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리스 인과 사랑을-6화 (6/10)

6

알렉시오는 탈의실에서 나오는 이오네를 지켜보았다.

이오네는 밝은 색 눈과 백금색 머리를 강조해 주는 에메랄드빛 시프트 드레스를 화사하게 차려입고는 빙그르르 돌아 보였다. “어때요?”

알렉시오는 흠을 찾았지만 너무 끼지도, 너무 짧지도 않았다. 가냘픈 팔이 앙상하게 드러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부했다. 파리가 세계적인 국제 도시이긴 하지만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시선들이 모아졌다. 이오네는 파리 토박이들도 감탄해 마지 않는 멋과 대담성으로 보기 드문 관능미를 드러냈다.

“이건 마음에 든다고 해야 해요” 이오네는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으며 주장했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알렉시오 자신도 알 수 가 없었다. 왜 언제나 그녀를 가리고 싶은지, 소유욕이 강한 남자도 아닌데. 크리스탈은 엉뚱한 옷을 골라 입고는 끊임없이 관심을 끌려고 하는 통에 짜증이 나곤 했는데, 그런 건 제쳐두고 죽은 약혼자가 뭘 입든 신경을 써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오네가 리무진에서 내릴 때 기사가 그녀의 허벅지를 흘끗 보기만 해도 바짝 긴장되었다. 그녀는 자기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조만간에 그녀가 지닌 막대한 힘이 나타나기 시작할 터였다. 알렉시오는 자신이 곁에 없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았으면 했다.

이오네가 예쁜 입술을 삐죽 내밀고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재미없어요?”

“웬걸, 플로어 쇼를 좋아하는데... 다만 나 혼자 보는게 더 좋아서 그렇지” 알렉시오는 깊게 울리는 음성을 낮춰 은밀하게 가르랑거리는 소리로 속내를 털어놓아 그녀의 가녀린 등을 타고 전율이 일게 만들었다.

너울거리는 금빛 눈에 사로잡힌 이오네는 별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거뭇하게 잘생긴 그를 바라보며 앞으로 몸을 가져갔다. 그와 불과 몇 센티미터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그녀의 감각은 못 견디게 익숙한 남자의 체취를 탐닉했다. 3주 동안 24시간 내내 알렉시오에게 노출되어 있는데도 그에게서 구하는 기쁨은 아직 표면에도 미치지 못했고 만족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녀는 알렉시오가 경호원들을 그리스로 돌여보내고 대신 그녀를 존중해 주는 인물들로 교체했을 때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사실 알렉시오와 시간을 보낼수록 둘이 함께 있는 것이 옳다는 기분이 드는 게 놀라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보내는 동안 양심은 더욱 더 무겁게 짓눌렀다. 그녀가 자기와 결혼한 이유를 알고 나면 어떤 기분일까? 그녀가 처음부터 신랑을 저버리고 떠날 생각이었다는 걸 알면 그녀에게 가졌던 믿음과 존중, 애정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 세상 어디에도 단지 불행한 가정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자에게 이용당해도 되는 남자는 없었다. 그녀 자신이 한때 얼마나 비열한 계획을 세웠는지 알렉시오가 알아 버린다는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온몸을 갈랐다.

그녀는 그런 불안을 억누르고 대신 두 사람이 즐기고 있는 멋진 신혼 여행을 억지로 떠올려 보았다. 알렉시오는 중고등학교는 영국의 사립기숙 학교를 다녔지만 대학은 소르본을 나왔다. 이곳 사정을 잘 알기에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가며 자기가 좋아하는 곳들을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모네의 그림을 보려는 그녀에게 이끌려 마모탕 미술관을 돌아다니던 그가 1주일 뒤에는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집으로 데려가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그녀는 초록빛 덧문과 멋진 정원, 영감을 얻기 위해 그 유명한 화가가 만들었다는 연못들이 들어선 핑크빛 전원 주택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하지만 기억에 가장 오래 남을 장면들은 그보다 은밀한 것들이엇다. 시트로앵 공원에서 예기치 않게 뿜어져 나온 분수 세례를 받아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됐는데도 그에게 열렬히 키스를 받았던 일, 서로 손을 잡고 센 강을 따라 걷는 동안 알렉시오가 자기는 이렇게 낭만적인 적이 없었다고 고백하는 중에 그녀의 머리가 바람에 날리는 걸 보고 아서 왕의 전설에 나오는 처녀 같다고 말해 준 일, 룩셈부르크 공원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장난감 배를 띄우는 걸 바라보다 그녀를 끌어안고 <당신이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난생처음으로 한 여자에게서 내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드는군> 이라고 신음섞인 소리로 고백했던 일 같은.

