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동-397화 (397/463)

397화: 전문가를 찾아서 물어보자

“칠야의 혼사는 날 찾아온대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이런, 형님.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제가 아니라 묵칠 이야기입니다.”

영원이 껄껄 웃으며 하는 말에 이신은 휘청하다가 하마터면 허리를 삘 뻔했다.

“아니지, 정확히는 묵칠이 아니라 묵가 사돈 명가 낭자와 계 탐화의 혼담 이야기입니다. 좋은 혼담 아닙니까.”

영원이 빙그레 웃으며 얼굴이 살짝 시퍼레진 이신을 바라봤다.

“어떻게 된 일이냐면, 지난번 귀댁에서 꽃 연회를 열었을 때 계 탐화와 명가 낭자가 우연히 만났지 뭡니까. 하늘의 뜻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한 번 만났는데, 마침 나도 있고 묵칠도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가문도 걸맞고 매우 잘 어울리는 걸 보고, 우리 둘 다 두 사람을 이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형님도 알다시피 나와 계 탐화는 친분이 얕아서 이런 말을 꺼낼 수 없습니다. 명가 쪽은 문제가 아닌데 계 탐화 쪽이……. 그래서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할 수 없이 형님을 찾아왔습니다.”

이신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런 일이 있었단 말입니까? 처음 듣는 이야기군요. 계 대랑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입에 올리겠습니까. 계 대랑이 어떤 사람입니까. 상대는 또 명가 낭자입니다. 어떻게 이야기하겠습니까. 형님께는 물론이고 아무에게도 말 못 합니다. 말했다가, 낭자의 명성을 해치게 되는 것 아닙니까. 분명 지금 속에 품고 답답해할 것이 뻔해서, 차마 볼 수 없어서 도와주려고 하는 겁니다. 계 탐화는 형님과 형제 같은 사이 아닙니까. 계 탐화 일에 형님이 수수방관하면 안 됩니다. 반드시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야 할 일입니다!”

영원의 얼굴이 진지하고 엄숙했다.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것이 오로지 계소영을 위해서지 사심은 하나도 없다는 듯이.

이신은 위아래로 그를 훑어보다가 고개를 돌려 묵칠을 힐끔 봤다.

“칠야, 우리 터놓고 이야기합시다. 반드시 이 혼인을 성사하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나는 열정적인 사람이라……. 예, 말씀드리지요. 전 노부인이 명가 낭자를 점찍고 소칠을 혼인시키려 합니다. 명가 낭자는 글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고 지극히 고상하고 우아합니다. 명가 낭자는 소칠이 싫답니다. 그건 낭자를 나무랄 수 없는 일입니다.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영원이 시원스럽게 있는 대로 털어놓았다.

“소칠도 명가 낭자가 마음에 없습니다. 소칠의 모습, 형님도 조금 전에 보셨지요. 명가 낭자를 계 탐화와, 뭐 다른 누구라도, 어찌 됐든 명가 낭자의 혼사에 가장 열심히 나서는 사람이 바로 묵칠입니다.”

영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작부터 내게 부탁했습니다. 얼마나 부탁하는지. 쯧. 나도 그놈이 들러붙어서 어쩔 수 없어서 이러는 겁니다. 정말로 명 삼낭자와 혼인해야 한다고 핍박당하면 차라리 목을 긋고 말겠다고 하더군요. 형님도 알다시피, 소칠은 심하게 어리석습니다. 정말 목이라도 그으면……. 이게 가능성 없는 일도 아닙니다. 그놈이 사지로 가는 걸 눈 뜨고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휴. 이게 다 방법이 없어서! 정말로 방법이 없습니다!”

이신은 영원을 슬쩍 보고 묵칠을 돌아봤다. 까치발을 들고 목을 빼고 보거나 아니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걸 보니 적어도 진짜로 애가 타는 듯했다.

“명가 낭자 역시 소칠과 혼인하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소칠이 명가 낭자와 어울려야 말이지요. 며칠 전에 명가 낭자가 식사도 제대로 못 한다고 육누이가 그러더랍니다. 역겨움을 견디다가 죽느니 차라리 굶어 죽겠다는 뜻 같았답니다.”

“그럴 필요까지야!”

이신은 죽을 정도의 역겨움이라는 말에 저도 모르게 묵칠을 동정하는 마음이 생겼다. 너무 심한 말이었다.

“그건 제 표현입니다. 명가 낭자는 고상하게 이야기했고, 나는 대놓고 말한 거고요.”

