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동-146화 (146/463)

146화: 첫째와 넷째 二

수국공의 얼굴이 시퍼레졌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 누가 널 죽이려고 한단 말이냐? 네가 진하 부두의 일꾼을 모두 가로채서…….”

주 사야 주택헌도 언짢아졌다.

“형님, 그건 아니지요. 진하 부두의 일꾼을 대랑이 다 사들였습니까? 돈을 냈습니까? 아니면 음식을 댔습니까? 소육이 진하 부두에 가서 사람을 모은 건, 첫째, 일꾼들이 할 일 없이 굶고 있는 게 불쌍해서입니다. 황상이 저 아이에게 내린 임무 중 하나지요. 경성 안팎의 모든 이가 더위에 죽는 일 없도록 하라고 하셨으니까요. 둘째, 이 더위에 하도를 수리하는데, 부두에서 일꾼을 찾지, 어디에서 찾습니까? 다들 그렇게 하지 않습니까? 진하 부두에 일꾼을 모으러 간 사람이 소육 하나입니까? 대랑, 너는 어째 네 아우만 주시하는 것이냐? 채찍을 네 아우에게 휘둘러야 아무런 일이 없이 끝나서 그런 것이냐?”

“너!”

수국공은 화가 나서 심장이 다 아팠다.

사방(四房), 너희가 난동을 부리자는 것이구나!

“산초가 요 며칠 부두에 들어오는 걸 소육도 뻔히 알고 있었을 터…….”

“몰랐습니다!”

주유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육이 목소리를 높이며 고함쳤다.

“형님과 형수가 딴 주머니를 차려고 하는 일을, 내가 어떻게 알아!”

“너! 소육이 몰랐다고 치고, 숙부도 모르셨습니까?”

주유해가 방향을 주택헌에게로 틀었다. 주 사야가 삐딱하게 그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

“뭘 보고 내가 안다는 것이냐? 숙부인 내가, 조카며느리가 혼수로 가지고 온 점포에서 하는 장사까지 알아야 한단 말이냐?”

“숙부!”

주유해는 피를 토할 것 같았다. 사방에서 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할머님, 산초를 어서 창고에 넣어야 합니다. 각 상점에서 물건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리고 배도요. 하루 세워둘수록 돈이 듭니다!”

주유해는 할 수 없이 조 노부인에게 하소연했다.

“할머님, 나 죽을래요!”

주육이 또 울며 매달렸다.

“시끄럽다! 다른 곳에서 사람을 찾으면 될 것을! 부에서든 별장에서든…….”

“그럼 형님이 다른 곳에서 찾든가! 온 경성 사람 중에 굳이 내가 쓰는 사람을 노리다니! 무슨 생각이야? 나를 해치고, 우리 주가를 혼자 집어삼킬 셈이지?”

아버지를 뒷배로 둔 주육은 거리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대체 그게 무슨 헛소리냐!”

주유해는 화가 나서 눈이 다 시뻘게졌다. 조 노부인은 골치가 아파서 눈앞이 어질거렸다.

“됐다, 됐다. 다들 조용히 해라. 멀쩡히 왜 싸우는 것이냐.”

“할머님, 산초는 어쩝니까.”

“할머님, 이 일을 잘 끝내지 못하면 전 죽습니다!”

주택헌이 눈을 가늘게 뜨고 큰조카를 바라봤다.

“대랑, 할머님 연세도 있는데, 이런 사소한 일도 처리하지 못해서 할머님을 귀찮게 하는 것이냐? 효도를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

“소육이 진하 부두 일꾼을 모두 데리고 갔는데 대랑이 무슨 방법이 있다는 것이냐? 이게 효도랑 무슨 상관이야?”

수국공이 아들 대신 받아쳤다.

“소육이 임무를 받고 지금까지 어려움이 가득했는데, 언제 할머님을 찾는 걸 보셨습니까? 형님이나 내게 도움을 청하던가요? 소육 혼자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왜요? 대랑이 이제 소육보다 못한 겁니까?”

주 사야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맞는 말이다. 소육이 임무를 맡은 지…… 어느새 몇 달 지났지. 내가 몇 번 잘 되어가는지 물을 때마다 어려움이 있어도 알아서 하겠다고 했다. 이런 사소한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 장차 큰일은 어찌 하냐고 말이다. 소육이 정말 철이 들었구나.”

조 노부인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소육이 요즘 갈수록 철이 든 것이 칭찬할 만했다.

수국공과 주유해 모두 얼굴이 퍼레졌다. 무슨 뜻이시지?