그 특별한 기억에 아내로 인정받았다는 깊고 행복한 기분이 아직도 충만했다. 또한 그에 못지 않게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 그녀의 스물세 번째 생일을 기념해 어젯밤 저녁 식사때 그가 주문한 굉장한 생일 케이크였다. 그녀는 그가 준 빅토리아 스타일의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존중>의 반지로 보석의 첫 글자가 그런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그녀는 그가 이렇게 특별한 것을 선물하기 위해 시간을 냈다는 데 깊은 감동을 받았고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샹젤리제 거리의 부티크를 나선 두 사람은 식사를 하기 위해 시내 저택으로 돌아왔다. 잠시 후에 오페라 극장에 갈 예정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러 2층으로 올라가면서 이오네가 쓸쓸하게 말했다. “파리를 떠나면 슬플 거예요”

“아직은 그럴 필요가 없지. 내게 36시간만 주면 런던에서 일을 보고 돌아와 1주일 더 머물도록...”

“런던에 볼일이 있어요?” 이오네는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따라가도 돼요?”

“당신한테는 무척 따분한 시간이 될 텐데” 알렉시오가 안타까운 듯 말했다. “난 하루종일 회의만 할 거고 내가 이용하는 회사 아파트에서도 별 재미는 없을 테니까”

그녀의 입가엔 그의 곁에 머물 수만 있다면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며 공원에서 캠프를 치고 지내는 것도 괜찮다는 확신이 넘쳤다. 그러나 다행히 상식과 자존심이 끼여들었다. 3주 동안 그를 독점했는데 하룻밤 떨어져 있는 것도 허락지 않는다면 너무 과욕이었다. 소유욕이 강하고 요구가 많은 것은 그에게 인상을 줄 성숙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는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을 만큼 알렉시오를 열렬히 사랑했고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그 역시 사랑한단 확신은 없지만 그녀에게 마음이 있는 듯했고 그녀로서는 처음 받는 대접이었다.

“내가 돌아왔을 때 얼마나 굉장할지 생각해 봐요” 알렉시오가 관능적인 위협이 묻어나는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침실을 나서는 그녀를 뒤에서 끌어당겼다.

이오네는 크고 단단한 몸으로 꿈틀거리고 안겨들며 생긋이 웃었다. “당신이야 늘 굉장하죠” 그녀는 그렇게 놀렸고 그런 사실이 좋았다. 그의 열정은 그녀에게 세상에서 가장 물리칠 수 없는 여자라는 기분이 들게 해주었던 것이다.

“이러지 말아요” 그녀가 날씬한 엉덩이를 그에게 나긋이 밀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자극하자 알렉시오가 신음했다.

이오네는 잠시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도 놀라 얼굴이 빨개졌지만 둘의 목가적인 신혼 여행이 사실상 하룻밤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고르지 못한 소리로 속삭였다. “하게 해줘요”

“조금전까지만 해도 당신에게 유혹이라는 건 식탁 너머로 애타는 눈길을 던지는 거였는데. 그게 귀여웠다면 이건 도발적인걸” 알렉시오는 거칠게 음미하는 말투로 털어놓고 그녀를 빙그르르 돌려세워서는 맹렬하게 입술을 빼앗았다.

숨기려 들지 않는 그의 욕망이 폭탄처럼 그녀의 여린 몸을 가르고 폭발해 세포마다 감각의 물결을 일으켰다. 어찌할 도리 없이 신음을 흘리며 기대오는 그녀를 번쩍 안고는 건장한 어깨로 문을 밀어 닫고 침대에 내려놓았다.

