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동-347화 (347/463)

347화: 터진 만두

며칠이 지나지 않아 계가에서 문회와 꽃 연회가 열렸는데, 이번엔 수녕백부도 청첩을 받았다.

곡 대내내는 조금 들떴다. 경성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강가에 들어온 시간은 더 짧은 데다가 강가는 거의 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와 교류하지 않아서 이 경성이 자기가 자라온 작은 마을보다 얼마나 큰지 알지 못했다. 경성의 정상적인 대갓집은 1년 내내 갖가지 행사가 가득하다는 건 더더욱 알지 못했다. 봄엔 봄맞이, 여름엔 피서, 가을엔 국화 감상, 겨울엔 눈 감상 그리고 불회니 법회가 끊기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가 느끼기엔 지난달에 입궁했는데 이번 달에 계가 꽃 연회 청첩을 받은 것이 너무나 큰 영광이기만 했다. 다들 강가를 너무 중시하고 자신을 너무 환영한다고 생각했다. 뿌듯하기도 하고 들뜨기도 해서, 이날은 고 이낭을 불러 괴롭히는 짓도 종일 하지 않았다.

그럴 겨를도 없었다. 옷을 잘 고르고 잘 치장해야 하니까. 수녕백부 안주인의 체면을 상할 일을 하면 안 되지 않은가. 작은 마을 출신이라는 점이 아무래도 그녀에게는 아직은 조금은 거북한 것이 사실이었다.

곡 대내내는 조금 들뜬 수준이지만, 강완과 강녕은 거의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흥분했다. 이 나이가 될 때까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릴 땐 됐고, 기억이 있는 시절부터 강가와 왕래하는 집안은 이모인 고가뿐이었다. 나중에 고가가 실로 너무나 궁핍해져서 어머니가 고가에 가지 못하게 했다. 그밖에는 영안백부뿐이었다. 그런데 근래 5, 6년 사이에 영안백부에서 두 사람을 저택으로 초대하는 일도 없어졌다.

그런데 지금 계가에서 두 사람을 꽃 연회에 초대하는 청첩을 보냈다!

강완과 강녕은 왜 계가에서 갑자기 두 사람을 초대하는 청첩을 보냈는지에 대해서 들떠서 주절주절, 반복해서 분석했다. 이리저리 분석한 두 사람은 한 가지 결론을 냈다. 분명 그녀들의 오라비가 왕부의 장사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엔 입궁까지 하지 않았는가. 가문이 다시 일어서려는 것이다!

강녕은 흥분해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두 다리는 그보다 더 즐겁게 춤을 췄다.

“언니, 계 탐화는 아직 정혼하지 않았어. 어머!”

운이 트이면 생각도 영민해진다고, 순간 그 생각을 떠올린 강녕은 제가 다 놀랐다.

“언니, 계 탐화가 아직 정혼하지 않았어. 언니 이거…….”

강녕은 흥분해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두 눈이 쉴 새 없이 반짝였다.

“언니, 이 연회, 혹시? 계가에서 며느리를 고르려는 거 아닐까?”

“그렇지!”

강완도 들떴다. 강녕의 말이 너무나 옳았다.

“언니!”

강녕은 양손으로 얼굴을 부여잡았다. 흥분해서 숨이 갈수록 가빠졌다.

“언니, 생각해 봐. 계가는 우리랑 아무런 교류가 없잖아. 우리를 초대할 리가 없어. 그런데 이렇게 간절하게 우리에게 청첩을 보냈잖아? 언니, 혹시? 혹시…….”

강녕은 들떠서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혹시 계가에서 우리 자매를……. 아니지, 나를 점찍은 거지. 분명 나를 점찍은 거야. 그래서 이렇게 간절하게 청첩을 보낸 거지. 일부러 저택에 불러서 살펴보려고.

“그게 아니면 뭐겠어!”

강완도 단번에 깨달았다. 그녀의 생각도 강녕과 똑같았다. 분명 계가에서 나를 점찍은 거야. 이 청첩, 십중팔구는 나 때문에 온 거야. 계 탐화가 날 점찍었을까? 계 탐화가 날 언제 봤지? 난 왜 몰랐지?

강완과 강녕은 두 눈에 힘이 풀리고 흥분해서 눈물이 다 날 것만 같았다.

다음 날, 고 이낭과 아들이 줄곧 곡란원에 살고, 들리는 소식마다 답답한 소식뿐인데 어쩔 도리가 전혀 없어서 매우 기분이 안 좋은 진 부인을 빼고 곡 대내내와 강완, 강녕은 매우 들떠 있었다.

