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24)

 <50년대에 유행했던 방식>

케니와 테스의 자리는 통로를 기준으로 같은 쪽이었지만 테스는 가족과 같이 

앞쪽으로 안내를 받았다. 그는 그녀보다 몇 줄 뒤에 앉았다.

작은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결혼식이었다. 오르간 소리는 너무 

크게 울렸고 귀를 째는 날카로운 소프라노 목소리가 이어졌다. 결혼 반지를 

나르는 네 살배기 사내아이는 중앙통로 끝까지 건너 와서는 자기 엄마 쪽으로 

한 번 눈치를 보더니 이내 당황한 얼굴로 쭈삣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메어리는 통로 어귀까지 목발을 짚고 가서 발 디디는 자리를 최대한 내린 

휠체어에 앉았다. 에드가 휠체어를 밀었고 그 뒤에 주디와 테스가 따랐다.

테스는 신부보다도 더 많은 관심을 끌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예상했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가 움직이면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왔고 그녀가 가까이 지나가면 무어라 웅성거렸으며, 테스가 계속 

비상문 쪽을 바라보는데도 사람들의 얼굴에는 테스가 이제나저제나 자기 쪽을 

한번 보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가 씌어 있었다.

단 한 번 예외가 케니 옆을 지나칠 때뿐이었다. 그는 미국의 전형적인 가족인 

듯 케이지와 페이스와 같이 앉아 있었다. 케이지는 테스가 지나가자 손가락을 

흔들었다. 페이스는 웃음 지었다. 2시간 전 오솔길에서 감탄 어린 빛을 담았던 

케니의 갈색 눈동자는 다시 냉정하게 잦아들었다.

식이 끝나자 테스는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메어리를 남긴 채 먼저 바깥으로 

나왔다. 한낮의 열기를 식히는 바람이 불었고 파란 하늘 저편으로 커다란 뭉게구름들이 

흩어져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아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주디가 보였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테스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았다.

케이지가 교회당을 빠져 나올 때까지 테스는 이렇게 혼자 있었다. 테스를 

발견한 소녀는 환호성을 지르며 벌처럼 돌진했다.

"야, 너무 멋있어, 진짜 여자 같다! 이 드레스 어디서 샀어요? 또 이 구두는요?"

"케이지, 네가 와서 정말 다행이야."

"왜요, 무슨 문제 있었어요?"

테스는 가까이 다가가 귀엣말을 했다.

"펀치 볼에 잘못 들어간 똥처럼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어. 사람들이 쳐다보기만 

하고 아무도 가까이 오지 않았거든."

케이지는 알겠다는 듯 낄낄 웃으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사람들이 멀리 떨어져서 

두 사람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겁이 나나 보죠. 아무튼, 이 옷…… 야. 설마 윈터그린에서 이런 고급 옷을 

샀을 리는 없겠죠?"

"뉴욕 바니에서 샀어. 구두는 시애틀에 갔을 때 노르드스트롬에서 샀구."

"야, 죽인다!"

케이지는 몸을 붙이고 귀엣말을 했다.

"지금 제가하는 말 페이스에겐 절대 비밀이에요. 아빤 결혼식 내내 당신만 

쳐다보았어요."

"설마."

"정말이라니까요. 하긴 당신은 사내들의 시선에 질릴 정도로 익숙하겠지만."

"아니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 사람들 시선이 기분 좋고 마음 편히 느껴질 

때가 있어. 하지만 오늘은 무척 불편한걸. 온몸이 뻣뻣해지는 것 같아."

페이스가 다가와 테스의 손을 덥석 잡았다.

"테스, 잘 있었어요? 어머, 정말 눈부시네요."

"고마워요. 다른 사람들도 모두 멋진 걸요."

페이스 바로 뒤에 따라온 케니는 짐짓 무관심한 얼굴로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두 사람은 일부러 시선을 피했다.

"정말 멋진 결혼식이었죠? 난 오늘 당신이 축가를 부를 줄 알았는데."

페이스가 말했다.

"레이철한테 축가를 불러 달라는 부탁을 받긴 했지만 오늘만큼은 나도 그냥 

보통 하객으로 지내고 싶다고 말했어요."

"레이철이 굉장히 실망했겠군요."

"그렇지 않아요, 아주 싹싹하게 이해를 하던걸요."

그들이 이런저런 말을 하는 동안 딸 트리샤를 데리고 주디가 나타났다. 트리샤는 

키가 크고 마른 몸에 짙은 밤색 눈동자의 예쁘장한 소녀였다.

"테스 이모? 제 친구 앨리슨이 이모를 만나 보고 싶대요. 이모의 열렬한 

팬이거든요."

테스는 소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축축하고 떨리는 손이었다.

"안녕, 앨리슨."

소녀는 부끄러움을 많이 탔다. 바짝 긴장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쳐다보기 

미안할 정도로 얼굴이 붉어졌다. 결국은 애써지은 웃음마저 사라질 정도로 

얼굴빛이 벌겋게 달아오른 도자기 색이 되었다. 그러고는 테스가 수없이 들었던 

찬사를 더듬거리며 늘어놓았다.

"맙소사, 당신을 만났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아주아주 예뻐요. 당신이 트리샤의 

친 이모라는 걸 믿을 수 없어요."

이 모든 광경을 주디는 병원에 있었던 날과 똑같은 떨떠름한 얼굴로 지켜보았다. 

테스는 페이스 등뒤로 물러서서 역시 자신을 지켜보는 케니가 의식되었고 스타라는 

자긍심이 오늘은 왠지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오늘만큼은 

다가오는 남자들과 마음놓고 수다를 떨 수 있는 그냥 보통 여자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주변에 사람들이 불어나서 가족을 찾아가는 길을 

막았고, 또 그들은 그녀의 기분이 어떨까 안중에도 없이 노골적으로 쳐다보았다. 

테스는 가족 곁으로 돌아가기도 힘들었다. 누군가 다가오더니 사인을 부탁했다.

"지금은 안 되겠어요. 곧 신랑 신부가 나오니까요."

물방울무늬가 있는 드레스를 입은 뚱보 여인은 나팔을 불 듯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테스 맥파일, 하느님 맙소사, 정말 당신이군요. 오, 손 좀 잡아 봐도 되겠지요?"

이걸로도 부족했는지 여인은 테스를 끌어안으려 고까지 했다. 어깨에 화장이 

묻어나고 또 단장한 한쪽 머리 모양이 흐트러졌다. 테스는 이런 식으로 무모하고 

공격적으로 포옹을 하는 팬들이 가장 싫었다. 뚱보 여인의 어깨 너머로 반짝이는 

케니의 눈이 보였다. 테스는 눈으로 어쩔 수 없다는 시늉을 했고 그는 안됐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뚱보 여인에게 벗어나고 보니 케니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교회당 안에 있던 손님들이 다 나올 때에야 테스는 계단 만곡부에 휠체어를 

탄 메어리를 내려 주는 케니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신랑 신부는 바람에 베일을 

날리며 사람들 앞으로 나타났다. 신부는 화관을 꼭 잡고 머리 위로 떨어지는 

새 모이를 피하려 했고, 그들 머리 위로 교회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케이지가 다시 테스 옆으로 찾아왔다.