“밤낮 없이 당신을 가져도 만족할 수 없단 말이야....” 알렉시오는 격정이 묻어나는 팽팽한 얼굴로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런 고백을 하는 동안 이글거리는 눈에 아주 잠시 놀라움과 희미한 낭패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당신 들켰어요! 이오네는 한때 그의 곁에서 깨달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한 수 앞서는 태도로 그 순간을 포착했다. 이런 상태에 처음으로 만족해하는 모습을 들킬까 봐 본능적으로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밤낮 어느 때든 그는 환영이었다. 욕망은 시작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런 욕망마저 없었다면 그가 언젠가 그녀의 사랑을 돌려줄 가망도 없을 터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소?” 그녀를 굽어보고 선 알렉시오가 기운을 돋우게 조바심으 감추지 못하고 옷을 벗어 던지며 잠긴 소리로 물었다. “뭔가 음모를 꾸밀 때 그런 음흉한 표정을 짓던데”

“음흉해요?” 이오네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앗다. “음모?”

구릿빛 얼굴에 억제할 수 없는 탐욕스러운 미소가 떠오르자 사랑의 감정이 세차게 밀려들어 그녀는 가슴이 죄어들었다. “나한테 들킨 거야. 그 평온한 표정은 당신이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걸 예외 없이 의미하거든”

그가 옳았고 그 사실이 그녀를 흔들어 놓았다.

“당신은 감정을 감추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아. 당신 아버지 곁에서 그런 식이었던 거지”

깊게 울리는 음성과 뚫어질 듯 바라보는 눈길에서 보다 진지한 기색을 읽고 이오네는 얼굴이 하얘져 고개를 돌렸다.

“미노스는 위협적인 인물이오. 그가 화를 내면 강한 남자들도 벌벌 떨지” 알렉시오는 일부러 가볍게 말했다. “하지만 내 곁에선 그런 식의 신중한 태도를 보이지 않아도 될 거요. 가끔 나도 성질을 부리기는 하지만 손찌검을 하는 일은 없으니까”

“반가운 얘기네요.... 하지만 정말이지 당신이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오네는 살짝 떨리는 긴장된 목소리로 말려들지 않았다. 최근 들어 알렉시오가 이런 화제를 끄집어낸 게 처음이 아니었고 렉소스에서의 삶을 그에게 전부다 털어놓을 순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면 그가 위험에 처했다.

알렉시오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닫히는 걸 지켜보며 좌절감을 느꼈다. 이오네에게 과거는 끝난 일이었다. 어린 시절이나 친척들 얘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둘의 결혼식날에 새로 태어난 듯했다. 그리고 지금도 뒤로 물러나고 있는게 역력했다.

“자, 어디까지 했더라?” 알렉시오는 간단히 머릿속의 기어를 바꿔 장난스럽게 말한 뒤 침대로 몸을 내려 털이 무성한 가슴 쪽으로 그녀를 돌아눕게 만든 다음 드레스의 지퍼를 끌어내렸다.

그는 확신에 찬 손길로 옷을 벗기고 길을 가로막고 있는 머리카락을 치운 뒤 드러난 목덜미를 따라 노련한 입술로 도발적인 입맞춤을 해나갔다. 이오네는 그를 향한 열망에 온몸을 부르르 떨며 어색하게 몸을 뒤틀고 그의 입술을 찾아 더듬더듬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그가 곁에 있어 안전한 기분이, 정말 안전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에게 너무 많은 걸 말해 주면 아버지의 분노에서 그가 안전하지 못하리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알렉시오는 잠시 그녀를 떼어놓았다. 진한 벌꿀색 눈으로 종잡을 수 없는 그녀의 눈길을 찾았다. “왜 그러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가 그 기막힌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도 단단히 깨어난 남성이 약속하는 강렬한 기약이 이미 그녀를 지배하고 있었다. 젖가슴이 저리고 단단해졌다.

