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동-456화 (456/463)

456화: 뒤처리

“이야, 어디에 쓰실 생각입니까?”

장 태태가 짚이는 것이 있는 듯 물었다.

“바로 그걸 상의하러 온 것입니다. 태태, 선박을 준비하시고 있지 않으십니까. 그 아이를 보낼 생각입니다. 기회를 주려고요. 어디까지 해내는지 두고 볼 생각입니다. 태태께서 해산물 장사를 한다고 했을 때, 그쪽 장사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문 이야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건 동저아의 뜻이었어요.”

“낭자는 정말로 안목이 넓습니다. 요즘 저는 계속 이 일을 가늠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가문은 낭자는 말할 것도 없고, 존귀하디 존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대야도 출셋길이 탁 트였고요. 태태, 부귀와 권세란 크면 클수록 위험도 따르는 법입니다. 퇴로가 있어야 해요. 낭자는 은자가 아니라 퇴로 때문에 해산물 장사를 떠올렸을 겁니다. 제 생각에 이 사업은 태태가 쥐고 계시고 대야에겐 당분간 알리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장 태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가문이 너무 빨리 성장해서 나도 조금 두렵습니다. 퇴로가 있어야 해요.”

“옥묵은 충성스러운 아이입니다. 고씨가 옥묵을 버렸지, 옥묵이 고씨를 버린 것이 아닙니다. 이런 사람은 믿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문 이야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그 아이는 죽은 것으로 꾸며서 데리고 나와 칠야에게 넘기는 게 좋을 듯합니다. 제 어미 반만 닮았어도 군에서 활약할 겁니다. 이것도 퇴로가 되겠지요.”

장 태태는 심각한 얼굴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멀리까지 고려하셨군요. 마음 쓰셨습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대야는 빠르게 성장해서 앞으로 제가 쓰일 곳이 갈수록 없어질 겁니다. 그러니 저는 태태를 도와서 이가의 미래를 계획하려 합니다. 가문의 백년지계는 큰일이니까요.”

문 이야는 들뜬 얼굴로 눈썹을 까딱였다. 장 태태는 문 이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갖췄다.

“큰 은혜, 고맙습니다.”

“이러지 마세요, 태태. 제 마음속에 이 집은 제집이나 마찬가집니다.”

문 이야는 다급하게 예를 갖췄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집이라는 곳이 있다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소유가 배가 시녀로 저택을 떠난 뒤, 큰 부엌 관사는 황 어멈으로 바뀌었는데 동쪽 곁채에서 열리는 떠들썩한 모임은 여전히 즐거웠다. 그리고 마방에 있는 작은 술 창고, 후각문에서 만두를 구워 먹으며 어멈들과 수다 떠는 시간도 다 너무 좋았다.

여긴 그의 집이었다.

문 이야의 지시를 받은 영해는 키 작은 사내가 고 대야의 피범벅이 된 얼굴을 깔끔하게 닦은 걸 문 앞에 서서 유심히 지켜보다가 사내에게 눈짓했다. 두 사람이 함께 경직하기 시작한 고 대야를 탁자 옆으로 둘러업고 가서 탁자에 엎드려서 잠든 모습으로 억지로 꾸며 놓았다.

고 대야의 모양을 잘 잡아둔 다음 사내는 영해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짐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 영해는 방 안을 꼼꼼히 검사하고 밖으로 나가서 어두운 구석에 몸을 숨겼다. 잠시 후 고 노야가 두리번거리며 나타났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본 고 노야가 빙긋 웃음 지었다.

“역시 여기 있었군. 아비를 부르지도 않고 혼자 먹고 마시다니.”

고 노야가 안으로 들어간 걸 본 영해는 즉시 창 앞으로 다가가서 작은 구멍을 통해 조마조마하며 안을 들여다봤다.

안으로 들어간 고 노야는 상에 놓인 요리부터 훑어보고 바로 젓가락을 들고 펄펄 끓는 탕에서 양고기 한 점을 건져 올려 씁씁 혀를 굴리며 뜨거운 줄도 모르고 삼키고는 다시 양다리 구이를 입에 욱여넣었다.

“녀석…… 은자가 어디에서 난 것이냐? 양고기가 괜찮구나. 이 집 돼지 꼬리찜이…… 음, 맛있구나!”

고 노야는 젓가락을 멈추지도 않고 탕이니 양다리 구이니 돼지 꼬리찜을 먹고 이어서 돼지머리를 욱여넣었다. 젓가락도 멈추지 않고 우물우물 씹는 입도 멈추지 않으면서도 주전자를 더듬어서 큰 잔에 술을 따라서 먹는 도중에 고개를 젖혀 단숨에 비웠다.