"아빠가 메어리 할머니를 차에 태우셨어요. 당신은 조금 쉬라고 하시면서요."

"에드는 뭘 하길래 너의 아빠가 우리 엄마를 돌보지?"

"트리샤가 과일 펀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에드가 먼저 그애를 연회실로 

데리고 갔어요."

"그럼 페이스는 어딨고?"

"저기서 자기 언니와 이야기해요. 저도 가봐야 해요. 그럼 연회장에서 만나요!"

케이지가 친구들과 떠나자 테스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케니가 메어리의 차 

옆에 서서 기다렸다. 메어리는 이미 뒷좌석에 올라 문을 열어 둔 채 있었다. 

그에게 말을 붙이기가 훨씬 가벼운 조건이었다.

"내가 할 일을 대신 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무척 바빠 보이 길래."

그는 씨익 웃었다. 물방울무늬 옷을 입은 뚱보 여자 이야기를 하는 것이리라.

"그 여자가 설마 당신을 압사시키지는 않았겠죠?"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내 옷에 화장품 묻었나요?"

그는 이 말을 처음으로 그녀를 만지는 기회로 이용했다. 그는 그녀의 늑골 

부분을 파란색 실크 드레스 위로 문질렀다.

"안 보이는데요."

"아무튼 그 여자 누구예요?"

"르노어 지터스요. 시의원이지요."

뒷좌석에 앉은 메어리가 말했다.

"입이 너무 걸고 마이크 없이도 미식 축구 구장을 쩌렁쩌렁 울릴 만큼 목소리가 

큰 여자지. 나를 보기만 하면 고향 재정을 위해서 널 집으로 내려오게 하라고 

말했단다. 난 그런 여자의 욕심을 채워 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지. 설사 

네가 허락한다고 해도 말이야. 물론 넌 허락하지 않을 줄 알지만."

테스는 차 안쪽으로 몸을 굽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고마워요, 엄마. 엄마에게 빛을 졌네요. 기분은 어떠세요? 피곤하진 않으신 

가요?"

"아직 까진 괜찮아. 하지만 뭘 좀 먹어야겠구나. 내가 배고파서 쓰러지기 

전에 연회장으로 데려갈 순 없겠니?"

케니가 자동차 문을 닫았다. 그 순간 메어리를 차단한 케니와 테스는 다시 

한 번 외톨이 섬이 되었고 파도처럼 밀려오는 서로의 매력을 피할 수 없었다.

"케니, 엄마를 돌봐 주어 고마워요, 정말정말."

이번에는 그녀가 그의 몸을 만질 차례였다. 그녀는 그의 소매에 살짝 손을 

얹은 다음 그대로 걸어갔다. 두 사람의 손가락이 스치면서 아주 은밀한 맨살의 

느낌을 맛보았다. 테스는 자동차를 돌았다.

결혼식 피로연은 마을 외곽에 있는 커런트 리버 코브에서 열렸다. 원래는 

롤러 스케이트 링크로 지어졌다가 도중에 양파 저장고로 바뀌었고, 그 다음에 

이곳 주인이 된 사람이 벽에 길다란 창문 4개를 내고 강을 면한 쪽으로 널따란 

테라스를 트고 부엌을 설치했다. 그 뒤부터 이곳은 리플리 카운티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지닌 각종 연회장으로 이용되었다.

연회장 안과 바깥에는 다채로운 색상의 유령 같은 카펫이 깔렸고 포마이카 

식탁들과 포개서 이동하기 좋은 의자들이 정리되어있었다. 그들이 피로연장에 

도착했을 때는 학교 점심 시간의 식당처럼 뒤섞인 음식 냄새가 물씬 풍겨 왔다. 

한쪽 구석에서는 오늘 초청을 받은 밴드가 컨트리 음악으로 흘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200명이 넘는 하객들은 신랑 신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교회에서는 테스 

근처에 감히 가까이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칵테일 한두 잔이 들어가자 술의 

힘을 빌어 그녀에게 다가와 이러니저러니 말을 걸었다. 신랑 신부가 도착하기까지 

30분 동안 하객 모두와 인사를 나눈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케니 크로넥은 

다가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만나면 서도 일부러 테스와 일정한 거리를 

두기로 결심한 것같이 보였다. 하지만 테스는 그가 움직이는 곳마다 자신의 

육감적인 레이더가 높아지는 것을 알았다.

그녀에게 말을 거는 사람마다 한결같이 왜 축가를 부르지 않았느냐, 피로연에서 

춤을 추는 시간에도 노래를 부르지 않을 것이냐고 물었다.

"부르지 않을 겁니다. 오늘은 절 손님으로 생각해 주세요. 오늘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니까요."

그녀는 똑같은 대답을 반복해야 했다 그 동안 가수 경력을 쌓으면서 비슷한 

경우를 많이 겪은 그녀는 팬의 마음을 잃지 않고도 자신의 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았다.

신랑 신부가 도착하자 정찬이 나왔다. 테스는 메어리와 같이 8명이 앉는 

원탁에 자리를 잡았다. 주디와 에드, 지금 펀치 달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는 

트리샤가 앉을 자리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페이스 옥스버 리가 다가왔다.

"여기 자리 찼어요?"

주디가 대답했다.

"아니오, 앉아요. 우리 집 애들 2명은 저쪽에 있는 자리에 앉으면 되니까."

"정말 괜찮겠어요?"

페이스는 테스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괜찮으냐고? 케니와 같은 식탁에 앉게 될 텐데? 현명한 일은 아니지만 테스는 

달리 거절할 도리가 없었다.

"그럼요. 저도 케이지와 이야기할 수 있고, 오히려 잘된 일이네요."

"아, 다행이에요. 그럼 케니를 데리고 올게요."

페이스가 케니를 찾으러 간 사이 케이지가 숨을 헐떡거리며 와서 테스 바로 

옆에 앉았다.

"야, 저 지금까지 밴드 멤버들하고 이야기했어요. 실력이 괜찮은 밴드예요."

"누군지 아는 사람들이야?"

"2명은 알아요. 기타를 치면서 같이 노래 부른 적이 있거든요."

케니와 페이스가 왔다. 두 사람은 테스의 맞은편에 앉았고, 둥그런 원탁은 

빈자리 없이 채워졌다. 모두가 아는 사람들이라 대화는 금방 이루어졌고 화제도 

이것저것 자주 바뀌었다.

입맛 도는 닭고기 요리와 아스파라거스를 속에 넣고 동그랗게 만 치즈, 사철쑥 

크림 소스를 가볍게 친 패스트리가 나왔다. 포도주는 일품이었다. 신맛이 톡 

쏘는 피노 누아(포도주를 만드는 포도품종의 하나)였다. 그들은 그 포도주와 

과일 맛이 도는 진파델(캘리포니아산흑포도 또는 그 포도로 만든 포도주)을 

돌려 가며 잔에 따르고 건배하고 웃고 떠들었다. 케니와 테스는 이런 분위기를 

방패로 이용하면서 자주 눈을 마주쳤다.