그가 그녀의 날씬한 허벅지를 양옆으로 벌리고 브래지어를 끌렀다. 돌연 숨이 가빠 오고 심장 박동이 귓전을 울리는 가운데 그녀는 고개를 뒤로 떨구고 등을 젖혔다.

“오페라에 늦게 생겼는걸....” 알렉시오가 탁한 소리로 속삭이며 밝은 머리카락 속에 손을 집어넣더니 이오네의 팽팽한 등이 매트리스에 닿을 때까지 조심스럽게 뒤로 넘어뜨린 뒤 팽팽하게 조여 있는 젖가슴을 탐닉했다.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서 이내 불길이 솟구쳤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꿈틀대다 그 뒤를 이은 강렬한 키스에 물에 빠진 사람처럼 달려들었다. 그녀는 숱 많은 그의 머리카락 속에 손을 찔러 넣고 노련한 그의 손길이 민감한 몸에 불러일으키는 기분 좋은 감각에 몸을 맡겼다.

“당신은 마녀야...” 알렉시오는 격정을 못 이긴 눈으로 황홀해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으르렁거렸다. “당신이 내 품에서 무너질 때면 자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단 말이야”

“그게 불만이에요?” 이오네의 속삭임에 알렉시오가 그녀의 쇄골 밑으로 맥박이 뛰는 지점에 뜨거운 입술을 누르고 햇볕에 그을린 갸름한 손으로 꿈틀대는 몸을 에로틱하게 더듬어 내려갔다.

그녀는 그를 만지고 싶은 충동을 더 이상 이기지 못해 군살없이 팽팽한 그의 배를 나누는 좁다란 털고랑을 따라 손을 움직였다. 그가 음울한 신음 소리를 내며 그 손을 붙잡았다.

“더이상 못 참겠소” 알렉시오가 단호하게 그녀의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자리잡은 그는 천천히 힘차게 밀고 들어가 그녀의 입에서 환희의 신음 소리가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

이윽고 그 말고는, 격정에 휘둘려 소유 당한 기분을 안겨주고 사랑으로 의지를 꺾어 놓는 알렉시오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맹렬한 욕구를 못 이겨 부르르 떨자 그녀는 그의 얼굴이 팽팽히 당기는 걸 바라보며 모든 걸 내맡기듯 몸을 구부려 그를 에워쌌다. 그가 힘찬 돌진으로 폭발 직전의 완성으로 몰아가자 미친 듯 날뛰는 흥분이 그녀를 비틀어 짜듯 숨막히는 무아지격으로 몰아넣었다.

“정말 늦게 생겼는걸” 알렉시오는 그녀의 섬세한 어깨에 입술을 가져가 탐닉하듯 보드라운 살결을 간질여 흐늘거리게 만들었다. “ 괜찮겠소?”

“괜찮냐고요?” 그녀는 알렉시오가 꼭 끌어안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저 멋진 눈으로 내려다보는 동안은 그가 하는 어떤 일도 괜찮았다. “그럼요”

“우리는 놀랄 만큼 잘 어울린다니까” 알렉시오가 만족한 목소리로 나른하게 말하자 그녀는 그의 천진난만함에 미소를 지을 뻔했다.

불과 3주 만에 이오네는 그가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췄다. 자신의 패션이 소녀 취향이라는 것을 깨닫고 굴욕감을 느끼기도 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춘기 시절에 옷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자연스런 과정을 거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알렉시오는 말로 표현하는 법 없이 그녀가 공항에서 입었던 옷이 10대 소녀들 사이에서나 유행하는 스타일이라는 걸 깨닫게 만들었다. 조종 느끼는 것이지만 그의 굉장한 패션 감각이 어떻게 죽은 약혼녀 크리스탈에겐 통하지 않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 가지 사실을 인정했다. 알렉시오느 크리스탈을 사랑했고 사랑은 맹목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의지하고 기댈 사랑이 없는 그녀로서는 그의 취향에 맞추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알렉시오에게 아주 천박한 인상을 준 듯한 다이아몬드 구두는 옷장에 처박아 두었다. 그리고 알렉시오는 확고부동하게 그리스 요리만 고집한다는 것은 물론이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난 오페라가 별로던데” 알렉시오가 조용히 털어놓았다.

