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동-327화 (327/463)

327화: 환대

문 이야는 이신을 만나러 가기 전에 우선 장 태태를 만나러 갔다. 그동안 어떤 소식을 들었는지부터 이야기하고 어디 지역에 갔었는지, 어느 점포를 조사했는지, 장사는 어떤지, 평판은 어떤지, 장궤는 또 어떤지……. 오로지 장 태태 대신 이가 곳곳의 점포를 암행하고 오려고 출타한 듯이 주절주절, 구구절절 늘어놓았다.

문 이야가 장공주의 심부름으로 출타한 것을 아는 장 태태는 집중해서 들으며 때때로 몇 마디 물었고, 문 이야는 족히 두 시진 넘게 이야기한 후에야 물러갔다.

장 태내는 그가 나간 후에 그가 다녀온 곳을 꼼꼼히 돌이켜 봤다. 거의 강소성과 절강성 일대의 부유한 지역이었다. 그곳에 무엇이 있었을까?

밖으로 나간 문 이야는 어멈을 불러 대낭자가 시간이 되는지 알아보고 오라고 분부했다.

“아룁니다, 이야. 알아볼 것 없어요. 대낭자는 대야를 위해서 향을 피우러 대상국사에 가셔서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그럼 대낭자가 돌아오거든 큰 주방으로 소식을 보내달라고 문간방에 말해주게.”

문 이야는 잠깐 실망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들뜬 얼굴로 손을 비비며 분부하고는 큰 주방으로 달려갔다.

어멈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문 이야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또 양고기 냄새를 맡았구나!

점심시간이 막 지난 때라 바쁜 일이 끝난 소유는 주방이 있는 마당에 팔걸이의자를 놓고 다리를 치켜들고 편안하게 앉아서 어멈들이 설거지하는 걸 차를 마시며 지켜보고 있었다.

“먹을 것 좀 있느냐?”

문 이야가 주방 마당에 들어서기도 전에 목소리부터 쩌렁쩌렁하게 들렸다. 소유가 벌떡 일어났다.

“이야? 돌아오셨군요!”

바삐 움직이던 온 마당의 어멈들도 일손을 멈추고 하나같이 떠들썩하게 문 이야에게 인사하면서 의자를 옮겨오고, 차를 내오고, 불을 지피고, 막 치웠던 그릇을 다시 꺼내고, 재료를 다듬었다.

“이야, 돌아오셨군요! 이야, 마르셨네요.”

“이야, 오셨어요. 가서 불 지필게요. 아궁이 막 닫았거든요. 이야, 많이 그을리셨네요!”

“이야, 고생하셨어요. 마른 것 좀 봐요.”

“정말로 힘들었단다!”

문 이야는 온 마당이 반기는 소리에 에워싸여 활짝 웃으면서 의자에 앉았다. 차를 받아들고 호로록 소리 내며 마시고는 편안하게 숨을 내뱉었다.

“드디어 돌아왔구나! 소유, 얼른 먹을 것 좀 다오. 어제 점심부터 쫄쫄 굶었다. 일단 고기 탕부터 다오! 향채 있느냐? 많이 뿌려라!”

“이야, 먹을 복 있으시네요. 아침에 막 양을 잡았어요. 신선한 갈치도 있고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바로 준비해드릴게요!”

소유는 진작 들고 있던 찻잔을 내던진 다음 소매를 걷어붙이고 동동거렸다.

큰 상자 두 개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가던 종복들이 문 이야를 보자마자 웃음을 터트렸다.

“이야, 정말이지…….”

집으로 돌아오면 주방부터 달려오는 건 변함없다는 말까진 하지 않았다.

“이야, 여복이 상자를 주방으로 들고 가라고 하길래 이야께서 산 식자재인 줄 알았는데, 이야가 여기에 계셨군요. 그럼 이건?”

종복도 매우 기뻐 보였다.

문 이야가 자기 앞을 가리켰다.

“여기에 두어라! 물건은 잠시 두어도 되니 일단 밥 먹으라고 여복에게 전해라. 물건은 밥부터 배불리 먹고 차 몇 잔 하고 쉰 다음에 정리하면 되지! 시간 많다.”

종복은 상자를 내려놓으며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문 이야가 주방 어멈을 향해 손짓했다.

“자, 자! 상자를 열어 보게. 다 어멈들 주려고 가지고 온 걸세. 열게, 열어! 이건 왕 어멈 것. 무석(武錫)에서 가지고 온 대아복(大阿福: 강소성 무석 지역 사자 혹은 기린을 안은 아이 진흙 인형. 퉁퉁한 복덩이 인형), 그리고 장난감. 이건 아들 주게. 이건 유 어멈 것. 백자천손(百子千孫) 휘장이네. 자네 여식은 정혼 했는가?”

