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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100화 (100/463)

100화: 옥 조각과 완전한 기와

점심 식사 전, 전 노부인, 백 노부인, 묵 부인은 작별을 고하고 나왔고, 이동도 안으로 들어가 장공주에게 인사한 다음 마차를 타고 돌아갔다.

묵 부인은 전 노부인의 마차를 타고 돌아가다가 보림암에서 멀어진 후 휘장을 젖혔다. 다른 길로 멀어지는 이동의 마차를 잠시 바라보다가 휘장을 내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저 이씨, 꽤 괜찮게 생겼네요. 그림 같아요. 다른 건…… 특출난 곳이 뭐가 있어서 장공주 눈에 들었을까요? 장공주가 성밖에 너무 오래 살다 보니 외로워서 아둔해졌나 봐요.”

전 노부인은 폭신한 받침대에 기댄 채 딸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딸아, 넌 어째 갈수록 머리를 쓰지 않는구나.”

“제가요? 너무 외로워서 그러는 게 아닌가요? 장공주 성격에, 어디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인가요. 난 정말 모르겠어요. 저렇게 똑똑한 사람이, 혼인하고 말고로 까탈을 부리다뇨.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어요. 예전에야 태후가 주가와 혼인하라고 해서 언짢아했다지만, 주가가 싫다고 하니 태후도 마음대로 하라고 했잖아요. 나중엔 누굴 골라줘도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고, 이런 식으로 까탈 부리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인생이 걸린 일로 장난하는 것 아니냔 말이에요!”

전 노부인은 딸과 이 일로 길게 말할 생각이 없었다.

“이 일은 네가 깊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태후께서 임종 전에 장공주의 혼사는 조 노부인에게 맡겼다. 조 노부인의 일이야. 우리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데, 네가 무슨 잔말이 그리 많으냐.”

“그냥 어머니한테 몇 마디 한 거잖아요. 모녀끼리 가볍게 하는 이야기 아니냐고요. 그럼 어머니가 말씀해 보세요. 장공주가 긴 세월 동안 아무도 상대하지 않더니, 왜 갑자기 이씨가 마음에 들어 곁에 둔 걸까요? 이건 저도 알아둬야 할 일이지 않겠어요?”

“음. 이씨는 수녕백 세자 강환장의 아내다. 강환장은 너도 만났었지. 잘생기고 기품도 넘친다. 경성에서도 손꼽히는 풍채지.”

“그건 그렇죠. 처음에 봤을 때, 닭장에서 봉황이 태어난 줄 알았다니까요.”

“음. 이가와 강가의 결탁은, 이가가 강가를 고른 것이다. 강가가 이가를 고른 것이 아니란 말이지.”

전 노부인은 이미 상세히 수소문한 모양이었다.

“저도 들었어요. 강가가 먹고살지 못할 만큼 가난하다면서요. 잘난 아들을 두어서 다행이네요.”

묵 부인은 입을 비죽였다. 돈을 보고 혼인 맺은 강가, 돈으로 강가를 잡은 이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씨가 혼인한 다음 달부터 강가에 많은 일이 일어났지. 강환장이 단번에 첩을 셋이나 들이고 고가에서 외사촌 누이를 집으로 들였단다.”

“고씨가 제멋대로 집 나와서 강가에 들어간 거라면서요? 난리가 났었잖아요.”

묵 부인이 모친의 말을 고쳐주자, 전 노부인이 그녀를 툭 쳤다.

“집 나온 것이든, 정식으로 들인 것이든, 무슨 차이가 있겠니.”

“차이야 있지요. 어머니, 계속하세요.”

“이씨가 혼수를 모두 강가에게 넘기고 친정 별장으로 가서 정양하는 거의 동시에 이가에서 사촌 오라비 이신을 양자로 들였다. 이신은 지난 과거에 단번에 거인이 되었고 내년 춘시를 준비한다더구나. 이것 좀 봐라, 이 모든 일을 깔끔하고 여지 하나 없이 처리했지 않으냐.”

전 노부인이 히죽 웃었다.

“강가도 꽤…… 고씨에게 안살림을 맡기다니. 이낭인지 아닌지는 접어두고, 안주인이 병이 깊거나 웃어른을 모실 때는 이낭이 안살림을 맡는 일이 없지 않지. 희한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고가 같은 집안 출신 아니냐, 고씨가 뭘 안다고. 안살림이라는 게, 태어날 때부터 할 줄 아는 일이더냐? 이가의 속셈을 몰라본 것인지, 알아보고도 어차피 손에 넣을 수 없어서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다만.”

“이가의 속셈이 무엇인데요? 수녕백부 같은 집안에서 화리할 리가 없잖아요. 뭘 바라고요? 친정에서 평생 살려고요?”

