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동-155화 (155/463)

155화: 함정에 빠지다

무창 상행, 주 대장궤가 허둥지둥 하종수의 작은 뜰로 들어가더니, 들어가자마자 예를 갖추고는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

“대야, 알아냈습니다. 그 주렴을 어떻게 손에 넣은 건지 아십니까?”

“응? 일단 숨 좀 돌리게. 무슨 꼴인가.”

하종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주 대장궤를 바라봤다.

“예, 예!”

주 대장궤는 곧바로 잘못을 인정했다.

“소인, 너무 급해서 그만. 그게 사실은…… 대야도 제 얘기를 들으면 이해하실 겁니다. 대야, 그 진주 주렴을 어떻게 손에 넣은 건지 아십니까? 정말이지!”

주 대장궤가 손뼉을 치며 말을 이었다.

“그 주렴, 전 장궤가 말한 그 해상(海商)에게서 사 온 거랍니다. 위탁받고 파는 게 아닙니다! 얼마를 주고 산 건지 아십니까? 만 냥입니다. 단 만 냥이요! 거기에 7문짜리 커다란 남주(南珠: 중국의 해수 진주)도 얹어서요!”

“만 냥?!”

하종수는 경악했고, 주 대장궤는 손뼉을 치며 매우 샘나는 듯 감탄했다.

“만 냥도 안 되는 거지요! 전 장궤가 그 주렴을 탕가에 2만 냥 받고 팔았답니다. 그냥 넘기면서 만 냥을 벌었습니다!”

주 대장궤는 손을 휘둘러댔고, 하종수는 조금 얼떨떨해졌다. 돈 벌기가 이렇게 쉽단 말인가.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탕가에서 하는 말이, 이 주렴을 원래 고가에 팔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고 사사(使司)는 콧대가 높아서 사지 않았답니다. 탕가에서 또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심가라는 곳에 팔았답니다. 강남 부호인데, 올해 추시에 쓰려고 사들였답니다. 심가에서 얼마를 주고 샀는지 맞혀 보시겠습니까? 5만입니다. 은자 5만!”

“헉!”

하종수는 참지 못하고 놀라 고함쳤다.

“이것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심가에서 주렴을 사들인 다음에, 이 주렴을 고가에도 보낸 적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답니다.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보내지 못하게 됐답니다. 대야도 아시다시피, 춘시, 추시에 연줄을 잡으려면 작은 실수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어서, 심가가 이 주렴을 다시 전 장궤에게 넘겼답니다. 전 장궤가 전에 심가와 거래한 적이 있답니다. 이렇게, 그 주렴이, 전 장궤가 만 냥도 들이지 않고 산 주렴이 돌고 돌아 다시 전 장궤 손에 들어간 겁니다. 그 주렴이 5만 냥짜리가 된 거랍니다!”

하종수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럼 전에 10만 냥이라고 한 건?”

“영 칠야가 그 주렴을 보고 마음에 들어서 원가 5만에 샀답니다. 물건을 가져가지 않고 전 장궤에게 두고서, 사려는 사람이 있으면 전 장궤가 알아서 팔라고 했답니다. 다음 날, 누가 10만 냥에 사 갔답니다. 주 귀비 마마 생신 선물로 드린다고요.”

주 대장궤는 이제 놀라지도 않고 한숨만 내쉬며 손을 휘저었다. 정말이지 누가 장사를 잘하는지 이야기엔 영 칠야가 빠질 수 없지!

하종수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별안간 물었다.

“사황자가 산 것이냐?”

“그건 모릅니다. 아마 아닌 것 같습니다.”

주 대장궤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누가 사간 건지는 말하지 않았답니다. 전 장궤 말이, 관사 하나가 은표를 들고 왔고, 복륭 전장에서 은표를 바꿔와서 주렴을 가지고 갔답니다. 누가 산 건지는 아마 영 칠야만 알겠지요.”

“영칠 이놈!”

하종수는 마음이 착잡해졌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벌다니.

“영 칠야, 그리고 주 육소야가 곳곳으로 보물을 보고 다닌답니다. 괜찮은 걸 보면 바로 값을 치르고 사들여서 물건은 판 사람에게 두고 간답니다. 대야, 보름이면 귀비 마마의 생신입니다. 우리가…… 소홀했습니다.”

주 대장궤가 마지막 말을 웅얼거렸다. 소홀한 걸 따지면 그가 소홀한 것이었다. 하지만 예전엔 이런 일을 신경 쓴 적이 없는걸! 이렇게 돈 벌 방법도 있다는 걸 어디 알았었어야지!

“전 장궤에게 가서, 내가 식사 대접한다고 해라.”

