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 가리키는 대로 때리기 一
마행가 복양 은루 후원에서 가장 큰 화청.
양쪽에 놓인 긴 탁자와 중간의 큰 탁자 위에는 각양각색 진귀한 보물이 가득 놓여 있었다. 영원은 하얀 둥글부채 위에 합혈 홍보석을 올려놓고 햇볕 아래 샛눈을 뜨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괜찮은 보석이군. 형님, 누구 머리 장식을 해주려고?”
묵칠은 부채 위에 놓인 보석을 일단 칭찬하고 물었다.
“형님이 뭐 하러 머리 장식을 만드냐. 은자밖에 볼 게 없는 너도 아니고!”
주육이 통박을 주자, 묵칠은 그를 흘겨보며 한마디도 양보하지 않고 쏘아붙였다.
“넌 아니고? 아라의 남보석 머리 장식은 누가 준 거고?”
“이리 와서 이것 좀 봐라.”
영원이 두 사람을 부르자, 주육이 묵칠을 밀치고 나왔고, 두 사람 모두 영원 곁으로 후다닥 다가갔다.
“좋은 거라도 있어?”
“좋은 게 있는지 와서 보라는 거다.”
영원이 부채 위 보석을 쟁반에 내려놓고 하품하며 뒤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소칠, 마침 잘 왔다. 너도 같이 봐라.”
주육은 대충 휙 둘러보고 영원 옆에 털썩 앉았다.
“난 또, 형님이 보물을 발견한 줄 알았더니 아직 보고 있는 걸 줄이야. 나와 소칠 같은 놈은 열 명 더 있어도 형님 하나만 못해. 형님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더 볼 것도 없어.”
영원은 나른한 얼굴로 다시 하품하고는 옆에 서 있는 장궤를 불렀다.
“아까 뭐라고 했지? 일전에 좋은 물건이 있었다고?”
“좋은 물건까지는 아니고요, 소인 말씀은, 좋은 장인을 찾을 수 있다면 대단한 물건이란 뜻이었습니다.”
장궤가 얼른 웃으며 해명하는 말에 주육은 순간 관심이 생겼다.
“무슨 좋은 물건인데?”
“전에 누가 진주를 들고 왔더라고요. 진주가 녹두보다 작은 것이, 좀 작긴 한데 알알이 둥글고 광택이 좋은 것이 정말로 보기 드문 물건이었습니다. 많았어요. 족히 한 상자는 있답니다. 이 진주를 조금 공들여서 주렴으로 엮으면 보물이 됩니다.”
“진주 주렴?!”
주육이 놀라서 툭 물었다.
“진주 주렴 본 적 있냐?”
묵칠이 주육의 놀란 얼굴 가까이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아니.”
주육은 매우 빨리 부인했다. 영원 형님이 사들인 진주 주렴을 사황자가 마음에 들어 했었다. 주 귀비가 진주를 가장 좋아해서, 귀비의 생신 선물로 제격이라면서. 그래서 2만 냥 더 붙여서 팔려고 했는데, 영원이 안 된다고 하지 않나. 그러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10만 냥에 사들인 주렴을 다시 10만 냥에 사황자에게 팔았었다.
나중에 아버지에게 돈 한 푼 못 번 이 일을 말씀드렸더니, 철이 들었다고 칭찬받기는 했다.
그런데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진주 주렴이라고 사황자에게 큰소리쳤는데, 왜 또 진주 주렴이 튀어나온 걸까.
물론 사황자에게 그렇게 과장해서 말했다고는 영원에게 말하진 못했다.
“진주가 얼마나 되는데? 주렴 하나 만들 정도인가?”
영원도 관심이 가는 것처럼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하나가 아닙니다. 휘장 하나는 지을 양입니다.”
“휘장으로 만들려면, 인원이 충분하다는 전제하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영원은 대수롭지 않게 물었고, 주육은 몸을 수그리고 긴장한 얼굴로 장궤를 바라봤다. 묵칠이 의아한 듯 주육을 바라봤다.
네가 왜 긴장하는 거냐? 희한하군.
“사람이 충분하면 주렴 하나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보름이면 충분합니다. 다만…….”
다만 그러려면 온 경성의 보석 장인을 모두 불러야 한다는 나머지 말을 하기도 전에 영원이 곧바로 물었다.
“진주 말고 다른 좋은 건 없고?”
“있습니다. 홍보석, 남보석도 많았습니다. 진주와 마찬가지로, 크기가 작은 것 말곤 다 좋았습니다. 수량도 충분해서 주렴도 만들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홍보석, 남보석에 구멍 뚫는 건, 정말이지 금시초문입니다.”
