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동-387화 (387/463)

387화: 감독관의 배신

주종 두 사람의 칭찬이 끝나기도 전에 묵칠은 동작을 멈추고 돌아봤다. 탕 오낭자도 몸을 틀어 묵칠이 바라보는 방향을 바라봤다. 영원의 바닥 쓰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벌써 모습이 보이지 않은 걸 탕 오낭자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영 칠야 좀 봐. 정말 빠르다. 영 칠야의 무술 실력이 매우 뛰어나대.”

“그러게요! 비질조차 이리 빠르다니요!”

문희도 따라 감탄했다.

탕 오낭자는 좌로 꿈틀, 우로 꿈틀하며 빗자루질하는 묵칠을 돌아보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잠시 망설이다가 만 어멈 쪽으로 허리를 숙이며 물었다.

“어멈, 칠소야 좀 봐봐. 지친 거 아닐까? 한번 가 볼까?”

만 어멈은 게으름 피우는 묵칠을 진지하게 바라보다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친 것 같군요. 오낭자는 여기 계세요. 녹매를 보내겠습니다.”

일어서려던 탕 오낭자는 할 수 없이 다시 앉아서 녹매가 발걸음도 가볍게 다가가는 걸 바라봤다.

녹매가 다가오는 걸 본 묵칠은 무심결에 빗자루를 휘둘렀다. 녹매는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웃으며 예를 갖췄다.

“칠소야, 오낭자 말씀이 힘드시면 조금 쉬시래요. 그리고 목이 마르진 않는지 물으셨어요. 혹시 목마르세요? 차를 이쪽으로 보내드릴까요, 아니면 차를 드시고 오셔서 다시 청소하실래요?”

묵칠은 주저하며 빗자루를 슬쩍 밀었다.

“이 대낭자가…….”

“우리 대낭자도 힘들면 쉬면서 차 한 잔 드시고 하라고 하셨어요.”

녹매가 웃으며 공손하게 설명했다. 안도한 묵칠은 빗자루를 휙 밀어서 던지고 소매를 휘두르며 걸어갔다.

“목이 너무 말라서 여러 잔 마셔야 한다. 가지고 오면 불편하니 내가 가서 마시마.”

탕 오낭자는 녹매가 묵칠을 데리고 자기 쪽으로 오는 걸 보고 만 어멈을 돌아봤다. 만 어멈이 담담하게 설명했다.

“이 뙤약볕 아래 계속 있으면 안 되지요. 지친 모양인데 잠시 앉아서 쉬면서 차 한잔하고 조금 쉬다가 다시 청소하라고 하세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탕 오낭자는 안도했다. 묵칠이 가까워지자 얼른 일어나서 조금 겸연쩍은 듯, 그러나 대범해 보이려고 애쓰며 묵칠과 인사했다.

“햇볕이 강해요. 칠소야, 조금 쉬고 차 한잔한 다음에 다시 쓰세요.”

묵칠도 서둘러 장읍하며 답례했다.

“오낭자의 배…… 양해에 감사 드립니다.”

원래 배려라고 하려고 했는데 어째서인지 배려라는 말이 지나치게 애매한 듯이 느껴졌다. 그렇게 이야기하면 오낭자에게 실례라는 생각에, 입가까지 나온 배려 두 글자를 어색하게 양해라고 바꿨다.

묵칠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본 탕 오낭자는 오히려 진짜로 대범해져서 웃으며 앉으라고 손짓했다.

“문희, 차 따라 드리렴. 살짝 따뜻한 것으로 드려. 땀을 많이 흘려서 너무 찬 차는 안 좋아.”

“감사합니다, 오낭자.”

묵칠은 자리에 앉아서 공수하며 감사했다. 차를 받아서 단숨에 마시고 잔을 문희에게 돌려주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등받이에 기댔다.

“그렇게 힘들어요?”

탕 오낭자가 묵칠을 바라보며 물었다. 태원부에 있을 때부터 묵 승상가 칠소야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고 그 칠소야는 올려다볼 수도 가까이할 수도 없는 하늘에 사는 사람처럼 느꼈었다. 지난번에 탁자에서 기어 나온 묵칠의 머리를 내리쳤을 때부터 그 칠소야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자기와 같은 보통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심지어 오라버니보다 더 가까이하기 쉬운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묵칠은 대놓고 묻는 그 물음에 멈칫하다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요. 빗자루가 아주 무겁답니다. 들고 있었더니 팔까지 쑤십니다.”

묵칠은 과장해서 팔을 휘둘렀다.

“그러면 어째요? 이제 겨우 조금 쓸었는데.”

묵칠의 말에 탕 오낭자는 걱정이 앞섰다. 나는 감독해야 할 책임도 있는데 어쩌나.

“괜찮습니다.”

묵칠은 팔걸이를 누르며 목을 길게 빼고 영원 쪽을 바라봤다. 영원은 벌써 자취가 보이지 않았다.