이오네는 한숨이 나오는 걸 참았다.

알렉시오가 그녀 위로 몸을 기울이고 짖궂은 눈길로 내려다 보았다. “하지만 당신이 1주일 내내 기다려 왔다는 걸 아니까 갑시다”

“그럼 서둘러야 해요!” 이오네는 다시 움직일 기운을 얻었는지 시계를 끌러 침대 옆 서랍장에 던져 놓고는 그에게서 몸을 비틀어 뺀 뒤 욕실로 달아나 빠르게 샤워했다.

30분 뒤 이오네는 목걸이와 귀걸이에 맞춰 자수정과 다이아몬드 장식이 달린 화려한 미니 왕관으로 틀어 올린 머리를 고정하고 무릎 위까지 트여 날씬하 다리가 드러나는 꼭 달라붙는 라일락빛 드레스를 입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아무렇게나 끌러 놓았던 시계를 팔목에서 찾았다. 헝클어진 침대와 카펫을 더듬다가 열려 있던 서랍장 맨 위칸에 던져 넣고 샤워하러 갔던 기억을 떠올리곤 다시 서랍을 열었다. 미소를 머금고 시계를 꺼내는데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팔목에 시계를 밀어 넣은 뒤 비키니 차림으로 웃고 있는 다갈색 머리의 여자 사진을 집어들었다. 심장이 목에 걸려 숨을 조이는 듯했다. 그녀는 천천히 침대에 주저앉아 크리스탈 덴비를 들여다보았다. 알렉시오의 유명한 약혼녀는 대단한 미인이었다. 도발적으로 반짝이는 짙은 눈과 섹시한 미소는 물론이고 육감적인 몸매와 흠잡을 데 없이 긴 다리를 이오네마저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렉시오가 찍은 사진이었다.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 크리스탈은 애인 앞에서 자신만만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살갗이 싸늘해지는 걸 느끼며 사진을 제자리에 갖다 놓고 서랍을 닫았다. 그러나 와들와들 떨고 있었고 알렉시오가 예고도 없이 휘두른 칼에 찔린 기분이었다. 어째서 그는 부부 침대 가까이에 저 사진을 간직하고 있을까? 얼마나 자주 들여다보는 걸까? 그래, 분명 들여다보면서 아픈 마음을 달래려고 저기 놔둔 거야.

허탈감과 함께 분노와 통증이 밀려들면서 욕지기가 치밀었다. 신혼 여행 중에 크리스탈을 떠올리지 않기로 모질게 마음 먹었다. 알렉시오가 그 예쁜 여자하고도 같은 곳을 산책하고, 같은 열정을 나눴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마음의 평화를 해치는 일이 없도록 조심했다.

알렉시오가 드레스 룸에서 나왔다. 그녀는 거뭇하게 잘생긴 그를 흘끗 훔쳐보고는 괴로운 상처와 부글거리는 적의를 안고 마음속에 그 모습을 각인시켰다. 그를 위해 자존심도 버리고, 쌍둥이 언니하고의 만남도 뒤로 미뤄 가며 그가 원하는 아내가 되려고 모든 면에서 온힘을 다했다. 어쩌면 그를 미친 듯이 사랑한 데서부터 길을 잘못 든 게 아닐까? 그녀 자신이 원하는 건 어찌되는가.

“돌아서 봐요” 알렉시오가 깊게 울리는 목쉰 소리로 중얼거렸다.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정말 근사하군”

이오네는 앙상한 등을 팽팽하게 펴고 갸름한 얼굴 속에서 에메랄드처럼 밝게 빛나는 눈을 번뜩이며 창문에서 휙 돌아섰다. “침대 옆 서랍장에서 크리스탈 덴비의 사진을 봤어요!”

날렵한 새까만 눈썹 사이로 살짝 주름이 잡히면서 금빛 눈이 무슨 소리냐는 듯 가늘어졌다. “그래서?” 알렉시오는 여자문제로 시끄러워질 것 같은 상황에선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게 첫 번째 방어 전략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물었다.