문 이야는 편안하게 팔걸이의자에 늘어져서 전용 작은 찻주전자를 들고 꼰 다리를 떨면서 어멈이 상자에서 꺼내는 물건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떠들썩한 뜨락, 갈수록 구수해지는 고기 냄새, 생선 냄새를 즐기는 문 이야의 온몸의 숨구멍까지 다 웃고 있었다.

“이야, 정말로 때맞춰 돌아오셨어요. 제 여식의 시댁이 어떤 곳인지 좀 봐 주세요.”

유 어멈은 길상을 비는 초사 휘장은 거들떠볼 겨를도 없이 문 이야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이야기했다.

“아이고, 이제 막 돌아오셨는데 숨이라도 좀 돌린 다음에 물어봐요. 봐주더라도 아무리 그래도 식사는 하고 해야죠.”

“이야가 오래 나가 있는 동안 조바심 나서 죽을 뻔했는걸! 매파가 매일 재촉해. 오늘까지 대답하지 않으면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알겠다잖아. 그럼 혼사가 날아가는걸. 어찌 진정해?”

“괜찮네, 괜찮아. 큰일이지, 암 큰일이야. 이야기해보게.”

문 이야가 얼른 대답하자 유 어멈은 안도하고는 잡히는 대로 앉을 것을 들고 와 혼담이 오가는 몇 집을 이야기하며 어느 집이 좋을지 물었다.

문 이야가 유 어멈과 이야기하는데 청국과 추미가 함께 달려 들어와서 매우 기쁜 모습으로 예를 올렸다. 두 사람이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동유를 비롯한 당직 서지 않는 시녀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고생하셨다고 재잘재잘 안부를 물었다.

문 이야는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웃음 지었다. 멀리 출타했다가 돌아왔더니 이렇게 반겨주다니. 정말이지 포근하고 행복했다.

풍성한 한 끼를 마친 문 이야는 흡족한 듯 배를 쓰다듬으며 유 어멈의 혼처 몇 곳의 장단점을 꼼꼼히 꼽아주고, 왕 어멈 아들이 점포에 가서 일을 배우면 좋을지 아니면 저택에 들어와서 일하면 좋을지, 그리고 비슷한 상담 몇 가지 더 해주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야가 몇 달 안 계신 동안 다들 그리워했어요.”

추미가 활짝 웃으며 문 이야 곁으로 옮겨 앉았다.

“그러게. 다들 이야에게 상의할 일이 한두 가지는 있는 것 같은데?”

소유가 하는 말에 문 이야가 껄껄 웃으며 소유를 가리켰다.

“그럼 네 걱정은 무엇인지 말해 보아라.”

“제 일은 아주 큰 일인걸요.”

소유가 비밀스러운 얼굴로 바짝 다가갔다.

“이야, 누가 올해 장원이 될까요? 이제나저제나 기다려도 오시지 않아서, 어제 계가 공자에게 걸었단 말이에요.”

문 이야가 눈살을 찌푸렸다.

“계가 공자? 돈을 잃게 되었구나.”

“예?”

소유뿐만 아니라 청국과 추미도 놀라 소리쳤다. 다들 계 공자에게 걸었는데? 계 공자가 얼마나 유명한 재원인가. 생긴 건 또 얼마나 훤칠하고.

“올해 장원은 정말 모르겠다. 물론 해마다 그랬지만. 여가 공자는? 여가 공자에게 좀 걸어라. 많이는 말고. 장원이라는 게 재주만 보는 게 아니다. 천운, 시운 하나도 빠지면 안 된다. 아무도 모를 일이야. 무턱대고 찍는 것이나 다름없어.”

문 이야의 말에 소유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야, 하루만 일찍 오시지!”

“돈은 아무것도 아니다. 없으면 다시 벌면 되지.”

문 이야의 지극히 무책임한 말에 피식 웃음을 터트린 청국은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소유를 흔들었다.

“소유 언니, 언니 부자잖아요. 잃으면 잃은 거지. 추미, 우리 얼른 여 공자에게도 걸자. 소유 언니는 어쩔 거예요?”

소유가 입술을 깨물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걸어야지! 이야 말씀이 맞아. 돈은 아무것도 아니야. 다 쓰면 또 벌면 되지. 뭐가 대수라고!”

“내 몫으로도 열 개 걸어라. 여 공자로. 잃으면 잃는 거지. 여 공자를 지지해 주는 셈 치지, 무얼.”

문 이야도 얼른 당부했다. 청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추미를 끌고 달려 나갔다.

문 이야가 잠시 더 앉아서 이야기하는 동안 대낭자가 돌아왔다고 어멈이 기별했다. 문 이야는 재빨리 주방에서 나가서 이동에게 가서 뵙길 청했다.

대상국사에서 이미 소식을 들은 이동은 집에 돌아와서 거처로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중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화청으로 향했다.

문 이야는 안으로 들어가서 예를 갖춘 후 이동을 유심히 살피고는 안도한 듯했다.

