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동-428화 (428/463)

428화: 칠소야의 눈물

“정말 죽고 싶으냐? 어떻게 죽는 게 편한지 물으러 온 것이냐?”

영원이 나른하게 물었다. 대영이 흔들의자를 꺼내 오자 묵칠이 털썩 올라가 앉았다.

“아니, 칠 형님, 나는 정말…….”

“살고 싶지 않다는 거 아니냐. 그래, 천천히 울어라. 크게 울지는 말고. 난 잠깐 자련다.”

영원은 상대하기 귀찮아져서 눈을 감았다.

“칠 형님, 이번엔 진짜다. 할머님이 탕가에 혼담을 넣으러 갔는데, 갔는데…….”

묵칠이 크게 훌쩍였다.

“탕가…… 탕가에서 싫단다!”

“응?”

영원이 눈을 번쩍 떴다. 탕가에서 싫다고 한다고? 말도 안 돼! 이게 무슨 일이야?

“울지 말고 제대로 이야기해라. 탕가에서 왜 싫다더냐? 뭐라고 이야기하더냐?”

묵칠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했지. 그러니까……. 억! 내가 변변치 않다고, 우리 묵가는 지체 높고 온 가문이 서생에 하나같이 출중한데 나만 변변치 않다고, 탕가와 우리 가문은 원래 집안이 걸맞지 않은 데다가 나까지 이렇게 무능하다고, 혼인해서 들어오면 분명 우리 가문에서 그녀를 무시할 거라고, 마음 고생할 게 뻔해서 아까워서 못 준단다. 칠 형님, 나는 못 산다.”

제가 끝까지 얘기해도 영원이 묘한 표정으로 노려보기만 하자, 묵칠은 절망스럽고 상심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흔들의자에 벌렁 누웠다.

묵 이야, 아마도 묵 승상까지 합세해서 불쏘시개를 넣으려는 것이잖아! 이 어리석은 칠 놈, 이 정도 머리도 없는 거냐.

“칠 형님, 나는 정말…….”

묵칠은 눈물을 훔치고 또 훔쳤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정말로 살고 싶지 않았다.

영원이 부들부채를 묵칠의 머리 위로 내던졌다.

“뚝 그쳐라! 어리석기는! 죽어도 안 된다는 말이 아니잖느냐. 네가 변변치 않다고 타박하면, 정진하면 될 것 아니냐! 우는 게 무슨 소용이야!”

묵칠은 즉시 눈물을 그쳤다.

“응? 하지만 변변치 않은 게 맞는걸…….”

“그건 예전이고. 앞으로 정진하면 되는 것 아니냐! 형통을 외우기 시작했고, 열심히 임무를 맡으면, 훌륭한 아버지도 계시고 거기에 훌륭한 할아버님도 계신데, 출세가 어렵겠느냐? 어쩌면 이렇게 어리석으냐! 부채 내놓아라!”

영원은 얼른 열을 식혀야 할 것 같았다. 아니면 이 머저리 때문에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출세하더라도 그건 나중이지. 오낭자도 나이가 있는데, 기껏해야 1, 2년이면 혼인할 것 아니야. 1, 2년 안에 어떻게 출세해. 내가 출세했을 땐, 늦지!”

묵칠은 아직 주절거리고 있었다. 부들부채를 든 영원의 손이 힘없이 축 처졌다.

“그럼 탕가에 가서 반드시 정진하겠다고 하늘에 맹세하고, 앞으로 꼭 출세하겠다고, 낭자에게 잘하겠다고 빌기라도 하면 될 것 아니냐!”

“소용 있을까?”

묵칠은 두 눈을 똥그랗게 뜨다가 이내 ‘아!’ 하고 소리쳤다.

“형님도 그렇게 빌어서 된 거지! 그럼…….”

“꺼져라!”

영원은 손에 쥔 부들부채를 다시 묵칠에게 집어던졌다. 한번 겪은 묵칠은 부들부채를 덥석 잡아서 다시 영원에게 쥐여주었다.

“지금 바로 갈게! 자, 부채. 칠 형님, 걱정하지 마라! 형님은 문 앞에 서 있었지만, 정 안 되면 나는 무릎 꿇으련다!”

벌떡 일어난 묵칠은 펄쩍펄쩍 뛰듯이 뜨락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아들 탕호우가 시키는 대로 묵가에 대답한 상 대내내는 중매인을 돌려보낸 후로 조마조마한 마음이 한순간도 조용해지지 않았다.

이 거절 한 번으로 정말로 혼담이 없던 일이 되면…….

상 대내내는 좌불안석하며 화원을 빙빙 돌다가 이를 악물고 마음을 모질게 먹었다. 거절 한 번으로 없던 일이 되면 그 복을 누릴 팔자가 아닌 게지. 우가아의 말이 맞다. 묵가 같은 집안이고, 칠소야가 노력도 하지 않는데 오저아가 혼인하면 언니와 같은 꼴이나 겪지…….

