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동-374화 (374/463)

374화: 기이한 일

주육은 장공주의 눈빛 하나에 질려 ‘누님’이라고 부른 일로 이가 대문에서 화청에 들어갈 때까지 놀림을 받았다. 처음엔 좀 머쓱하던 주육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무런 일 없는 듯이 태연해졌다.

볼일 있어서 이가에까지 영원을 찾아와 놓고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하고 심부름부터 하다가, 손님이 다 도착해서 화청에 들어가자마자 제 원 형님 뒤를 바짝 쫓았다. 이제는 큰일을 이야기할 차례가 되었다.

“형님, 할 말이 있소. 아주 요긴한 일!”

주육이 영원을 옆으로 끌어당겼다.

“무슨 일?”

영원은 조금 정신이 딴 데 팔린 듯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들으려 했다.

주육은 고민 가득한 표정이었다.

“아라 일이오. 태자가, 정말 성가셔 죽겠네. 태자는 바쁘다고 하고, 아라는 떠들썩하게 노는 성격인데 떠들썩하게 놀 수가 없으니 말이지……. 원 형님, 솔직히 말해서, 태자는 전혀 아라가 마음에 없는 것 같소. 전에는 그저 신선한 재미에 그런 것이고, 지금은……. 원 형님, 아라 이 일, 어쩌면 좋을까?”

주육이 아라의 일을 꺼내자 영원도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어서 잠시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하다가 쥘부채로 주육을 쿡 찌르며 대답했다.

“어려울 것도 없지. 기회를 봐서 아라를 데리고 태자를 찾아가라. 두 사람 문제 아니냐. 둘이 알아서 이야기하라고 해라. 사내와 여인의 일을 옆에서 어찌 참견하겠냐.”

주육이 깨달은 듯이 손뼉을 짝 쳤다.

“그렇지! 나도 참. 두 사람 일이니 둘이 알아서 하라고 해야겠다.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내 탓도 아니고. 이럴 줄 알았어. 형님이라면 분명 방도가 있을 줄 알았다니까. 그렇게 해야겠소. 기회를 봐서 아라를 태자 앞에 데려다주고 둘이 알아서 이야기하라고 해야겠소!”

아라 그 성격에, 주육이 태자 앞에 그녀를 던지고 나오면……. 휴, 사람을 보내 단단히 지켜봐야 할 것 같군. 다른 건 몰라도 아라의 목숨은 지켜줘야 하니까.

“칠 형님!”

한 바퀴 돌다가 영원을 찾아낸 묵칠은 저 멀리서 목소리 높여 부르기부터 했다. 영원이 그쪽을 바라보자, 묵칠이 주육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며 성큼성큼 다가와 주육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까 무슨 생각을 한 거냐. 아무리 그래도 누님은 아니지. 항렬이 다른데.”

“원 형님이 누님이라고 불러서 그렇지. 그 이야기 그만하면 안 되냐?”

항렬이라는 말에 자신을 그리 예뻐하던 고모를 떠올린 주육은 슬퍼졌다.

세 사람이 잠시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지극히 예민한 영원은 화청 밖에 녹매가 있는 걸 금세 발견했다. 녹매가 자신에게 손짓하는 것만 같아서 얼른 묵칠과 주육을 바라봤다.

“볼일 보고 와야겠다. 금방 다녀오마.”

영원은 반대 방향으로 화청을 나와서 나는 듯한 걸음으로 빙 둘러서 마침 맞은편에서 그를 향해 달려오는 녹매를 만났다. 녹매가 다급히 예를 갖췄다.

“이쪽으로 오실 것 같았어요. 제대로 와서 다행이네요.”

“네 낭자의 시녀들은 하나같이 똑똑하다니까. 무슨 일이 있느냐?”

영원은 칭찬부터 하고 물었다.

“예, 대낭자의 심부름으로 왔어요.”

녹매가 무심결에 주변을 살피자 영원이 눈짓했다.

“편하게 말해라. 기척은 내가 살피고 있다.”

녹매는 해 이낭자가 초 삼낭자의 이름으로 계소영을 부른 일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저쪽 일은 우리 대낭자가 알아서 하셨어요. 이쪽은 칠야께서 어떻게든 계 공자의 의중을 떠보면 좋겠다고 하세요. 그 두 낭자에 대해 계 공자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이에요.”

“알아들었다고 전해라. 안심하라고 하고.”

영원은 단번에 알아들었다. 이어줄 가능성이 있는지 떠보라는 것이었다.

녹매는 웃으며 뒷걸음질 치고 돌아서서 경쾌한 발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잠깐!”

녹매가 벌써 몇 발짝 멀어졌는데 영원이 다시 불렀다.

