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동-205화 (205/463)

205화: 인재와 재물 둘 다 얻다

이신은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표정이었다. 이동과 마찬가지로 가장 먼저 영원을 떠올렸다. 강가와 곡가의 혼약은 터무니없이 생겨난 것이었다. 그걸 아는 강가에서 그런 말을 퍼트릴 리가 있나.

장 태태가 만 어멈에게 분부하는 걸 본 이신은 즉시 일어섰다.

“저도 성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녕백부에서 나온 말이니, 우리는 강가에서 퍼트린 말로 여기고 처리해야 합니다. 그런 말이 퍼진 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매파를 찾아가서 난리 부리고 해명하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관아에 가서 강가와 매파가 손잡고 혼인 사기를 친 죄를 고발해야겠습니다.”

“나도 그 생각했다. 관사를 보낼 생각이니 네가 직접 갈 필요 없다. 춘시가 몇 달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건 다 사소한 일이니 너는 관여하지 말아라. 마음 편하게 글공부해라. 걱정할 것 없다. 나와 네 누이가 처리할 수 있다.”

장 태태의 말에 이동도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가는 게 낫습니다. 이렇게 큰일이 일어났는데 제가 어찌 마음 편하게 글공부하겠습니까. 이런 때에 그저 성현의 책만 읽고 있다면 오히려 손가락질당합니다. 게다가 어머님 말씀대로 춘시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더 공부해 봐야 실력을 더 올리지도 못합니다. 내년 춘시 결과는 지금 하루 이틀 더 복습한다고 좌우되는 것이 아닙니다.”

“동동, 보거라. 지금은 이 집안에서 네 오라비가 가장 현명하다. 책을 읽고 많은 곳을 가 본 사람은 역시 다르구나!”

“어머님, 지금 절 놀리시는 겁니까.”

장 태태가 이동을 향해 웃으며 하는 말에, 허락이라는 걸 아는 이신이 웃으며 일어섰다.

“그래, 가 보아라. 천천히 가고, 밤에 돌아오려고 서두를 것 없다. 성에서 하루 묵고, 내일도 돌아오지 못하거든 사람을 보내 알리면 된다.”

장 태태의 당부에 이신은 대답하고 물러나서 영해와 사환들을 데리고 경성으로 직행했다.

소식에 밝은 사람을 꼽자면 매파야 당연히 손꼽힐 것이다. 만 어멈보다 조금 늦게 알았을 뿐이지, 강가, 이가에 혼담을 넣었던 주 매파, 오 매파, 정 매파와 왕 매파는 차례대로 그 뜬소문을 알게 되었다.

매파 네 명은 화가 나기도 전에 식은땀부터 흘렸다.

강가와 곡가가 진작 혼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이래, 네 사람은 누구보다 더 그 일을 주시하고 있었다. 자기들도 관련된 일 아닌가. 혼약이 있는데 따로 혼인한 이런 사안은 매파를 때려죽인 일도 허다했다.

다 이야기가 끝난 일이라는 이런 헛소문이 아니더라도 잔뜩 걱정하고 있던 참이었다. 만보 양보해서, 그녀들에겐 아무런 책임이 없고 양가에서 찾아오지 않았다고 해도, 만일 관아에서 강가와 곡가의 혼인을 인정하면 어찌 되겠나. 어찌 됐든 강가와 곡가의 혼약이 먼저였고, 혼사란 선후를 가장 중시하는 법이었다. 이가 낭자는 첩이 될 리가 없고, 그렇다고 양두대는……, 양두대는 불가능했다. 훈귀 가문이 양두대를 두는 것은 국법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혼인했는데 혼인이 무효가 된다니…… 이가에서 얼마나 화를 낼 일일지. 매파들도 여기저기서 원망을 듣게 되었다.

그때 이가에서 받은 사례비는 말도 못 할 정도로 후했는데, 인제 이런 일이 생겼으니 이가에서 사례비를 돌려받으려고 하지 않을까?

설령 이가에서 돌려달라고 하지 않더라도 모르는 척 가지고 있을 염치가 없었다. 하지만 돌려주려고 해도 돌려줄 수도 없었다. 찾아가서 사례비를 돌려주는 건 모욕하고 체면을 짓밟는 것과 다름없었다.

차라리 이가에서 찾아와 때리면, 맞은 얼굴을 부여잡고 마무리하면 그만이었다. 차라리 그게 나았다. 그녀들의 잘못이 정말로 아닐지라도.

