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동-333화 (333/463)

333화: 초대

“황상도 참!”

복안 장공주는 영원, 여염과 여염 뒤의 진안방, 계소영 그리고 이신을 가리켰다.

“봐봐, 생긴 것만 따지면 역시 영원이지? 어전시위는 황상의 체면이야. 정말 못 말린다니까!”

장공주는 웃다가 한숨 쉬다가 발을 구르다가, 난리였다.

“천하의 문생인 진사도 결국 자기 사람 아니야? 이렇게 어리석다니까? 봐봐, 이런 사람이야. 곁에 오래 있는 사람이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이야. 분명 운이 참 좋았다고 생각할걸? 영원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거야. 아니었으면…….”

복안 장공주는 상반신을 내밀고 순서대로 아래를 지나가는 장원 여염부터 이신까지 흥미진진한 얼굴로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올해 선두 네 사람, 봐봐, 얼마나 잘생겼어. 영칠 말고 제압할 사람이 없긴 해!”

이동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대체 무슨 소리야.

“영칠 저 녀석, 횡재했네!”

복안 장공주는 아직도 혀를 내두르며 감탄했다. 이동도 다시 고개를 내밀고 바라봤다.

“그냥 따라서 행진 한 번 한 거잖아요. 그게 무슨 횡재예요. 영칠은 이런 거 싫어해요.”

“영칠은 이런 거 싫, 어, 해, 요?”

복안 장공주가 이동을 삐딱하게 바라보면서 그녀의 마지막 말을 따라 말하고는 샐샐 웃었다.

“영원을 참 잘 아네. 난 행진 말하는 게 아니야. 영칠이 입은 옷이랑 머리에 쓴 금관 안 보여? 영원은 원래 종3품이라서 검은 비단옷에 금색 수는 놓을 수 없어. 정3품이라야 수를 놓을 수 있어. 영칠이 떼써서 정3품을 얻어낸 게 분명해. 무관이 종3품에서 정3품이 되는 건 문관이 4품에서 3품이 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인데, 이게 횡재가 아니야?”

“황상도 참…….”

이동도 결국 웃음이 터졌다.

“구경 다 했으니까 가자.”

만족스럽게 구경한 복안 장공주는 이동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물었다.

“너희 집 연회는 언제 열지?”

“오라버니가 공자들이랑 상의했는데, 당연히 여 승상부부터 여는 게 맞고, 진 방안은 혼자 경성에 있으니까 경성에서 연회를 열지 않아요. 그러니 여 승상부 다음엔 계가고, 우리는 그다음에 하기로 했어요.”

“응. 결정되면 나한테도 청첩 보내렴. 나도 구경해야지. 연회는 어떻게 할 거지? 너랑 네 어머니, 생각한 게 있지? 초대는 누구누구 할 건데? 문회는 당연히 열 거지? 낭자들은? 어느 가문 초대할 거고?”

“장공주…….”

이동은 얼떨떨해졌다. 장공주가 참석한다면 제대로 바빠질 것이다.

“왜? 싫어? 걱정하지 마. 선물은 준비해야지. 너희 집 간식 공짜로 먹지 않아.”

복안 장공주가 이동을 향해 눈을 찡긋했다.

“싫기는요. 크게 열 생각이 아니라서 그랬어요. 그냥 여 공자랑 몇 초대해서 모일 생각이었고 여자 식솔은 부르지 않을 예정이었어요.”

