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가 다시 물었다
"우리가 원하는 길이로 자른다는 말이야."
그들은 가져 온 연장을 이용해서 함께 잔가지를 쳐냈다. 애나는 잘라낸 가지를 모아서 나뭇
단을 쌓았다. 잔가지 정리가 다 끝나자 칼은 도끼로 길이를 재서 5미터가 되는 자리에 표시
를 했다. 그리고 나서 나무 위로 올라섰다. 표시가 정중앙에 오도록 양발을 벌리고 서서 균
형을 잡은 다음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도끼로 내리 찍으면서, 통나무 끝은 정확하게 45도 각도의 쐐기모양으로 잘라야 한다고 설명
했다.
매번 도끼를 내리칠 때마다 나무가 움푹움푹 패이며 잘려 나가자, 유연하게 뒤로 몸을 돌리
고 다시 반대 방향을 자르기 시작했다. V자를 거꾸로 한 것 같은 모양으로 나무가 잘라지자
그는 가볍게 땅으로 뛰어내렸다.
그들은 네 그루를 더 베고 가지를 쳤다.
"훌륭한 나무꾼은 절대로 숲을 망가뜨리지 않아. 한 곳에 있는 나무를 몽땅 베지 않고, 여기
저기에서 한 그루씩 베는 거지."
목재로 쓸 통나무 준비가 끝나자 칼은 무거운 목재를 들어 올리는 요령에 대해서 설명했다.
허리를 구부리지 말고 무릎을 이용해야 다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가 엄청난 힘으로 통나
무의 한 쪽 끝을 들어 올리자 제임스가 그 밑으로 두꺼운 사슬을 집어넣었다.
칼이 말을 몰고 왔다.
"목재는 될 수 있는 대로 가로대에 가깝게 연결해야 해, 제임스. 그래야 말들이 나무를 끌고
가기가 수월하거든. 하지만 주의할 점은, 사슬을 묶을 때 반드시 말의 옆쪽에서 해야 한다
는 거야. 마구와 목재 사이에서 사슬을 묶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
칼은 첫 번째 나무를 매달고 두 번째 목재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말을 몰았다. 그리고는 제
임스에게 침목을 따라 운전하는 법을 설명했다.
"침목을 놓을 땐 연결되는 각도가 급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해. 그래야 말도 일하기가 수월
하거든,"
제임스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칼과 보조를 맞추느라 걸음을 빨리하면서 연신 고개
를 끄덕였다.
제임스가 그토록 행복해 하는 모습을 애나는 난생 처음 보았다.
그애는 칼이 설명하는 모든 얘기에 빠져들었고, 칼이 무릎을 꿇으면 따라서 꿇고 일어서면
따라서 일어섰다. 칼이 시범을 보이면 주의 깊게 관찰했고, 걸음걸이까지도 그를 닮아 가려
고 애를 썼다. 칼이 다음번 목재가 놓여 있는 곳까지 말을 몰도록 고삐를 내주자 제임스는
걱정스런 낯빛으로 스승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해봐도 돼요?"
"그렇고말고. 훌륭한 마부가 되고 싶지 않니?"
"그렇기는 하지만…… ."
"말들도 너에게 익숙해져야 해. 자, 염려 말고 해보는 거야."
제임스는 초조한지 허벅지에 손바닥을 문질렀다.
"내가 바로 옆에 있을 테니 걱정 말고. 내가 한 대로 그냥 고삐를 잡고 있기만 하면 돼. 당
기지는 말고. 나보다는 빌과 벨이 너한테 더 잘 가르쳐 줄 거야."
소년은 조그마한 손으로 땀에 젖어 부드러워진 가죽 고삐를 잡았다. 말이 발걸음을 떼자 제
임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칼은 평소 말들을 달래듯 소년에게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래, 잘하고 있어. 조금 느슨하게 풀어 줘, 그렇지. 고삐를 왼쪽으로, 살살, 그래, 잘했어
."
다음 통나무가 쓰러져 있는 곳까지 별 문제 없이 말을 몰고 간제임스는 자랑스러워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칼 역시 기쁜 표정이었다.