이오네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상처받은 기분에서 분별을 잃을 만큼 통제하기 힘든 분노가 솟구쳤다. 그래서라니? 그는 남편이 다른 여자의 사진을 소중히 간직해도 그녀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는 듯, 그런 일이라면 언급할 자격이 없다는 듯, 천박한 여자나 감히 따져 물을 일이라는 듯 말했다. 이오네는 그 한 마디에서 그가 꿈도 꾸지 못할 의미를 읽었다.

“그 사진을 없애지 않으면 당신을 떠나겠어요!” 그렇게 쏘아붙이긴 했지만 저절로 튀어나온 듯한 통속적인 위협에 이오네 자신이 그보다도 더 놀랐다.

알렉시오는 갸름하고 힘찬 얼굴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냉소적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넓은 어깨를 활짝 펴고 길고 건장한 다리는 약간 벌리고 서 있었다.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쫓아간 보람도 없을 거요”

이오네는 화제를 돌려버리자 잠시 할 말을 잃고 크게 격분하여 그를 노려보았다. “당신이 우리 침실에 다른 여자의 사진을 놔뒀는데 내가 그 웃기는 오페라를 보러 가고 싶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한테 소리치지 말아요” 알렉시오는 무언의 위협이 느껴지는 험악한 금빛 눈으로 노려보며 조용히 경고했다.

아버지에게서 받았던 소름끼치는 두려움을 처음으로 알렉시오에게서도 느끼자 이오네는 속이 울렁거렸다. 그러나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미노스 가키스와의 정기적인 충돌을 불러 왔던 똑같은 반항심이 더욱 강력하게 일어났다. “당신은 날 모욕했어요” 그녀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알렉시오는 기억에 남을 만한 것들은 모두 치우라고 지시했는데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한 고용인들의 무능함에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하긴 아내만이 남편의 소지품을 샅샅이 뒤질 수 있겠지. 알렉시오는 복잡한 걸 싫어하는 남자처럼 짜증을 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어떤 식으로 당신을 모욕했다는 거요?”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여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도 남았던 따분한 말투로 조용히 물었다.

그 무뚝뚝한 말투가 이오네에게도 같은 영향을 미쳐 꺼져가는 불길 속에 석탄을 던지는 꼴이 되었다.

“난 당신 아내고 그 여자는 창녀였어요!”

그 자극적인 말이 입술을 떠나자마자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에게는 소중했던 여자인데 그렇게 무례하고 잔인한 말을 하다니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실수였다.

알렉시오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분노가 너울거리는 험악한 금빛 눈으로 역겹다는 듯 노려보는 것이 그녀의 경솔한 혀가 받아야 할 형벌 이상이었다. “난 그녀에 대한 기억을 존중하니까 당신도 그래야 할 거요. 난 질투하는 여자는 참을 수 없소.” 그가 거친 소리로 말했다.

“난 그 여자를 질투하는 게 아니에요.....” 이오네는 잠긴 소리로 괴롭게 부정했다.

그러나 알렉시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방을 나가 버렸다. 1분 뒤 그를 쫓아가 봤지만 그녀가 계단 위에 도착했을 때 현관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질투가 맞아. 이오네는 괴롭게 인정했다. 한때 알렉시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여자를 몹시 질투하고 있었다. 크리스탈이 죽었어도 소용없었다. 그 여자에 대한 기억은 계속 살아 있으니까. 그가 크리스탈 얘기를 꺼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그건 이오네 자신이 물어본 적이 없어서였다. 알렉시오가 중요하게 느껴질수록 죽은 약혼녀를 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가 크리스탈의 사진을 간직하면 안 될 이유도 없었다. 드러내 놓고 진열한 것도 아닌데. 그녀는 자기 자신만 신경쓸 만큼 지성이나 자기 수양이 부족한 탓에 신혼 여행의 마지막 밤을 망쳐 버리고 말았다.