장궤가 얼른 영원의 말을 이어서 계속 설명했다.
“구멍을 뚫은 적이 없다라. 그럼 주렴으로 못 만드는 건가? 다른 방법이 없고?”
“있습니다. 왜 없겠습니까. 구멍을 뚫지 말고, 교사로 묶는 겁니다. 아니면 은사도 괜찮고요. 금사도 좋고요. 칠야, 생각해 보십시오. 그 좋은 홍보석을 금사나 은사로 알알이 묶어 보십시오. 수공이 들어서 그렇지, 주렴으로 만들어내면 진주 주렴보다 더 눈에 띌 겁니다. 특히 홍보석은 얼마나 경사스럽습니까.”
보석업계에서 가장 경력이 많은 인사 중 하나로서, 장궤는 자기가 입에 올린 이 상상 속의 작품을 매우 동경했다. 주육은 얼굴이 다 시퍼레져서 펄쩍 일어나서 조바심내며 물었다.
“물건은? 여기 있는가? 가져와 보게. 어느 집 물건인데?”
“그건…….”
장궤의 난감한 듯한 얼굴에 영원이 부채질하며 주육의 말을 막았다.
“소육뿐만 아니라 나도 아주 궁금한걸. 하지만 규칙이 있어서 말하기 어렵다면 됐다. 앞으로 자주 걸음 하지 않으면 되지, 무얼.”
영원이 이야기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묵칠과 주육을 바라봤다.
“가자. 다른 집에 가보자.”
“칠야! 칠야! 그것참…… 영 칠야, 제 말씀 좀 들어보시지요.”
장궤는 다급해졌다. 이 세 분은 거물 재물신 두 분에 작은 재물신 한 분인데, 어찌 눈 밖에 나!
“어찌 감히 칠야를 속이겠습니까. 말씀 드리지 않아도 이미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 경성에 무창 상행 말고 이렇게 좋은 물건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
영원이 만족한 듯 부채로 뒤를 가리켰다.
“아까 내가 봤던 홍보석, 남보석, 그리고 저쪽에 있는 금강석 다 주게. 포장 잘하고. 금강석은 돌을 곁들여서 팔찌로 만들게. 형식은 알아서 하고. 다 되면 연향루로 보내고. 홍보석, 남보석은 각각 비녀로 만들고, 홍보석은 류만 소저, 남보석은 운수 소저에게 보내게.”
영원은 분부를 마치고 주육과 묵칠을 데리고 복양 은루에서 나갔다. 주육은 정신이 팔린 듯했고, 묵칠은 흥미 가득한 얼굴로 주육을 바라봤다. 주육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따분하군.”
영원이 하품하더니, 다시 하품하며 말을 이었다.
“난 노래나 좀 듣고 좀 자고 나오련다. 너희는 같이 가도 되고, 가지 않아도 된다. 알아서 해라.”
주육이 잠시 주저하다가 말했다.
“난 됐어. 급한 일이 생각났어.”
“네가 무슨 급한 일이 있어서. 나도 같이 가자.”
묵칠이 끝까지 구경하겠다는 모양새이자, 영원이 그를 끌어당겼다.
“혼자 가면 재미없다. 소칠, 넌 나랑 같이 가자. 가서 아라를 부를까, 아니면 연향루에 가서 운수를 부를까?”
“운수를 부릅시다. 역시 연향루가 더 운치 있고 좋지.”
묵칠은 영원에게 붙잡혀서 말에 올라 연향루로 향했다. 주육은 말에 올라 사황자를 만나러 궁으로 직행했다.
주육은 한바탕 도느라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마지막에 연왕부에서 사황자를 찾아냈다.
보고하러 온 관리들이 돌아갈 때까지, 주육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으로 기다리다가 후다닥 사황자에게 다가갔다.
“왕야,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큰일이요!”
“큰일이라니? 무슨 일이냐?”
사황자는 벌겋게 달아오른 철판 위에 있는 듯한 주육을 어이없어하며 바라봤다.
“큰일이요!”
주육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복양 은루에서 들은 이야기에 살을 붙여서 늘어놓았다.
“왕야, 말씀 좀 해보세요. 이거, 우리를 노리고 온 거지요? 진주 주렴 일, 대왕야가 아신 겁니다. 알고는 진주를 대량 구해 온 거라고요. 주렴이 없으니 바로 꿰서 만들려고요! 이런 게 어디 있습니까?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주육이 고함을 지르며 펄쩍펄쩍 뛰었다. 정말로 너무 화가 났다.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사황자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있다가 별안간 찻잔을 내던졌다. 찻잔이 와장창 깨지는 가운데, 천천히 손을 닦고는 매우 담담한 모습으로 말했다.
