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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17화 (17/463)

17화: 좋지 않은 아내 운 一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청서를 불러오라고 하게. 제대로 가르쳐야겠어.”

진 부인도 깊이 공감했다. 이 저택에서 베푸는 은혜는 당연히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자신이 베풀어야만 하지 않은가.

오 어멈이 갑자기 눈살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워했다.

“아이고, 청서가 좋긴 좋은데, 너무 착실해서 탈입니다. 저는 그게 걱정입니다. 꿍꿍이 부리는 일엔 청서가 열 명이라고 해도 고 낭자 하나를 이기지 못할 거예요. 아무래도 세자야 거처에서 고 낭자 혼자 너무 득세할까 걱정입니다.”

“그렇지. 청서 그 아이가 너무 착실하지.”

진 부인도 눈살을 찌푸렸다.

적금 비녀에 적금 팔찌까지 받은 오 어멈은 일을 성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지 말고, 부인, 아예 대내내가 데리고 들어온 아이들, 추미와 춘연도 같이 들여보낼까요? 제가 보기에 두 아이 다 괜찮더라고요. 이 김에 함께 머리 올려서 세자야 거처에 들여보내지요.”

“그 여우 같은 계집들을 어떻게 가아 곁에 두나.”

“제가 유심히 지켜봤는데, 넷 중에 추미와 춘연은 제대로 된 괜찮은 아이였어요. 춘연은 할아비가 수재랍니다. 안타깝게도 너무 일찍 죽었는데, 아비가 또 글공부할 재목이라 어미가 그 애를 팔았대요. 아비 글공부할 돈을 대려고요. 따지고 보면 서생 집안 효녀인 셈이지요. 추미는 대대로 착실하게 농사짓던 집안 출신인데, 어미가 일찍 죽고 아비가 후실을 들였답니다. 그런데 후실이 어진 여인이 아니라서 추미를 품어 주지 않았답니다. 아비가 어쩔 수 없이 팔았대요. 그래야 추미가 산다고. 이 아이도 불쌍하죠.”

“아이고, 세상인심이 그렇지. 옛말에 계모가 생기면 친부도 계부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둘 다 가련하군. 게다가 본분도 잘 지키는 것 같고. 자네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하니……. 그런데 너무 많지 않은가? 옥가아는 몸도 좋지 않은데.”

허락하려던 진 부인은 불현듯 첩의 수 문제를 떠올렸다. 한 번에 아들에게 첩 네 명을 들인다?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오 어멈이 호호 웃었다.

“아이고, 부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많긴 뭐가 많아요! 부인, 생각해 보세요. 청서는 예전부터 세자야 거처에서 시중들었죠. 대내내가 편찮을 때 추미와 춘연이 세자야의 기거를 돌봤답니다. 그냥 정식으로 첩으로 올려 주는 것일 뿐이에요. 우리 가문이 후덕하고 인자한 거지요. 또 하나, 우리 같은 집안에 처첩, 시녀가 적으면 오히려 모양새가 좋지 않지요. 하물며 세자야도 독자, 노야도 독자예요. 2대째 독자로 내려왔으니 당연히 처첩을 많이 들여서 자손 번영을 노려야지요. 가장 중요한 일이에요. 아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진 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만 있자, 일이 성사될 것 같은 느낌에 오 어멈은 기분이 좋았다. 그녀는 금상첨화라고, 몇 마디 더 보탰다.

“게다가 세자야는 앞으로 높은 벼슬에 오르실 분 아닙니까. 부인, 생각해 보세요. 조정 대신 중에 첩 네댓 없고 재상댁 후원에 줄줄이 미인이 없는 집도 있답니까? 넷이 뭐가 많아서요.”

“음.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앞으로 높은 벼슬에 오를 거라는 오 어멈의 말에 진 부인의 찌푸린 얼굴이 한순간에 환해지고 뿌듯함이 가득해졌다. 옥가아처럼 단연코 발군인 사내가 앞으로 재상이 되는 건 떼놓은 당상이지!

오 어멈이 말머리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또 하나, 부인, 아까 저더러 고씨 집에 다녀오라고 하셨지요? 부인, 고씨 집안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가장 잘 아시지요.”

오 어멈은 대충 얼버무리면서 진 부인을 바라봤다. 얼떨떨해 보이는 걸 보니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오 어멈은 진 부인이 알아듣게 재빨리 설명했다.