그가 돌아오면 진심으로 사과하리라고 마음먹고 거실로 내려가 그를 기다렸다. 마음이 너무 어지러웠고 자기 때문에 그와의 관계에 치명적인 금이 그어졌다는 게 정말 두려웠다. 하지만 마음을 주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왜 언제나 두 번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걸까?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상처를 받아 온 듯했다. 코스마스 오빠는 부모님이 총애한 아들이었지만 이오네 자신은 쓸모가 있어서 데려온 아이로 어머니 아만다의 애정 어린 동정을 불러일으켰다. 크리스탈이 살아 있었다면 이 결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지금도 그녀는 남편에게 두 번째 여자였다. 하지만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에게 빠져들었고 한때 꿈꾸었던 포부를 펼치지도 못한 채 망설이고 있었다. 목숨을 걸고 쌍둥이 언니를 만나겠다는 포부를.

물론 아버지의 명령을 무시하고 쌍둥이 언니를 찾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 받기 위해 알렉시오에게 자신의 배경에 대해 사실대로 말해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왜 아직 그러지 못했지? 왜 아직 말하지 못한 걸까? 그 답이 너무도 크고 선명하게 돌아와 비겁했던 자신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가키스의 혈통이 아니라고 무시할까 봐 입양아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를 사랑한 코스마스 오빠조차도 자기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했다고 진심으로 동절했으니까.

하지만 정나미가 떨어졌다는 듯 그가 떠나 버린 이런 상황에서 사실대로 밝히는 건 더욱 안 좋은 일이라는 비참한 반성이 들었다.

몇 시간뒤 팽팽한 얼굴로 응접실에 들어선 알렉시오는 마음을 사로잡는 실크 잠옷을 입고 소파에 웅크린 채 곤히 잠들어 있는 이오네를 발견했다.

이오네는 알렉시오가 번쩍 들어 안았을 때에야 잠에서 깨어났다. 구릿빛 얼굴과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넓은 육감적인 입술을 올려다보며 그녀는 어리둥절하게 눈을 깜박였다. 심장이 갈빗대를 마구 때렸지만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었던 생각을 그래도 말해야 했다. “내가 우리 방에 야니스의  사진을 간직하고 있었으면 당신은 어떻겠어요?”

알렉시오는 갑작스런 질문에 허를 찔러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나라면 그런 걸 갖고 있지 않았을 거요” 그는 주저없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대답했다. 그 말이 이해되기까지 잠시 침묵이 흘렀고 단단한 그의 광대뼈 위로 홍조가 번졌다.

그의 고백에 마음이 누그러진 이오네는 눈을 내리깔고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아닌데 그랬어요”

야니스 얘기에 화도 나고 할 말이 없다는 걸 깨달은 알렉시오는 어깨를 으쓱하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어떤 고문을 가하더라도 주말에 새 오페라 공연을 예매해 놓았다는 말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마음먹었던 진짜 사과는 피해 갔다는 걸 깨달은 이오네는 양심에 찔리 조그많게 말했다. “알렉시오, 난...”

“몇 시간 뒤 6시 비행기를 타야 하오” 그는 냉정하게 말을 잘랐다. “심각한 얘기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미뤄 둡시다”

이제 크리스탈 얘기는 완전한 금기 사항이라는 걸 알아채고 침대에 들어 숨을 깊게 내쉬었다. “하지만 당신에게 할 얘기가 있는데 기다렸다 나중에 하면 용기를 잃을 것 같아요”

알렉시오는 새까만 눈썹 사이로 미간을 찡그리고 이글거리는 금빛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집안의 비밀이라 알려지는 게 싫어서 아빠가 얘기하지 말라고 했어요” 이오네는 다급하게 말했다. “난 가키스 집안의 핏줄이 아니라... 입양됐어요”

알렉시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를 응시했다.  "당신 술 마셨소?“

이오네는 침대를 기어 내려가 드레스 룸으로 사라졌다가 숨가쁘게 다시 튀어나왔다. “이게 우리 언니, 내 쌍둥이 언니에요....” 서류 가방에서 꺼낸 작은 아기 사진을 내밀었다. “이름은 미스티예요”

알렉시오는 작은 흑백 사진을 손가락 사이에 끼고 아연실색하여 이오네를 빤히 쳐다보았다. “사실이란 말이오?”