대상국사에서 열흘 넘게 머문 강환장은 두 볼이 홀쭉 패서는 몰라보게 여위었다. 그 스님을 만난 그날, 깨달음을 얻은 강환장은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하기 직전이었다. 며칠 동안 눈만 감으면 예전 일이 떠올랐고 갈수록 꿈을 많이 꿨다. 일어나고 싶지도 않았다. 일어나면, 예전의 모든 것을 잃었다는 사실이 갈수록 더 또렷해졌다. 이씨가 강가를 떠난 이래, 철저히 강가를 떠난 이래, 예전의 모든 것은 다 사라졌다. 예전의 모든 것을 이루려면 자신이 하나하나 모두 새로 시작해야 했다.

계가의 청첩은 계 상서가 자신을 또 한 번 이끌어 줄 생각으로 보낸 것이었다. 조정의 중심으로 이끌어 주려고. 그 김에 수녕백부도 조금씩 경성 세도가 모임으로 이끌어 주려고.

강환장은 기쁜 기색과 뿌듯함을 감추고 있는 곡씨를 힐끔 보고는 혐오스럽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가 너무 힘을 줘서 치장하느라 우스꽝스럽기만 한 강완과 강녕에게 시선이 닿자 더더욱 신물이 났다. 멍하니 서 있다가, 몇 마디 당부할까 싶어 입을 떼려다가 그럴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아서 그만두었다.

맞다. 그래도 고씨가 있지.

전에는 눈이 가려 제대로 보지 못한 점이 있다지만, 아무리 눈을 가렸더라도 고씨 자신이 그만큼 뛰어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일이지.

“고씨는?”

강환장이 싸늘하게 물었다. 당부 몇 마디 한다고 소용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차라리 고씨도 같이 보내서 수시로 가르치게 하는 게 나을 듯했다. 적어도 이 물건들이 큰 잘못은 저지르지 않으리라.

“집에서 아이 젖 먹이고 있지요.”

곡 대내내의 얼굴에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 멀쩡히 고가 천것 이야기는 왜 꺼낸담.

“같이 가게 준비하고 나오라고 하시오. 당신은 경성에 처음 온 거라 경성 사람들의 예법을 모르잖소. 같이 가서 실례하지 않도록 옆에서 가르쳐 달라고 하시오.”

강환장이 싸늘하게 분부했다.

곡 대내내는 순간 매서워진 얼굴로 강환장을 죽어라 노려봤다. 하지만 강환장 분부인 터라, 그녀가 뭐라고 할 필요도 없이 눈치 빠른 어멈 몇이 어느새 조르르 사람을 부르러 갔다.

고 이낭은 정말로 아이 젖을 먹이고 있었다.

곡 대내내가 있을 때는 아들 젖을 먹이는 것도 곡 대내내가 보는 앞에서만 먹여야 했다. 아들이 두 입만 연달아 젖을 빨아도 곡 대내내가 ‘체하지 않게 쉬었다 먹여라.’라고 했다. 그러니 배를 쫄쫄 곯아서 젖을 연신 빨아대는 아들 입에서 생으로 젖을 빼낼 수밖에 없었다. 아들이 목 놓아 우는 소리에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안 그래도 많지 않은 젖이 뚝뚝 흐르고, 재빨리 눌러도 막을 수가 없었다.

젖 한 번 먹일 때마다 이렇게 시달리느라, 억지로 이 거처에 옮겨온 이래 아들을 한 번도 배불리 먹이지 못했다.

곡 대내내가 외출한다니,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끼는 배불리 먹여야 했다.

문 두드리는 소리에 고 이낭은 흠칫 놀라 부르르 떨었다. 낡은 강보에 싸인 채 품에 안겨 젖을 물고 놓지 않는 아들을 허둥지둥 달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냐? 젖 먹이는 중이다.”

“이낭, 얼른 정리하고 나와요. 세자야께서 중문에서 부르세요. 대내내와 함께 계가 연회에 가래요. 서둘러요! 큰 경사라고요!”

어멈이 쉴 새 없이 문을 두드리며 쌀쌀맞게 말했다. 고 이낭은 얼떨떨해졌다.

“내가 가면, 아이는?”

“거처에 사람이 없어서요? 볼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요. 이낭, 미쳤어요? 세자야의 분부라고요! 세자야가 이낭을 이렇게 아낍니다. 계가 연회 같은 좋은 일에 이낭부터 생각하고 부르는데 미루다니, 미쳤어요?”

어멈의 말이 더욱 가차 없어졌다. 고 이낭은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오라버니가 나를 잊지 않았구나!

“바로 갈게. 바로 가!”

고 이낭은 자신이 일어서든 앉든 아랑곳하지 않고 젖을 물고 놓지 않는 아들을 안은 채 허둥지둥 밖으로 나갔다. 나가서 잠시 얼떨떨하게 서 있다가 돌아서서 춘연을 찾아갔다. 그동안 춘연이 정말로 착한 아이라는 걸 깨달았다.