“걱정하지 말라고 전하고, 또, 이 일은 저녁에 내가 친히 가서 이야기하겠다고 전해라.”

녹매가 고개를 틀고 그를 바라봤다.

“매번 친히 저희 대낭자에게 말씀하시잖아요.”

“아! 그건 그렇지.”

영원은 큰 깨달음을 얻은 듯이 턱을 문질렀다. 녹매는 고개를 다시 돌려서 영원이 보지 못하는 쪽에서 눈을 흘기고는 서둘러 돌아갔다.

영원은 어슬렁어슬렁 돌아와서 묵칠과 주육을 향해 손짓하고는 이신과 계소영 무리로 곧장 다가갔다.

이신 무리는 매우 넓고 큰 서안을 둘러싸고 서 있었다. 서안 가운데에서 진안방이 종이에 무언가 끄적이고 있었다.

“응? 그림 그리는 건가?”

키가 큰 영원이 사람들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고 진안방이 종이에 그린 동그라미, 선을 바라보며 물었다. 계소영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이걸 그림이라고 할 수 있나? 진 방안이 길에서 겪은 기이한 일을 이야기 해주고 있네. 이제 막 시작했어.”

영원은 얼른 입을 다물고 집중해서 진안방의 이야기를 들었다. 묵칠과 주육도 양옆에서 목을 길게 빼고 빠져서 들었다.

“다들 보게. 이런 역참이었네. 대문은 마구간과 멀었고 다른 길은 없었네. 이렇게 둘러 갈 수밖에 없었어. 그 당시 내가 바로 여기 묵었네. 대문으로 들어가 첫 번째로 나오는 뜨락에. 여기가 역참의 텃밭이었네.”

진안방은 그림 위에 표식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텃밭은 역참 맨 뒤쪽에 대문과 아주 멀리 마주 보고 있었다.

“텃밭에서 보는 산의 경치가 절경이었네. 그 당시 내가 역참에 당도했을 때 마침 해가 아름답게 저무는 때였네. 역졸이 그 텃밭에서 보는 경치가 제일 좋다길래 종복에게 말을 마구간으로 끌고 가라고 하고 나는 역참을 가로질러 텃밭으로 향했지.”

진안방의 손가락이 대문에서 역참 맞은편 텃밭을 가리켰다.

“역참 입구에서 말에서 내릴 때 그 사내를 봤네. 장포 차림에 키가 매우 크고 준수한 사내였지. 아주 출중한 사내였어. 나를 빤히 보더니, 노둣돌 위에 올려놓은 해시계를 빤히 보더라고. 아주 괴이한 느낌이었지. 말에서 내려서 고개를 끄덕여 예를 갖췄는데 그는 해시계를 치우고는 길게 한숨 쉬더니 돌아서서 가버렸네.”

진안방은 매우 상세히 설명했다.

“그곳은 화산(華山: 중국 고대 오악五嶽의 하나인 서악西嶽) 자락이었네. 화산은 도가(道家)의 성지라서 수행자가 많은 곳이지. 괴이한 일도 종종 벌어지고. 그래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역참을 가로질러 일몰을 보러 갔네. 막 텃밭에 도착했는데 아까 그 젊은 도사가 거기에 있지 뭔가. 해시계는 우물둔덕에 놓여 있고. 대문에서처럼 우선 날 빤히 보더니, 해시계를 또 빤히 보더라고. 솔직히 말해서 정말로 두려웠네.”

진안방은 지금 생각해도 조금 두려운 모습이었다.

“그 당시 역참에 묵는 사람이 나뿐이라 안이 매우 썰렁했지. 역참을 가로지르는 동안 아무도 없었고, 역참 배치는 여기 보는 대로네. 텃밭으로 가는 길이 하나뿐이야. 길 양쪽으로는 집채가 줄줄이 이어졌지. 나중에 집채를 샅샅이 다 둘러봤는데, 텃밭으로 가는 다른 길은 확실히 없었네. 역참 서쪽은 산이라서 동쪽으로 가려면 반드시 마구간을 지나가야 하네. 그런데 종복은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고 확신했네. 역참 밖을 둘러서 갔다면, 나보다 먼저 텃밭에 도착하려면 얼마나 걸음이 빨라야 하겠나.”

영원이 대답했다.

“이상할 것 없네. 무공 수련한 사람이면 조금만 성과가 있어도 가볍고 민첩하게 움직이네. 아니면 경공을 쓰면 역참 하나 정도는 대단히 큰 역참이 아닌 이상 가로질러 가는 건 일도 아닐세.”

