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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40화 (40/463)

40화: 양 구야의 일

양 구야는 눈에 띄게 좋아진 모습으로 대답했다.

“며칠 전에 누가 찾아와서 함께 장사하자더군요. 본전은 자기가 대고, 저는 돈 한 푼도 낼 필요가 없다고. 그저 은자 한 상자를 성 밖 양류지 부두에 가지고 가서 하룻밤 지키고 다음 날 배에 넘기면 된다고요. 그러면 백 냥을 준다지 뭡니까! 백 냥을!”

양 구야는 손가락을 뻗어서 흔들었고, 진왕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눈을 치켜떴다. 바보를 속이는 이런 수법에도 다 속다니.

강환장은 입술이 얇아지도록 입을 꾹 다물고 찻잔의 차만 뚫어져라 바라봤다. 황상은 자기 외숙이 겁이 많고 어리석어서 불쌍하다고 매우 끼고돌았다. 경멸과 역겨움을 드러내서 왕야를 언짢게 할 순 없었다.

“어제 일찍, 그자 집에 갔지요. 이 눈으로 4만 은자를 똑똑히 봤습니다. 새하얀 은자, 서리 내린 듯이 새하얀 은자가 족히 4만 냥이었어요! 상자에 담고, 마차에 실어서 가는 내내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양류지 부두에 당도해서 객잔에 묵었는데……. 다음 날.”

양 구야가 울상이 되어 말을 이었다.

“은자가 사라졌습니다! 커다란 상자들이 몽땅, 돌멩이가 되었지 뭡니까. 4만 냥이 다 돌멩이가 되어, 사라졌습니다!”

“관아에 가셨습니까?”

분명 사기당한 것이다! 진왕은 화가 나서 길길이 뛰었다. 외숙에게 화가 난 건 아니고, 사기꾼에게 화가 났다. 외숙처럼 순박한 사람에게 사기를 치다니!

“아직입니다. 사람들이 대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열 몇 명이, 다 늙은이 아니면 어린애고, 못 산다고 난리를 부리며 문을 막고 은자를 돌려달랍니다. 4만 은자를요! 4만입니다. 이제 어쩝니까? 전 죽었습니다!”

양 구야가 얼굴을 감싸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왕야, 구야가 사기당한 것 같습니다. 다만, 관아에 고발하기엔 적당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강환장이 말을 받자, 진왕이 눈살을 찌푸리고 그를 바라봤다. 강환장이 슬며시 웃어 보였다.

“시기가 이상합니다. 왕야, 생각해 보십시오. 오늘 금명지 일로 시시비비가 얼마나 많이 일어날지 모를 일입니다. 금명지 연무가 막 끝나자마자 양 구야 일을 관아에 고하면, 경부 관아에 고해야 하지 않습니까. 양왕이 부윤으로 계십니다. 만일 이걸 누군가 이용해서 부채질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그땐 바람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든,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든, 이 일의 근본은 왕야에게 떨어져서, 누군가의 눈 밖에 날 겁니다. 지금 국면에서는 왕야는 조용히 지낼수록 좋습니다. 소생의 말은, 4만 은자에 불과하니, 소생이 우선 구야 대신 내겠습니다. 그리고 몰래 사람을 보내 조사하면 사기꾼을 찾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그때, 은자를 돌려받으면 됩니다.”

진왕이 놀란 얼굴로 강환장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소화, 세심하군. 역시 자네가 생각이 면밀해. 나를 향한 이 마음이…….”

“환장, 기꺼이 왕야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겠습니다. 왕야를 곁에서 모실 수 있는 건, 환장이 전생에 쌓아온 공덕 덕분입니다.”

강환장이 벌떡 일어서서 충성스럽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장읍했다.

“좋네, 좋아.”

진왕은 감동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별 볼 일 없는 황자이고, 외가에는…… 양 구야뿐이라서 도움이 되기는커녕 발목만 잡지 않아도 괜찮았다. 황상도 자신을 제대로 거들떠본 적이 없는데, 이 경성에 자신을 안중에 두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강환장이 이렇게 자신을 대하는 것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왕은 일어서서 강환장을 의자에 앉히고,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 깨닫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고 있는 양 구야를 돌아봤다.

“일단 돌아가서 은자를 금방 돌려준다고 말하세요.”

“해가 지기 전에 제가 직접 구야 댁에 가지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구야를 도와 이 일을 매듭지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강환장이 다급하게 말을 이으면서, 양 구야를 향해 나긋나긋한 말투로 호언장담했다.