그렇게 매파 넷이서 조마조마하고 있을 때, 이런 뜬소문까지 퍼졌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하늘에 맹세컨대, 강가가 그런 일, 그런 말을 한 적이 결코 없었다.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상황을 보아하니, 강가가 똥물을 우리에게 씌우려는 거로구나! 똥물을 씌울뿐더러, 곡가와 이가의 사람, 그리고 곡가와 이가의 재물, 양손에 떡을 쥐려는 거로구나! 세상에 어쩌면 이렇게 염치없는 인간이 있을까!

매파 네 명은 다급해져서 서로 찾아다니며 한데 모였다. 헛소문에 관해 이야기를 끝내기도 전에 밖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만 어멈이 종복과 어멈 무리를 이끌고 찾아왔다.

네 사람 중에 가장 경력이 오래된 주 매파가 앞장서곤 했으나, 지금 이 순간은 자신이 항상 자부심을 느껴온, 어디서든 우두머리가 되게 해준 경력이 매우 한스러웠다.

주 매파는 눈을 질끈 감고 만 어멈을 맞았다. 주 매파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만 어멈이 그녀를 가리키며 고래고래 고함쳤다.

“주가야! 어쩌면 이렇게 양심이 없을 수가 있냐! 이렇게 양심 없는 일을 하고도 자식이 화를 입을까 두렵지도 않나? 매파들이 개똥을 꽃으로 둔갑시키는 건 그래, 이해할 수 있다 치자! 어떻게 아내 있는 사내를 우리 고내내에게 들이밀 수 있지? 그러고도 인간이냐? 말해 봐! 감히 이런 짓을 하고도 경성, 온 천하 사람들이 중매 서달라고 찾아올 것 같아? 앞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면 어쩌려고 이런 짓을 해! 이 양심 없는 인간아!”

만 어멈에게 삿대질 당하며 욕을 먹은 주 매파는 억울해서 눈물이 다 글썽거렸다.

“만 어멈, 제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그런 게 아니라…….”

“듣긴 뭘 들어? 들어보라는 말이 나와? 그놈의 이야기를 들었다가 우리 낭자 한평생을 망쳤는데! 아이고, 하늘과 땅에 사시는 모든 신, 보살이시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주가야! 우리 태태는 평생 선행을 베푸신 분인데, 우리 낭자가 무슨 짓을 했다고 우리 낭자를 이렇게 해치는 것이야!”

만 어멈은 목놓아 울면서 주 매파의 머리며 얼굴이며 어깨를 찰싹찰싹 두들겨댔다. 주 매파는 손바닥으로 맞고, 온갖 침에 맞으면서도 꿈쩍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건 정말 그녀 탓이 아니었다. 그러니 깊은 바다보다 더 깊게 억울할 수밖에.

“만 어멈, 일단 제 말을 들으세요. 이 일은…….”

“퉤! 아직도 그 소리냐? 무슨 염치로? 너, 그리고 너희들, 어쩌면 이렇게까지 양심이 없을 수 있지? 그러고도 인간이냐? 잘 들어라, 우리 태태가 화가 나셔서……. 아이고 태태. 가련한 낭자! 잘 들어라, 우리 태태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다들 죽는 거다! 가련한 낭자!”

철썩철썩 주 매파의 얼굴을 내리치는 만 어멈의 얼굴에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잘 들어라. 이런 양심 없는 짓을 하고도 거북이처럼 목을 움츠리고 있겠다? 어림도 없지! 관아에 가자! 잘 들어라! 우리 이가가 외롭다고 만만하게 본 거지, 그렇지? 도대체 무슨 마음을 품고! 이 속 시커먼 것들! 관아에 가서 이야기하자! 우리 낭자가 용서해도, 우리 태태가 용서하지 않을 거다! 우리 태태가 용서해도, 우리 대야가 용서하지 않을 거다! 이 속 시커먼 것들…….”

주 매파는 만 어멈이 울며불며 얼굴을 내리치는 통에 뺨이 다 부어서 울음을 터트렸다.

“어멈, 일단 놓으시고요. 관아에 갑시다, 예, 갑시다! 어멈이 오지 않았더라도 우리가 가려고 했습니다. 이 일은…….”

“퉤! 죽은 돼지는 끓는 물이 무섭지 않다 이거지? 네가 우리 낭자를 속이고, 우리 낭자를 해쳤다. 우리 낭자를 해쳤어! 하늘이시어! 우리 이가가 수녕백부처럼 대단한 가문이 아니라고 우리를 만만하게 본 게지. 우리 이가가 아무것도 못 할 줄 알았지? 그렇지? 이 속 시커먼 것들! 이러고도 인간이냐? 강가랑 한통속으로 우리 태태와 우리 낭자를 속인 것이었어! 여봐라, 다 부숴라! 관아에 가자! 다 같이 죽자! 무서워할 줄 아나? 다 같이 죽고 말자!”