“부인, 청서나 다른 아이들은 상관없습니다. 청서는 대내내가 벌써 말을 해두었고, 추미와 춘연은 우리가 이용할 뿐이지 원래 대내내가 데리고 온 아이잖아요. 하지만 고 낭자는 다릅니다. 우리가 나서서 데리고 들어왔다가, 행여 대내내가 언짢아하면요? 아니면 장 태태가 이러니저러니 하면 어쩝니까. 부인께서 괜히 입방아에 오르지 않겠어요?”

“이러니 염치없는 화근이지!”

장 태태라는 세 글자만으로도 진 부인은 가슴이 떨렸다.

“부인, 진정하세요. 이렇게 하세요. 고씨 계집을 집에 들이는 일은, 대내내에게 맡기세요. 세자야의 첩을 직접 들이는 것이니 본인도 할 말이 없을 것이고, 장 태태는 더더욱 할 말이 없겠지요.”

오 어멈이 요점을 짚어주었다.

구린내 나고 엉망진창인 고씨 집안과 얽히는 사람은 재수 옴 붙게 되는 셈이지.

나는 고씨 집에 갈 생각이 없어. 엉망진창인 고씨 일을 나서서 맡을 생각도 없고.

진 부인이 바로 찬성했다.

“나도 그 뜻이었다네!

봉운은? 봉운, 가서 대내내에게 내 말 전해라. 성깔 부리지 말고, 이번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라고 해라. 세자야의 체면이자, 본인 체면이라고 전해!”

강환장의 명령을 들은 전 관사는 팔짱을 낀 채 장방으로 돌아와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오만상을 찌푸린 채 한숨을 푹 내쉬고는 또 내쉬었다.

장방 손씨가 차를 한 잔 건넸다.

“꼴이 왜 그래! 왜? 세자야한테 또 혼났나? 신경 쓰지 말어. 은자가 없는 게 어디 우리 탓인가? 우리가 장부 관리한다고 없는 은자를 만들어 낼 수 있나? 신선도 아니고. 차나 마셔 보게! 밖에서 들어온 물건이야. 제대로 된 올해 신차, 맛도 좋아. 어서 맛보라고!”

10년 동안 강씨 가문의 금고는 텅텅 비었고, 장방엔 모두 두 사람뿐이었다. 전 관사와 손 관사.

“밖에서 들어와? 하! 별일 다 보겠네!”

전 관사는 찻잔을 들고 색을 바라보다가 한 모금 홀짝였다. 달짝지근하고 목 넘김이 좋은 것이 진정한 신차였다.

“혼난 건 아니고, 명령을 받았지. 5만 냥을 준비하라시더군. 게다가 바로 바꿀 수 있는 천 냥짜리 은표로! 하! 들었나? 5만일세! 은표라고!”

전 관사는 손가락이 떨어져라 다섯 손가락을 흔들어댔다. 손 관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신차를 음미하다가 헤헤 웃었다.

“이가 낭자를 아내로 맞았으니, 거들먹거리는 게지. 5만 은자가 뭐라고. 그분은……!”

손 관사는 내원 쪽으로 입을 비죽였다.

“50만 냥도 내놓을 수 있다고!”

전 관사가 입을 팔자로 축 늘어뜨리며 무시하는 듯 말을 이었다.

“자네 어제 독산이 하는 말 들었지? 말 한마디 캐는 데 두 냥을 썼다지 뭔가. 독산이 소심하다고 타박하기까지 했다는군. 대교를 보내 독채를 정했대. 세자야 혼자, 밥 한 끼에 50냥! 독산이 그러는데, 젓가락도 들지 않았다는군. 50냥을 그렇게 훅! 통도 크지 참. 쯧쯧!”

전 관사가 고개를 저으며 툴툴거리다가 내원 쪽을 향해 혀를 찼다.

“정말 대단하지. 이가 낭자를 아내로 맞은 지 며칠이나 됐다고 이리 거들먹거리는 거야. 창피하지도 않은가?”

“돈을 보고 그 낭자를 아내로 삼은 것 아닌가. 은자를 집으로 모셔왔으니 당연히 거들먹거려야지. 통 크게 쓰고 싶겠지, 아니면 억울하지 않겠나? 지금 보게, 단숨에 5만 냥을 내놓으라지 않아. 저기, 세자야가 이 5만 냥으로 무얼 하려는 걸까?”

손 관사가 호사가 눈빛으로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묻자, 전 관사가 또 혀를 쳤다.