“잘 들으셨지요? 마음 푹 놓고 돌아가세요. 가서, 해가 지기 전에 은자를 돌려줄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하세요.”

진왕이 다시 분부하자, 양 구야는 감동해서 눈물, 콧물 다 흘리며 고개를 들고 어린애처럼 진왕을 바라봤다.

“감사합니다, 왕야. 감사합니다, 여기 나리. 감사합니다, 왕야. 감사합니다. 나리.”

양 구야는 감사 인사하면서 뒷걸음치다가 문턱에 걸렸다. 다행히 문밖에 있던 사환이 민첩해서 뒤에서 덥석 안고서 부축했다. 진왕은 다시 참지 못하고 또 눈썹을 치켜세웠다.

오늘의 진왕, 미래의 황상과 함께 가볍게 술을 마시고, 진왕부 관사와 함께 이부에 가서 이름을 올리고 이력을 쓰고 나온 강환장은 기세등등하게 말을 몰고 수녕백부로 돌아갔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은표를 양 구야 댁에 보내고 이 일을 마무리 지은 다음에 서둘러 진왕부로 가서 보고해야 했다.

황상을 모시는 일은 작은 일도 절대로 소홀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단숨에 수녕백부로 돌아온 강환장은 순간 얼이 빠졌다.

수녕백부 대문 입구에 겹겹이 사람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백부 대문이 활짝 열려 있고, 문간방에 아무도 없었다. 다행히 경성이라, 율법이 엄격해서 이렇게 대문을 활짝 열어놓아도 함부로 우르르 몰려 들어가진 못했다.

“무슨 일이냐!”

눈앞의 상황에 화가 치민 강환장은 골이 다 지끈지끈 울렸다. 이씨! 대체 집안 단속을 어찌 하는 것이야!?

“세자야, 여기서 물어봐야 소용없습니다. 천리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얼른 들어가 보십시오.”

대교가 거칠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너무나 화가 났다.

대체 낭자가 어쩌다가 이런 집안과 혼인한 걸까? 사흘 도리로 이렇게 망신스러운 일이 벌어지다니. 내 낯짝이 다 간지럽다!

대교는 한마디 하고는 강환장을 상대하지도 않고 채찍을 휘릭 허공에서 크게 휘두르며 매섭게 고함쳤다.

“비켜라! 비켜! 우리 세자야께서 돌아오셨다! 비켜라!”

“얼른 비켜, 비켜! 주인공이 돌아왔다!”

“왜 이리 늦게 나타나셨대? 이러다 사람이 다 죽겠구먼. 얼른 비켜, 비키자고!”

“이분이 바로 백지를 은표라고 속인 분? 생긴 건 그럴싸하구먼.”

“외사촌 누이를 속여서 침상에 끌고 간 다음에 백지를 은표라고 그 집 아비와 오라비를 속였댔지? 이걸 뭐라고 해야 해? 선 사통 후 사기? 선 사기 후 사통?”

“원래 그런 집안이야. 가난해서 저택도 다 팔 지경이었는데, 이가 낭자와 혼인했다고 거들먹거리기는…….”

온갖 비난이 거리낌 없이 강환장의 귀를 파고들었다. 강환장은 가슴이 펄떡 뛰고 등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긴 시간 높은 자리에 있었던 그는 민간의 평판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무나 잘 알았다. 그런데 이런 유언비어가 어쩌다가 퍼진 걸까?

강환장은 중문으로 뛰쳐 들어가서 성큼성큼 월동문 안으로 들어갔다. 월동문 안에도 아무도 보이지 않자, 불안감이 더 짙어졌다. 다른 건 상관할 겨를도 없이 장삼을 치켜들고 정원으로 막 뛰어가는데, 맞은편에서 허드렛일하는 어멈이 소맷자락을 붙잡고 눈이 보이지 않을세라 웃음 지으며 다가왔다.

“거기 서라!”

강환장이 매섭게 소리쳤다.

어멈이 화들짝 놀라서는 부르르 떨며 고개를 들다가 강환장을 보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이내 털썩 무릎을 꿇고 양손을 높이 치켜들고 고개를 조아렸다.

“세자야, 용서하세요. 이것 하나뿐입니다. 이것뿐입니다. 세자야, 살려주세요!”

강환장은 쏜살처럼 다가가 금빛 찬란한 장신구를 어멈 손에서 빼앗았다. 적금 백화잠이었다.

“어찌 된 일이냐?”

강환장은 불길한 예감이 거세게 몰려와 이를 갈며 물었다.

“저, 저쪽…… 저쪽에서……. 직접 가서 보세요. 가보시면 압니다.”

