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화: 돈 벌 길을 알려주다
영원이 몸을 비틀고 이동을 돌아봤다.
“돈 버는 장사는 어렵지만, 돈 벌게 해주는 장사는 쉬워요. 진주, 보석 모두 해산물 장사예요. 좋은 남양 향료를 구해서, 어느 장사꾼이 장사하다가 돈 흐름이 끊겨서 은자가 급히 필요해서 에누리해서 파는 거라고 하세요. 30만 냥짜리를 10만 냥에 판다고요. 다만 반드시 현은이어야 한다고요. 다른 사람이라면 분명 고민하겠지만, 주가 육소야라면 안 그럴 거예요.”
서서히 표정이 돌아온 영원의 눈빛이 조금씩 밝아졌다. 마지막엔 활짝 웃음 지었다.
이런 방법은 사실 그 역시 생각했었다. 다만 그녀가 일부러 돌아와서 알려주다니, 역시 사람을 잘못 본 게 아니었다는 기쁨이 가슴 가득 차올랐다. 이 위험한 여정에, 온전히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었다.
“낭자도 주육이라면 고민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까? 주육을 압니까?”
사실 영원은 그냥 물어본 말이었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했군요, 정도의 유쾌한 말투였는데, 이동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주육을 잘 안다. 그러나 그건 예전이고, 지금 그녀가 주육이 어떤 사람인지 알 리가 있나.
해명할 길이 없으니, 이동은 아예 말을 돌렸다.
“그리고 또 하나 있어요. 마행가 가장 동쪽에 있는 장기후약포(喉藥: 후두약) 들어봤어요?”
영원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금불환후약은 들어봤어요?”
“어릴 때 자주 먹었습니다.”
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약포의 약이에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처방이죠. 장기후약포에서는 한 가지 약만 팔아요. 1년에 2, 30만은 이문이 남을 거예요. 장씨 가문의 그 처방은 대대로 한 사람에게만 전해요. 구전으로요. 이번 대 계승인이 집안 싸움이 나서 반년 전에 병으로 급사했어요. 처방을 전하지 못했죠. 장기후약이 대가 끊긴 거예요. 장기후약포는 지금 점포를 살 사람을 구하고 있어요. 점포만 사면 되니까, 7, 8천이면 충분해요. 간판까지 사는 것 잊지 말고요.”
그 점포는 예전에 그녀가 강가와 혼인한 후 가장 처음 장만한 점포였다. 나중에 강녕에게 혼수로 내주었다. 그리고 불과 4, 5년도 되지 않아서 밑져서 도저히 장사를 계속할 수 없어서 강녕이 은자 3천만 받고 팔아버렸다.
“처방이 있습니까?”
영원이 툭 물었다.
“처방은 없어요. 다만…… 어릴 때 그 약을 먹었어요. 태의원의 후두약도 먹었죠. 그런데 태의원의 약이 더 잘 들었어요. 태의원 처방도 구하기 쉽진 않겠지만, 손에 넣으려고만 한다면 칠야라면 그렇게 어렵진 않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항간에 전해지는 비방을 구했다고 하세요. 오랫동안 하려고만 한다면, 아무리 못 해도 해마다 20만 냥은 이문을 볼 거예요. 칠야라면 장가에서 처방을 내놓으라고 소란을 부린대도 두려울 게 없겠죠. 하다가 다시 장가에 팔아도 되고요. 30만, 50만, 100만. 200만이라고 해도 장가에선 기꺼이 낼 거예요. 장가도 밑천이 튼튼하니까요.”
영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런 걸 어떻게 압니까?”
“이게 뭐 대단하다고요.”
이동이 헛웃음 쳤다.
“칠야도 유심히 보셨으면 반나절도 안 되어서 저보다 더 많이 아셨을 거예요. 태의원 처방은, 어차피 써 본 사람은 경성에 많아요. 딱히 주의하지 않아서 그렇지.”
“가르침 감사합니다, 낭자!”
영원은 깊이 장읍하고 몸을 일으키고 가슴을 더듬으며 주저했다.
“30만밖에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낭자의 이번 가르침은 그걸로 부족하죠. 내일 다시…….”
“필요 없어요.”
이동이 단칼에 거절했다.
“칠야도 아시다시피, 우리 이가는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 밤이 늦었으니, 배웅하지 않을게요. 양해해 주세요.”
이동은 살짝 무릎을 구부리고 한 걸음 물러서서 돌아섰다.
영원은 고개를 틀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보고 서 있다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나고 또 한 걸음 물러나고, 화청까지 물러나서 안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채찍으로 제 머리를 툭툭 내리쳤다. 그러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와 담벼락을 훌쩍 넘어 자등 산장에서 나와서 말을 타고 경성으로 돌아갔다.
자극전에서 나온 도지사 고서강, 고 사사는 마차에 올라탄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 마차는 거리와 골목을 지나 조용한 골목으로 들어가서 멈춰섰다. 추밀부사 수국공부 사야 주택헌, 주 추밀이 옆에서 바람처럼 나와서 마차에 올랐다.