묵 부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게 무슨 속셈이라고.

전 노부인이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네 이모를 생각해 보아라! 지금이라면, 지금 같은 상황이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아이를 데리고 왔을 것이다. 친정이 없으면 우리 집에서라도 평생 지내면 될 것을!”

이모를 떠올린 묵 부인은 서글픈 마음에 눈물을 훔쳤다.

“이모도 참 고달프죠. 앞길이 막막하잖아요. 친정에 사람이 없고, 부모는 저 멀리 촉중에 계시고…….”

“내가 보기엔 말이다, 장공주가 바로 그 점이 마음에 든 것이다. 깨진 옥으로 살망정 완전한 기와로 살지 않겠다는 오기 말이다. 장공주와 매우 비슷하지.”

“그건 그렇네요.”

묵 부인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어렵게 살 일도 아닌걸요. 누구와 혼인하든 다 마찬가지 아니에요. 신부가 혼인하면 처음 몇 년은 다 그렇게 살잖아요. 안 그런 집이 있나요? 매일 밤 울면서 버티는 거죠. 저도 소가에 막 들어갔을 땐, 후야 곁에 여우 같은 것들 때문에 몇 번이나 죽고 싶었어요. 나중에 다행히 후야가 정신을 차렸죠. 버틴 보람이 있었어요.”

“똑똑한 사람이다. 예전처럼 허튼짓해서 네 아버지 눈 밖에 난다? 그럴 용기가 없을 것이다.”

“저도 알아요.”

전 부인이 어깨를 쓰다듬자 묵 부인이 나직이 대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엔 정말 못 견딜 것 같았어요. 후야가 얼마나……. 휴! 나중에 아이들도 자라고, 갈수록 잘 대해주었죠. 거짓이든 진심이든, 길어지다 보니 갈수록 진심이 되었네요. 다들 그렇게 견디잖아요. 저는 팔자가 좋아서 뒤에 아버지도 계셨고요.”

“이씨는 그렇게 버티고 싶지 않은 것이다.”

전 노부인은 흔들리는 휘장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 점에서 이씨는 장공주와 매우 닮았다. 누구나 다 그렇게 산대도, 그녀는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마지막엔 결국 부러지기밖에 더하겠나. 다른 결과가 있을까?

승상부로 돌아온 전 노부인이 가장 먼저 들은 소식은 보배 덩어리 소칠이 몸져누웠다는 것이었다. 마음이 심하게 아프다나.

전 노부인은 곧장 묵칠의 거처로 달려갔다. 안으로 들어갔더니, 묵칠이 남쪽 창 아래 화항에 죽은 듯이 눈을 감고 대자로 널브러져 있었다.

“소칠, 무슨 일이냐? 아침엔 멀쩡하지 않았어.”

전 노부인이 몇 걸음 만에 달려가서 묵칠의 이마를 짚었다.

“만지지 마세요. 할머니, 죽고 싶습니다.”

묵칠이 기운 없이 웅얼거렸다.

“멀쩡한 걸, 열도 없고 차갑지도 않고. 착하지, 무슨 일이냐? 할미에게 말해라. 할미가 도와주마.”

전 노부인은 이마부터 온몸을 쓰다듬어 보고는 정상인 걸 확인했다. 묵칠도 기운 없어 보이긴 해도 말하는 걸 보면 별일 없는 것 같아서 놀란 마음을 진정했다.

“할머니는 돕지 못하는 일입니다. 아무도 돕지 못해요. 할머니, 죽고 싶어요.”

“바보 같은 소리. 대체 무슨 일이냐? 또 그 무슨 아라 때문이냐? 정말 화근이구나! 바로 사람을 보내 팔아버리련다!”

묵칠이 눈물을 뚝뚝 흘리자 전 노부인은 화가 나서 침상 위를 두드렸다.

“아니에요! 아라 때문이 아닙니다! 저 멀쩡해요! 이제 괜찮아졌어요. 할머니, 돌아가세요. 얼른 돌아가세요. 전 괜찮습니다. 자람 형님에게 가서 술이나 한잔하렵니다.”

묵칠이 대번 몸을 일으키더니 조르륵 내려와서 신발을 신었다. 노부인이 뭐라고 하기 전에 이미 한쪽 신발을 신고 다른 쪽 신발을 덜렁 들고는 폴짝 이면서 휘장을 젖히고 달아났다.

소자람은 잔뜩 슬퍼 보이는 묵칠을 삐딱하게 바라봤다.

“아라가 널 그렇게 대하는 게 어디 하루 이틀이냐? 줄곧 그랬지 않아? 이번엔 왜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이냐?”