어멈은 가슴이 찢어지는 얼굴로 강환장 손에 들린 비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간이 작아서 겨우 하나를 빼앗아서 얼른 도망치는 길이었다. 집으로 가지고 가서 잘 숨겨둘 생각이었는데…….

강환장은 어멈과 실랑이할 겨를 없이 어멈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질주했다.

수운간 일대는 회오리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듯한 모양새였다.

오 어멈은 산발한 채 어멈 몇을 거느리고 고사현을 미친 듯이 잡아당기고 있었고, 고 노야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바닥에 굳어있었다.

전 관사는 다리에 피를 철철 흘리며 바닥에 꿈쩍하지 않고 앉아서 손에 은표 몇 장을 쥔 채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춘연은 낮은 의자니 쟁반이니 홍동 찻주전자를 들고 있는 시녀와 등과 등을 맞댄 채, 엉망으로 쌓여 있는 금붙이를 지키고 있었다.

청서는 한쪽 머리카락이 다 흐트러진 채, 욕을 퍼부으면서 고 이낭자가 품에 안은 물건을 힘껏 당기고 있었다. 고 이낭자는 필사적으로 품에 안은 물건을 지키며 쉴 새 없이 비명을 질렀다.

추미는 양손을 벌려서 이낭자 강녕과 대낭자 강완을 막으면서 날카롭게 고함쳤다.

“잘 들어요! 감히 이걸 가지고 가면, 이년, 오늘 여기서 피를 쏟으며 죽을 거예요! 그럴 용기 있으면 해 봐요! 해 보라고요! 용기 있으면 해 봐요!”

춘연이 서 있는 계단 위에 고 이낭이 꽤 우아한 자태로 옆으로 누워있었다. 보아하니 기절한 듯했다.

강환장은 얼이 빠져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왕부로 돌아간 진왕이 막 앉아서 차를 반쯤 비웠을 때, 심복 사환 북망이 소식을 들고 들어왔다.

“아룁니다, 왕야. 소식을 좀 알아냈습니다. 강환장, 부친 강화원, 모친 진씨. 진씨는 전 국자제주 진 부자(夫子: 학자나 연장자에 대한 존칭)의 손녀입니다. 강화원은 세상 물정을 모를 정도로 청아하고 고고하여, 노 수녕백 부부가 세상을 떠난 후 몇 년 되지 않아 강가가 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3월, 강화원이 상고 시절부터 내려오던 휘묵(徽墨: 안휘성에서 나는 유명한 먹)을 샀다고 합니다.”

“뭐라고?”

진왕은 찻물을 내뿜었다. 찻잔도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미친 듯이 콜록거리며 북망을 향해 마구 손가락질해댔다.

“상고적 휘묵? 상고 시절에도 먹이 있었나? 게다가 휘묵이?”

북망은 몹시 진지한 얼굴로 진왕을 바라봤다.

“아마도 유일한 먹이겠지요. 이 상고 휘묵 때문에 강화원이 수녕백부를 저당 잡혔습니다.”

진왕은 흔들던 손가락을 허공에서 그대로 멈췄다. 그는 얼어붙은 듯이 가만히 있다가 한참 만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정말이지……. 말해라. 계속해.”

수녕백, 외숙과 형제처럼 닮았군.

“작년 5월, 강환장이 거상 이가 대낭자 이동에게 구혼했습니다. 이씨의 모친이 바로 호주 재물신이라고 불리는 장 태태입니다.”

북망은 진왕을 바라보다가 그가 안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계속 말을 이었다.

“정혼 후, 강환장은 수녕백부를 돌려받았고, 그 전부터 팔거나 잡힌 점포, 장원을 속속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장원 두 곳을 새로 얻었습니다. 한 곳은 250묘, 다른 한 곳은 630묘. 올해 2월, 이씨가 혼인하여 수녕백부로 들어왔습니다. 듣자 하니, 혼수가 지극히 풍부했다고 합니다.”

진왕이 눈을 가늘게 떴다. 북망은 그를 힐끔 바라보고 계속 말했다.

“만월연을 연 지 사흘 뒤, 이씨가 넘어져서 이마를 심하게 다쳤습니다. 호 의원, 조 의원, 그리고 손 태의가 저택을 찾아 진맥했습니다. 조 의원과 손 태의는 지금도 수녕백부를 출입하며 진료 중입니다. 호 의원에게 알아봤는데, 매우 심하게 다쳤답니다. 듣자 하니, 강환장의 동복누이 강완과 강녕이 이씨를 밀었답니다.”

진왕의 눈살이 살짝 찌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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