이동이 그렇게 하자고 했다. 이가는 일단 상인 가문이고 또 하나는 모녀 두 사람밖에 없어서 경성에 교류하는 가문이 지극히 적었다. 오라버니는 줄곧 타지에 있다가 경성에 온 지 반년 정도고 와서도 여 공자와 계 공자를 비롯한 몇 명과만 교류했다. 그런데 하필 다들 고귀한 집안이었다. 초대하자니 실로 너무 느닷없어서 거만하다고 비웃음 살까 걱정이었다. 초대했다가 나중에 괜히 썰렁해지면 망신스럽기만 하고. 조용히 치르는 게 거만한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여 승상부와 계가에서는 분명 너와 네 모친을 초대할 거야. 상대가 초대했으니 당연히 너희도 초대해야지. 해 상서는 시험관이었으니까 당연히 모셔야 하고, 모시려면 당연히 여식솔까지 해야 해. 이 가문들을 초대한 이상, 묵 승상부도 뺄 수 없지. 게다가 너는 전 노부인하고 알고 지내는 사이잖아. 승상 두 분만 모시는 건 좀 그러니까, 오든 말든 초 승상부에도 청첩을 보내야겠지…….”

복안 장공주는 태연하게 초대해야 할 사람을 꼽았고 이동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입이 벌어졌다. 복안 장공주의 셈대로라면 조정 반을 초대해야 하는데요!

해 이낭자와 사촌 동생 해 삼낭자는 초 삼낭자, 조 시랑 댁 조 구낭자와 약속하고 함께 신진 진사들을 보러 나왔다.

둘씩 짝지은 어전시위 뒤로, 엄숙한 얼굴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말을 탄 영원이 다가오자 조 구낭자가 어머, 하고 소리쳤다. 해 이낭자는 그녀를 힐끔 보고는 손에 든 둥근 부채로 살짝 때리면서 생글 웃었다.

“왜? 마음에 들어? 좋은 사람이 아니야.”

초 삼낭자는 해 이낭자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조 구낭자의 큰언니가 그녀 큰 오라버니와 혼인해서 두 사람은 사돈이었고, 조 구낭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도 체면이 따라 상하게 된다.

“얘는. 그냥 잘생겨서 감탄한 거야. 마음에 들기는. 말도 안 돼.”

조 구낭자는 매우 단호했다. 정말로 감히 영원을 점찍을 수가 없었다. 그냥 영원이 잘생겨서 본 것이었다. 정말 너무 잘생겨서.

해 이낭자의 시선이 저 뒤쪽 삼정갑(三鼎甲: 전시 수석 세 명)과 곁에 있는 낭자들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그래? 영 칠야도 네 눈에 안 차는 거야? 그럼 누가 마음에 들어? 우리가 남도 아니고 어서 말해 봐. 내가 조언해줄게.”

“너부터 말해 보렴. 넌 누가 마음에 들어?”

조 구낭자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서, 해 이낭자처럼 생긋 웃으며 되물었다.

“난 말이지…….”

해 이낭자는 말꼬리를 늘였다. 그녀는 원래 솔직하고 떳떳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 지금도 대범하게 말했다.

“난 계 탐화의 풍채가 제일 멋있는 것 같아. 할아버지가 그러시는데 계 노승상의 풍채가 아주 좋으셨대.”

초 삼낭자의 미소가 순간 굳었다. 해 이낭자는 줄곧 곁눈으로 초 삼낭자를 살피고 있었다. 초 상서가 이제 승상이 되어서 세도가 사이에서 초 삼낭자는 묵 육낭자와 경쟁해야 하는 존재가 됐다. 그래서 그녀를 경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너도 계 공자가 제일 출중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해 이낭자가 사촌 동생 해 삼낭자를 살짝 흔들었다.

해 삼낭자의 조부는 해 상서의 막내아우로, 외아들인 해 삼낭자의 부친 하나만 남기고 요절했다. 해 삼낭자 부친은 해 상서 곁에서 자랐다. 십여 년 전, 해 삼낭자의 부친이 고향에 가서 추시에 참가했다가 중간에 비를 맞아서 실려 나온 다음 며칠 만에 세상을 떠났다. 부친이 세상을 떠난 후, 해 상서가 해 삼낭자와 모친, 아우를 저택으로 들였다. 해 상서와 손 노부인이 그녀와 아우를 해 이낭자와 별다른 차이 없이 대해줬지만, 지극히 분별 있는 해 삼낭자는 항상 조용하고 온화하게 해 이낭자를 대하고 사사건건 양보했다.