“대랑, 네 숙부의 말도 맞다. 일꾼 몇 구하는 일 아니냐. 경성에 없는 게 어디 있어, 사람이 부족하겠느냐? 은자 몇 푼 더 쓰면 해결될 일 아니냐. 내게 있으니 가지고 가서 써라. 소육은 이제 임무를 맡았으니, 몇 년 동안 일해서 모든 걸 잘 아는 너와 처지가 다르다. 소육은 어려움이 많아! 게다가 이번에 빈곤한 사람과 약자를 구제하는 일은 모두 네 고모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일은 해내야 하고, 돈은 또 알아서 해야 하잖으냐. 이번에 소육은 정말로 세심하게 마음 썼다. 큰형인 너는 만사 아우들에게 양보해야 한다. 됐다. 그렇게 하자. 은자는 내게 있으니, 가지고 가서 사람을 새로 찾아라.”

주유해는 할 말이 남았지만, 수국공이 덥석 잡아끌었다. 부자 둘은 알겠다고 대답하고 같이 물러갔다.

주육은 조 노부인에게 고개를 조아리고 일어나서 눈물을 훔쳤다.

“역시 할머님이 절 제일 아껴주시네요. 제가 힘든 것도 알아주시고.”

“이 아이도 참. 네 형도 다 안다. 다만 급해서 그런 거다. 네 큰형이 성질 급한 걸 너도 알지 않으냐. 그리고 백부도. 휴. 그 산초는……. 됐다, 됐다. 그만하마. 명심해라. 네 형도, 형수도, 또 백부도, 자기를 위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오해하지 말아라.”

조 노부인은 수습하려 애를 썼다. 가화만사성이라고 하지 않나.

“할머님, 마음 푹 놓으세요. 저도 압니다!”

이득을 본 주육은 얼른 착한 척 어리광을 부렸다. 익숙할 대로 익숙해서 노련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소육, 이만 나가보아라. 난 할머님과 할 이야기가 있다.”

주택헌이 부드럽게 분부했다.

“태의를 불러서 상처를 보이고. 이마를 심하게 다쳤는데, 머리를 다쳤으면 어떡하냐. 에효, 네 형도 참, 경중 없이 굴어서…….”

조 노부인이 당부하자, 주육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갔다.

주택헌은 방 안 가득하던 어멈과 시녀를 물리고 모친 곁에 가서 앉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님, 산초 일은 저도 잘 압니다. 제가 대든 이유는……. 어머님, 황상이 대체 누구를 세우려는 걸까요? 대황자요? 아니면 사황자일까요?”

“누구든 상관없지 않으냐.”

조 노부인은 딸 주 귀비처럼 이 일로 걱정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다르기도 하지요.”

주택헌이 또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님, 큰형님이 지금처럼 매번 대황자를 따라 사황자와 대적하다가, 나중에 대황자가 된다면 다행이지만, 혹시 사황자가 되면요? 사황자는 속이 좁습니다.”

조 노부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그렇지. 후. 그러게 똑같이 대해야 한다고 늘 말했거늘.”

“똑같이 대하기가 힘듭니다. 소자의 말은, 이렇게 한쪽으로 기울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사실, 우린 누님만 보면 됩니다.”

“맞는 말이다!”

조 노부인도 동의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큰형님과 대랑은, 대랑 처의 혼수가 바로 대황자의 돈줄 아닙니까. 사황자도 똑똑히 알고요.”

조 노부인이 미간을 단단히 좁혔다.

“휴! 그래서 애초에 반대했거늘. 우리 가문 일은 네가 제일 잘 알지. 이 일을 어쩌면 좋을지, 말해 보아라.”

“어머님, 이렇게까지 온 이상, 돌아가는 건 불가능합니다. 대황자를 언짢게 한대도 우리 주가 전체의 일은 아닙니다. 이 일은 큰형님과 대랑의 일입니다. 소육은 사황자와 사이가 좋습니다. 사황자 쪽은 소육이 신경 쓸 겁니다. 어머님은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마세요.”

주택헌이 나지막이 제안하는 말에 조 노부인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바로 그런 이치지!”

주유해는 관사를 보내 큰돈을 주고 짐을 내릴 사람을 구해왔다. 돌아와서 은자를 받으러 갔다가 돈을 받지 못하자 조 노부인을 다시 찾아갔다.

조 노부인이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네 처의 혼수 아니냐. 내가 이 돈을 내어주면, 둘째와 셋째는 어쩌겠느냐. 그리고 소육도, 아직 혼인하지 않았다고는 하나 내 은자 중에 그 아이 몫도 있다. 이번 일은 네가 알아서 해라. 돈이라면 네 처에게 얼마든지 있지 않으냐. 집안일에 한 푼도 내지 않아서야 되겠느냐.”

주유해는 기가 차서 기절할 것 같았다. 저택에서 나온 후에도 생각할수록 화가 나서 말머리를 돌려 대황자부로 직행했다.

자등 산장.

이동은 영 대장궤가 무창 상행의 산초 이야기를 하는 걸 꼼꼼히 듣고 있었다.

“큰 마차 몇십 대로 성에서 백여 명을 끌고 갔습니다. 대부분 각 거간항에서 주연이나 경사를 주최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산초는 모두 큰 자루에 담겨있고, 정말이지…….”