하지만 묵가는 후덕한 집안인데, 전 노부인은 또 얼마나 훌륭한 분이고. 칠소야는 어머니가 없어서 시어머니 모실 필요도 없고, 묵 이야는 또 얼마나 좋은 사람인가. 용은 용을 낳고 봉황은 봉황을 낳는다는데, 아내를 대하는 면에서 칠소야가 아버지보다 크게 떨어질 리가 있나. 게다가 소칠 그 아이, 딱 봐도 본성은 후덕한 아이였는데…….

상 대내내는 마음을 모질게 먹고 싶어도 모질게 먹을 수가 없었다. 이 혼사가 날아간다면 적어도 10년은 후회할 일이었다.

묵칠이 정신없이 밖으로 나왔을 때, 묵 이야는 사람을 보내 아들을 지켜보라고 분부하면서 이신에게도 사람을 보냈다. 소칠이 나갔으니 탕호우도 집으로 돌아가서 지켜보게 하라고.

소식을 받은 탕호우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상 대내내의 정원에 도착하는 순간, 묵칠도 탕가 대문 앞에 나타났다.

탕호우는 얼른 어머니에게 당부했다.

“버티셔야 합니다. 이가 대랑이 몇 번이나 당부했어요. 영 칠야처럼 새벽까지 서 있진 않더라도, 적어도 해가 질 때까지는 세워둬야 합니다. 어머니, 버티셔야 해요.”

“걱정하지 마라……. 노력해 보마.”

상 대내내는 대답은 그렇게 해도 속으로는 자신이 없었다. 해가 질 때까지? 해가 지려면 아직 멀었는걸…….

묵칠은 어멈 뒤를 따라 긴장한 채 지척지척 대청으로 들어갔다. 막 자리에 앉자마자 상 대내내가 들어오는 걸 보고 후다닥 튀어 일어나서 연신 장읍했다.

“대내내, 문안드립니다. 무례하게…… 실로 너무 무례하게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저는…….”

“이 사람, 얼른 앉게. 앉아서 이야기해. 자네 집처럼 편안하게 있게. 체면 차릴 것 없네.”

상 대내내는 이렇게까지 긴장한 묵칠의 모습에 마음이 벌써 아팠다. 상 대내내가 다정하게 체면을 세워주는 듯하자 묵칠은 한시름 놓았다. 오는 내내, 탕가에서 눈치 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상 대내내의 인품이 이리 좋을 줄은 몰랐다.

“감사합니다.”

묵칠은 시름을 내려놓고 나니 눈치도 생기고 예의를 차려야 하는 것도 깨달아서 다시 장읍하고는 다시 앉지 않고 서 있었다.

“저는…….”

묵칠은 말이 꼬였다. 상 대내내는 저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묵칠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게…….”

묵칠은 공수하며 말을 이었다.

“제 말은, 예전에 저는 변변치 않은 놈이었습니다. 매일 제대로 된 일은 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놀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앞으로는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제가 글공부에 소질은 없지만, 그래도…… 아버지 말씀이 지방 현 관아 관리는 제 능력으로 문제없다고 하셨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일할 겁니다. 아버지 말씀이, 제가 노력만 하면, 열심히 일만 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일단 작은 현 관리로 있다가 나중에 큰 현 관리로 가고, 밖에서 단련하면, 높은 관직은 함부로 말씀드리지 못합니다만, 4품은 얻을 수 있습니다. 그 뭐냐…… 전 글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형통을 이미 다 외웠습니다. 지금은 성훈(聖訓: 성인의 교훈)을 외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반드시 노력할 겁니다. 할아버님과 아버지처럼, 백부처럼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그만해도 되네. 내가 다 아네. 자네는 좋은 사람일세. 앉게, 앉아. 일단 차 좀 마시게.”

상 대내내는 마음이 약해져서 바로 허락하려다가 아들의 당부를 떠올리고 억지로 삼키고는 차와 다과를 내오라고 재촉했다.

묵칠이 지금 차를 마실 겨를이 어디 있을까.

“차는 괜찮습니다. 제가 오낭자에게 잘해줄 겁니다. 제가 변변찮긴 하지만, 저는 반드시 오낭자에게 잘할 겁니다. 지켜줄 수 있습니다. 제 말은…… 반드시 글공부 열심히 하고 열심히 일해서, 저는…….”

묵칠은 그제야 제가 아직 서 있는 걸 떠올리고 털썩 무릎을 꿇었다. 묵칠이 무릎을 꿇자 상 대내내는 화들짝 놀라서 허둥지둥 일어서서 후다닥 달려가 손수 묵칠을 일으켰다.