영원이 얼른 설명을 덧붙이자 이신은 눈살을 찌푸렸다. 영원은 한숨을 푹푹 쉬며 말을 이었다.

“형님, 생각해 보세요. 강남 양대 서생 가문입니다. 명가는 계가와 비슷한 가문이고, 가문의 규수만 따지면 명가가 계가보다 더 훌륭합니다. 그런 가문 출신 규수, 게다가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규수가 소칠과 혼인하는 건 그야말로 쇠똥 위에 꽃을 꽂는 격 아닙니까. 어찌 됐든 나는 차마 그 꼴은 못 봅니다. 하물며, 맞을 만한 소리 한마디 하자면.”

영원은 말하다가 말고 정말로 뺨을 철썩 때렸다.

“내 보기에 명가 낭자와 계 탐화는 서로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천하의 천생배필인데……. 그렇지요? 그런 두 사람을 이어주지 않는다면, 그게 사람입니까?”

이신은 마지막 말에 쿨럭대다가 겨우 숨을 쉬었다.

“칠야의 말씀대로라면 내가 돕지 않으면…….”

“형님, 계 탐화가 안쓰럽지 않습니까? 계 탐화가 평생 원만한 삶과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힘들어하는 삶의 갈림길에 서 있는 걸 눈 뜨고 보기만 하고 도와주지 않을 겁니까?”

“알겠습니다. 계 공자의 의중을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영원이 뭐라고 더 이야기하려는데 이신이 벌써 단번에 대답했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주절주절 시끄러워서 더 들어줄 수가 없었다.

“형님, 감사합니다!”

영원이 책을 안은 채 허리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하자 이신이 그의 품에서 책을 가지고 왔다.

“칠야는 바쁜 사람이니 이만 돌아가세요. 소식이 있으면 바로 사람을 보내 고하겠습니다.”

“고하다니요, 가당치 않습니다.”

영원은 책에서 손을 떼고 얼른 다시 장읍했다. 이신은 책을 안고 돌아서서 사라졌다.

영원은 소식을 보낼 테니 가서 기다리라고 묵칠을 돌려보낸 후 말을 타고 어슬렁어슬렁 거리를 따라서 갔다. 전후좌우로 흔들리는 대로 몸을 맡긴 채 자기의 큰일을 고민하다가 별안간 고삐를 잡으며 분부했다.

“대영은? 두 행수를 저택으로 오라고 해라. 저택으로 돌아가자.”

두 행수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달래며 정북후부의 후각문으로 들어섰다. 영원 앞으로 다가가 예를 갖추고 공손히 섰을 땐 긴장해서 손이 다 떨렸다. 갑자기 부르다니,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십중팔구는 안 좋은 일이리라. 설마 아라가, 죽었나?

영원은 의자에 기댄 채 다리를 꼬고 앉아서 어두운 얼굴로 눈을 내리깔고 느릿느릿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런 그를 힐끔, 또 힐끔거리는 동안 갈수록 가슴이 서늘해지고 갈수록 두려워졌다. 다리도 달달 떨렸다.

차 반 잔을 비운 영원은 잔을 대영에게 건네고 손사래 쳤다.

“물러가라!”

두 행수는 기절할 것 같았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물러가라니. 막 돌아서려는데 영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자넨 남고. 물을 것이 있다.”

두 행수는 직감에 따라 돌아서는 순간 털썩 무릎을 꿇었다.

“일어나라.”

영원은 더 엄숙해진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두 행수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스며 나왔다. 그녀는 얼른 일어서서 공손히 손을 늘어뜨리고 영원의 말을 기다렸다.

“물을 것이 있다.”

영원은 그렇게 말하고는 또 말이 없었다. 한참 기다리던 두 행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눈살을 잔뜩 찌푸린 그의 모습에 입술만 달싹였다. 무슨 일인지 묻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냥 기다리자. 정말로 아라가 그렇게 된 거라면, 차라리 늦게 듣자. 조금이라도 늦게 듣자!

“자네도 기루에서 태어났다고? 한때는 이름을 날렸고?”

영원의 물음에 두 행수는 어리둥절해졌다.

“예. 소인, 생긴 것이 못나서 이름을 날린 적은 없습니다.”

“음.”

영원은 또 침묵했다. 이 물음에 대답한 후로 두 행수는 훨씬 마음이 놓였다. 적어도 다리가 떨리진 않았다.

“생김새가 좀 떨어진다만 영리한 편이지. 대답해 보아라. 어떻게 해야 여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느냐?”