“확실히 출중하지.”

해 삼낭자가 신중하게 대답했다. 계 탐화를 조금 더 바라보고 싶지만, 상대가 자기가 넘볼 인물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아서 슬금슬금 계소영 뒤에 있는 이신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삼낭자도 계 공자가 마음에 들어?”

해 삼낭자를 그다지 안중에 두지 않는 조 구낭자에게 해 삼낭자는 가볍게 농담해도 되는 상대였다.

“이건 함부로 농담할 일이 아니지!”

해 이낭자가 부채로 조 구낭자를 탁, 치고는 감정을 잘 감추지 못하는 초 삼낭자를 보라는 듯 눈동자를 굴렸다.

“백 노부인이 묵부에 사람을 보냈대. 묵 승상가와 사돈 맺으려는 거겠지.”

굳고 어색해 보이는 초 삼낭자의 얼굴을 본 조 구낭자는 내친김에 한마디 더 콕 찔렀다.

조 구낭자와 초 삼낭자는 매우 친밀한 사돈 사이인데 초 삼낭자는 항상 상서 댁이라고, 지금은 승상댁 규수라고 거들먹거렸다. 조 구낭자는 초 승상부를 생각만 해도 속이 쓰리고 괴로웠다.

초삼! 갈수록 꼴값하잖아! 꼴값 떠는 것도 떠는 거고 신분이 더 높다는 이유로 항상 곁눈으로 바라보고 이것저것 타박하잖아. 너, 정말이지! 쳇!

초 삼낭자는 얼굴이 다 창백해졌다.

“내가 보기에 계가와 묵 승상가의 혼담은 계가에서 헛물켜는 거야. 백 노부인 생각일 뿐이라고. 생각해 봐, 백 노부인과 전 노부인의 친분이 얼마나 깊은지 경성에서 모르는 사람도 있어? 양쪽 가문 모두 그럴 마음이 있으면 속 떠볼 필요가 있겠어? 진작 정해졌지.”

해 이낭자가 초 삼낭자의 눈치를 살피며 얼른 말했다. 그녀는 멀리 계획하는 사람이었다. 여기 모인 규수들은 앞으로 다 인맥이 될 사람이었다. 특히 초 삼낭자는 앞으로 어떻게 쓰일지 모르니, 잘 사귈 수 있으면 당연히 잘 사귀어야 했다.

“게다가 계 공자는 분명 묵가 육낭자가 눈에 차지 않을 거야. 육낭자의 성격, 우리 다 알잖아…….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게. 미리 말해두는데 그냥 웃고 넘겨야 해.”

해 이낭자는 부채로 얼굴을 살짝 가리고 생글생글 웃었다.

“얼른 말해, 얼른!”

조 구낭자가 연거푸 재촉했다. 조 구낭자는 해 이낭자가 해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제일 좋아했다. 다른 사람 집안 재미있는 이야기는 많이 들을수록 좋고.

“육낭자의 작은고모가 강남 명가와 혼인했잖아. 엊그제 같은데, 작은고모의 형수가 아들과 딸을 데리고 경성에 왔어. 각지 재자와 문회를 하고 글공부하게 아들을 데리고 다니는 거라고는 하는데, 사실은…….”

해 이낭자는 말을 멈추고 궁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낭자들의 얼굴을 하나씩 둘러본 후에야 말을 이었다.

“사실은 명 삼낭자의 혼사 때문이야!”

“누굴 점찍었기에?”

조 구낭자가 조금 긴장한 듯 물었다.

“누구긴 누구야! 당연히 묵가 걸작 칠소야지! 다 묵 육낭자가 해준 말이야. 난 그냥 너희들에게 전하는 것뿐이야. 있잖아, 묵 육낭자는 자기 오라버니도 무시해. 오라버니 편은 들지 않고 한 번은 오히려 명 삼낭자 편을 들더라. 묵 육낭자가 그러는데 명 삼낭자가 경성에 오기 전에 집안에서 줄곧 사촌 오라버니들이랑 같이 글공부하고 문회를 했대.”