“그날은 매우 다정했다고. 딱 하루였다고. 다음 날 만나러 갔더니 피곤하다고 만나주지 않잖아. 그래, 힘들었겠지. 그런데 어제도 만나주지 않았어. 오늘 아침에 일찍 찾아갔는데, 상대도 하지 않잖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날은 분명 다정했는데.”

묵칠이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이자, 소자람이 그를 흘겨보며 이를 갈았다.

기녀 하나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냐!

“머리 장식을 만들어서 주기로 했다며? 장식은 받더냐?”

“받았지. 다다가 가지고 들어갔는데 마음에 들어 하는지 아닌지는 몰라. 내가 직접 고른 홍보석인데. 최고로 좋은 합혈홍(鴿血紅: 루비 중에 가장 좋은 종류)이었다고. 어떤 모습인지 너무 궁금하다고. 얼마나 예쁘겠어!”

묵칠의 도취한 얼굴에 소자람은 그 멍청한 얼굴을 한 대 갈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형님, 아라가 대체 왜 그럴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말 좀 해 봐. 그날 바래다줬어야 했나? 그날 내가 망설이고 있으니, 됐다고 하길래. 형님…….”

묵칠이 진지하게 반성이라도 하는 듯하자 소자람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부채로 그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쓸데없는 생각 좀 그만해라!”

“그럼 어쩌라고! 방법을 함께 생각해주지도 않고! 아라……. 나의 아라…….”

묵칠은 가슴을 부여잡았고, 소자람은 묵칠이 입을 열 때마다 더 답답해했다. 이를 갈며 묵칠을 노려보다가 문득 좋은 수가 생각난 소자람이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생각해 보아라. 왜 그날만 너한테 잘해줬을까? 그날 누가 연 연회였느냐? 그래, 그날, 거기에 있는 기녀 모두 하나같이 고분고분했다. 내 보기엔…….”

소자람이 말꼬리를 길게 늘였다.

“그 영 칠야에겐 방법이 있겠구나. 영 칠야에게 찾아가 방법을 구해 봐라. 나는 모르겠다만, 영 칠야에겐 분명 아라의 마음을 가지고 올 방법이 있을 게다.”

“영칠? 내가 미쳤어? 얼굴만 봐도 짜증 난다고! 안 가!”

묵칠이 펄쩍 뛰었다.

“그럼 말아라. 어쨌든 난 방법이 없다. 난 볼일이 있으니 혼자 천천히 마셔라.”

정말로 볼일이 있는 소자람은 묵칠이 뭐라고 하기 전에 일어서서 나갔다.

“아이고! 기다려! 형님! 형님!”

뒤쫓아가도 잡지 못한 묵칠은 소자람이 아래로 내려가는 걸 보며 뒷걸음질 쳐 의자에 앉고 말았다. 그리고는 턱을 괴고는 탁자 가득한 요리를 바라봤다. 형님 말이 맞아. 그날은 영원의 연회였지…….

그러지 말고, 가서 물어나 볼까? 딱 한마디만 묻는 거야. 대답해주면 하는 거고, 대답하지 않으면 바로 돌아서지, 뭐!

마음을 굳힌 묵칠은 펄쩍 일어나서 곧바로 나갔다. 정북후부에 갔더니 영원이 없길래 전전사로 찾아가도 없었다. 물어보니, 점심 먹고 개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갔다길래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물어서 말을 타고 성 밖을 찾아다녔다. 땀이 뻘뻘 날 때까지 달리다가, 드디어 어느 숲 부근에서 드디어 영원 일행을 찾아냈다.

정확하게는 영원이 아니라, 반소매 웃옷만 입고 팔을 드러낸 채 말을 타고 세견 무리를 뒤쫓으며 목이 다 쉬어라 고함치는 주 육소야부터 눈에 들어왔다.

묵칠이 말을 몰고 달려가 보니, 숲 안에서 세견들이 검은 그림자처럼 토끼 몇 마리를 우르르 쫓아다녔고, 숲 가장자리엔 호위들이 우리 안에 든 산토끼를 쉴 새 없이 밖으로 몰고 있었다.

묵칠은 흥미진진하게 목을 빼고 한참 쳐다봤다.

음, 재미있어 보이는군. 영원, 이놈 노는 덴 도가 텄군!

토끼 사냥이 끝나자 호위들이 죽은 토끼를 모으기 시작했다. 주 육소야는 말에서 펄쩍 뛰어내려서는 이 개를 안았다가, 저 개를 안고 콧등에 입을 맞췄다가, 또 다른 개에게 핥으라고 얼굴을 내주었다가……. 묵칠은 속이 울렁거려서 혀를 끌끌 찼다.

저런 놈인지 왜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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