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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75화 (75/463)

75화: 멀리서 온 사고뭉치 二

묵칠, 소자람, 주 소야와 영원은 종복들에게 밀려서 중간에 낀 모양새가 되었다. 영원은 일단 키가 컸고, 종복들이 솥 안에 주르륵 가득한 동지 교자(※중국은 동지에 찐 교자를 먹는다.)처럼 몰려들기 전에 진작 튀어 올라서 상반신이 불쑥 올라와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 사이에서 툭 튀어나온 채 주 육소야의 멱살을 잡고 쉴 새 없이 뺨을 갈기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의 옷을 찢을 뿐 도저히 주먹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묵칠의 뺨도 몇 번이고 때렸다.

저쪽으로 날아간 소자람은 신발까지 벗겨진 채 누구 것인지도 모를 옷자락을 잡고서 그만 때리라고 미친 듯이 외쳐댔다. 목까지 다 쉬었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영원에게 맞은 묵칠은 머리가 어질거리고 눈앞에 별이 보였다. 마침 소자람이 영원과 같은 붉은 색 옷을 입었던 터라, 묵칠은 죽어라 영원을 떼어내려 애쓰는 소자람을 영원인 줄 알고 머리로 들이박더니, 손에 잡히지 않자 별안간 고개를 숙이고 그의 어깨를 물었다.

소자람은 비명을 지르며 묵칠의 뺨을 때렸다.

“이 멍청한 놈! 나다! 나! 아파죽겠네!”

영원에게 맞아서 어질거리던 묵칠은 소자람에게 맞자 순간 성질이 치밀어서 양팔에 불끈 힘을 주었다. 묵칠은 눈앞에 별이 보이는 상태로 양팔을 마구 휘두르며 다짜고짜, 상대가 누군지도 상관없이 우어! 하고 고함치면서 풍차라도 돌리는 것처럼 무턱대고 팔을 휘둘렀다. 닥치는 대로 팔을 휘두른 결과, 영원만 빼고 다른 사람은 싹 다 맞았다.

영원에게 붙들린 주 육소야는 두들겨 맞느라 목놓아 울기만 할 뿐, 꼼짝도 하지 못했다.

묵칠의 근본 없는 양팔 권법이 쉴 새 없이 소자람의 머리, 목을 내리쳤다. 소자람은 처참하게 고함치며 당황해서 버둥거리다가 머리를 아수라장이 된 탁자에 박기 직전이었다. 하필 탁자 위엔 향긋한 꿩 탕이 아직 멀쩡히 놓여 있었고, 소자람의 머리가 당장에라도 탕 속에 빠질 것 같았다. 영원은 채소 접시를 들어서 소자람의 머리를 내리쳤다. 소자람의 머리를 탕에서 치워낸 영원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꿩 탕 그릇을 휙 엎더니 꿩 탕 옆에 노릇노릇 야들야들한 꿩 구이를 들어 올려 주 소야의 얼굴에 내리쳤다.

짐승 울부짖는 소리로 가득한, 아수라장이 된 대당에 위봉낭이 느긋하게 들어왔다. 그녀는 한 다리는 문턱을 넘고 다른 다리는 넘지 않은 채 문틀에 기대서 팔짱을 끼고는 인파 속에서 주먹을 휘둘러대는 영원을 흥미진진한 얼굴로 바라봤다. 칠야가 이런 식으로 싸우는 건 처음 보는 귀한 장면이었다.

유 장궤는 한데 엉겨서 싸우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른다. 그래도 얼이 나가진 않았다. 그는 열심히 목숨을 지키면서 일꾼들을 지휘했다.

“어서 뜯어내! 어서! 서둘러라! 뜯어내! 아이고, 나리! 나리들! 그만 싸우세요! 같은 나리들끼리 왜 이러십니까! 싸우지 마세요!”

“그렇게 해서는 못 말리네!”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온 장 태태가 유 장궤를 덥석 잡아당기며 사방을 둘러봤다.

“다들 싸우느라 정신이 나갔어. 뜯어놓으려면…… 뭔갈 써야 해. 점포에 그럴 만한……. 아, 자주 강에 가서 물고기를 잡았었지? 그물 있는가?”

“예, 예, 예, 있습니다!”

장 태태를 본 유 장궤는 순간 믿을 곳이 생긴 듯이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가게! 그물을 가져오고, 그물을 쓸 줄 아는 자도 불러오게!”

장 태태가 매섭게 분부하자, 유 장궤는 직접 사람을 부르러 갔다. 이동은 장 태태 곁에 서서 이 떠들썩하기 짝이 없는 ‘전장’을 불구경하듯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위봉낭이 팔짱을 끼고 문에 기댄 채 흥미진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이 혼란스러운 전투가 보이지 않는다는 듯이 느긋하게 대문 밖에서 마구(馬具)를 정리하고 할 일을 하는 종복들도 보였다.