메어리의 귀고리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페이스였다. 그녀는 가까이 들여다보기까지 

했다.

메어리는 한 손으로 귀고리를 만지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진품이야. 오늘 낮에 테스가 주었어."

여섯 사람은 하나같이 감탄사를 내뿜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곱 번째 

사람은 입술을 비틀며 남편 무릎을 꾹꾹 찔렀다.

"에드, 포도주 좀 더 줘요."

메어리가 말했다

"그래, 에드, 나도 한 잔 더 따르게."

"엄마는 치료중이시잖아요."

주디가 꾸짖었다.

"환자는 술을 마시면 안 돼요."

"주디, 내가 한 마디 할까? 손녀딸이 결혼한 마당에 골반 수술을 받았다고 

축하할 마음이 안 생기겠니? 난 오늘 아침 약도 먹지 않았어. 그리고 포도주 

한두 잔 마신다 해서 당장 죽지도 않아. 어서 채우게, 에드."

주디를 제외한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식사 중간에 트리샤가, 테스가 케이지를 데리고 내슈빌로 가는 것이 마을 

전체의 이야깃거리라는 말을 꺼냈다.

"정말 놀랄 노자죠?"

케이지는 테스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눈동자가 조금 풀리고 혼자서 끼들끼들 

웃었다. 그 동안 포도주를 홀짝홀짝 마셨던 것이다.

"테스가 제 꿈을 이루어 주셨어요."

테스가 말했다.

"레코드 계약을 한 것과는 달라. 그냥 노래 1곡에 화음을 맞출 뿐이라구."

"알아요, 하지만 내슈빌로 가는 거는 분명하잖아요. 바로 그게 제가 평생 

꿈꿔 왔던 일이란 말이에요!"

포도주를 두 잔째 비운 메어리는 흐뭇한 얼굴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에드 

역시 알코올 기운이 퍼졌는지 씨익 웃었다.

"케이지, 잘된 일이야. 여기서 테스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되었으니 말이야."

페이스가 말했다.

"그럼 지금의 스타와 미래의 스타를 위해 건배하는 게 어때요?"

모두가 술잔을 들자 주디 역시 혼자 도드라지고 싶지 않아 마지못해 잔을 

들었다. 하지만 건배가 끝나자 주디는 의자를 슬며시 밀고 숙녀 휴게실로 도망쳤다.

주디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테스는 냅킨을 내려놓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잠깐 실례하겠어요. 주디 언니와 할 이야기가 있어서."

숙녀 휴게실에 들어간 그녀는 문을 안에서 잠 그었다. 화장실 칸막이가 3개, 

세면기가 2개 있는 휴게실이었다. 주디는 세면기사이 선반에 핸드백을 던지고는 

머리카락을 만졌다. 테스는 구슬장식이 달린 핸드백을 내려놓은 다음 거울 

속으로 비친 얼굴이 아니라 주디의 옆모습을 보고 섰다.

"좋아, 주디 언니. 이젠 말 좀 해보자구."

"날 내버려 둬."

"안 돼. 나도 더 이상 참지 못할 것 같으니까."

"뭘 참지 못하겠단 말이니?"

"언니의 그 질투심. 집에 온 지 3주일 동안 언니는 내내 뭔가를 참는 얼굴이었어. 

사람들이 내게 사인을 해 달라고 부탁하거나 노래를 불러 달라 할 때마다 화를 

내는 것 같았고, 또 내가 엄마를 위해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어."

"넌 우리가 보는 앞에서 그런 짓 해보이는 게 좋았지?"

주디는 흉를 내는 목소리로 말했다.

"날 좀 봐 주세요, 내가 바로 그 유명하고 돈 잘 버는 스타예요. 불쌍한 

노동자들이 얼마나 자기 삶에 비참한지 보여 주러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어치워, 불공평하잖아! 난 한 번도 언니 주변에서 내 돈이나 이름을 들먹거리며 

우쭐한 적 없었어. 언니도 잘 알잖아!"

"처음에는 그 잘난 차를 끌고 와 자랑했지. 그리고 오늘은 비싼 옷을 걸치고 

으스댔어. 그리고 그 잘난 휴대폰도."

그녀는 단어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발음했다.

"도시에 사는 컨트리 스타가 촌구석에 들어와서 자기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다. 철없는 계집애들에게 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심어 주고도 남겠지."

"처리할 일이 있어서 장거리 전화를 걸었을 뿐이야. 그리고 언니도 오늘 

입으려고 새 옷을 샀잖아 내 말이 틀려?"

주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건 그렇다 쳐, 나도 옷을 샀으니까. 케이지 문제만 해도 그래. 그애가 

재능이 없다면 난 눈도 깜작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재능이 있는 아이고, 

내가 도우면 그 재능을 꽃 피을 수 있어. 그런데 왜 내가 도우면 안 되지?"

"그래, 그래서 넌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네가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인지 

큰 소리로 발표했다 이 말이지?"

"사람들 앞에서 발표 따윈 하지 않았어. 1주일 전 그애 집에 가서 조용하게 

말해 준 게 다야. 그런데 오늘 그 이야기는 다른 사람이 꺼냈고 또 다른 사람이 

건배하자고 말했어. 그런데 언니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건배하는 것도 역겨운 

듯 억지로 술잔을 들었어. 케이지가 잘되는 꼴도 참을 수 없었나 보지. 그리고 

엄마가 퇴원해서 집으로 오셨던 날도 그랬어. 모두가 케이지와 나에게 노래를 

하라고 말하는데, 내가 달리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었겠어? 싫다고 대답해야 

했나? 큰언니가 싫어하기 때문에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말했어야 속이 시원했겠냐구? 

'언니는 화가 끓어서 부엌으로 갔어요' 하고 말해 줘야 시원했겠어? 그때 언니는 

정말 그랬어. 그게 내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몰라.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 

하는 모든 행동이 마치 언니에게 용서를 빌고 사과를 해야 하는 짓인 것처럼 

언니는 늘 날 대했으니까. 언니는 한 번도 '테스야, 축하한다'든가 '잘되기를 

빌어'라든가 아니면 '네 노래테이프 나두 샀다'고 한 적이 없었어. 한 번도! 

마치 나 따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말이야. 대신 언니는 누군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일 것 같으면 금세 새초롬해졌어, 하지만 내가 

무슨 일을 했다고 그러지?"

테스는 한 손을 세면대 위에 올린 채 몸을 앞으로 숙였다.

"난 사인을 하고, 노래를 불러. 번쩍거리는 옷도 입고 잡지에 실을 사진을 

찍어.왜냐구? 그게 내 일의 일부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내슈빌에 데려갈 만큼 

재능 있는 새로운 얼굴을 발견한다면 난 데려갈 거야. 그런데 언니가 곁에 

있다고 해서 내가 이 모든 일을 모른 척, 아닌 척하란 말이야? 언니 마음 좋으라고 

내가 먼지 풀풀 나는 고물 차를 몰고 다녀야 한단 말인가? 언니가 싫어하기 

때문에 엄마에게 멋진 선물도 하지 말아야 하나? 언니, 엄마가 언제까지 우리 

곁에 살아 계실 것 같아? 난 엄마에게 에메랄드를 선물하고 싶으면 그렇게 

할거야! 케이지를 내슈빌로 데려가고 싶으면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데려갈 

거구! 언니가 이 모든 것을 부인한다면, 난 언니를 불쌍한 여자로 생각하겠어. 