진안방이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줄곧 그렇게 생각했지.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도 진정됐고. 그때 너무 놀라서 손가락질하며 누구냐, 무엇을 하려는 게냐고 호통쳤거든. 그 사내는 안 좋은 안색으로 매섭게 나를 빤히 보다가 ‘그쪽 시진을 본다’고 대답했네.”

“자네 시진을 봐? 그게 무슨 말이지?”

주육은 모르면 바로 묻는 사람이었다. 진안방의 안색이 아까보다 흐려졌다.

“나도 모르지. 그때 그래서 나도 물었지, 무슨 생각이냐고. 나는 과거에 급제한 사람이라고, 붙잡아서 관리에게 넘기겠다고 했네. 다들 비웃겠지만, 어쩔 수 없었네. 나는 간이 작은데 그때 정말 식겁해서 말이 함부로 나왔네. 그 사람은 조금 화난 듯이 나를 가리키면서 ‘2년 후 오늘, 네 이름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고 4년 후 오늘 머리통이 떨어질 것이다’라고 했네.”

“그때가 몇 월 며칠이었는데?”

여염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물었다.

“전시 방이 붙은 그날이네.”

진안방은 웃고 싶어도 웃을 수가 없었다.

“아? 정말 맞힌 건가? 그럼 2년 뒤엔…….”

묵칠이 경악해서 말했다. 그러나 머리통이 떨어질 거라는 말은 해선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그러나 주육은 속 시원하게 내뱉었다.

“머리통이 떨어진다고? 참수당한다는 말인가? 신진 진사가 무슨 죄를 지으면 참수당하지? 역모?”

영원이 주육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허튼소리에 덩달아 허튼소리를 하기는! 그다음 이야기는 내가 하지.”

영원이 진안방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 사람이 화를 피할 수 있도록 법사를 해주겠다고 말했겠지. 자네는 상대하지 않았을 테고.”

“아닐세. 말을 마치고는 그냥 돌아섰어. 그가 돌아설 때 텃밭에 갑자기 큰 안개가 끼었네. 그 당시 하늘에 구름 한 점도 없었는데.”

진안방은 이제 억지웃음도 짓지 못했다.

큰 안개라는 말에 영원의 안색도 바로 변했다. 얼마 전에 바로 큰 안개 때문에 강환장을 놓쳤다. 소 사야는 그 이야기를 들은 후에 몇십 년 동안 한 발짝도 나가지 않던 뜨락을 떠나 경성으로 오고 있다. 지금 진안방이 말한 큰 안개는 그날 밤 큰 안개보다 더 괴이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넋이 나갔다. 이건 진안방이 직접 겪은 일이었다. 그냥 괴이하기만 하면 다들 이상한 일이라고 웃고 넘겼을 것이다. 그러나 4년 후 머리통이 떨어진다는 말과 억제하지 못할 두려움에 휩싸인 진안방의 모습에 다 같이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내 곁에 문 선생이라는 분이 있네.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불편해서 벼슬길에 들지 못했지. 덕분에 서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읽었지. 어릴 때부터 이렇게 희한하고 해괴한 이야기를 좋아해서 시정을 누비는 걸 좋아했다더군.”

이신의 편안한 목소리에 느긋함과 웃음기가 느껴졌다.

“몇 가지 이야기를 내게 해주더라고. 집안 어른 밑에서 대명부에서 몇 년 살 때 일인데, 그 당시 대명부에 말주변이 대단한 점쟁이가 있었다네. 하루에 딱 세 번 점을 보는데,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지.”

느리지만 절도 있는 이신의 말에 진안방을 비롯한 모두가 홀린 듯이 귀를 기울였다. 영원은 이신이 ‘문’자를 입에 올리는 걸 듣고 문 이야 이야기임을 알고 열심히 들었다.

“문 선생은 젊었을 때 그런 걸 절대로 믿지 않았고 또 이런저런 잡서를 많이 읽어서 그 점쟁이가 어떻게 용한 결과를 내는지 반드시 알아내겠다고 작정했다고 하네. 그래서 매일 그 점쟁이를 지켜봤는데 보름 넘게 지켜보면서 수십 번 점 보는 걸 봐도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네. 그런데 알아낸 건 없지만 점쟁이의 제자와 친해져서 종종 같이 술을 마셨다는군. 하루는 그 제자가 술이 과해서 점쟁이는 장원 급제보다 더 힘들다고 한탄했다네.”

이신이 말을 멈추고 여염을 바라보자 여염이 웃으며 이신을 손가락질했다.

“나는 왜 보나. 뜸 들이지 말고 어서 말하게. 어째서 장원 급제보다 더 힘들다는 건가?”