거기까지 이야기한 해 이낭자의 입꼬리가 아래로 내려갔다.

“명가도 참! 무슨 법도가 그래. 가족 학당에 자기 가문 사내밖에 없겠냐고. 명가가 얼마나 유명해. 가족 학당에 배우러 오는 사람이 얼마나 많아. 생각해 봐…….”

해 이낭자가 혀를 끌끌 차며 손사래 쳤다.

“됐어, 그만하자. 뒤에서 남 이야기하는 거 아니지. 묵 육낭자가 그러는데, 명 삼낭자의 학문과 재능이 뛰어나대. 명 삼낭자랑 둘이 이야기하면 칠 오라버니가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고 얼마나 근심하는지. 명 삼낭자가 오라버니하고 혼인하면 얼마나 서럽겠냐고, 어떡하면 좋겠냐고 말이야. 너희들이 말해 봐, 서러울 게 뭐가 있어? 이 혼사에서 서러울 사람이 누군데.”

“나더러 묵칠 같은 사내와 혼인하라고 하면 서러울 것 같은데?”

성질이 거침없는 초 삼낭자가 직접적으로 말했다.

“네가 묵칠과 혼인하는 건 당연히 그렇지!”

해 이낭자가 뭐라고 하기 전에 조 구낭자가 먼저 말했다.

“너도 승상댁 낭자니까 묵가가 과분한 상대는 아니지. 묵칠이 얼마나 변변찮은데, 네 혼인 상대로는 부족하지만 명가는 다르지.”

“맞아. 전 노부인이 잘 계산하신 거야. 묵칠처럼 변변찮은 사내는 경성에서 누가 혼인하려고 하겠어. 명가 같은 무슨 지방 큰 가문이나 하는 거지. 너는 서러운 게 맞지만, 명 삼낭자는 서러울 것도 없어.”

해 이낭자가 이어서 말했다.

해 삼낭자는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차를 마셨다. 그녀는 이런 대화에 원래 끼지 않았다.

“어울리고 말고는 됐어. 난 그저 묵 육낭자가 참 그래. 첫째, 명가에서 아들딸을 데리고 경성에 온 게 딸의 혼사 때문이라는 이런 말을 어떻게 함부로 하지? 어찌 됐든 명가는 자기 고모네 집안인데 그런 걸 다 밝혀버리면 명 삼낭자의 체면이 말이 아닌 건 물론이고 자기 고모 체면도 말이 아니잖아.”

해 이낭자는 싫다는 듯 입을 비죽였다.

“둘째, 그 애 오라버니가 못난 건 맞아. 온 경성이 아는 일이지. 하지만 우리 중에 육낭자 앞에서 그 애 오라버니를 안 좋게 말하는 사람 있어? 우리도 제 오라버니 체면 챙겨주는데, 봐봐, 본인이 제 오라버니를 다 까발리고 다니고 있어. 휴!”

초 삼낭자는 어째서인지 몰라도 해 이낭자가 그렇게 말하니 매우 거북했다.

“육낭자는 어릴 때부터 우리랑 같이 자랐잖아. 우리가 남도 아니고.”

해 이낭자가 힘주어 말했다.

“그날 나만 있었던 게 아니란 말이야. 남도 있었어. 나한테만 이런 말을 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에게 전하지 않았을 거야. 너희들이 나를 몰라? 난 잘못하는 걸 제일 싫어해. 난, 남한테 미안한 일은 절대로 못 해.”

“네 인품이야 우리가 다 잘 알지. 그래서, 명가 삼낭자랑 묵칠의 혼사, 정해졌어?”

따지고 보면 묵칠도 조 구낭자의 관심 범위였고, 그녀는 이 혼사가 정해졌는지 아닌지 더 관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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