왜냐하면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잘되길 빌어 주고 내 성공과 명예를 

축복하니까. 그리고 내가 이렇게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고생이 많았는지 알아주니까."

누군가 바깥에서 문을 열려고 했다.

주디는 지갑을 들었지만 테스에게 팔을 잡혔다.

"나가겠어."

주디는 테스의 눈을 쳐다보지 않고 몸을 빼내려 했다.

"잠깐만, 우선 내 말을 마저 들어. 언니 자신이 행복해지지 않으면 그 누구와도 

행복해질 수 없어 내 말 잘 새겨들어."

바깥에 있는 여자가 문을 탕탕 두들겼다.

"여보세요, 안에 사람 있어요?"

주디는 간신히 몸을 빼내고 동생을 노려보았다.

"왜 널 키운 사람들 곁으로 돌아가치 않지? 엄마는 여기 남은 사람들도 돌볼 

수 있어. 너보다 훨씬 잘 돌볼 수 있다구."

악에 받친 소리였다.

잠금쇠가 끼익하고 열리더니 문이 벽에 쾅 부딪혔다. 주디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갔다.

테스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를 쓰며 서 있었다. 몸이 떨리고 금방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두 여인을 향해 흐릿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여자들은 화장실로 들어가지 않고 거울을 보면서 당황스러워 

했다. 테스는 백에서 립스틱과 분을 꺼내 화장을 고쳤다. 목덜미가 붉어졌기 

때문에 그녀는 뺨에 밝은 분홍색으로 화장을 고쳤다.

"구두가 참 멋지네요."

여자 1명이 말했다

"고마워요."

"오늘 밤 밴드와 같이 노래 부르시나요?"

다른 여자가 물었다.

"아니오, 죄송하지만 노랜 하지 않을 겁니다."

"오, 실망이네."

그녀는 화장품을 백에 집어넣고 닫았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자기 감정을 

들킬 이유는 없었다. 그녀는 일상적인 요구를 받았을 때 늘 짓는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군요' 하는 뜻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제 노래는 MCA 레코드로 언제든지 들을 수 있잖아요."

식탁에 돌아갔을 때 밴드는 이미 연주를 시작했고 주디와 에드는 보이지 

않았다. 메어리만 자리를 지켰다.

"대체 휴게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 주디가 에드 팔을 낚아채다시피 끌고 

나갔어."

"언니가 절 질투하는 것 같다는 제 생각을 말해 주었어요. 그러니 엄마 절도와 

주세요. 엄마가 한 번만 더 언니는 질투하는게 아니라고 하신다면 전 당장 

엄마 술잔을 뺏겠어요. 정말 이 말대로 하고 말 거예요!"

"한 발 늦었구나. 케니와 페이스가 벌써 내 술잔을 치워 버렸는걸."

"두 사람은 어디 갔죠?"

"춤추고 있을 게다. 모두가 춤을 추니까. 주디가 성난 코뿔소처럼 화장실에서 

나와 남편을 끌고 나가니까 모두가 입이라도 맞춘 듯 벌떡 일어서서는 댄스 

플로어로 나가더라. 가족끼리 볼썽사나운 짓을 하는 이런 결혼식이 어디 있니?"

테스의 눈가로 분노에 찬 눈물이 괴었다.

"엄마, 이젠 더 이상 주디 언니의 시샘을 받아들이지 못하겠어요. 언니도 

물론 엄마 자식이에요. 그리고 언니가 엄말 사랑한다는 거 알아요. 엄마에게 

엉뚱한 부탁을 하자는 건 아니지만 전 정말 언니 때문에 속상했던 적이 너무도 

많아요. 오늘 일은 제 성공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언니의 그 보잘것없는 

자존심 때문에 일어난 일이에요. 저를 스타로 대접해 주는 사람들 앞에서 주디 

언니가 보란 듯이 집으로 간 것까지는 좋아요. 하지만 그 일로 언니에게 사과 

전화를 하라고 하진 마세요. 그럼 전 이기주의자가 되는 쪽을 택하겠어요! 

좋아요, 언니를 받아들이죠, 군말 없이. 하지만 그 이상은 절대로 안 돼요! 

오늘 언니는 엄마가 귀고리 자랑을 할 때도, 케이지가 흥분한 목소리로 내슈빌 

이야기를 꺼냈을 때도 모른 척했어요. 엄마, 누가 속 좁은 사람인지 대답해보세요, 

네?"

메어리는 한숨을 쉬고 탁자 위에 있는 테스의 주먹을 쓰다듬었다.

"네가 집에 온 다음 가족 모두가 모였던 일요일부터 줄곧 생각해 왔어, 네 

말이 맞다는 것도 알아. 케이지가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주디는 거실을 나간 

게 사실이야. 또 믿고 싶진 않지만 다른 여러 가지 정황도 보아 왔어. 하지만 

주디는 나한테는 더없이 잘한단다. 너도 알 게야."

"알아요, 엄마, 하지만 이건 엄마에게 잘한다 그렇지 않다를 따지는 것과 

다른 문제예요."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어느 쪽이 언니를 위해 더 옳은 일인지 아시죠? 언니가 체중감소 프로그램을 

잘 지켰다면 지금보다는 자기 외모에 훨씬 자신 있게 살았을 걸요."

"안다, 알아. 하지만 누가 그애에게 그런 말을 해주겠니?"

"저는 아니죠."

"나도 못 한다."

"언니하고 말을 할만큼 가까이 다가간 것도 바로 5분 전 화장실이 처음이었어요."

"그래도 오늘 밤 주디는 근사하게 보였어.

메어리는 간절하게 말했다

"오늘밤은 멋지게 보였죠. 하지만 체중을 뺀다면 더 멋지게 보일 수 있을걸요."

그때 르니가 끼여들었다. 춤추는 사람들 틈에서 나온 그녀는 식탁 위로 쓰러질 

듯 헉헉거렸다. 레이스가 달린 저고리와 얇은 치마가 붙은 살굿빛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어느 때보다도 환하게 보였다.

"주디 언니하고 형부는 무슨 일이지?"

그녀가 물었다.

테스는 사실대로 일러주었다.

"내 잘못이야. 내가 큰언니하고 휴게실에 들어간 거 언니도 알잖아."

"그래서 화가 나서 집으로 갔어?"

"형부와 트리샤까지 끌고 갔어. 결혼식 피로연을 망쳐 미안해, 르니 언니."

르니는 몸을 펴고 벌겋게 달아오른 목덜미에서 머리카락을 떼어 냈다.