“칠 형님이 저렇게 빨리 쓸고 있으니…….”

묵칠이 실실 웃자 탕 오낭자의 눈이 빛났다.

“맞네. 영 칠야가 곧 이쪽으로 돌아오겠네요. 영 칠야가 이쪽을 쓸기 시작하면 그때 가서 같이 쓰세요.”

문희는 고개를 돌리고 녹나무 잎을 진지하게 연구했다. 녹매와 시녀들은 고개 숙이고 속닥이느라 여념이 없었고 만 어멈은 접이 의자에 앉아서 시녀에게 차 내리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탕 오낭자의 말에 묵칠이 소리 내어 껄껄 웃었다.

“맞아요, 맞습니다. 내 생각이 바로 그겁니다. 저기, 그 돼지, 다 칠 형님이, 그러니까 영 칠야 말입니다. 영 칠야가 나보다 나이가 많거든요. 주 소육은 원 형님이라고 부르고 나는 칠 형님이라고 부릅니다. 그 돼지는 다 칠 형님 탓입니다. 형님이 멧돼지라고 했어요. 북쪽에서 매일 멧돼지 잡아서 먹는다고 눈 감고도 알아본다고 했어요. 내가 돼지를 본 적도 없고……. 그러니까 살아서 뛰어다니는 돼지 말입니다. 자기가 잘못 봐놓고 내 탓을 하지 뭡니까. 내가 아무리 그래도 돼지를 노루로 착각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왜인지 몰라도, 이 일을 탕 오낭자에게 제대로 해명해야 할 것 같았다. 자신이 돼지를 노루라고 잘못 볼 정도로 어리석진 않다. 너무 큰 일이라서 칠 형님을 배신한 건지 아닌지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설령 생각했더라도 아마 해명했을 것이고.

탕 오낭자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내 생각엔…….”

탕 오낭자가 주저하다가 말을 이었다.

“솔직히 이야기해도 화내지 마세요.”

묵칠이 유쾌하게 손사래 쳤다.

“말씀하세요, 하세요. 화낼 일이 뭐가 있습니까.”

“돼지를 알아보지 못한 건데 그걸 누구 탓을 하겠어요. 모르니까, 속이는 대로 속은 거잖아요. 그건 속인 사람 탓만은 아니에요. 공자가 멍청한 거잖아요!”

탕 오낭자는 정말로 솔직하게 말했다. 그것도 매우 가차 없이. 묵칠은 머리를 긁적였다. 매우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러게, 돼지를 본 적이 있었어야지.

“우리 집안은 장사꾼이에요. 아시죠?”

탕 오낭자의 말꼬리가 조금 내려가는 것이, 묻는 말이 아닌 듯했다. 묵칠은 고개를 끄덕였다.

“산서 탕가, 외숙에게 들은 적 있습니다.”

“우리 탕가 일족은 글공부하지 않는 사내는 열여섯이 되면 밑천을 받아서 장사를 시작해요. 대부분 금세 본전을 다 잃고 오죠. 다 잃고 나서 대부분 자기 어머니 앞에 가서 이렇게 속았니 저렇게 당했니 하소연해요. 우리 어머니는 속은 건 속은 거라고 하세요. 몰라서 속았든, 작은 이득을 탐하다가 속았든, 안목이 얕아서 속았든, 생각이 꼼꼼하지 않아서 속았든, 다 돌이킬 수 없는 거라고요. 내 생각엔 칠소야 이번 일도 그래요. 산 돼지를 본 적 없다고 잘못이 없는 걸까요? 잘못이 없다고 해도 돼지가 죽은 건 사실이니까 칠소야도 바닥을 쓸어야 해요.”

“맞는 말입니다. 외숙도 그렇게 말했어요. 돈을 벌면 재주가 있는 거고, 잃으면 남이 속여서라고 하는 게 어디 있냐고도 하셨어요.”

묵칠이 외숙의 말투를 흉내 내며 하는 말에 탕 오낭자가 까르르 웃었다.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하지만 영 칠야와 사이가 그렇게 좋은데, 일부러 속이려고 한 건 아닐 거예요. 아마 재미로 장난치신 거겠죠.”

“그야 물론이지요!”

묵칠의 표정이 조금 엄숙해졌다.

“그건 낭자가 강조하지 않아도 압니다. 칠 형님은 나한테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진짜 진짜로. 어떻게 잘해주는지는 낭자에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나중에 알려드리지요. 형님 성격이 그래요. 즐거운 걸 좋아하지요. 그런데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기면 앞장서서 떠맡습니다.”

“강조한 게 아니에요. 그냥 사실대로 말하는 거죠. 전에 태원부에 있을 때 오라버니도 저를 그렇게 대했어요. 제가 어릴 때 통통해서.”

웃으며 이야기하던 탕 오낭자는 멈칫하더니 얼른 덧붙였다.