위봉낭이 예민하게 알아채고 돌아보자, 이동은 시선을 거두고 장 태태를 잡아당겼다.

“어머니, 진정해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밖에 좀 보세요. 다 계획이 있는 듯해요.”

“음. 나도 봤다.”

장 태태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계획이 있는 건 있는 거고, 상대는 묵가 칠소야다. 겉이 살짝 까지기만 해도 큰일이야. 저들은 두려울 게 없는지 몰라도, 우리는…… 가만히 있으면 안 돼. 아이고, 아무래도 살짝 까지는 정도가 아닐 것 같다.”

장 태태는 팅팅 부어서 미친놈처럼 날뛰는 묵칠, 머리에 꿩 뼈를 꽂고서 코피를 온 얼굴에 묻히고 넋이 나가서 울어대는 주 육소야, 그리고 얼굴 가득 탕을 뒤집어쓰고 머리꽂이에 채소를 달랑달랑 매단 소자람을 바라봤다.

휴, 이번 일은 정말로 이 세 사람 탓이 아니지. 저 북방 말씨를 쓰는 도적, 어느 댁 사고뭉치람. 얼마나 큰 사고를 친 게야.

재빨리 달려갔던 유 장궤가 어망을 어깨에 메고 재빠르게 돌아왔다.

“태태, 태태! 그물입니다. 이걸로…….”

“왔군. 그물을 던질 줄 아는 자가 누군가?”

“저요! 제가, 소인이 할 줄 압니다.”

유 장궤 뒤를 빠짝 따라온 일꾼이 얼른 대답했다. 장 태태는 대당에 있는 영원을 가리키며 분부했다.

“저 사람, 보이는가? 반드시 저자를 잡아야 한다. 서두를 것 없다. 심호흡하고 제대로 던져라. 그물을 던진 다음, 다 함께 당기면 된다. 공자들은 다 같이 넘어뜨리면 돼! 다들 긴장하지 마라. 나중에 동가가 분명 큰 상을 내릴 것이다.”

“예! 태태, 마음 놓으세요!”

일꾼은 심호흡하고는 유 장궤 어깨에서 그물을 내린 다음 조심스럽게 펼쳤다. 한 손은 그물 밧줄, 또 한 손은 그물을 잡고 다시 숨을 들이마신 다음 다리를 쿵 구르며 그물을 내던졌다.

발이 빠르고 영리한 사환을 찾아낸 만 어멈은 얼른 보림사에 가서 전 노부인에게 기별하라고 분부했다. 쪼르르 복음각으로 달려간 사환은 사찰 대문을 지나 한창 달리다가 이신과 문 이야를 만났다. 영해가 사환을 덥석 붙잡았다.

“이 꼴 좀 봐라. 무슨 일이냐? 왜 이렇게 달려온 거야? 꼴 좀 봐라, 쯧쯧!”

“큰일 났습니다! 태태와 낭자는 아니고요, 묵 승상댁…… 그 칠소야가 두들겨 맞고 있습니다! 한창 맞고 있어요! 난리 났습니다! 얼른 놓으세요! 얼른 전 노부인께 소식을 전하라고 태태께서 분부하셨습니다. 나리, 얼른 놓으세요!”

재빠르게 말하는 사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영해가 벌써 손을 놓고 자연스럽게 등을 밀었다.

“그럼 얼른 가라.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묵 칠소야가 두들겨 맞고 있다고?”

“누가 감히 묵 칠소야를 때린단 말이냐. 얼른 가보자!”

문 이야는 경악했고, 이신은 더더욱 경악했다.

“영해, 넌 어서 산에 올라가서 여염을 찾아라. 묵 칠소야가 싸움이 났다고 해라. 어서 가! 몰래 전해야 한다!”

문 이야가 돌아서서 분부하자, 영해가 이신을 바라봤다. 이신이 얼른 가라고 고개를 끄덕이자, 영해는 돌아서서 산으로 달려갔다.

이신과 문 이야는 허둥지둥 빠른 걸음으로 복음각으로 향했다. 태태와 낭자도 복음각에 있는데, 싸움이 났다니. 무슨 상황인지 몰라도 괜한 불똥이 튀면 큰일이었다.

두 사람이 땀을 뻘뻘 흘리며 복음각 안으로 달려 들어갔을 때, 일꾼이 던진 그물이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대당 안에 혼란스럽게 뒤엉킨 사람들을 몽땅 그물에 가뒀다. 그물을 당기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서로 밀고 밀리다가 넘어져 바닥을 굴렀다.

문 이야가 손뼉을 쳤다.

“좋다! 잘했어! 그물을 아주 잘 썼다!”

이신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혼란스러운 실내를 바라봤다. 대체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는 혼전이었다. 이신은 이마를 짚었다.

“이야, 이 사람들, 다 누굽니까? 묵 칠소야는요? 또 누굽니까? 이, 이런!”