만 어멈은 주 매파를 붙들고 울고불고하면서 주 매파의 뺨을 때려댔다.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은 모양이었다.

주위는 구경하는 사람들로 물 샐 틈 하나 없이 빽빽하게 둘러싸였고 나무며 담장이며, 심지어 지붕 위까지 사람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두 눈을 부릅뜨고 만 어멈이 울고불고하며 욕해대는 것과 어멈들이 주 매파의 집을 때려 부수는 걸 지켜봤다.

만 어멈은 주 매파를 붙들고, 어멈들은 다른 세 매파를 붙들고, 만 어멈은 가는 내내 울고 욕하고, 주 매파와 다른 세 매파도 울고 욕했다. 만 어멈은 매파를, 매파는 강가를 욕하면서 경부 관아로 가는 모습은 놀이패의 연극보다 더 떠들썩했다. 그녀들 뒤엔 구경하는 인파가 길게 줄지었고, 그 호탕한 기세에 온 경성이 술렁였다.

영원은 관아와 그리 멀지 않은 주루 2층에 앉아, 이 떠들썩한 무리가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걸 빙그레 웃는 얼굴로 보다가 흡족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음, 징과 북까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수녕백부는 종복에서부터 윗전까지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수녕백 강화원은 말할 것도 없었다. 관아에서 돌아오자마자 방 안에 처박혀서 나오지 않았다. 그는 정신이 완전히 나갔다. 곡 형을 기억하지 못한 건…… 나중에 어렴풋이 무언가 떠오른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아들 혼사를 정해준 이런 큰일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하나뿐인 아들이거늘!

뻣뻣하게 침상에 누운 강 백야는 온통 혼란스럽기만 했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고, 정리할 생각도 없었다. 평생 생각 정리 같은 건 해 본 적도 없었다.

호 형의 인품, 재능,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보라. 그런 그가 자기를 해칠 리가 있나. 호 형을 기억하지 못할 때도 한 번도 따지지 않았는걸.

어째서 기억이 나지 않을까? 그리고 곡 형도. 분명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다른 이유가 있을 게 있나. 하지만 혼사는? 혼사를 잊을 수도 있나?

잊었나? 잊고 아들에게 다른 혼사를 맺어주었나? 아니지, 아들이 제멋대로 혼인했지! 그 망할 아들놈이, 자기가 혼인하겠다고 나섰지. 혼약이 이미 있는데, 자기는 잊을 수 있다고 쳐도 아들이 어찌 잊을 수가 있나. 아니지, 그놈은 잊은 게 아니지. 그놈의 첩이 그랬지, 기억하고 있다고. 곡가 노야가 세상을 떠나서 곡가에 기댈 수 없으니 싫었던 게지. 그렇지. 곡가는 이가처럼 부자가 아닐 테니까!

이 망할 놈!

강 백야는 이 모든 것이 망할 아들 탓이었음을 깨달으면서 혼란스럽던 마음이 갈피를 잡기 시작했다.

이 일은 내 탓이 아니다! 다 아들 탓이다! 그 망할 아들놈 탓이다!

기분이 상당히 좋아진 진 부인은 정신이 딴 데 팔린 듯한 오 어멈을 붙잡고 쉴 새 없이 곡가와의 혼사, 호 노야가 어떤 사람인지 등등을 물어댔다.

절대로 잘못 같은 건 할 리 없는 그녀 지아비의 절친한 벗 호 노야는 요즘 사흘돌이로 그녀에게 선물을 보낸다. 강가와 혼인한 지 20여 년 만에 이렇게 예를 아는 사람은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처자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예전에 친정에 있을 때, 친정에서는 항상 이랬다. 사흘돌이로 누가 찾아와 그녀 아버지에게 선물을 바쳤다. 그때 그녀는 사람들이 선물 상자를 여는 걸 보는 게 제일 좋았다. 하나하나 열어 보고, 하나하나 만져보고, 하나하나 품평하고 감상하고…….

이십여 년 동안 그녀의 지아비, 그녀의 아들이 드디어 차근차근 위로 올라가서 드디어 며칠에 한 번씩 선물을 열어 보는 생활로 돌아가게 해주었다. 선물을 열어 보다가 지치고 귀찮아지면, 성가신 얼굴로 선물 받는 것은 참 귀찮은 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생활로.

곡가가 찾아온 이래, 그녀는 뿌듯함을 빼면 기쁨뿐이었다. 곡 노야는 호 노야보다 더 재능이 뛰어나고 예를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호 노야의 종복들이 말하는 바에 따르면, 곡 노야 집안은 백년 서생 가문이라고 했다. 강가보다 더 부자고. 그런 집안 출신이야말로 강가와 어울리는 며느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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