"얘, 그럴 것 없어, 주디 언니가 문제지 우리 잘못은 없잖아. 또 언니 때문에 

내 딸 결혼식 피로연이 망쳐지게 내버려 둘 생각도 없구. 그래서 말인데, 신랑신부 

부탁을 받고 널 찾아왔어 하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네가 밴드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게 하라고 신랑 신부를 다그치나 봐. 네가 허락한다면 첫아이를 낳으면 

너에게 주겠다고 까지 말하던걸."

"정말 내가 장녀로 태어나지 않은 게 억울해."

"어떻게 하겠니?"

"벌써 사람들한테 오늘 노래 부르지 않겠다고 말한걸."

"신랑 신부가 직접 부탁해도 거절할 거야? 신랑 신부한테 네 노래가 얼마나 

특별한 의미가 있다구, 제발."

르니는 애교를 부렸다.

테스는 춤추는 곳을 바라다보았다. 레이철과 브렌트는 춤을 추면서도 간절한 

눈길을 던졌다. 자신이 노래만 부른다면 리플리카운티같이 한정된 지역 사회에서 

그들의 결혼식이 얼마나 빛을 발할지는 뻔한 일이었다.

르니가 말했다.

"주디 언니 때문에 노래 부르고 싶지 않았겠지. 하지만 언니도 나갔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네 노래를 듣고 싶어하잖아?"

"정말 밴드하고 노래를 불러도 돼?"

"농담하니? 감히 어떤 밴드가 테스 맥파일의 반주를 맡는 걸 거절하겠어?"

"좋아. 그럼 딱 1곡만 부를게."

르니가 신랑 신부를 향해 손가락을 활짝 펴 보이자, 그들은 좋아라 서로 

부등켜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레이철이 바람처럼 달려와 테스에게 입을 맞추고는 

연주하는 리드 기타리스트에게 무어라 속삭거렸다.

춤곡이 하나 끝나자 밴드는 즉시 발표했다.

"오늘 밤 내슈빌의 유명한 가수가 이 자리를 빛내는 걸 모두가 아실 겁니다. 

오늘 신부의 이모인 분이죠. 그분은 오늘 기꺼이 우리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하겠다고 허락하셨습니다. 여러분, 박수로 환영합시다. 미스 테스 맥 파일입니다!"

그녀는 길을 비켜 주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자신 있는 태도로 무대에 오른 

다음 밴드에게 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캐틴>을 연주해 주실래요, 사장조인데?"

드러머가 말했다.

"물론이죠."

드러머는 네 박자를 쳤다.

반주가 시작되고 그녀가 마이크를 잡자 그곳에 들어찬 200명의 마음은 무대 

위로 쏠렸다. 처음 12소절의 반주는 요란한 박수 소리에 파묻혔다. 춤추던 

사람들도 춤을 멈추고는 그녀를 향해 일제히 고개를 쳐들었다.

테스는 윈터그린 사람들이 앞으로 10년 동안 할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여기에는 번쩍거리는 하이 힐과 몸에 달라붙는 드레스, 오른 무릎을 치면서 

박자를 맞추는 몸짓과 파란빛이 도는 장식용 금속 핀 이야기가 모두 한 몫을 

할 것이다. 그녀는 주디도 까맣게 잊고 힘과 리듬이 넘치는 공연으로 청중과 

하나가되어 갔다. <캐틴>은 다소 노랫말이 야한 록 비트 곡이었다. 양손과 

번쩍거리는 길다란 손톱을 움직이며 노래를 부르는 그녀는 청중에게 주문을 

거는 마술사와도 같았다. 그녀는 노랫말 속에 들어 있는 장면을 몸으로 연기했고 

모든 사람에게 마치 그녀가 자신만을 위해서 노래를 부른다고 착각하게 할 

정도로 진한 눈길을 던지며 여배우처럼 청중을 압도했다.

무대 아래에 갑자기 케이지와 춤을 추는 케니의 모습이 나타났다. 부녀는 

춤을 추면서 재미있다는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케이지를 가리켰다.

"……새틴 드레스를 입고……."

이번에는 케니를 가리켰다.

"……당신과 함께 새장에서 나가고 싶네."

그녀가 윙크를 하자 케니는 소리를 내어 웃었고, 그녀는 다시 다른 청중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시선 처리에 능했다. 어떤 식으로 마이크를 

잡아야 남자들이 그 마이크가 자기인 것 처럼 상상하는지를 알았고, 입술을 

깨무는 방식에 따라 여자들에게 자신이 고혹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테스 맥 

파일처럼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줄 수 있음도 알았다. 그녀에게는 여자들을 

위한 노래가 많았다. 지금 부르는 노래가 그런 노래는 아니었지만 여자청중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노래가 끝났을 때 여자들은 남자들만큼이나 열정적으로 

박수를 보내 왔다. 케이지는 입 사이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휘파람 소리를 냈다. 

르니가 소리쳤다.

"너무 멋지다!"

신랑 신부는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틈에서 더욱 열심히 박수를 쳤다.

"맥! 맥! 맥!"

피로연장이 떠나갈 듯한 연호가 계속되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던 테스는 어머니의 눈 속에 비친 영상을 읽었다. 휠체어에 

몸을 싣고 원탁을 지키는 메어리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얼굴이었고, 테스는 

그 누구보다도 메어리가 보내는 찬사에 온몸이 따스해 지는 것을 느꼈다. 아래에 

있는 얼굴들을 찬찬히 살펴보니 거기에는 그녀가 잊고 있었던 마을 사람들이 

하나씩 끼여 있었다. 은퇴한 교사들, 가게 주인들, 르니와 주디의 친구들, 

오랜 이웃들, 교회 신도들, 모두가 박수를 보내며 소리 높여 그녀의 이름을 

외쳐 댔다. 신랑신부가 무대 발치로 달려오더니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

"제발 1곡만 더 불러 주세요, 이모. 제발."

레이철이 간절하게 사정했다.

테스는 새롭게 부부로 탄생한 조카를 위해 조금 느린 노래를 1더 부르기로 

했다.

"이 노래는 공식적으로 녹음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굉장히 아하는 노래이고 

특히 결혼식장에 정말로 잘 어울리는 노래죠. 레이철과 브렌트, 오늘은 두 

사람을 위해 부르겠어요."

그녀가 <평생 이 춤을 출 수 있을까>를 부르자 사람들은 짝을 지어 미끄러지듯 

춤을 추기 시작했다. 르니는 짐과 왈츠를 추었다. 신랑은 신부 손을 잡았다. 

패커는 신부 들러리 중 하나를 골라잡았다. 민디 앨버슨 페트로스키는 전파상 

주인인 남편과 춤을 추었다. 그리고 케니는 페이스와 춤을 추었다.

모두가 무대 위의 테스에게 더 하라는 눈길을 보냈지만 두 번째 노래가 끝나자 

테스는 밴드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화려한 작별 인사를 한 뒤 마이크를 

스탠드에 꽃았다.

사람들 10여 명이 식탁까지 따라왔고, 그 숫자는 점점 늘었다. 메어리는 

자랑스러워 얼굴이 환해졌다.

