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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74화 (74/463)

74화: 멀리서 온 사고뭉치 一

묵칠과 소자람 모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타하기 전에 제비집 죽과 간식 몇 조각 먹고 먼 길을 달려와 산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느라 배가 쫄쫄 고팠다.

주 육소야는 늦게 왔지만, 늦게 일어난 바람에 제비집 죽조차 먹을 시간 없이 허둥지둥 집을 나섰다. 그런 바람에 아직 오시가 되지 않았는데 세 사람 모두 배가 등가죽에 붙은 상태였다.

묵칠은 주린 배를 잡고 얼른 음식을 내오라고 재촉하면서 여염과 계소영을 불러오라고 다시 산으로 사람을 보냈다. 어른들은 산에서 공양밥을 드신다고 했고, 여염과 계소영은 내려와서 함께 먹겠다고 했었다.

사환은 금세 돌아와서, 두 분 공자는 어르신들의 분부에 따라 어른들을 모시고 공양밥을 먹기로 했으니 알아서 식사하라고 했다는 말을 전했다.

기다릴 필요가 없어지자, 묵칠은 탁자를 두드리며 어서 음식을 내오라고 재촉했다. 주 육소야 역시 탁자를 두드리며 연신 꿩 탕, 꿩 구이를 외쳐댔다.

코를 찌르는 향긋한 꿩 탕이 막 나오자마자, 문밖에서 어수선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렸다.

“칠야, 바로 이곳입니다!”

“음, 그래, 냄새가 나는구나. 나도 맡았다!”

영원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리고 말발굽 소리가 문밖에서 멈췄다. 유 장궤가 달려나가기도 전에 밖에서 큰 고함이 들렸다.

“장궤! 말 여물 줄 사람 몇 보내주게! 우리 나리가 아침에 예약한 꿩, 준비되었는가?”

달려나가던 유 장궤는 부르르 진저리쳤다. 망했다. 하필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

“이게 뭐야…… 복음각에 예약해 두었다고 하지 않았어? 어째서 사내들이 이리도 많은 거야? 뭐 하는 거지? 엉? 보긴 뭘 봐? 여봐라! 이놈들을 몽땅 쫓아내라! 보긴 뭘 봐! 너 말이다, 너! 썩 꺼지지 못해? 얼른 꺼져라!”

유 장궤가 문 앞에 달려가기도 전에, 포악하고 무지막지한 목소리와 함께 대홍색 옷을 걸친 영원이 어깨를 흔들면서, 그야말로 시뻘건 대게처럼 주변을 휩쓸며 복음각 안으로 들어섰다.

이동과 장 태태는 후다닥 복음각 대문이 보이는 창문 쪽으로 달려갔다. 그물창 너머 복음각 밖엔 기세 좋게 투레질하는 말들 사이에 서 있는 검은 옷을 입은 과묵한 종복과 사환들뿐이었다.

이동과 장 태태는 거의 동시에 돌아서서 대당이 보이는 창문 쪽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붉은 대게 영원은 복음당 대당 문턱을 넘어서더니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주목하는 가운데, 어깨를 흔들어대면서 어슬렁어슬렁 휘젓고 들어갔다. 입술을 비죽이고 눈은 치켜뜨고는 시선 한 번 돌리지 않은 채, 큰 적이라도 만난 듯이 묵칠 일행을 향해 엄지를 세우고는 뒤를 가리켰다.

“젠장, 다들 귀가 먹었나? 못 들었어? 꺼지라고! 다들 꺼져! 젠장, 꺼지라고!”

어안이 벙벙해져서 넋을 놓고 있던 묵칠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고, 정신을 차리고는 화가 나서 기절할 것 같았다. 이 나이 되도록 감히 자신에게 삿대질하며 꺼지라고 외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소자람은 긴장해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영원의 등 뒤로 대문 밖이 보였다. 대문 밖에 담담하게 콧김을 내뿜고 있는 준마, 그리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검은 옷 종복과 사환들뿐인데, 어째서인지 그 담담한 말과 과묵한 검은 옷 시종들에게서 매서운 살기가 느껴졌다. 평생 느껴본 적 없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도적이다!

이것이 그의 첫 번째, 그리고 가장 강렬한 반응이었다.

주 육소야가 묵칠보다 생각은 없는지 몰라도 성질은 묵칠보다 포악했다. 연달아 들리는 꺼지라는 말에 주 육소야는 벼락처럼 발끈해서 부들부들 떨었다.

이 경성에서, 꺼지라는 말을 하는 건 자기뿐이었다. 그런데 감히 자신에게 꺼지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니!

“넌 웬 물건이냐? 이 몸이 널 두들겨 패기 전에, 썩 꺼져라!”