영원은 여전히 엄숙한 표정으로 두 행수를 빤히 바라봤다. 두 행수는 얼떨떨해서 쉴 새 없이 눈을 깜빡였다. 칠야, 어느 낭자가 마음에 들었길래 이러시는 걸까. 칠야 같은 사람이, 거기 서 있기만 하면 되지, 뭘 더 할 것이 있나?

“아룁니다, 칠야. 그야 반(潘), 려(驢), 등(鄧), 소(小), 한(閑), 다섯 글자 아니겠습니까.”

(※수호지에 나온 말, 여인의 마음을 훔치려면 범안의 외모, 당나귀의 행상, 등통의 재물, 솜 안에 감춰진 바늘처럼 조심하고 신중하고 귀히 여길 줄 알아야 하고, 한가한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비유.)

두 행수의 말이 끝나기 전에 영원이 이를 갈 듯 말을 잘랐다.

“그런 걸 묻는 게 아니다! 내 말은, 진심 말이다. 기녀를 어르는 그런 수작 말고!”

두 행수는 그제야 무슨 말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진심? 어머나! 칠야, 누군가가 마음에 들고 마음에 품은 것 아닌가! 어느 댁 낭자가 이렇게 복을 받았을까……. 아니지, 이건 제대로 확인하고 대답해야 할 말이다.

“칠야, 칠야께서 말씀하신 그 진심이라는 게 누구를 향한 진심인가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그 진심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류만의 가장 큰 바람은 가풍 좋고 후덕한 집안에 안주인도 너그럽고 대범한 가문 나리가 속량해주는 것이고…….”

두 어멈이 떠보듯 묻는 말에 영원의 미간이 더 찌푸려졌다.

“그런 게 아니다!”

두 행수는 칠야가 어느 댁 규수를 마음에 뒀음을 감을 잡았다. 어머나, 칠야, 혼인하시려는 건가?

“아룁니다, 칠야. 또 하나는 걸맞은 집안에 매파를 보내 혼담을 넣는 것이겠지요. 그건…… 칠야께서 물으셨으니 소인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칠야가 말씀하신 대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진심 두 글자밖에 없습니다. 진심 말고 다른 건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두 행수는 대답하면서 영원의 표정을 살폈다. 고민 가득한 것 같아도 살짝 안도하는 것 같은 영원의 얼굴에 제대로 대답했음을 확신했다.

“칠야께서 이렇게 물을 정도의 낭자라면 분명 매우 영특하겠지요. 그렇게 똑똑한 사람 상대로 수단 같은 건 차라리 쓰지 않는 게 낫습니다. 진심을 보여준다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이뤄질 겁니다.”

두 행수가 또 조심스럽게 몇 마디 덧붙였다. 칠야가 이렇게 중요한 것을 묻는 이상, 아는 것, 떠오르는 것 모두 말해야만 했다.

도움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칠야가 자기를 쓸모 있다고 여기게 되면 아라가 살 기회가 그만큼 늘어난다.

“음, 돌아가라.”

영원은 한참 침묵하다가 손사래 쳐서 두 행수를 물리고 등받이에 머리를 대고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진심을 어떻게 전한다?

고자의는 눈 밑이 시커메진 얼굴로 약 그릇을 들고 들어가서 아비 고서강 침상 앞에 앉았다.

“아버지, 약 드셔야 합니다.”

“음.”

한참 만에 고서강이 겨우 대답했다. 고자의는 서둘러 약을 내려놓고 직접 고서강을 부축해 일으켰다. 시녀가 약을 건네자 고서강은 차를 마시듯이 그 쓴 약을 조금씩 삼키고 그릇을 시녀에게 돌려주었다. 고자의가 절임 과일 접시를 내밀자 밀어냈다.

“이야기 좀 하게 다들 물려라.”

고자의가 분부할 필요 없이 방 안에 있던 시녀, 어멈들이 부자 두 사람만 남기고 서둘러 물러갔다.

태자가 직접 병문안 와서 수행해서 온 주 추밀부사, 초 승상, 여 승상 앞에서 정중히 사과하고 그가 한 진언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표명한 후로 고서강은 정말로 몸져누웠다. 게다가 아주 심하게.

“아버지, 약이 매우 씁니다. 밀전을 드시지 않을 거면 입이라도 헹구세요.”

고자의가 맑은 차를 건네자 고서강이 손사래 쳤다.

“아비의 마음하고 비교하면 저 약은 쓴 것도 아니다. 내려놓아라. 이야기나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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