문 이야는 그물에 갇혀 쓰러진 사람들을 보다가, 그제야 시선을 돌리고 복음각 문밖에 담담하기 짝이 없이 서 있는 사환과 종복, 그리고 문턱에서 다리를 거두고 돌아서서 나가는 위봉낭을 바라봤다.

이신도 문 이야의 시선을 따라 영원의 말, 종복, 그리고 위봉낭을 바라봤다. 위봉낭이 문득 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싸늘하게 두 사람을 바라봤다. 문 이야가 후다닥 이신을 잡아끌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다.

장 태태와 유 장궤는 대당 안에서 그물이 잘 던져졌고, 모두를 그물 안에 가둬서 넘어뜨린 걸 보고 한시름 놓았다.

“서둘러라! 다들 가라! 일단 그물을 단단히 막아라! 너희 셋, 덩치가 크니까 그물에 구멍을 내고 한 사람씩 끌어내라. 느려도 되니까 서두르지 말아라! 어서 가! 그리고 어서 약을 가지고 와라. 있는 건 다 가지고 와. 많을수록 좋다.”

장 태태가 연달아 분부하자, 지명된 당두가 얼른 달려나가서 직접 그물을 젖히고 한 사람씩 밖으로 꺼냈다. 유 장궤는 재빨리 약을 찾으러 가면서 의원을 모시고 오라고 명령했다.

“태태, 정말 대단하시군.”

문 이야는 대당 한쪽에 서서 사람들을 지휘하는 장 태태를 바라보며 나직이 감탄했다. 이신이 싱긋 미소 지었다.

“어머님은 예전에 온 이씨 일가와…….”

이신은 무심결에 주변을 둘러보며 나머지 말을 삼켰다. 문 이야는 그런 그를 힐끔 보더니 말을 이었다.

“그건 그 이씨 일가가 눈깔이 없어서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신은 눈썹을 까딱이며 대답하고는 조금 어이없는 듯 문 이야를 힐끔 바라봤다.

“어머니, 아동, 아무 일 없지?”

이신은 몇 걸음 만에 장 태태와 이동 곁으로 가서 두 사람을 꼼꼼히 살폈다.

“우린 괜찮아요.”

이동은 문 이야를 향해 무릎을 구부려 예를 갖췄다. 장 태태는 이신을 쳐다보지 않고 커다란 그물을 뚫어져라 지켜봤다. 도적이 갑자기 폭발할까 봐 걱정이었다. 그물이 그렇게 탄탄하지 않았다.

보림사. 한참 경독을 듣던 여염은 너무나 지루했다. 사찰에 가득한 향 연기도 싫었다. 눈과 코가 다 매캐해서 몰래 나와 대전 앞에서 숨을 돌리고 있는데 사환 하나가 땀을 뻘뻘 흘리며 그를 지나쳐 대전 안으로 곧장 뛰쳐들어갔다.

사환 뒤를 바짝 쫓아 온 영해가 후다닥 앞에 나타났다.

“묵 칠소야가 지금 복음각에서 싸움이 났습니다. 얼른 공자께 알리라고 우리 대야가 소인을 보냈습니다.”

“뭐라고?”

여염은 너무 놀라 뛰어오를 뻔했다. 묵칠이 싸움이 나? 묵칠과 싸울 사람이 누가 있어서? 누가 감히?

“지금 뭐라고 했느냐? 싸워? 정말로…… 싸운단 말이냐?”

“아마 맞을 겁니다. 틀림없어요. 우리 태태가 얼른 올라가서 전 노부인에게 기별하라고 하신 겁니다. 아마도…… 묵 칠소야가 맞고 있을 겁니다.”

영해는 이마의 땀을 훔쳤다. 단숨에 달려오느라 목에서 단내가 올라오고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여봐라, 가서 어머니에게 말씀드려라! 너는 계 공자에게 가라. 안에 있다. 얼른 나오라고 해라. 얼른 복음각으로 오라고 해라. 난 먼저 가봐야겠다! 경성에서 감히 묵칠을 건드리는 사람이 있어?”

여염은 조금 당황했다. 그는 사환에게 분부하고 영해를 계소영에게 보낸 후, 자기는 장삼 자락을 들고 화급하게 산에서 내려갔다.

복음각 안, 유 장궤는 울상을 하고서 그물 곁에 서서, 사람들을 하나씩 당기는 당두를 바라봤다. 당두 손에 끌려 나온 묵칠은 얼굴이 퍼렇게 멍들고 한쪽 얼굴이 팅팅 부었다. 입술도 팅팅 부어 반질반질한 안쪽 입술이 뒤집혔고, 턱부터 목까지 피가 묻어 있었다. 그의 피인지, 다른 사람의 피인지 모를 노릇이었다. 유 장궤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겁에 질려 간담이 서늘해져서 하마터면 소리 내어 울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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