“십중팔구는 성사된 일이었는데, 황상이 왜 갑자기 변덕을 부린 건가.”
주 추밀의 안색은 더 안 좋았다.
“변덕을 부린 것이 아니라, 원래 결정을 내리지 않았네.”
고 사사는 걱정스러운 듯 관자놀이를 눌렀다.
“영원이 분명 꿍꿍이를 품고 온 것일 테야. 올해 가을에 병력을 이동할 때 영가 병사 반을 거둘 수 있으면 참 좋은데……. 휴. 올해는 안 되겠군. 3년에 한 번씩 바꾸는데, 3년 뒤에 무슨 상황일지 또 어찌 알겠나.”
“내년 춘시에 북삼로는 한 명도 채용하지 않는 게 좋겠네.”
주 추밀이 이를 악물고 하는 말에 고 사사가 헛웃음 쳤다.
“북쪽은 원래 응시하는 서생이 적은데, 북삼로를 다 빼라니. 주 형의 말대로 하면 우리 가문 모두의 머리를 걸어야 하네.”
“그냥 해본 말이니, 그렇게까지 할 건 없고.”
주 추밀은 한숨을 내쉬고는 이마를 두드렸다.
“저번에 난 불로 대황자가 화가 많이 나서…….”
고 사사가 주 추밀의 말을 잘랐다.
“주 형, 미안하네. 대황자와 사황자 형제 사이의 일은 신하가 입방아 찧을 일이 아니네. 영가가 손에 병사를 쥐고 있는데 행여 역심이라도 품으면 조정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 신하 된 도리로서 안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고.”
“그냥 하는 말이지, 신하인 우리가 입에 올리고, 생각할 일이 아니지. 병력 이동은 성사하지 못했고, 군량과 은자 쪽엔 신경 써 주시길 바라네, 고 사사.”
슬쩍 떠보던 주 추밀은 안 되자 얼른 태도를 바꿨다. 고 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하게. 휴……. 은자 방면이라……. 영가를 견제할 수 있는 건 군량뿐이지. 내 방법을 생각해 보겠네.”
“나라를 위한 고 사사의 충심은 묵 승상, 여 승상도 못 미칠 걸세. 두 분 승상은 나이가 너무 많아. 나중에 고 사사가 백관을 통솔하게 되면 조정의 면모가 새로워질 걸세.”
주 추밀이 추켜세우면서 은근히 약속하는 말에 고 사사는 별 표정 없이 “그래.” 하고 대답했다. 주 추밀이 하는 말을 그저 아첨으로 들을 뿐이었다. 그가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말이다.
강남로 태평부.
능운루에서 나온 좌 선생은 곧장 포정사 후원으로 달려가 동 사사를 만났다.
새로 들인 첩을 끼고 후원 호숫가에서 연꽃을 감상하며 노래를 듣던 동 사사는 좌 선생이 뵙길 청한다는 시녀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내키지 않는 듯 일어섰다.
“급한 일인지 물어보아라. 급하지 않으면 내일 관아에 와서 이야기하라고 하고.”
시녀가 금세 다시 돌아왔다.
“매우 급하고 중요한 일이라십니다.”
동 사사는 내키지 않아도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손을 붙들고 놓지 않으려는 첩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기다려라. 금방 돌아오마.”
동 사사는 서재로 들어가서 성가신 듯 무슨 일인지 물었다.
“조금 전에 능운루에 있는데, 한 서생이 찾아왔습니다.”
“또 연줄 대려고 온 건가? 더는 안 된다고 선생이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동 사사는 좌 선생의 말을 자르고 팔걸이를 잡고 일어섰다. 짜증 난 기색이 더 짙어졌다.
“동옹(東翁: 막료가 자신이 모시는 관리를 부르는 호칭), 끝까지 들으십시오.”
좌 선생은 품에서 은표 몇 장을 꺼내 흔들었다.
“그 서생이 들어와서 딱 두 마디 했습니다. 고 사사가 동 사사의 안부를 묻는다고요. 그리고 이 오천 냥을 제게 주는 거라고요.”
“그게 무슨 말인가? 고 사사? 어느 고 사사?”
동 사사는 다시 자리에 앉아 은표를 건네받았다.
“경성 복륭 전장 본점의 은표군.”
“그 서생은 축씨, 축청정이었습니다. 의현 축가 삼소야.”
좌 선생은 눈빛이 반짝였고, 동 사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선생, 할 말이 있으면 그냥 하시게.”
“의현 축가는 평범한 가문이고 큰 가문이 아닙니다. 몇십 년 전에 세 방파로 나뉘었고, 하나는 경성, 하나는 산서로 옮겼습니다. 왜 산서냐면, 축가의 낭자 하나가 산서 탕가와 혼인했기 때문이지요.”
동 사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복륭 전장 동가? 산서 제일 부자 탕가?”