춘연은 고 이낭의 말을 듣고, 사실 고 이낭이 말할 필요도 없이 어멈의 목소리가 온 뜨락에 쩌렁쩌렁 울려서 알고 있었다. 조금 겁이 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를 받았다. 고 이낭은 모질게 마음먹고 아이 입에서 젖을 빼냈다.

춘연은 목 놓아 우는 아이를 안고서 고 이낭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정리하고 가요. 아이 걱정은 말고요. 이따 청서에게 데리고 갈게요. 굶기지 않을게요.”

고 이낭은 춘연에게 감사하고 허둥지둥 시녀들과 함께 쓰는 정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서둘러 얼굴을 씻고, 머리는 다시 빗을 겨를이 없으니 대충 넘기고는 당장에라도 욕을 할 듯이 발을 구르는 어멈을 따라 총총 중문으로 달려갔다.

강환장은 고 이낭을 멍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어멈이 손가락으로 콕 찍어 가리키지 않았다면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고씨라는 걸 절대로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눈앞의 고씨는 속이 터져 나온 고기만두처럼 얼굴이 둥그랬다. 얼굴은 둥글둥글한데 피부는 또 거칠었다. 분을 발랐는데 제대로 바르지 않아서 알알이 분가루가 다 보일 정도였다. 두 볼은 진홍색으로 뭉쳐진 것이, 연지를 제대로 바르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얼굴이 그렇게 벌건 건지 모를 노릇이었다.

평생 봐 온 그 맑고 그렁그렁한, 속세를 잊게 하는 눈동자는 죽은 생선 눈깔처럼 혼탁했다.

온몸을 두른 쪽빛 무명천 웃옷과 바지, 이 차림은 몇 번이나 봤었다. 회임했을 때부터 이렇게 입고 있었으니까. 그때는 그래도 동정심을 갖고 바라볼 수준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온몸에 찐 살이 쪽빛 무명천을 찢어 놓을 것 같았다. 무릎을 구부려 예를 갖출 때는 강환장의 가슴이 철렁했다. 조금이라도 크게 움직이면 그 옷이 툭툭 터져서 그 안에 감춰진 살을 다 쏟아놓을까 두려웠다.

이게 고씨라고? 이게 고씨일 리가 있어?

강환장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떡 벌어져서 고 이낭을 빤히 봤다.

곡 대내내는 강환장을 흘겨봤다. 그의 표정,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을 보고 뿌듯해져서는 콧방귀를 뀌었다.

“너…….”

정신을 차린 강환장은 혼이 빠진 듯이 온몸에 기운이 쪽 빠져서 무기력하게 손을 저었다.

“돌아가라. 일단, 돌아가라.”

“흥!”

곡 대내내는 쩌렁쩌렁하게 콧방귀 뀌면서 손수건을 획 휘두르고는 돌아서서 낭창낭창 마차에 올랐다.

진 부인은 안 보는 게 속 편하다는 듯 벌써 마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강완과 강녕은 상상에 빠져 설레고 기뻐하는 와중이라, 고 이낭 따위는 둘째치고 진 부인이 이 자리에서 횡사해도 잠시도 눈을 돌리지 않을 터였다.

그렇게 시간을 허비한 끝에 수녕백부 마차 두 대가 계가 저택 앞에 도착했을 때, 계가 대문 앞엔 이미 마차가 길게 줄지어 있었다.

강환장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안색으로 허리를 숙여 진 부인에게 한마디를 남기더니 말을 몰고 정문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말에서 내린 그는 계소영과 인사치레를 주고받고 계가 저택으로 들어갔다.

곡 대내내는 마차에 탄 채 휘장을 젖히고 머리를 반쯤 내밀었다. 마차 앞뒤를 두리번거리면서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는 마차 행렬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구경했다.

자신이 경성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음을 잘 아는 곡 대내내는 이번에 나올 때 자기 생각에 가장 식견 넓은, 물론 현재로서 수녕백부에서 실제로도 가장 식견이 넓은 왕 어멈을 데리고 나왔다.

왕 어멈은 곡 대내내가 머리를 반이나 내밀고 앞으로 뒤로, 신나게 바라보는 걸 보고 입술을 달싹였다. 말리고 싶었지만, 몇 번이나 말하려다가 결국 그냥 삼켰다.

이 여자는 체면 세우길 좋아하고 억지 쓰는 데 도가 튼 사람이야. 그리고 또 매우 영리하고. 내가 말리자마자 자신이 창피한 짓을 한 걸 바로 깨닫겠지. 그 창피함을 내게 화풀이할 것이 틀림없고. 이 여자는 앙심을 품는 성격이니까.

됐다. 그냥 이야기하지 말자. 어차피 수녕백부는 항상 창피한 짓을 하지 않나. 망신 사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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