. 소매는 위로 조금 말아 올렸지만 단정하게 맨 타이는 앞가슴에서 

곧게 떨어졌다. 그녀는 처음 집으로 갔을 때 입었던 차림 그대로였다. 카우보이 

부츠에 청바지를 입고 서던 스모크 티셔츠는 소매를 둘둘 말아 올려 입었다.

"안녕."

그녀가 먼저 인사했다.

"안녕."

그가 대답했다. 목이 막히는 그의 목소리에서 그녀는 자신의 내부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이 지금 그대로 겉으로 드러나서, 그에게 똑같은 두려움을 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일이오?"

"오늘 내슈빌로 가요. 갑자기 일이 생겨서."

"울었군요."

그녀는 선글라스를 다시 끼었다. 그의 얼굴과 옷이 회색으로 보였다.

"네, 조금 울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그녀는 손등으로 코밑을 문질렀다.

"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갑시다."

"안 돼요."

그녀는 그가 자기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두려웠고, 일부러 정신을 사납게 

하려고 지갑 안을 열심히 뒤졌다.

"그저 내가 떠난다는 사실을 알려 주려고 왔어요. 케이지에게는 당신이 전해주세요. 

그리고 또 이 명함을 당신에게 주려고, 왜냐하면……."

그는 책상을 돌아서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테스, 안으로 들어갑시다."

"케니, 내가 여기 온 것은……."

"비서가 점심 먹으러 나갔는데 언제 돌아올지 몰라요."

그는 그녀를 개인 집무실 안으로 끌고 간 다음 문을 닫았고, 두 사람은 온통 

뒤죽박죽이 된 기분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는 문을 닫은 다음에야 

그녀의 팔을 놓아주었다.

"무슨 일이오?"

"가수의 길을 열어 주신 분이 강도에게 살해당했어요."

"누군데요?"

"존 월폴이라는 분이에요. 우리는 그냥 파파 존이라고 불렀어요."

"음, 나도 들은 적이 있는 이름이오. 당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인물인지 짐작이 

되는군. 안됐소, 테스."

"파파 존을 안다고요?"

"그 사람이 당신에게 여러 번 도움을 주었다는 잡지 기사를 읽은 적이 있소."

"그랬어요?"

눈앞에 보이는 남자에 의해 파파존의 죽음에 대한회한과 어머니 ―그리고 

케니― 에게 작별을 고하는 슬픔이 순간적으로 가려졌다. 한 꺼풀씩 껍질을 

벗길 때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그의 면모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랬다.

그는 말없이 서류함으로 다가가 서랍을 열고 M으로 분류된 서류철들을 뒤지더니 

마닐라 폴더를 하나 꺼냈다. 그가 폴더를 책상에 던지자 안에 든 내용물이 

부채살마냥 펼쳐졌다. 테스는 클립으로 묶인 채 흐트러진 서류를 보았다. 신문 

기사를 몇은 쪽지와 잡지 기사들이었다. 그녀는 폴더를 열고 그녀 자신의 사진이 

실린 의 머리 기사와, 그보다 작은 크기로 테스 맥파일이 케니 

크로넥의 지휘 아래 윈터그린 제일 감리교회성가대에 섰다는 기사가 실린 (윈터그린 

자유 신문)의 한 면을 읽었다. 그녀는 서류철을 덮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그녀의 시선을 받았다. 그가 말했다.

"좋소, 이젠 당신도 알겠지."

그녀는 얼이 빠져서 물었다.

"언제부터 이런 걸 모았죠?"

"당신이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난주까지의 기록이오. 서랍에 

서류철이 2개 더 있소."

"하지만 왜?"

"별 이유 없소, 모르겠소. 그냥 고향 사람이고 또 내게 영감을 주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또 한때 내가 학교 버스에서 키스하고싶었던 대상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 빌어먹을, 잘 모르겠소. 어린 시절 받은 충격은 쉽게 지워지지 않으니까."

그는 종이들을 주워 모아 금속 서류함에 다시 돌려놓았다 그는 서랍을 닫은 

다음에도 두 손을 허리띠에 끼고서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여전히 서류함을 

응시했다. 단정하게 깎은 머리, 하얀셔츠를 입은 등과 어깻죽지, 그녀는 내슈빌에서 

만나는 음악가들에 비하면 너무도 보수적인 그의 뒷모습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 그에게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인 

모양이었다.