하종수는 벌떡 일어났다. 소홀한 게 맞다. 다른 건 몰라도, 당장 적어도 선물 세 개는 준비해야 했다. 대황자 것 하나, 세자 것 하나, 그리고 자신들 하가 것 하나. 어쩌다가 이런 일을 소홀했을까.

정오, 청풍루 독채.

하종수는 웃음 띠며 들어오는 전 장궤를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쥘부채를 접어서 탁자를 내리쳤다.

“간이 참 크군. 감히 내게 수작을 부려?”

“나리,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 장궤는 매우 불안한 듯이 쓴웃음 지었다.

“그 주렴, 어찌 된 일인지나 말해 보게.”

하종수의 안색이 더 싸늘해졌다.

“나리, 주렴을 보셨을 때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미 팔린 물건이라고요. 물건이 어떻게 들어온 건지, 누구 손을 거친 건지, 각자 어떤 가격을 냈는지, 이런 지난 일은 이야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정말로 따지고 들자면, 남양의 진주 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공을 좀 들이고, 1, 2년 들이면 진주를 주워서라도 주렴 두어 개는 만들지요. 하지만 주렴은 첫째, 꿰어야 하지요. 둘째, 운반해 와야 합니다. 그 길이 구사일생의 험난한 길입니다. 이건 값을 매길 수가 없어요. 게다가 장사가 그런 것 아닙니까? 각자 안목에 달린 일이지요. 다른 건 몰라도, 나리께서도 주렴을 보셨잖습니까. 10만 냥을 비싸다고 생각하셨지요? 장사라는 게, 다 이런 겁니다.”

전 장궤는 웃음 지으며 해명했고, 주 대장궤는 하종수의 안색을 살피며 분위기를 풀었다.

“그 주렴으로 돈을 얼마 번 것으로 화를 내는 게 아닐세. 우리 대야에게 솔직히 말을 하지 않아서 화가 난 거지. 솔직히 말했다고, 우리가 뭘 어떻게 했겠나?”

“예, 알겠습니다. 알아들었습니다. 대야, 걱정 붙들어 매세요. 소인은 평생 성실함으로 장사했습니다. 소인은 오로지 신뢰 하나로 일해 왔습니다. 어찌 감히 속이겠습니까. 단 한 번이라고 해도 명성이 훼손될 일입니다. 앞으로 장사를 접어야지요. 그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대야.”

전 장궤가 황급히 태도를 보이자, 하종수도 조금 누그러진 얼굴로 전 장궤를 바라봤다.

“이번 일은 더 따지지 않겠네. 앉게. 영칠이 찍은 것이 뭐가 더 있나? 자네 손에 좋은 물건이 뭐가 있나? 제대로 이야기하게.”

전 장궤가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

“예, 예! 영 칠야는 통이 크고 시원스럽게 거래하십니다. 마음에 드는 건 그 자리에서 돈을 냅니다. 영 칠야가 찍은 건 사실 재미없고, 대신 소인에게 장삿거리가 있습니다. 이가에서 점찍어 둔 화물입니다. 나리, 이가라고 들어보셨지요? 호주 재물신으로 불리는 이가입니다. 그 집 태태의 안목이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소인이 생각하기엔 영 칠야보다 더 뛰어납니다.”

하종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자, 주 대장궤가 얼른 설명했다.

“이가는 명성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장사는 잘한다고 들었습니다. 탕가 대야가 이가 태태의 장사 솜씨에 혀를 내두르는 걸 몇 번 봤습니다.”

“일개 여인이!”

하종수의 얼굴에 은근히 혐오감이 비치자, 주 대장궤가 맞장구치듯 웃었다.

“그러니까요. 장사가 어디 여인이 할 일입니까. 다만 이가엔 사내가 없는 듯합니다.”

전 장궤가 냉큼 그 말을 받았다.

“이제 있습니다. 장 태태는 딸 하나뿐인데, 수녕백부와 혼인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키운 조카도 하나 있는데, 이신이라고 스물도 되기 전에 거인이 되었습니다. 지금 경성에서 내년 춘시 준비 중입니다. 그 조카를 양자로 들였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이가는 무슨 일을 해도 소리 소문이 없어서, 이번에도 이가 대야가 시험 준비 때문에 경성으로 들어온 바람에 양자 소식이 퍼졌답니다.”

“스물이 되기 전에 거인이 되었다라.”

하종수의 얼굴에 어렴풋이 유감이 드러났다.

“그렇습니다. 이가 대야가 여 승상 댁 여 대소야, 계 천관 댁 대공자와 친분이 매우 깊어서 매일 같이 문회를 엽니다. 장사는 어쩔 수 없이 장 태태가 속을 끓이는 모양입니다.”

능구렁이 같은 전 장궤는 하종수의 아쉬움을 재빨리 알아차리고는 말을 덧붙였다.