"얘야, 네가 사람들 넋을 쏙 빼 놓았구나. 너의 그 목소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날 닳지 않은 건 확실해."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다. 그들은 차례로 테스에게 노래를 불러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상투적인 인사말을 건네었다.

에니드 코플리를 비롯한 메어리의 친구들이 훌륭한 딸을 둔 덕분에 관심의 

대상이 된 메어리 곁으로 찾아왔다.

하지만 노래가 끝나자 한 가지 이상한 일이 생겼다. 그 동안 테스에게 접근하기를 

꺼리고 계속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던 사람들의 태도가 변했다. 그들은 차례차례 

찾아와 무언가 한 마디씩 던지기도 하고 마치 그녀에게 이야기할 권리를 찾은 

듯 짧게 말을 건네다가 허둥지둥 떠나 버렸고, 그러면 테스는 이전보다 대중 

가운데 있는 것이 더욱 외로워지곤 했다. 케이지는 또래 친구들과 다른 쪽에 

있었다. 르니와 짐은 친척들과 시간을 보냈다. 에드가 집에 가지만 않았더라도 

춤을 추었을 텐데 그는 가고 없었다. 유명 가수 테스 맥 파일에게 춤을 신청하러 

오는 사람을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할 수 없이 단둘이 같이 어울리기에는 

부적절한 어머니 곁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10대 소녀 2명이 발그레한 얼굴로 다가와 종이 냅킨에 사인을 해 달라고 

부탁하자 그녀는 사인을 해주었다. 테스가 어렸을 떼부터 길 건너편에 살던 

페리 부인은 테스가 영국식 타피(땅콩을 넣은 버터 과자)를 무척 좋아해서 

자기가 만들어 준 적이 많았으며, 한 번은 자기 집 문을 두들겨 타피를 좀 

얻을 수 있는지 묻는 바람에 메어리가 창피를 당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페리 부인을 만나기만 하면 수십 번도 더 들었던 

옛날 이야기였다. 노인들은 페리 부인의 자식 이야기도 나누었다. 어디서 사는지, 

직업이 무엇인지 등등을 묻고 대답했다.

"엄마, 집에 가고 싶으시면 말씀하세요."

테스가 말했다

"이제 금방 가야지."

하지만 메어리는 점점 에니드 코플리와 페리 부인 또 다른 나이 든 여인들의 

이야기 속에 빠wu 들었다.

노래가 시작되고 끝났다. 케니는 혼자 댄스 플로어에서 내려와 의자를 끌어 

그녀를 마주 보고 앉았다. 춤 때문인지 그는 느긋하고 여유 있어 보였다. 양복 

단추가 열렸고 타이는 느슨해졌으며 셔츠 단추까지 풀어져 있었다. 그는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켜고 탁자에 팔꿈치를 기댔다.

"멋진 결혼식이군."

"재미있게 지내는 것 같군요."

"그렇소."

"페이스는 어디 내버려두고 혼자 왔어요?"

"자기 형부와 춤을 춰요. 당신은 왜 춤을 추지 않소?"

"춤 신청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요."

그는 주위를 둘러보고 다시 그녀를 쳐다보았다.

"흠, 우리도 아직 춤을 못 추었지. 나와 같이 춤추겠소?"

"좋아요."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플로어로 이끌었다. 밴드가 연주하는 곡 <의자>에 

맞춰 그녀는 그의 팔을 가볍게 잡고 전통적인 왈츠자세를 취했다.

"날 구해 줘서 고마워요."

그녀는 그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여기 남자들 눈이 삔 것 아닌가?"

"마치 유령을 본 듯 날 슬슬 피해 다녀요. 오늘 내내 그랬어요. 당신 춤 

잘 추는군요."

"고맙소. 당신 실력도 만만치 않은걸. 게다가 몸이 떨릴 정도로 멋진 가수이고. 

사람들이 모두 당신에게 반했소."

"고마워요. 무대에서 케이지와 같이 있는 당신을 지켜봤어요.

딸과 아버지가 즐겁게 지내는 걸 보니 제 기분도 좋던데요."

"케이지가 내슈빌로 떠나면 무척 보고 싶을 거요."

"알아요."

"하지만 당신 덕분에 그애가 행복해졌소. 이 사실을 알려 주고싶어요."

그는 몸을 뒤로 젖히고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덕분에 나도 행복해졌는걸요."

"당신이 케이지에게 선물한 것을 우리 모두 고맙게 생각해요.

"당신이 이런 말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돌처럼 굳은 부모에게도 다른 면이 있는 법이오. 당신이 집에 온 다음 아마 

내가 조금 성숙해졌나 보지요."

그들은 가까이 붙어서 다른 200명의 틈새에서 즐거운 순간을 보냈다. 사람들이 

그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분명해지자, 그는 그녀의 관자놀이가 자기 

턱에 닿도록 팔에 힘을 주어 당겼다. 그녀가 땀과 향수 냄새가 얼룩진 그의 

따스한 몸에 기댈 때 케니를 멀리하라는 르니의 충고가 떠올랐다. 하지만 이렇게 

어둑어둑한 조명이 비추는 곳이라면 그의 팔에 안긴다 한들 문제가 되지 않을 

성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춤을 출 기회가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몰랐다. 사람들에게 

춤을 추고 싶도록 자극하는 음악을 만들어 낸 자신이 그 춤을 추고 즐길 기회를 

빼앗긴 것은 분명 인생의 모순 같았다.

그녀가 말했다.

"나도 당신에게 감사할 게 있어요. 오늘 낮에 당신이 엄마를 모시러 문 앞에 

와서 했던 말 말이에요. 나도 엄마에게 멋지다고 했지만, 남자가 칭찬한 건 

당신이 처음이었어요. 상대가 여자냐 남자냐는 엄청난 차이가 있거든요."

그는 메어리 쪽을 흘끔 보았다.

"내가 뭐 빈말했나. 오늘 아주머니는 정말 근사하시잖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예요. 당신이 진심으로 칭찬을 해주었기 

때문에 엄마는 마치 불 밝힌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얼굴이 환해지셨어요. 일흔 

넷 나이에 골반 수술을 2번씩이나 받고 얼굴에는 주름이 지고 머리는 점점 

희어지는데 당신이 문 앞에 와서 숨을 멈추고 엄마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어요."

"사실은, 메어리 아주머니의 화장이며 머리 모양, 보석이 모두 당신 손이 

간 것이라고 짐작했소. 그 귀고리는 특별하게 아주 예뻐요, 테스."

"우리 엄마니까요."

그는 마치 드디어 진실을 알게 되어 반갑군 하는 말을 전하는 것처럼 그녀의 

허리를 바짝 죄고 난 다음 한 바퀴 돌렸다. 그녀는 그의 다리와 몸통에 몸을 

댄 것이며. 두 사람이 동시에 야릇한 흥분을 하기 시작했음과 이런 몸의 접촉을 

즐김을 느끼기 시작했다.

"케니?"

그녀는 그의 귀밑에 대고 말했다.

"음?"

"당신이 학교 전체에서 가장 촌스러운 사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죠?"

그는 큰 소리로 웃은 다음 그녀의 머리에 대고 씽긋 웃었다.