그랬다. 그에게는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그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케니, 이제 가 봐야겠어 요."

그녀는 목이 메지 않으려 애를 쓰며 간신히 입을 떼었다.

"케이지에게 인사 못 하고 떠나게 돼서 미안해하더라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이건 내 명함인데, 전화 번호부에 등록되지 않은 번호가 여기 있으니까 아무 

때라도 전화하라고 일러주세요. 그리고 케이지가 내슈빌로 오면 정성을 다해 

돌보리라는 걸 당신이 알아 주면 좋겠어요. 케이지는 당분간은 나와 같이 지내게 

될 거예요. 그애가 일자리를 찾고, 혼자 살 만한 장소를 마련할 때까지 내가 

도와주겠어요. 음악 경력을 쌓을 수 없을 때를 대비해서 가을 학기에 밴더빌트에 

들어가도록 케이지에게 이야기는 해볼 작정이에요. 하지만 음악 경력을 쌓지 

못하더라도 케이지는 대학같은 덴 미련이 없을 거예요. 그럼 내가 좋은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또 언제나 그애 편에 있을 테니 아무 걱정 말아요, 케니 진심이에요."

그가 몸을 돌렸다. 그녀는 그의 얼굴에서 자신과 똑같이 상기된 감정을 읽었다.

그들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

"테스……."

"케니……."

겨우 이름만 부른 다음 그녀는 그의 팔에 안겼다. 키스는 없이 그의 가슴을 

꼭 그러안고 고통스러운 작별을 했다. 그녀의 명함이 반으로 접히고 그의 셔츠 

주머니에 꽃힌 연필이 그녀의 오른쪽 가슴을 찌를 정도로 강하게 매달렸다. 

매우 친밀한 냄새가 났다. 이 사람이 얼마나 멋진 남자인가를 깨닫기 훨씬 

전부터 어머니가 기대 왔던, 안정되고 편안한 바위 같은 느낌이었다.

"당신이 보고 싶을 거예요."

그녀가 속삭였다.

"나도 보고 싶을 거요."

그녀가 선글라스를 벗고 그의 등에 다시 매달렸을 때 두 사람의 눈은 아파 

오기 시작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 그는 한 손을 그녀의 뒤통수에 

얹고 그녀가 고개를 쳐들 수 없을 정도로 자기 목 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토요일에……."

말을 이을 수 없는지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당신 어머니에게 연애를 걸 수도 있었을 텐데 하고 말했을 때 사실 

나는……."

"그만, 말하지 말아요."

그녀는 고개를 젖히고 그의 입술을 손으로 막았다.

"말하지 말아요. 아무튼 진실이 아닐 테니까. 그건 단지……결혼식 피로연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미친 짓일 뿐이었어요. 우리 두 사람 모두 인정한 사실 아닌가요?"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 손을 아픈 자기 가슴 위에 

얹고 서로의 숨결을 들이마시며 눈으로 작별 인사를 하는 동안 다른 결론은 

불가능하리 란 것을 깨달았다.

"그래요, 둘 다 동의했지."

그는 슬픈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는 울면서 키스를 했고 그는 갈비뼈가 으스러진 것처럼 가슴이 쓰렸다.

씁쓸한 키스였다. 키스가 끝난 다음에도 두 사람은 얼마 동안상대방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몸을 떼지 않았다.

"엄마를 잘 돌봐 주세요."

그려가 나직이 말했다.

"그럴게요."

그도 나직이 대답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빼내었고 마지막에는 두 사람의 손가락만이 서로에게 

걸쳐졌다. 그들은 애써 웃으려 했지만 헛된 노력일 뿐이었다.

"안녕."

그녀가 속삭였다.

"잘 가요."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한 걸음 물러섰고 그가 내민 팔을 공중에 그대로 둔 채 두 사람의 

몸은 떨어졌다.

그녀는 사무실 문을 열었고, 그의 인생에서 걸어나와 자신의생활로 돌아가기 

전에 다시 한 번 그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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