"말을 몰면서 통나무 사이로 걸으면 안 된다는 것과, 일단 침목을 따라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통나무가 움직이는 반경 안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는 점만 명심하면 잘 될 거야. 혹시라
도 통나무가 다른 나무에 부딪혀서 튕기면 다리가 부러지는 수도 있단다. 무슨 일이 있어도
뒤쪽에서 걸어야 해, 알겠지?"
"예, 명심하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칼은 계속해서 제임스에게 주의 사항을 일러주었다. 경사진 길에서
침목을 따라 말을 모는 법도 시범을 보여 주었고, 고삐를 잡는 법에 따라 말의 속도를 조절
하는 요령도 가르쳐 주었다.
오두막 앞의 공터에 통나무를 내려놓고 나서 칼은 말에게 물을 먹였다. 금방 일을 마치고 돌
아와 숨이 가쁜 말에게는 절대로 얼음처럼 차가운 물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주의도 잊지 않
았다. 그는 아침에 길어다 놓은 물을 말에게 먹였다. 그런 다음 건초를 주고 나중에 곡식으
로 된 먹이를 먹인 뒤 다시 한 번 물을 먹였다.
마침내 휴식을 취하도록 짐승을 풀어 준 뒤, 세 사람은 점심을 먹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갔
다.
점심 식사 후, 제임스는 혼자 힘으로 말을 몰고 숲으로 들어갔다. 그에는 주의 사항을 단 한
가지도 잊지 않고 있었으므로 칼이 몹시 흐뭇해했다. 칼과 애나는 제임스의 뒤를 따라 걸었
다. 땀으로 얼룩진 셔츠를 그대로 입은 칼은 장총과 도끼를 어깨에 메고있었고, 반나절 동안
햇볕에 그을어 코끝이 발그스름해진 애나는 나무 부스러기를 모을 바구니에 손도끼를 담아
들었다.
"당신은 아주 훌륭한 선생님이에요."
그의 눈을 들여다볼 용기가 없어서 그녀는 풀잎을 스치는 그의 장화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이가 영리하고 배우겠다는 열의도 대단하오."
칼은 앞을 바라보며 겸손하게 대답했다.
"저렇게 행복해 하는 걸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요."
애나가 살짝 칼을 훔쳐 보았다.
"정말이오?"
칼의 새파란 눈동자가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다. 나란히 걷고 있는 그의 그림자가 애나의 얼
굴에 그늘을 드리웠다.
"네, 주변에 남자가 없었거든요."
"아버지는 있었을 것 아니오."
그는 애나의 옆얼굴을 지켜보았지만, 그녀는 제임스와 말에게로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제임스는 아버지를 거의 모르고 자랐어요."
"당신은?"
그녀는 흘긋 칼을 올려다보고 나서 대답했다.
"저도 그렇구요."
애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로 작은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손에 들었다.
"미안하오, 애나. 아이들에게는 아버지가 필요하지. 아버지의 현명하신 가르침이 없었다면,
나도 여기서 홀로 살아간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거요."
"그런데 이젠 당신이 제임스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는군요."
"그렇소. 난 운이 좋은 편이오."
"운이 좋다니요?"
"내가 배운 모든 지식을 남김없이 전수할 수 있는 열성적인 제자가 생겼으니, 운이 좋은 것
아니겠소."
"그렇다면 저를 용서해 주는 건가요? 당신에게 먼저 말하지 않고 동생을 데려온 것 말이에요
."
"그 점에 대해서라면 당신은 이미 여러 번 용서받았소, 애나."
칼은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과연 자신이 소년에 대해서 정말로 화를 냈었는지조차 의아했
다
"정말로 제임스를 가르치는 것이 즐거워요?"
"그렇소. 아주 많이."
"동생은 오늘 아침 참 많은 것을 배웠어요. 저도 그렇구요."
"기억에 남을 만한 날이군. 소중한 가르침을 시작한 것도 그렇지만, 우리의 새집을 짓기 시
작한 날이니까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