“그냥 조금 통통한 거였어요. 많이 통통한 게 아니라. 옷을 입어도 태가 나지 않아서 살을 빼려고 했는데 도저히 배고픈 걸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때 오라버니가 고서를 하나 읽었는데 읽기만 하면 살이 찌지 않는 주문을 발견했다고 했어요. 영험한 하늘이시어, 영험한 땅이시어, 어쩌고였는데 열 마디 정도였어요. 줄곧 읽으면 살이 빠진다고 책에 쓰여 있다고 했어요.”

“정말로 믿었습니까?”

탕 오낭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묵칠이 발을 구르고 팔걸이를 치며 웃어댔다. 탕 오낭자도 웃었다.

“정말로 읽었죠. 읽고, 읽고, 며칠 동안 읽었는데 살이 조금도 빠지지 않길래 오라버니를 찾아갔죠. 오라버니가 읽는 방법이 틀렸다는 거예요. 첫 번째, 쉬면 안 된대요. 그래서 쉬지 않으면 밥은 어떻게 먹고 물은 어떻게 마시냐고 물었죠. 오라버니가 ‘그래서 쉬면 안 되는 거다!’라고 하지 뭐예요.”

묵칠은 배를 잡고 크게 웃었고 탕 오낭자는 웃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화가 나서 눈물이 다 나더라니까요. 다행히 나중에 살이 빠졌어요.”

“정말 믿다니! 멍청하군요!”

묵칠이 탕 오낭자를 가리키며 하는 말에 탕 오낭자는 콧방귀를 뀌며 그를 흘겨봤다.

“자기는 똑똑한 것처럼! 우리 오라버니도 멍청하다고 놀렸어요. 어머니는 오십보백보라고 하셨어요. 무슨 말인지 아세요?”

“오라버니도 멍청한 구석이 있습니까?”

“틀렸어요!”

묵칠이 재빠르게 대답하는 말에 탕 오낭자가 유쾌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오라버니가 나보다 조금 더 똑똑하다고 날 놀린다는 말이었어요. 그럼 오라버니보다 훨씬 똑똑한 사람은 오라버니를 얼마나 비웃겠냐고요. 어머니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자신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하셨어요. 그런 사람이 있으면 망신 살 일만 있을 거라고요.”

묵칠이 손뼉을 쳤다.

“좋은 말씀이군요! 똑똑하고 말고는 누구와 비교하는지에 따라 달라지지요. 난 자기가 똑똑한 줄 아는 그런 사람이 제일 싫습니다. 내 앞에서 학식 자랑하는 사람……. 아, 낭자 오라버니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당연하죠. 우리 오라버니가 칠소야 앞에서 학식 자랑하지 않았잖아요. 오라버니가 종종 날 괴롭히긴 해도 오라버니는 절 매우 아낀답니다. 오라버니가 거인이 된 후에 할아버지가 오라버니에게 인장을 주셨어요. 은자를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는 인장이에요. 오라버니는 인장을 받은 다음에 가장 먼저 날 불러서 사고 싶은 건 다 사라고, 오라버니가 다 사준다고 했어요.”

탕 오낭자가 오라버니 흉내를 내며 팔을 휘두르자 묵칠이 하하 웃었다.

“그래서, 샀습니까?”

“당연하죠! 잔뜩 샀어요! 다 비싼 거라서 은자를 많이 썼어요. 얼마나 신이 나던지요.”

탕 오낭자는 정말로 신이 나 보였다.

“하하하. 정말 솔직하군요. 사란다고 사다니! 나라도 신나게 샀을 겁니다. 안 사면 손해지!”

“그러니까요!”

탕 오낭자가 까르르 웃었다.

만 어멈은 배를 잡고 웃어대는 두 사람 뒤에서 차와 간식을 새로 올리라고 녹매에게 눈짓했다.

날개 달린 듯이 바닥을 쓸던 영원은 청소를 시작한 자리로 빠르게 돌아와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나서 주변을 둘러봤다. 묵칠과 탕 오낭자가 안 보이는 걸 확인한 다음에, 일하는 척하면서 구경하는 사내아이들을 향해 손짓했다.

“빗자루를 여기 둘 테니 지켜보고 있어라. 가서 차를 좀 마셔야겠다. 이따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너희들도 돌아가서 밥 먹고 차 마셔라. 빗자루 치우는 거 잊지 말고.”

소년들이 파도 타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영원은 빗자루를 던지고 빙 둘러서 장원 입구 초막으로 날쌔게 달려갔다. 이동이 초막에 있는 걸 아까 봤었다.

영원이 초막에 도착하기 직전, 탕 오낭자와 묵칠이 어쩌고 있는지 보러 가려고 몸을 일으키던 이동은 영원이 다가오는 걸 보고는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두 사람은 마구간을 둘러 돌로 쌓아 놓은, 사람 키 높이만 한 작은 평대에 올라가서 녹나무 쪽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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