"계속 그런 말만 하면 당신 쪽으로 밀어붙일지도 몰라요."

그는 호주머니에 동전 한 닢이 들어 있었다면 그녀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녀를 꼭 안았다.

"우리가 고등학교 다닐 때 같이 춤춘 적이 있었던가요? 그녀가 물었다.

"그렇지 않은 것 같소. 당신은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용서하지 않았으니까."

"으음……. 그것 참 유감이로군요."

그녀는 중얼거렸다.

그는 고개를 젖혀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두 사람은 눈동자와 웃음으로 

많은 이야기를 했고 서로 맞닿은 몸으로 나머지를 이야기했다. 남자와 여자가 

춤을 출 때 남자가 춤 이상을 원하면 여자는 그것을 감지하며 남자 역시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여자의 생각을 읽어 버리는 법이다. 지금의 테스와 케니가 

그러했다.

"당신 귀에 달이 걸렸군요."

그는 씨익 웃었다. 다이아몬드는 그의 어깨에 눈부신 빛으로 깨어졌다.

"네, 하지만 보름달은 아니에요."

"한 가지 알게 된 게 있소."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뭔데요?"

"사람이 미치는 데는 꼭 보름달이 아니어도 된다는 사실이지요."

그는 얼굴을 가까이 대고 음악에 맞추어 콧노래를 불렀다. 그녀는 이런 색다른 

체험이 즐거웠다.

"세상에, 당신이…… 내 앞에서 노래를 다 부르는군요."

"난 당신이 성공했다고 해서 주눅들지 않소. 내가 노래를 부르고 싶다면 

노래를 불러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예요."

그들은 모두가 즐기는 자리라는 것을 십분 이용하면서 서로의 귀에 노래를 

부르며 춤을 마쳤다.

노래가 끝나자 그들은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리나케 몸을 떼었다. 맥파일을 눈여겨보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지 있게 

마련이다. 그녀는 플로어를 당장 내려갈 것처럼 몸을 돌렸지만 그가 손을 놓지 

않았다.

"잠깐, 테스. 1곡만 더."

그녀는 대답할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그저 그의 옆으로 다시 다가가 다음 

반주가 시작될 때까지 손을 잡은 채 기다렸다.

음악의 박자가 바뀌었다. 밴드가 조지 스트레이츠의 <아델리다>를 연주하자 

테스와 케니는 조용히 웃다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며 둘이서 같이 

하는 시간을 마음껏 즐겼다.

한 번은 그녀가 음악 소리보다 더 크게 고함을 질렀다.

"무지무지 재미있어요!"

그도 질세라 소리쳤다.

"나도 그렇소!"

노래가 끝나자 둘은 땀이 나는 불그스름한 얼굴로 메어리의 자리에 돌아왔다.

"둘이 춤을 많이 춰 본 사람들 같았어."

"같이 춘 적은 없었어요."

에니드 코플리 일행은 가고 없었다. 메어리는 빈 포도줏 잔을 앞에 두고 

무릎 위에 작은 지갑을 꼭 쥐고 있었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지만 집에 가야 할 것 같구나, 테스. 춤을 더 추고 싶어하는 

네겐 미안하지만 같이 돌아가지 않겠니?"

"물론이죠. 당장 모셔 갈게요."

케니가 말했다

"저도 따라가서 돕죠."

테스는 조심스럽게 그를 쳐다보았고, 그의 말이 단순한 호의이상인 것을 

알아차렸다 연인은 길을 같이 가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을 

보았다.

메어리가 말했다.

"오, 고마워, 케니. 자네가 같이 가 주면 아무 걱정 없지, 테스는 드레스를 

입은 데다가 이놈의 기계가 너무 무거워서 말이지."그것은 휠체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럼 페이스에게 가겠다고 알려 주고 올게요. 금방 돌아을 겁니다."

테스는 나가는 문 근처까지 횔체어를 밀고 간 다음 케니가 페이스를 찾을 

때까지 기다렸다. 페이스는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메어리와 테스를 향해 

잘 가라고 손짓했다. 잠시 후 돌아온 케니는 메어리를 피로연장 바깥으로 밀고 

나갔다. 메어리와 휠체어를 포드 자동차에 실은 다음 케니는 물었다.

"내가 운전할까요?"

"그 말을 기다렸어요."

테스는 이렇게 말하고 그에게 자동차 열쇠를 내주었다.

"내 주량보다 술을 조금 더 많이 마신 것 같아요. 내가 멈추라고 말하고 

정제약을 꺼낸다면…… 말 안 해도 잘 알겠죠."

시내까지는 15분이 걸렸으며 그 후부터 메어리를 침대에 누이기까지 다시 

15분이 걸렸다. 테스가 메어리의 잠자리를 봐 주는 동안 케니는 풍로 옆에 

작은 램프 불빛만 켜진 어스름한 부엌에서 낯익은 풍경을 보며 기다렸다. 여자들의 

목소리, 수돗물을 받아 마시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어두운 부엌 식탁에 앉아 

그들이 하루 종일 예견했던 조우를 은근하게 기다렸다. 오솔길에서 파란색 

옷을 입은 그녀를 본 순간부터 그는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는,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든지 은밀한 순간을 만들어 내고 또 그것을 이용하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부엌에 들어오자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는 편안히 누우셨소?"

"네."

침실에서 메어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자게, 케니. 오늘 고마웠어."

"안녕히 주무세요, 아주머니."

그도 소리쳤다.

그는 테스를 돌아보았고, 두 사람은 같이 춤추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들이 진정으로 원하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그는 타이를 풀어 

둥글게 만 다음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셔츠 윗단추 2개가 풀어져 있었다. 둘은 

이 순간 분명히 일어나고 말 그 행동을 누가 먼저 시작할지 생각하며 가까이 

서 있었다.

"불을 끌까요?"

"아니오, 나중에 내가 끄겠어요."

그는 그녀가 바깥으로 나가도록 길을 비켜 주었다. 뒤뜰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케니의 집에서도 불빛이 새어 나오지 않았다. 밝은 대낮에 집을 나왔기에 아무도 

외등을 켜 둘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테스가 앞장서서 한 손으로 차가운 

금속 난간을 쓸며 또각또각 하이 힐 소리를 내면서 계단을 내려갔다. 그 뒤로 

무거운 그의 발걸음 소리가 좁은 보도를 지나 오솔길 중간까지 따라왔다.

"테스, 기다려요."

그는 그녀의 팔을 잡았다.

이 단 한 번의 손길로 그녀가 원했던 초대가 모두 이루어졌다. 그토록 원했던 

마음만큼이나 빠르고도 자신 있게 그녀는 몸을 돌리고 깃대에 휘날리는 깃발처럼 

그의 몸을 감았다. 그도 자신의 욕구를 알았다. 그의 몸은 자신에게 닿는 그녀의 

살을 기다려 왔고 그의 입술은 그녀의 입술을 기다려 왔다. 그들은 보도중간에 

서서 어둠이 마음대로 뒤뜰을 숨기게 내버려 둔 채 서로를 향해 입술을 열었다. 