“뭘 하긴 뭘 하겠어! 뭘 하는 데 5만 은자나 쓰겠냐고. 너무 뻔하잖은가. 이가의 은자를 강가 주머니로 옮기려는 것이지! 준비하라고 나한테 명령한 것도, 생판 남인 내가 대신 가서 은자를 받아오라는 게 뻔하고. 날 방패로 쓴 거지. 낯가죽도 두껍지!”

“그럼 어떻게 할 건가?”

손 관사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세자야도 참. 으이구. 가난하면 간계가 생기고, 부유하면 양심이 생긴다더니. 집안이 궁핍하니 이런 짓까지 다 하는군.

“어떻게 하냐고? 안 해! 세자야는 체면이 필요 없는지 몰라도 나는 필요하거든! 은자가 없다, 이렇게 대답해야지!”

손 관사가 후르릅 소리를 내며 차를 홀짝였다.

“자네가 찾아간다고 은자를 내주지도 않겠지. 이가 태태가 얼마나 똑똑한 분인데. 이왕 은자를 주려면 세자야에게 빚을 지우겠지. 세자야가 직접 말을 꺼내지 않았는데 그 돈을 주겠어? 그러고 보면…….”

손 관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가에 태태 말고 식구라곤 낭자 하나뿐이지. 고향 집은 호주에 있고, 경성엔 모녀 둘이잖아. 내 보기에 말일세, 세자야는 이가를 자기 집으로 생각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자네한테 분부하겠나. 세자야가 어리석은 사람도 아니고. 안 그런가?”

강환장이 막 거처에 도착했을 때, 전 관사가 찾아가서 보고했다. 장방엔 몽땅 다해야 은자 164냥밖에 없고, 남북 화행(貨行: 잡화점포)에서 벌써 서너 번 돈을 달라고 왔었다고. 지난달에 부인이 대낭자, 이낭자 식사에 매일 제비집과 빙당(冰糖)을 추가하라고 분부하셔서 남은 164냥은 남북 화행의 빚을 갚으면 딱 맞는다고.

강환장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돌아와서 지금까지 가장 화를 돋우는 원인이 바로 이 저택 사람들이었다. 사람이 적은 건 접어두더라도 쓸모 있는 놈이 하나도 없었다. 하나같이 주눅 들고 궁상맞고, 보기만 해도 창피했다.

예전엔 자신의 사환은 예의 바르고 영리한 것으로 경성에 유명했다. 모두 네 명인 심복 사환 중 두 명을 4년마다 한 번씩 바꾸었다.

연륜이 쌓인 자들은 하나같이 유능하고 충성스럽고 저마다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관사도 모두 다 알아서 맡은 바 임무를 척척 했다.

장방의 관(管)씨는…… 아니 관(官)씨였나?

막 공부(工部)로 들어가 좌시랑이 된 다음 해, 봄장마가 심해서 연달아 보름 넘게 비가 내려 변하(汴河)가 당장에라도 범람할 것 같은 때가 있었다. 묵칠이 호부(戶部)의 의견대로 치수 공사를 하는 일꾼들에게 은자를 나눠주려 하지 않기에 관씨를 불러들여 한마디 했다. 관씨가 그날로 은자 20만 냥을 준비했다. 그 일 전후로, 모두 은자 40만 냥을 강씨 가문에서 우선 냈고, 그 공로로 연말에 좌시랑에서 공부상서로 승급하여 조정에서 가장 젊은 1품 관리가 되었다.

열정적이었던 그 세월을 떠올린 강환장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의 일생은 처운(妻運)이 안 좋은 것만 빼면 다른 건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처운이 좋지 않아서, 정실이 되기 충분한 고씨가 첩이 되었고 가장 아끼는 아들은 서출이 되었다. 그 바람에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곤경이었고.

강환장은 짜증이 몰려왔다.

내가 처를 들인 후에야 나와 강씨 가문의 쇠락했던 명운이 흥성하게 변한다고 그자가 말했지. 쇠락이 흥성으로 변하는 시기를 기점으로 잡아야만 가능성 있다고.

강환장은 눈살을 찌푸린 채 열심히 예전을 떠올렸다.

예전의 그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상인이나 하는 서무를 싫어했다. 그 여인과 관련된 모든 건 다 싫었다. 너무 싫어서, 아도물이 어떻게 오가는지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다. 혼인한 후로…….

그랬던 것 같다. 가문의 점포에서 무슨 장사를 하든 큰돈을 벌었고, 장원의 이익이 해마다 늘어갔다.

그래, 내가 혼인한 이후였던 것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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