주 육소야가 가장 먼저 튀어 올라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너무 화가 나서 목소리가 다 떨렸다. 꺼지라는 말도 덜덜 떨려서, 영원과 비교하면 기세가 여간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웬 물건? 지금 웬 물건이라고 했냐? 이런 제기랄 놈이 눈이 멀었나. 내가 보이지 않아? 그럼 네 놈이 눈은 있고 눈깔은 없는 거겠지! 내 눈엔 넌 물건도 아니다, 넌 개똥이야!”

영원이 엉덩이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구린 개똥! 꺼져라! 썩 꺼져라, 망할 자식들! 꾸물거리면 어미, 아비도 몰라보게 두들겨 패 줄 것이다!”

“저건 누구냐? 어찌 저리 방자해?”

위층, 장 태태는 놀라서 목소리를 죽이고 외쳤다. 갑작스럽게 불어온 풍파에 눈알이 다 떨어질 지경이었다. 어디서 굴러온 화근이지? 어떻게 하늘 높을 줄은 몰라? 대당에 있는 저 세 사람 중에 건드릴 사람이 어디 있다고? 난리가 났군. 단숨에 세 분을 건드렸어!

이동은 눈살을 잔뜩 찌푸렸다. 그녀도 갑자기 들이닥친 저 소야가 누군지 알지 못했다. 전혀 기억에 없었다.

“거기 공자, 말조심하게!”

세 사람 중에 그나마 소자람이 생각이 있는 편이고, 조금 더 진중했다. 상대가 이렇게까지 방자한 걸 보고 머리를 조금 굴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뒤에 거물이 있나?

하지만 문무백관 중에 내가 모르는 사람이 있나? 이럴 만한 사람이 누가 있어?

아니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멍청이거나. 이런 멍청이는 황자가 정면으로 맞닥뜨려도 대놓고 싸우지 못하고 일단 피할 것이다. 바보를 상대로…… 뭘 어쩔 도리가 있나.

“공자, 어느 댁…….”

“제기랄, 네가 어느 집 망할 놈인지 내가 알아야 하나? 내 앞에서 가문을 입에 올릴 생각은 하지도 마라! 온 천하에서 누가 감히 내 앞에서 가문을 들먹거려! 아? 네 주제에? 네 꼴 좀 보라지! 그 머리통은 나귀에게 걷어차였던 모양이지? 다시 말한다, 썩 꺼져라! 꺼져! 당장 꺼져! 못 들었어? 눈이 삐었는데, 귀도 먹었느냐?”

영원은 소자람의 말을 자르고는 휘적휘적 앞으로 걸어가며 벼락같이 고함쳤다. 주 육소야는 놀라서 부르르 진저리쳤다.

이쯤 되니 소자람도 화가 나서 기절할 것 같았다. 그는 얼굴이 새파래져서 영원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너무 화가 나서 몸이 벌벌 떨리고 말도 나오지 않았다.

위층에서 지켜보던 장 태태는 간담이 서늘해져서 만 어멈에게 분부했다.

“어서! 자네……. 아니, 자네는 걸음이 느리니, 빠른 사람을 보내게. 어서 사찰에 가서 전 노부인에게 알려. 묵 칠소야가 싸움이 났다고! 어서! 서둘러!”

만 어멈은 곧바로 돌아서서 달려나갔다.

“아동, 넌 여기에서 기다려라. 나는 나가봐야겠다. 유 장궤 혼자는 안 되겠다. 잘못하면…… 큰일이 나겠구나!”

장 태태가 그렇게 말하면서 밖으로 달려나가자, 이동이 뒤를 쫓았다.

“같이 가요.”

“그래, 그것도 좋겠다.”

장 태태는 걸음을 멈추고 딸을 힐끔 돌아보고는 금세 허락했다. 딸은 요즘 예전과 달라졌다.

두 사람이 아래로 뛰어 내려왔을 때, 영원은 이미 뒷걸음질 치는 묵칠 일행 앞에 바짝 다가가서 주 육소야를 향해 삿대질하면서 세 사람 얼굴에 침을 튀기며 고함쳐대고 있었다.

“한마디만 더 해봐라! 이 겁쟁이 놈들이! 한마디만 더 해보라고! 하라고! 망할 자식들! 말하라고! 내가 말하라고 하지 않아! 말해 보라고!”

“고, 공자…… 나, 나는…… 수, 수국…….”

주 육소야는 완전히 겁에 질렸다. 그런데 뒤에 탁자가 있어서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는 양손을 달달 떨면서 탁자를 붙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얼른 가문을 말하고 싶은데, 너무 겁에 질려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영원이 팔을 치켜들고 단단한 무쇠 주먹을 휘둘렀다.