“크으, 좋다. 고급 여아홍이군. 어디에서 은자가 생긴 것이냐? 이렇게 즐길 것이 있는데 이 아비를 부르지 않아?!”

고 노야는 우물우물 고 대야에게 이야기하면서 젓가락을 놀리고 술잔을 꺾었다.

영해는 한숨을 내쉬며 도리질 쳤다. 마음이 착잡했다. 고가도 한때는 청아하고 고귀하기로 이름난 집안이었다. 몇 년이나 되었다고 자손이 이 지경으로 몰락했을까. 거리의 무뢰배만도 못한 꼬락서니였다.

고 노야는 먹고 마시고, 트림을 끅끅하고 취해서 젓가락질도 잘하지 못하면서도 아쉬워서 젓가락과 술잔을 내려놓지 못했다.

“녀석…… 이런 여아홍을…… 이 아비가…… 몇 년 만에…… 마시는 줄 아느냐……. 술도 좋고, 고기도 좋고. 이 녀석…….”

혀가 꼬인 고 노야는 접시에 담긴 음식을 집지도 못하고 헛손질하면서 손에 쥔 술잔을 쨍그랑 바닥에 떨어뜨렸다.

“녀석…….”

고 노야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읊조리고는 쿵 하고 탁자 위로 엎어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획 고개를 들더니 또 웅얼거리다가 다시 탁자 위로 엎어져서는 꺼억 트림하고는 힘이 쪽 빠진 듯이 의자에서 미끄러져서 탁자 밑을 나뒹굴었다.

날이 훤하게 밝고 해가 중천에 떴을 때, 고 노야는 찬물을 뒤집어쓰고 놀라서 눈을 떴다.

“아룁니다, 나리. 소인은 정말 모릅니다. 소인의 가게는 원래 장사가 잘 안되는 곳인데, 앞으로는 정말……. 나리, 혹시 소인이 거스르지 말아야 할 분을 거슬렀습니까? 이미 말씀드렸듯이, 소인이 고 대야를 알긴 하지만, 어제 고 대야가 왔을 때 소인은 궤대에 없었고 나중에 알았습니다. 나리, 부디 명확히 조사해주십시오. 고가 대야가 궁핍한 것을 경성에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소인은 원래 박리(薄利)로 작게 장사하는 사람이라, 고가 대야가 오시면 언제나 은자부터 받고 음식을 준비합니다. 소인은…….”

찬물을 맞고 화들짝 깨어난 고 노야는 온 실내에 가득한, 아니 실내뿐만 아니라 밖에까지 가득한 사람들의 모습과 장궤가 하는 말에 어리둥절해졌다.

“무슨 일이냐?”

고 노야가 망연하게 물었다.

“아들이 죽었는데, 모르십니까?”

경부 관아의 사 반두가 눈살을 찌푸리며 고 노야에게 물었다. 고 노야는 제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말도 안 된다. 사현은 멀쩡하다. 내가 어제 왔을 때만 해도 멀쩡했어!”

고 노야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분명 잘못된 것이다. 멀쩡한 아들이, 자신의 아들이, 그렇게 훌륭한 아들이 갑자기 죽을 리가 있나.

“어제 오셨을 때 고 대야가 멀쩡했다고 하셨습니까?”

사 반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 노야를 훑었다. 무지렁이 같으니라고. 어제 왔을 때 멀쩡했는데 오늘 죽었다면, 밤새 아들과 둘이 있었다는 말인데 제 아들을 해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오작(仵作: 검시관)이 왔습니다.”

밖에 있던 아전의 기별에 사 반두는 어서 들이라고 분부했다. 키 작은 오작은 보따리를 안고 들어와서 사 반두를 향해 예를 갖추고 또 실내 가득한 사람을 향해 한 바퀴 돌며 공수하고는 고 대야의 시신 옆에 쭈그리고 앉아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것이냐?”

사 반두는 잠시 숨을 죽이고 지켜보다가 다소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아룁니다, 반두. 소인이 보기엔 술을 너무 많이, 급하게 마셔서 죽은 것 같습니다.”

오작은 잠시 살펴보고 사 반두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이런!”

사 반두는 할 말을 잃고 한숨을 내쉬며 오작을 물리고 고 노야를 바라봤다.

“다 들으셨지요? 아들이 술에 취해서 죽었답니다. 아비 노릇을 어찌 하신 겁니까? 어제 왔을 때 아들이 멀쩡했다면서요. 나리는 밤새 잠을 자고, 아들은 취해서 죽도록 내버려 둔 겁니까?”

사 반두는 격분한 얼굴로 고 노야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마음 아픈 듯이 호통쳤다. 고 노야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얼굴을 가리고 소리 내어 울었다.