“점쟁이가 되려면 우선 뭐든 많이 알아야 한다고 했다더군. 예를 들어 성 안팎 각 큰 사찰, 암자에서 여는 방생 법회가 언제인지, 성 안팎 대갓집 어르신, 가주의 생일은 언제인지, 어느 해에 누가 죽었는지, 기일과 생일은 언제인지. 부 관아, 현 관아 관리의 성이 무엇인지, 생일은 언제인지, 어느 날 첩을 들였는지 연회는 언제 열었는지 등등. 아는 게 많을수록 좋다더군.”

“그게 무슨 소용이 있어서?”

누군가가 묻는 말에 이신이 웃으며 대답했다.

“큰 쓸모가 있지! 하루는 어느 노태태가, 자기 며느리가 이번에 아들을 낳을지 딸을 낳을지 물어보러 왔는데, 점쟁이가 노태태의 고민을 바로 알아맞혔네. 그야 쉽지. 몸풀기 두어 개월 전에 점쟁이를 찾아온 건 사내아이가 급해서일 테니. 이어서 전생의 인과가 어쩌고 늘어놓다가 나중에 노태태에게 모월 모일에 방생하지 않았냐고 물었다는군. 모월 모일에 방생한 일로 은덕을 쌓았으니, 이번에 아들을 낳지 못하더라도 지극히 복 받은 딸이 태어날 거라고.”

“마음이 선한 점쟁이군.”

계소영이 감탄했다.

“모월 모일이 바로 방생일이었다는 걸 아무도 떠올리지 못했다는 건가?”

여염이 피식 웃자 이신이 진안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진 방안은 생각했는지 물어보게나. 춘시 방 붙는 날은 정해져 있네.”

진안방은 안색이 훨씬 좋아져서 웃음 지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군. 계속하게. 그래서 점보는 게 무슨 어려움이 있다는 건가?”

“두 번째가 제일 어렵네. 사람을 보는 것 말일세. 문 선생 말이, 그 후로 어딜 가든 현지 점쟁이를 찾아가 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네. 조금이라도 이름난 점쟁이는 사람을 잘 본다더군. 문 선생 말이, 상원현에 점쟁이가 있었는데 거리에서 사람 볼 때, 어디에서 왔는지, 집안 환경은 어떤지, 성엔 뭐 하러 왔는지, 요즘 무슨 일을 겪었는지 거의 맞힌다고 하더군.”

“그건 대단하군!”

주육이 놀라 고함쳤다.

“세 번째. 말주변이 좋아야 하고, 무슨 일이든 못 박아서는 안 되고 여지를 남겨야 하네. 예를 들면 아까 그 이야기, 점쟁이는 절대로 사내인지 여자애인지 말하지 않네. 사내가 아니더라도 복 받은 여자아이라고 말하지. 그래서 대체 사내란 말인가, 여자애란 말인가?”

모두 우하하 웃음을 터트렸나.

“문 선생이 그러는데, 어느 점쟁이가 추시를 볼 수재에게 점을 봐주고 급제할 수 있는데 반드시 덕을 쌓고 마음을 곱게 써야 한다고 했다고 하네. 그런데 그 수재가 추시에 낙방하자 다시 찾아와서 난리를 부렸다지. 점쟁이가 자기는 절대 잘못 볼 리 없다고 분명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했을 거라고,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악한 마음은 분명 품었을 거라고 했다지. 그 수재는 잠시 생각하더니 돌아갔다는군.”

“어떤 마음이 악한 마음이기에?”

진안방이 묻자 이신이 웃으며 대답했다.

“문 선생 말이, 여인을 보고 마음이 동한 것도 다 악한 마음이라던데?”

여염이 큰소리로 웃으며 쥘부채로 모두를 가리켰다.

“자네들, 이런 악한 마음 한 번 안 품은 사람 있는가?”

“내가 처음 문 선생을 만났을 때, 선생이 바로 점괘를 봤네. 그때 얼마나 놀랐던지. 나중에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는데, 정말이지…….”

이신이 껄껄 웃으면서 진안방을 가리켰다. 진안방은 눈에 띄게 안도한 모습이었다. 주육이 목을 길게 내밀며 물었다.

“그럼 큰 안개는? 안개는 말이 안 되지 않나!”

“거리에서 잡기를 부리는 사람은 복숭아씨 하나로 복숭아나무를 만들어 내고 눈 깜짝할 사이에 꽃을 피우네. 그건 말이 되고?”

이신이 되물었다.

“그건 환각술이지……. 억! 그럼 그것도 환각술이겠군! 이런, 다 속임수였잖아!”

주육이 툴툴거렸다. 진안방은 길게 안도하며 이신을 향해 공수했다.

“이 형, 통찰력이 대단하군. 가르침 감사하네.”

영원이 이신을 힐끔 봤다. 사람 설득하는 재주가, 실로 대단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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