“알았다. 돌아가라. 조바심 난 그 꼬락서니 좀 거두고. 사소한 일로 뭘 이리 수선을 피워. 명심해라. 큰일일수록 당황하면 안 된다!”
“예, 예, 예! 제가 형님도 아니고, 큰일 앞에서 어떻게 태연하겠습니까. 명심하겠습니다. 다음엔 침착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돌아갑니다? 왕야, 조심하십시오.”
“가라, 가. 가서 일이나 제대로 해라. 시간 나면 어르신들 곁에 있어 드리고. 그 아라에게 자꾸 가지 말고!”
사황자가 다시 훈계하자, 주육은 연신 대답하고 물러나 나와서 곧장 영원과 묵칠을 만나러 갔다.
영원은 해가 어둑해질 때까지 연향루에서 술을 마시며 즐겼다. 주육과 묵칠은 누가 남을지 가위바위보로 정했다. 묵칠을 이긴 주육은 큰소리로 웃었고, 묵칠은 씩씩대며 일어나서 영원과 함께 내려와 각자 저택으로 돌아갔다.
정북후부로 들어간 영원이 마중 나온 위봉낭에게 분부했다.
“장대를 오라고 해라. 서둘러!”
얼마 후, 직접 부르러 간 위봉낭을 따라 장대가 어둡고 사람 없는 후측문을 통해 정북후부로 들어와 화원을 통해 영원의 거처로 향했다.
영원은 목욕 단장하고 술 냄새 하나 풍기지 않는 깔끔한 모습으로 월백색 장삼을 걸치고 탑상에 앉아 무언가를 자세히 쓰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간 장대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일어나라. 봉낭은 입구에 가서 지키고.”
위봉낭이 마당으로 내려가 주위를 살피는 사이, 영원은 무언가를 꼼꼼히 써 내려가더니 붓을 멈추고 종이를 들어 후후 불어서는 장대에게 넘겼다.
“무창 상행 지도다. 십자로 표기한 곳, 잘 보았지?”
장대가 꼼꼼히 종이를 들여다봤다. 지도가 지극히 명확하고 확실하게 그려져 있었다.
“예. 똑똑히 봤습니다.”
“음, 그 안에 상자가 세 개 있다. 녹두보다 조금 작은 진주, 그보다 더 작은 남보석과 홍보석. 오늘 밤 안에 몽땅 태워버려라. 집채도 같이 태우고.”
영원의 매서운 분부에, 장대의 두 눈이 빛났다. 오래 칩거한 맹수가 드디어 사냥감을 발견한 눈빛이었다.
“예! 안심하십시오. 칠야.”
“흔적을 남겨선 안 된다.”
영원이 바라보자, 장대가 몸을 더 숙였다.
“안심하십시오! 깔끔하게 하겠습니다!”
“음. 가라. 끝나고 보고하러 올 것 없다.”
“예!”
장대는 다시 종이를 살펴보고 양손으로 공손하게 돌려주고 돌아서서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영원은 종이를 구겨서 촛불에 감쪽같이 태워버렸다.
이동이 산장에서 나와 마차에 올라타려는데, 심 대장궤가 말을 타고 달려오는 게 보였다. 이동은 대교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눈짓하고 마차 곁에 서서 심 대장궤를 기다렸다.
대문 앞으로 달려온 심 대장궤는 말에서 내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조금 놀란 얼굴로 이동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한참을 입술을 달싹이며 숨을 고르고서야 겨우 말을 꺼냈다.
“낭자, 어젯밤에…… 밤에 무창 상행에 불이 났습니다.”
“물건이 다 탔고?”
이동이 예민하게 묻는 말에 심 대장궤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낭자, 아셨…… 아셨습니까?”
이동은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심 대장궤를 바라봤다.
“몰랐어. 짐작이야. 걱정하지 말아, 대장궤.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야. 그냥 짐작 가는 바가 있을 뿐이야. 지나간 일이니 신경 쓸 것 없어. 들어가 봐. 어제 어머니가 힐수방, 반루 모두 한동안 변동이 없었다고 조절해야겠다고 부르려고 하시던 참이었어.”
“예, 예. 알겠습니다.”
심 대장궤는 연신 대답하고는 말을 끌고 대문 앞에 우두커니 섰다. 이동의 마차가 멀어진 후에야, 곁에서 한참 기다리던 문지기에게 말을 넘겨주고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