“아, 그런 이야기는 할 것 없고 장사 이야기를 계속하게.”

“예, 바로 산화(散貨: 벌크 화물) 진주입니다. 홍보석이나 남보석 산화도 조금 있고요. 이런 물건의 단점은 알맹이가 작다는 것입니다. 진주도 알이 작고, 홍보석, 남보석도 작아서요. 하지만 크기, 색깔이 균일한 게 장점이지요. 진주는 알알이 둥글둥글하고, 홍보석 남보석은 하나같이 색이 쨍합니다. 따로는 값어치가 없지만, 이런 물건은 수량이 충분해서 뭘 만들어도 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진주 주렴을 만들 수 있는가?”

하종수의 첫 반응이 바로 진주 주렴이었다.

“물론입니다. 진주는…….”

전 장궤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지난번에 보신 크기라면 네댓 개는 충분히 만듭니다. 장 태태가 이번 물건을 눈여겨본 이유도 진주 주렴을 만들 생각이었거든요. 홍보석으로도 주렴을 만들고요. 나리, 생각해 보십시오. 색이 균일한 합혈홍으로 주렴을 만들면 얼마나 경사스러운 분위기가 나겠습니까! 신부는 혼수로 신방을 꾸미거나, 아니면 노인의 생신에 선물하기에 절묘한 물건입니다. 남보석은 조금 적긴 한데, 장 태태는 하피(霞帔: 목에서 앞가슴까지 덮는 어깨 덧옷)를 몇 개 만들 생각이라고 하더라고요. 뭐라더라…….”

전 장궤가 눈살을 찌푸리며 잠깐 생각을 더듬었다.

“올겨울, 내년 봄에 푸른색이 유행할 거라고요. 올해 힐수방에도 대부분 푸른색을 사들였답니다. 대야, 생각해 보십시오. 남보석으로 하피를 만들면 노을보다 더 반짝반짝 눈에 띌 겁니다.”

하종수는 속으로 셈하며 이야기를 들었다. 주렴 네댓 개가 나올 수량이라니, 진주 휘장을 만들면……. 귀비는 진주를 가장 좋아했다. 많이도 필요 없고 휘장 하나에 50만 냥은 받을 수 있지 않겠나. 얼마나 당당한 가격인가.

홍보석 주렴이라……. 그렇지. 이렇게 경사스럽고 부귀한 물건은 팔 곳이 없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지. 귀비 생신 다음이 바로 조 노부인의 생신인데.

그리고 남보석은……. 내가 하피를 굳이 만들지 않아도 힐수방에 팔면 두 배는 거뜬하게 받겠지.

“계획이 다 있었으면서, 장 태태가 왜 가지고 가지 않았나?”

의심이 적지 않은 하종수가 말을 돌려서 물었다.

“예전이라면 당장 가지고 갔겠지요. 그런데 요즘 이가에서는 하던 장사만 하고 새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그게…… 장 태태의 외동딸 이 낭자가 사람을 잘못 만나서, 강가와 혼인한 지 한 달 만에 시누이 때문에 머리가 깨져서 심하게 다쳤습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수녕백 세자가 한 달 만에 외사촌 누이, 곁에 있던 대시녀, 그리고 이 낭자의 배가 시녀 둘, 이낭을 넷이나 들였답니다. 외사촌 누이와 대시녀는 벌써 회임했고요. 휴. 이러니 다른 건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게지요. 장 태태에겐 딸 하나뿐인걸요.”

주 대장궤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들었습니다. 수녕백 세자 강환장이 지금 진왕부 장사가 되었고요. 강부에 이런 일만 있었던 게 아닙니다. 이 낭자의 혼수 4, 50만 냥을 강환장이 전부 외사촌 누이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외사촌 누이의 주머닛돈이 되었어요. 엉망입니다.”

“정말 고얀 놈이군.”

하종수는 안심했다. 그렇다면 장사할 심정이 아닐 만도 하지.

“이번 건, 얼마인가?”

“많지 않습니다. 30만입니다. 물건이 정말 좋습니다!”

전 장궤가 냉큼 하는 말에 하종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가 다시 펴졌다.

“30만은 조금 많군.”

“나리, 정말로 많지 않습니다. 물건을 보시면 압니다. 진주는 지난번에 보신 주렴보다 더 좋습니다. 광택이 뛰어납니다. 남보석과 홍보석은 알이 작지만, 이번 것처럼 알알이 색이 고운 건 없습니다. 색이 선명하고요. 세공도 잘했고요. 그 작은 걸 그렇게까지 세공하다니, 정말 대단한 겁니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40만은 불렀을 겁니다.”

“확실히 많지 않습니다.”

전 장궤가 서둘러 설명하자 주 장궤도 머뭇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하종수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하다가 명령했다.

“물건을 가지고 와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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