“네 조상 팔대가 누군지 무슨 상관이냐! 썩 꺼지라는데도 꺼지지 않고, 체면을 세워주는데 듣지 않았으니 내가 널 어떻게 두들겨 패든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사람 살려! 어머니! 어머니!”

주먹을 맞은 주 육소야의 한쪽 얼굴이 금세 부어올랐다. 아프고, 놀라고, 주 육소야는 엉엉 고함치며 울었다.

소자람은 다급해져서 후다닥 달려가 영원을 잡아당겼다.

“공자, 말로 합시다, 말로. 우리가 가겠소. 지금 당장 가겠소. 이러지 마시오…….”

“간다고? 이제야 정신 차렸냐? 잘 들어라, 늦었다!”

영원이 주먹을 소자람의 머리에 휘두르자, 소자람이 쓴 철옥(綴玉: 옥이나 구슬을 엮은 것) 복두가 저 멀리 날아갔다.

“체면 생각해 줄 때 듣지 않고 꺼지랄 때 안 꺼지더니, 이제야 꺼지겠다고? 내가 그래도 된다더냐?”

“공자, 일단 멈추시오. 말로 하자고, 말로 해. 공자가 하라는 대로 하겠소. 때리지 마시오, 때리지 마! 더 때리면 안 되오!”

소자람은 다급해서 눈물이 다 날 것 같았다. 20년 살면서 이렇게 말이 안 통하는 놈은 처음이었다.

주 육소야는 얼굴이 온통 뒤틀려서 울면서 탁자에 허리를 걸치고 상반신을 죽어라 뒤로 젖혔다.

“어머니! 악! 여, 여봐…… 라…….”

“너희들! 너희들! 뭐 하느냐! 망할 놈들! 어서 저놈을 내쫓아라! 저, 저 망할 놈을 내쫓아라!”

오히려 묵칠이 가장 정확한 판단을 내렸다. 그는 얼른 소자람 뒤로 몸을 피하고서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사환을 끌고 와서 앞을 막았다. 그러고는 사방에 얼어붙은 사환과 종복을 향해 온몸을 벌벌 떨면서 삿대질하며 발을 구르고 고함쳤다. 화가 난 건지 겁에 질린 건지, 자기도 모를 지경이었다.

세 사람의 종복과 사환들도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평소에 이 세 공자와 함께 경성을 누비고 다닐 땐, 오늘 같은 일은 둘째치고, 자기네 공자들을 향해 큰소리를 내는 사람조차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하나같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하니 바라만 볼 뿐,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지 못했다.

묵칠의 고함에 드디어 놀라서 얼이 빠져 있던 종복, 사환들의 정신이 돌아왔다. 정신을 차린 그들은 하나같이 우당탕, 앞뒤 가릴 겨를 없이 몸을 던졌다.

소야가 맞았는데, 자기가 멀쩡하게 돌아갔다간 살아남지 못한다. 얼른, 적어도 소야보다 심하게 다쳐야만 했다.

이 종복들은 앞뒤 가를 겨를이 없어서 쓸 만한 무기를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하나같이 맨손으로 달려들었다. 많은 인원이 다 같이 급하게 달려든 바람에, 영원을 피해 달아나려던 묵칠은 이 용맹하게 주인을 지키려는 종복들에게 밀려서 다시 영원 앞으로 돌아왔다.

맨 앞에 있던 사환이 영원 곁으로 달려가 막 우어! 소리를 내며 주먹을 휘둘렀는데, 주먹을 채 끝까지 휘두르기도 전에 돌아선 영원에게 얻어맞았다. 우어! 하고 내뱉던 소리는 아이쿠! 되었고, 몸은 날아가면서 뒤에 서 있던 두 사환을 넘어뜨렸다.

“때려라! 때려!”

사환과 종복들이 죄다 몰려든 걸 본 묵칠은 순간 간이 커졌다. 거의 영원과 찰싹 붙어있던 묵칠도 주먹을 치켜들고는 영원의 눈을 향해 내질렀다.

영원이 뒤로 슬쩍 머리를 젖혔다.

영원의 머리가 돌아오기도 전에 주먹이 먼저 다가왔다. 그 주먹에 뺨을 맞은 묵칠은 피를 내뿜으며 으악, 하고 고함쳤고, 한 주먹에 묵칠을 때려눕힌 영원은 펄쩍 일어나서, 탁자 위에 거의 드러누운 주 육소야를 일으켜 주먹을 휘둘렀다.

사환, 종복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전투력은 없지만, 다행히 인원이 많아서 ‘얻어맞기 인해전술’을 펼쳤다. 종복들은 서로 밀치며 죽어라 앞으로 몰려갔다. 때리는 건 바라지도 않고, 많이 맞길 바랐다. 얼굴이면 제일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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