영 대장궤는 고개를 저었다. 보고 있는 자기가 다 초조해질 지경이었다.

“비까지 내리고. 휴. 비가 며칠 더 오면 올해 산초 품질이 크게 떨어질 겁니다.”

“왜 창고 사람들을 바로 쓰지 않았지?”

이동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제 말이 그겁니다. 저도 이상해서 유의해서 조사해 봤지요. 창고 사람을 쓸 수 있는 걸 무창 상행 주 대장궤가 아는지 모르는지는 알아내지 못했고요, 그 밑의 관사는 알더라고요. 알긴 아는데, 윗선의 뜻이라고 그냥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고, 괜히 쓸데없이 나서 봐야 좋을 게 없다고요.”

“하종수, 하가 가주도 왔어?”

“왔습니다. 부두에 서서 잠시 둘러보고 주 대장궤에게 호통치고 바로 돌아갔습니다.”

“대장궤 생각은 어때?”

이동은 영 대장궤의 의견을 물었다. 영 대장궤는 쓴웃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귀인의 장사입니다. 한원부에서 압력을 넣는다고 해도 무창 상행에 물건이 들어갈 때까지입니다. 배는 조운(漕運: 수로 운송)의 관선인데, 천남로 헌사가 손을 써주어서 뱃삯은 반만 냈답니다. 진하 부두에 도착해서 일꾼이 없으면 짐을 내리지 못하고요. 이런 장사는 모두 관아의 압력으로 돈을 버는 게지요. 돈은 꽤 벌릴 겁니다.”

“방심하면 안 돼. 계속 수소문해 봐. 하 가주의 인품, 일 처리 방식, 장사는 얼마나 아는지, 어떤 장사에 능한지. 그리고 주 대장궤도. 모두 잘 수소문해 봐. 손을 쓰려면 만반의 준비를 잘해야 해.”

이동이 눈을 내리깔고 분부하자 영 대장궤는 대답하고 물러갔다. 중문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문 이야가 앵두 그릇을 들고 손짓하는 게 보였다.

영 대장궤가 얼른 다가가서 공수했다.

“이야, 느긋하십니다.”

“한가하긴. 이 앵두 맛이 제법 좋으네. 맛 좀 보게.”

문 이야는 앵두 그릇을 영 대장궤에게 안겨주고 그를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부탁 하나 하세. 주가 육소야가 진하 부두 일꾼을 전부 하도로 끌고 갔는데, 진하 부두에 정박한 배가 얼마나 되는지, 뭘 실은 배인지, 물건은 얼마나 되는지, 단자로 정리해서 줄 수 있나?”

“쉽지요. 이야, 그건 왜……. 아, 물론 쓸 곳이 있으시겠지요. 언제 필요하십니까?”

영 대장궤는 얼른 말을 돌렸다. 이야가 어디에 쓸 건지 자신이 알아서 무얼 하나.

“빠르면 빠를수록 좋네.”

“알겠습니다. 오늘 오후면 다 알아낼 겁니다. 해 지기 전에 보내겠습니다.”

영 대장궤는 매우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다.

문 이야는 해가 지기 전에 영 대장궤가 보내 온 단자를 받았고, 한 부 옮겨 적은 다음 서가아를 불렀다.

“이걸 들고 칠야를 찾아가라. 정북후부로 가지 말고. 정북후부에 있지도 않을 게다. 만나면, 이것만 주고 오면 된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도 돼. 얼른 다녀오너라.”

서가아는 단자를 챙겨서 빠르게 달려나가 말을 타고 경성으로 직행했다.

묵칠, 주육 무리와 번루에서 가위바위보, 홀짝 놀이하며 술을 마시던 영원은 마침 나와서 시원스럽게 소변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변기통 삼면에 놓인 병풍 뒤에서 불쑥 뛰어나와 싱긋 웃는 서가아의 모습에 깜짝 놀라서 하마터면 소변이 손에 튈 뻔했다.

“네 이놈…….”

“저희 나리가 이걸 전하라고 했습니다.”

서가아가 싱글벙글 웃으며 병풍 뒤에서 돌아 나와서 네모로 접은 단자를 영원 앞에 건넸다. 영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 서가아를 노려봤다. 문 이야는 보기 드물게 영명한데, 사환은 얼뜨기라니!

심부름을 마친 서가아는 조르륵 아래로 내려가 집으로 돌아갔다. 영원은 손을 닦고 종이를 꺼내 훑어보고 눈살을 찌푸리려다가 이내 다시 풀었다.

그랬다. 날짜를 계산해 보니, 주육이 진하 부두의 일꾼을 싹 걷어간 후 정박한 배 중에 대황자의 산초 배보다 더 많은 화물을 실은 배는 많았다. 하지만 다들 순조롭게 짐을 내렸다.

영원은 단자를 네모로 접어 품에 찔러넣었다. 문 이야를 떠올린 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문도의 계산속, 정말 보기 드물군!

자, 이 단자를 누구에게 보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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