“맞습니다! 그 낭자가 복이 어찌나 많은지, 혼인한 지 몇 년 안 되어서 지아비가 탕가를 계승하고 탕가의 가주가 되었습니다. 축가는 사위가 탕가 가주가 된 후에 산서로 옮겨갔고요. 경성 쪽은 산서 방파에서 나온 가족인데, 경성에 자리 잡았습니다. 나중에 종파를 나눴고요. 몇십 년 동안 축가는 경성과 산서, 이 두 방파만 긴밀히 왕래했습니다. 의현 일파는 진작 왕래가 끊겼고요. 동옹께서 강남로로 온 이래, 저는 이런 가문이 있는 건 알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고요.”
좌 선생은 그동안 동 사사에게 축가 일을 거론하지 않은 이유도 슬쩍 해명했다.
“탕가는 도지사 고서강과 사돈이지.”
동 사사는 이미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동옹도 생각하셨군요. 탕가 장방 적녀가 고서강의 아들과 혼인했습니다. 그 장방은 축 노태태 적출 장자입니다.”
좌 선생은 일단 동 사사를 추켜세운 뒤 은표를 가리켰다.
“경성 복륭 전장에서 발행한 은표입니다. 고 사사란, 고서강 고 사사일 수밖에 없어요.”
“듣자 하니, 고 사사가 곧 계상이 될 거라던데.”
동 사사는 이마를 짚으며 두 눈을 활활 불태웠다.
“모두가 기대하는 일입니다. 고 사사는 올해 겨우 쉰 남짓하고, 묵 승상과 여 승상은 나이가 비슷하고 모두 연세가 되셨지요.”
좌 선생의 말이 매우 의미심장했다.
“선생, 그 말은?”
동 사사가 몸을 수그렸다.
“축청정에게 몇 마디 떠봤는데 고개를 저으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속셈이 깊은 자 같진 않았습니다. 분명 뒤에서 시키는 사람이 있는 겁니다. 그 사람이 경성에서 복륭 전장 본점의 은표를 가지고 온 거고요.”
좌 선생은 자신의 판단을 말했다.
“제 말은, 경성에서 온 그분을 만나보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좌 선생은 말을 멈추고 동 사사를 바라봤다.
“상대가 만나지 않으려 할 겁니다. 동옹도 아시겠지만, 만나지 않는 게 더 좋을 테니까요.”
동 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려고 하면?”
“그럼 신중하셔야 합니다.”
좌 선생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음!”
동 사사는 찬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 사사는 신중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지. 사람을 몰래 보내서 알아보게. 뭐가 나오는지 한 번 보세.”
“조사해야지요. 하지만 너무 깊이 파면 안 됩니다.”
좌 선생이 냉큼 하는 말에 동 사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이 그거네. 살짝 알아만 보는 거지.”
“모레 능운루의 문회에서 축청정을 한번 만나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모처럼의 기회 아닙니까. 이번에 고 사사와 연결된다면, 동옹에게 좋은 점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대왕야 쪽에도…….”
좌 선생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동옹의 입지가 굳어질 겁니다.”
“내 말이 바로 그거네!”
동 사사의 눈빛이 기쁨으로 반짝였다.
태평부와 몇십 리 떨어진 청양진, 밤의 장막이 마을을 뒤덮을 무렵, 문 이야가 낡은 탁자 위를 밟고 촘촘한 나뭇잎에 얼굴을 가린 채 옆 마당을 지켜보고 있었다.
옆 마당에 앙상한 시녀 하나가 대야를 들고 바닥에 세세히 물을 뿌리고 있었다. 활짝 열린 부엌문 앞에 평상이 놓여 있고, 쉰쯤으로 보이는 아낙이 허리를 구부리고 면을 치대면서 때때로 안으로 들어가 부뚜막에 땔감을 넣으며 시녀를 채근했다.
“소쇄, 얼른 와서 채소 씻어라.”
“낭자가 오늘 덥다고 물을 많이 뿌리랬어요. 다섯 번은 뿌려야 한대요. 뿌리고 마르면 또 뿌리라고요. 이제 세 번째예요.”
소쇄가 돌아보며 대답하자, 아낙이 짜증 나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밥도 못 먹게 생겼는데, 뭘 그런 걸 따진대. 마르기 전에 얼른 물 떠와라. 절임 채소와 물 말아서 밥 먹자고 하더니, 물을 끓여 놨고, 채소도 무쳤는데, 이제 와서 면을 먹겠다니. 이제 때가 변했는데, 예전처럼 살면 어쩌자는 거야. 내일 먹을 면인데, 오늘 먹으면 내일은 뭘 먹고…….”
소쇄는 끽소리도 하지 않고 아낙을 아예 상대하지 않고 물을 뿌렸다. 아낙은 바빠서 어쩔 줄 몰라 하더니 투덜거리며 물을 길으러 달려갔다.
소쇄는 물 다섯 번 뿌린 뒤, 방 안에서 낡은 대나무 의자를 가지고 나왔다.
“낭자, 다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