“낭자의 혈색을 보니 자등 산장에 있을 때보다 더 좋아졌군요.”

“이야, 마르셨네요. 많이 타셨고요.”

이동은 문 이야에게 앉으라고 한 다음 뒤따라 앉았다.

“별것 아닙니다.”

문 이야는 예전보다 훨씬 밝아 보였다.

“초 상서가 승상이 되었습니까?”

이미 끝난 일인데 문 이야는 물음표로 물었다. 이동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장공주의 뜻이에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문 이야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성으로 돌아오자마자 보록궁부터 갔습니다. 장공주의 안색이…….”

문 이야가 실실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게 초회현이 왜 갑자기 상공이 됐나 했더니, 역시나 그랬군요.”

“여 승상 뜻이기도 하고요.”

이동이 나지막하게 하는 말에 문 이야가 쥐 새끼 수염을 쓰다듬었다.

“몇 달 동안 장공주에게 받은 명단대로 거의 서른 개 현을 음으로 양으로 돌아다녔습니다. 춘시가 끝난 후엔 슬슬 각 지방 관리를 심사하고 전임해야 하는데 올해 승상 하나를 더 보태다니, 역시 주도면밀하시군요.”

“그 서른 개 현이 지금은 다 대황자 사람이군요.”

이동이 눈살을 찌푸리며 나지막이 물었다. 문 이야가 감탄한 듯 그녀를 바라봤다.

“맞습니다. 장공주가 나라를 위해 성심을 다하는 것이지요. 쓸 만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쓸 만한 사람은 모두 가서 살펴보고 장공주를 대신해서 은밀히 몇 마디 달래 주고 왔습니다.

장공주의 뜻으로 초 승상을 올렸다면, 육부에 남은 대황자 사람은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그 부분은 초 승상이 세를 늘일 수 있도록 초 승상에게 맡기실 겁니다.”

문 이야가 눈을 반짝이며 하는 말에 이동은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가는 벌써 장공주와 엮였습니다. 제가 그 관리들을 만났든 아니든, 그건 이미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문 이야는 이동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듯 말을 이었다. 이동은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 춘시는 대야가 평소처럼만 하면 일갑은 못 되더라도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겁니다. 초 승상은 조정에서 장공주의 편이지만, 하나로는 부족합니다. 게다가 나이도 많고요. 초 승상 다음 자리에 대야보다 더 적합한 사람이 없습니다.”

“참 많은 생각을 하시네요, 이야.”

예전에 진왕은 뜻하지 않은 승리를 얻었었다. 또 이번 생에 오로지 그녀만 읽을 수 있는 우연과 교묘한 것들을 겪으면서, 이동은 천도의 조화를 매우 경외했다.

“이런 일은 하늘의 뜻에 달렸어요. 하늘의 뜻을 가늠하기 어려워요.”

“그래도 사람이 할 일은 최선을 다해야지요. 최선을 다하지 않고서 하늘의 뜻을 어찌 알겠습니까.”

문 이야의 까맣고 마른 얼굴이 밝게 빛났다.

“오는 내내, 1년 넘게 일어난 일들을 다 곱씹어 봤습니다. 그동안 만난 식견 있는 사람들, 공교롭고도 공교로운 일들도요. 그 공교로운 모든 일 뒤에 다 누군가의 뜻이 있었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이든, 뜻하지 않게 그렇게 된 것이든, 그 뜻이 있기만 하면 된 겁니다. 뜻이 있고 기연을 만나면 그 공교로운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주 귀비의 죽음, 따지고 보면 대황자의 정신 나간 짓이지만, 대황자가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한 이유가 무엇이었겠습니까. 혹은 누가 대황자를 그렇게 미친 짓을 하도록 한 발짝씩 내몬 것이겠습니까. 그중에 일부러 꾸민 것은 얼마나 되고, 어쩌다가 일어난 일은 또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리고 사왕야도요.”

문 이야가 허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주 귀비가 대체 어느 독에 죽은 건지, 하늘만이 알겠지요. 하지만 사왕야가 독을 넣은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하늘의 뜻일까요? 하늘의 뜻이 아니라 사람의 뜻입니다! 하늘의 뜻이 무엇입니까? 하늘의 뜻이 바로 사람의 뜻일지도 모릅니다.”

이동은 잠시 침묵하다가 화제를 돌렸다.

“이야가 돌아오면 상의하고 싶은 일이 있었어요.”

이동은 영원이 오라버니와 묵 육낭자를 이어주려고 하는 일, 명 삼낭자와 묵칠의 혼사를 망가뜨리고 묵칠에게 좋은 사람을 찾아달라고 한 일을 말했다.

“낭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 이야가 껄껄 웃었다.

“묵가는 우리가 넘볼 집안이 아니에요.”

이동은 문 이야가 웃는 모습을 보며, 그가 이 두 가지 일 중 적어도 한 가지는 찬성하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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