“울지 말고 어쩔 건지부터 말씀하세요. 나리의 아들입니다. 휴. 아비라는 사람이 친아들이 죽는 것도 모르고 곯아떨어졌다니. 어쩌면 좋겠습니까? 휴, 의도한 건 아닌 듯하군요. 친아비가 실수로 죽인 것이니 율법으로 따지진 않을 겁니다. 알아서 하세요.”

“내 아들아!”

고 노야는 정말로 마음이 아팠다. 그가 가장 아끼는 자식이었다. 정확히는, 유일한 자기 자식이라고 느끼고 생각하는 자식이었다. 그런 자식이 죽었다. 자기가 소홀했던 바람에! 술을 너무 마시고 취해서, 아들이 술이 과해 죽게 했다. 유일한 아들을, 유일한 자식을!

“울지만 말고 말씀 좀 해 보세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잘 들으세요!”

사 반두는 더 성가셔서 외쳤다.

“첫 번째 방법, 나리의 아들, 나리의 집안일이니 알아서 데리고 가서 후사를 치르세요. 관아는 상관하지 않을 겁니다.”

사 반두는 고 노야가 자기가 하는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도록 바짝 다가가서 목소리를 높였다.

“두 번째, 관아를 거치는 겁니다. 법대로 처리하는 것이지요. 아들을 관아로 들고 갈 겁니다. 아까 오작이 하는 말이 배를 갈라서 확인하는 게 좋다고 합디다. 하지만 시신은 남기지 못합니다. 그만 울고 말씀부터 좀 하세요. 어찌하실 겁니까? 첫 번째 방법으로 하실 거면 알아서 집으로 데리고 가세요. 우리는 관아로 돌아갈 겁니다. 두 번째 방법으로 하려면 지금 바로 아들을 들고 가서 배를 갈라 장을 꺼내고…….”

“내, 내 가련한 아들. 시신을 손상시킬 순 없다! 이건 우리 집안일이다. 집안일이야! 나는…… 현가아야, 이 아비가 미안하다…….”

고 노야는 눈물 콧물 흘리며 통곡했다.

사 반두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휴, 참 불쌍하군. 그만 우세요. 아들 장례를 어찌 치를지부터 고민하세요. 은자가 많이 들 겁니다.”

고 노야는 슬픔에 잠겨 울기만 했고 사 반두가 그런 그를 삐딱하게 바라보다가 나가려고 하는데 아전 하나가 들어와서 귓속말했다. 사 반두는 돌아서서 애끓듯이 우는 고 노야를 흔들었다.

“저기! 운이 참 좋으십니다. 밖에 고급 관을 거저 주겠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가와 귓속말한 아전이 계속 설명했다.

“행상입니다. 얼마 전에 중병이 들어서 관까지 다 준비했는데, 웬걸, 다 나았답니다. 곧 돌아가기로 했는데 관을 가지고 갈 수 없으니 마침 고 노야에게 드린답니다. 복 짓는 일이기도 하고요.”

“받을 겁니까?”

사 반두가 고 노야를 흔들며 물었다.

“고급이라면, 고급이면 받겠네.”

고 노야는 매우 상심하긴 했지만, 그 정도 정신은 있었다. 거저 주는 고급 관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도 위세는 떨어야 했다. 몇십 년 동안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었다.

사 반두는 경멸하듯 흘겨보고 돌아서서 혀를 찼다.

“가서 관을 끌고 와 고 노야에게 보여드려라. 아무리 그래도 고가도 명문가 아니냐. 평범한 건 눈에 차지 않으신단다!”

잠깐 사이에 장정 몇이 관을 들고 들어왔다. 역시나 고급 관이었고 고 노야가 몹시 흡족해하자 사 반두가 대범하게 손을 저었다.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도와야지. 오씨는 어디 있나? 가서 좋은 수의 하나 구해서 다 함께 법도에 맞춰 염해서 입관해라.”

아전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수의로 갈아입히고 반함(飯含: 염습할 때 망자의 입에 구슬이나 쌀을 물리는 것)하고, 또 누군가 나서서 지휘해서 고 노야의 옷을 갈아입히고 초혼하고, 어수선하게 움직인 끝에 얼마 지나지 않아 고 대야의 염을 마치고 관에 넣고 쿵쿵쾅쾅 못을 박아 버렸다.

영해는 멀리서 각점을 지켜보다가 고 대야의 관이 나오는 걸 보고는 적당한 거리에서 뒤쫓아가며 관이 고가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본 후에 사환에게 몰래 지켜보라고 지시하고 문 이야에게 보고하러 저택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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