한낮부터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그들은 알았다. 서로의 매력에 반했으면서도 

길고 긴 밤들을 눌렀던 욕망은 이 순간을 위한 촉매제 구실을 했을 뿐이었다. 

번쩍거리는 그녀의 구두 사이에 검은빛을 내는 그의 한쪽 구ent발이 들어섰다. 

그들은 서로의 몸을 의지 삼아 길다란 직사각형 하나를 이루었다 그가 몸을 

굽히자 그녀는 그의 머리 쪽으로 손을 옮겼고 키스가 계속되는 동안 그를 놓지 

않았다. 두 사람은 더 이상 부인할 것도 거절할 것도 없었다.

자신들의 상상이 그대로 생명을 얻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그는 그녀의 등을 감싼 채 마치 결혼식 피로연장의 춤도, 다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키스만 계속했다. 입술이 젖고 호흡이 거칠어지더니 

그의 손안에 잡힌 드레스 등 부분이 비틀어졌다.

그가 그녀의 발을 땅에서 들어 올려도 그녀는 힘껏 매달렸고, 둘의 키스는 

깨어지지 않았다. 자물쇠와 열쇠처럼 그는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계단 

가까이 에 있는 가장 어두운 풀밭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고 

수국 덤불이 있는 그곳에서도 키스는 계속되었다. 그녀는 손을 더듬다 벽이 

닿는 것을 느꼈다.

벽이 닿긴 했지만 이쪽이 훨씬 좋았다. 그는 자기 엉덩이로 그녀의 엉덩이를 

꽃을 듯 힘있게 밀어 붙였다. 그는 두 손으로 집벽을 누른 다음 허리를 굽혀 

입술로 그녀의 늑골과 귀를 훑었으며 입술을 여는 키스를 했다. 일단 그의 

양복 재킷 속으로 손을 집어넣은 그녀는 손톱을 세우며 하얀 셔츠 속을 헤치고 

따스한 그의 등을 더듬어 갔다. 그는 몸을 떨었고 그녀의 몸에 기대어 몸을 

굽히며 온 힘을 다해 한 번에 하나씩 그녀를 애무했고 그녀의 입술에 대고 

신음 소리를 냈다.

그는 그녀의 등을 끌어당겨 풀밭에 그녀를 쓰러뜨렸다. 차갑고도 부드러운 

잔디가 그녀의 등에 닿자 그는 그녀의 몸을 누인 곳에 다리로 요람을 만들었고, 

그들 위로 별빛이 쏟아졌다. 헝클어진 그녀의 머리가 그의 얼굴을 덮었다. 

그는 그녀의 몸을 돌려 머리카락을 치우고 반쯤 누운 자세로 그녀의 왼쪽 가슴에 

한 손을 얹었다. 그가 가슴을 더 파고들었어도 그녀는 그가 하는 대로 받아 

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밤은 키스만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해했다. 그리고 달빛이 흐르는 밤 애무와 키스만으로도 

충분히 극대점에 이른 전율이 왔다.

그들은 앞으로 오늘의 애무를 이용할 수 있으며 그들이 상상했던 모든 쾌락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에 유혹은 유혹의 몫으로 남겨 두기로 했다. 피로가 쌓인 

몸으로 입술을 연 채, 그들은 쾌락과 그 억압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서 있었다. 은혜로운 순간을 위해서는 지금의 쾌락을 물리쳐야 하리라. 

그는 그녀 옆 풀밭에 등을 대고 누웠다. 귓가에 울리는 귀뚜라미의 노래를 

들으며 그들은 그렇게 누워 있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들은 말을 할 수 있었다. 먼저심호흡을 하고 

입을 연 사람은 케니였다.

"후아."

"내가 말할게요."

그녀가 간신히 입을 떼었다. 활짝 편 왼손은 그의 소매 밑을 잡았다. 그녀는 

엄지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그의 셔츠를 긁었다. 혼자 웃음을 짓다가 머리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우리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죠?"

그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이런 걸보고 애무라고 하더군요. 50년대에 유행했던 방식이오."

"난 이런 게 좋아요."

"나도 그렇소."

그녀는 몸을 일으키고 흐트러지고 젖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그도 일어나 앉았다.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자신들이 한 일을 떠올리며 

자신들의 몸 속에 내재된 리듬이 변화를 가져온 결과에 만족스러워 했다.

"당신 옷에 풀물이 들었을 거요."

"드라이 클리닝하면 돼요."

"하지만 피로연장에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될까요?"

"재미있네요. 이젠 돌아가고 싶은 마음 조금도 없어요."

"나도 그렇소."

그는 무릎을 끌어 모아 두 팔을 걸치고 머리를 앞으로 숙이고는 뒤통수를 

문질렀다. 그녀는 그의 옷소매를 지나 그의 손등을 문질렀다. 두 사람의 손가락은 

마치 카펫을 쏘는 고양이처럼 피의 손바닥 안에서 꼼지락거렸다.

"우리가 방금 한 짓을 계속하게 될 거라면 나도 이런 질문을 할 권리가 있겠죠. 

페이스와 같이 잤나요?"

"그렇소."

그녀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그녀는 아주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등을 쭉 펴고 허리에 손을 걸치고 다리를 꼬았다. 별을 쳐다보면서 그녀가 

말했다.

"페이스는 참 행운아예요. 난 키스도 못 해봤는데. 언제부터냐 하면……."

"언제부터?"

"모르겠어요. 이럴 만한 일을 만들지도 않았죠."

그는 옆으로 몸을 돌려 한 손으로 고개를 받치고 다른 손으로 그녀의 등뼈 

가운데를 만지며 가슴 밑 부분으로 손가락을 뻗쳤다.

"나도 그랬소."

그녀는 그의 손을 감싸고 따스하게 전해지는 체온을 음미했다.

"그럼 왜 우리가 이런 짓을 했을까요?"

그가 말했다.

"봐요, 난 페이스와 결혼한 게 아니오. 난 고등학교 때부터 당신을 마음에 

두었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소. 이런 일이 생기리란 걸 우리 두 사람 모두 

알았어요."

"하지만 페이스가 이걸 모를까요?"

"몰라요."

"케이지는?"

"몰라요."

"두 사람 모두가 몰라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 미친 짓을 했기 때문이겠죠. 

많은 사람들이 결혼식 날에 미친 짓을 하듯 이 말이죠."

"그렇겠죠."

그는 그녀의 드레스 자락을 살짝 긁을 정도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녀는 마음을 비우고 손을 들어 그의 관자놀이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만져 

주었다. 짧고 아름다운 곱슬머리였다. 이 머리카락의 주인을 자신이 원할 때마다 

만질 수 있게 되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키스를 하고 싶고 자신을 여성스럽게 

만들며 가수의 재질 이상을 자신에게 원하는 그런 남자를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그녀는 깨달았다. 그녀는 그의 머리를 당기며 속삭였다.

"그럼 키스 좀 더 해줘요."

그는 머리를 내려 양복을 입은 한쪽 팔꿈치로 풀을 누르며 그녀의 요구대로 

했다. 6분 동안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