“자네도 참, 어서 일어나게! 착한 사람 같으니, 어서 일어나게. 자네가 착한 사람이라는 걸 아네. 일어나게. 허락하겠네. 일어나. 몸 상하면 어쩌려고.”

“허락하신 겁니까? 제가 싫지 않으십니까?”

묵칠은 놀라고 또 기뻐서 믿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아직 제대로 꿇지도 않았는데, 성사됐다고?

“허락하겠네. 자네는 좋은 사람일세. 난 다 보이네. 앞으로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겠다는 말, 믿네. 착한 사람인 걸 내가 알아.”

상 대내내는 묵칠의 손을 잡고 의자에 앉히고 한 걸음 물러나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펴봤다. 보면 볼수록 흡족했다.

병풍 뒤에 숨어서 지켜보던 탕호우는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할 말이 없었다. 내내 당부했는데, 다 헛수고였다. 해가 질 때까지라고 이야기했는데 차 마시는 동안도 버티지 못하다니!

첫 거리 구경에서 얻은 건 없고 옥묵만 발견한 추미와 소유, 하섬 세 사람은 이어서 서너 번 더 거리 구경을 나갔지만, 마찬가지로 먹고, 놀고, 물건을 사 온 것 말고는 결과가 없었다.

세 사람은 풀이 죽어서 며칠 쉬다가 계속해서 거리 구경을 다녔다. 한 바퀴 돌다가 다시 과부항으로 들어갔다. 소유는 골목 안 유일한 뜨락을 바라보며 걸음을 멈추고 두 사람을 바라봤다.

“옥묵이 아직 여기 사는지, 한번 가 볼까?”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이야기하지 못했어. 어떻게 됐는지 가 보자. 지난번에 그 모습 보고 돌아가서 며칠 악몽을 꿨어. 옥묵이 죽는 꿈을 꿨단 말이야.”

추미는 얼른 찬성했고, 하섬은 바닥에 침을 퉤퉤 뱉었다.

“꿈은 다 반대랬어. 그런 불길한 소리 말고 좋은 소리 하면 안 돼?”

“꿈이 반대라면 지금 내가 한 말이 좋은 소리잖아?”

추미는 원래 거리끼는 게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 그녀가 헤헤 웃으며 하는 말에 하섬이 눈을 흘겼다.

세 사람은 금세 대잡원(大雜院: 여러 집이 한 마당에 모여 사는 형식의 뜨락. 주로 빈민이 사는 주거지)에 들어갔다. 지난번에 옥묵을 봤던 움집이 텅 빈 걸 보고 추미가 실망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몸이 다 나아서 나간 걸 거야. 분명 그럴 거야.”

소유는 추미를 흘깃 쳐다보고는 문 안으로 들어가 그녀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 쭈그리고 앉아서 빨래를 치대는 중년 여인을 향해 곧장 다가갔다.

“아주머니, 얼마 전에 저 움집에 있던 그 거지, 어디에 있나요?”

눈 밑이 시커먼 그 아주머니가 아주 못마땅하게 소유를 흘겨보고는 들릴 듯 말 듯 혀를 차고 몸을 틀어서 계속 빨래를 치댔다.

중년 여인이 물어도 상대도 하지 않자 추미는 눈을 치켜뜨는데 소유는 매우 담담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이야기할 만한 사람을 찾았다. 그녀가 찾기 전에 빨래하던 아주머니 앞에 있는 방의 휘장이 열리더니 옥묵이 고개를 내밀었다.

“아미타불!”

옥묵이 보이자 추미는 놀라고 기뻐하며 보살부터 찾았다. 하섬도 따라 외쳤다.

“꿈은 다 반대라고 내가 그랬지.”

“웬일로…….”

옥묵은 한 발은 안에 한 발은 밖에 내민 채 머뭇거렸다.

“다른 사람과 한방 쓰기로 한 거니?”

이곳에 살아봐서 상황을 잘 아는 소유가 묻자, 옥묵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빨래하는 아주머니를 턱으로 가리켰다.

“저기 류 아주머니랑 같이요.”

“몸은 어때? 좀 좋아졌어? 그거로 부족하지 않았어?”

추미가 다급하게 물었다. 다행히 대놓고 은자 두 글자를 입에 올리지 않을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

“밖에 가서 이야기하자. 걸을 수 있겠어?”

빨래하는 중년 여인의 표독한 눈빛에 소유는 얼른 다가가 옥묵을 부축하려 했다. 옥묵이 소유의 손을 피했다.

“걸을 수 있어요. 괜찮아요.”

소유가 앞장서고 하섬은 그래도 다가가 옥묵을 부축했고 추미가 맨 뒤에 서서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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