그의 표정과 말투에 얼마나 충격적인지 그대로 드러났으므로 이오네는 창백한 얼굴로 다시 침대에 뛰어들었다. “우리가 헤어지기 전에 간호사가 찍어 준 거래요”

“입양....” 알렉시오는 긴 쿠션 의자에 걸터앉아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언제 입양된 거요?”

“태어난 지 몇 주 만에요” 이오네는 갓 태어났을 때 쌍둥이 언니만큼 건강하지 못해 생모가 특별한 보살핌과 계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둘째 아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어디가 잘못됐는데?” 알렉시오가 캐물었다.

“체중 미달에 수유에도 문제가 있었고... 분만 중에 엉덩이뼈가 탈골되기도 했대요” 이오네는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두 분은 아들을 입양하고 싶었지만 엄마가 절 원하셨대요. 기적적으로 엄마가 다시 아들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빠가 절 입양하신 거예요”

“그런 일이 있다는 얘기는 나도 들은 적이 있소” 알렉시오의 강렬한 시선이 긴장돼 보이는 그녀의 옆얼굴에 집중되었다. 말문이 막혀 어떻게 풀어 가야 할지 막막했다. “당신이 입양됐다는 건 언제 알았소?”

“너무 어릴 때라서 기억이 안 나요”

“어디서 태어났소?”

“런던에서요”

알렉시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럼 영국에서 입양됐단 말이오?”

“내 몸엔 가키스 집안의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어요”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찌를 듯한 후회를 안고 그런 사실까지 털어놓았다. 그는 몹시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쌍둥이 언니가 대부호의 정부라는 불행한 처지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남 앞에 내놓을 만한 형편이 못되는 친부모 얘기는 아직 털어놓지도 않았는데.

“입양으로 그리스인이 되는 건 차선책이지” 알렉시오는 정말 측은한 생각에 햇볕에 그을린 손으로 그녀가 꼭 쥐고 있는 손을 감싸며 서둘러 주장했다. 그리스 유전자 공급원을 놓친 것이 크게 유감스러워할 일은 아니라고 말하는 건 재치 있는 말이 아닐 터였다. 그는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오네는 그의 동정을 받는 게 싫었고 거부당했다는 너무도 익숙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알렉시오가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왜 그래야 하지? 그래 봐야 뭐가 달라진다고? 그녀는 여진히 가키스 집안의 상속녀였고, 여전히 그의 아내였으면 그는 아직도 그들의 침실에 크리스탈 덴비의 사진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잡힌 손을 뿌리치고 등을 돌린 채 눈물이 핑 도는 눈을 꼭 감았다.

“당신도 알 자격이 있다는 생각에 말해 준 거예요” 그녀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하지만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네요. 잘자요”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이오네는 알렉시오가 떠나는 줄도 모르고 잤다는 걸 깨닫고 한심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1시간 뒤 엄청나게 커다란 꽃바구니가 그녀 앞으로 배달되었다. 그녀는 얼른 카드를 펼쳐 보았다.

당신은 이제 크리스토우라키스 집안 사람이오.

여자에게 이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은 없다는 걸 알면 위로가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적은 카드였다.

어젯밤에 그를 오해한 모양이었다. 자신 없는 심경을 그에게 몰래 떠넘겼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입양됐다는 소식에 크게 충격 받긴 했지만 그녀가 한 말이 정말 마음에 걸렸다면 이런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간절히 그와 함께 있고 싶었고 첫 부부 싸움을 한 뒤 혼란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 그를 몰아세웠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이제 그가 돌아올 때까지 36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알렉시오하고 관련된 일이라면 왜 이렇게 분별력을 잃는 걸까?

언제든지 런던으로 날아가 그를 놀래 줄 수도 있었다.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고용인들이 런던의 아파트 주소를 알고 있을 테니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그를 거기서 기다리는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