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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빠들을 조심해!-102화 (102/138)

# 102

그 오빠들을 조심해 102화

게다가 어쩌면 내가 유진과의 관계를 숨기고 있었던 것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유진이 요하네스와 내 대화에 끼어들어 방금 전처럼 행동했을 리가 없었다.

"미안해. 나도 요한 오빠한테 솔직히 말하고 거절할 생각이었어."

내 말을 들은 유진이 한순간 멈칫했다.

"오해하지 마. 그런 걸로 네게 화내지는 않아. 그저 나는······."

하지만 유진은 거기에서 말을 잇지 않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곧 살며시 눈매를 찌푸리다가 이내 체념한 듯이 내 시선을 피한 채 혼잣말처럼 속삭였다.

"······나보다 먼저 너한테 청혼을 하려고 했잖아."

뭐? 귓가에 스친 말이 너무 예상 밖의 것이라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지금 막 내가 들은 말이 무엇인지 한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유진보다 먼저 요하네스가 나한테 청혼 비스무리한 말을 해서,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화라면 오히려 네가 나한테 내야 마땅하지. 내 멋대로 요하네스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고 나왔으니까."

유진은 조금 전의 일이 자신의 실책이라는 듯이 약간 자조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여전히 무언가가 마뜩잖다는 듯한 기색이 남아 있어서 나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말았다.

"그거 질투하는 거야?"

나는 무심코 입에서 튀어나오는 대로 물어 놓고 흠칫했다.

질투라니, 어른스러운 유진과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하지만 방금 유진이 한 말은 달리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리고 다음 순간 유진의 얼굴을 확인한 나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마치 지금 내가 내뱉은 말을 듣고 처음 깨달았다는 것처럼, 유진이 미비한 당혹감이 어린 눈빛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을 뻔하다가 큼큼 헛기침을 하며 미처 토해 내지 못한 웃음을 목구멍 안으로 꾹꾹 억눌렀다.

아, 어떡하지. 이 사람,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항상 어른스러운 모습만 보이던 유진이기 때문인지 한 번씩 내 앞에서 이렇게 평소답지 않은 모습을 보일 때면 가슴이 찡해지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오빠도 질투 같은 걸 하는구나? 몰랐어."

크흑, 예전부터 생각한 건데, 나도 좀 짓궂은 구석이 있었다. 좋아하는 여자애를 괴롭히는 유치한 남자애처럼 유진을 막 골려 주고 싶어졌다.

어떻게 보면 좀 더 다양한 감정 표현을 하는 유진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인지도 몰랐다. 평범한 다른 사람들처럼 화도 내고 당황도 하고 또 순수하게 기뻐하거나 뿌듯해하는 그런 모습이 보고 싶었다.

"그래도 뭐 그런 거로 그렇게 삐지려 하고 그래? 오빠도 아직 애 같은 구석이 있네?"

내가 자신을 놀리는 걸 알았는지, 유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나는 내친김에 유진의 머리에 손까지 가져다 대고 그를 우쭈쭈했다.

"그래, 사람이 살면서 질투도 좀 하고 그러는 거지. 괜찮아, 그런 거로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난 질투하는 유진 오빠도 귀엽······ 으엇?"

앗, 그런데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는 내 손이 다음 순간 강제로 떼어졌다. 마차의 푹신한 등받이에 등이 파묻힌 것과 동시에 순식간에 눈앞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너한테 예쁨받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어느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유진이 나를 양팔 사이에 가둔 채 말했다.

"그것보다는 예뻐해 주는 게 더 내 취향이라."

갑자기 그와 나를 둘러싼 공기가 급변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요하네스를 질투하며 나름대로 귀여운 분위기를 풍겼던 유진은 온데간데없었다.

착각인지 가까이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검은 눈동자에 위험한 기운이 어려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서 더듬거렸다.

"저, 저기, 오빠······?"

"아무래도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 그런 식으로 남자를 도발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내 얼굴 옆에서 거두어진 손이 이번에는 어깨 위로 내려와 있던 내 머리카락을 쥐었다. 유진이 손가락 사이에 휘어 감은 은색 머리칼에 입술을 묻으며 내리깐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원한다면 내가 가르쳐 줄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낮게 깔린 음성이 고막을 파고드는 순간, 머릿속에서 위험 경보가 울렸다.

"아, 아니. 안 그래도 되는······."

나는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끼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유진은 이미 내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가 내 고개를 손으로 받치며 그대로 입술을 맞부딪쳐 왔으니까. 벌어진 입술 사이로 뜨거운 혀가 밀려들었다.

어,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런 식으로 키스한 게 처음도 아닌데, 왜인지 지금은 다른 때랑 느낌이 좀 다른 것 같은······.

의문을 품자마자 유진이 내 고개를 좀 더 뒤로 젖히며 조금 전보다 더욱 농밀하게 키스해 왔다.

"으음?!"

깜짝 놀라서 몸을 움찔거렸지만 유진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또 한 번 강력한 위기감을 느끼고 이번에는 진짜 있는 힘을 다해 유진을 뿌리치려 애썼다. 붙들린 고개를 옆으로 틀며 등을 마구 두드리자 가까스로 맞닿았던 입술이 떨어져 나갔다.

그제야 나는 가쁜 숨을 몰아 내쉬었다.

아니, 사람을 죽이려고 작정했나?! 이런 식으로 몰아붙이는 게 어디 있어?

그리고 원망스럽게 마주한 사람을 올려다본 나는 다음 순간 숨을 훅 들이마시며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유진의 옆얼굴은 창밖에서 스며든 불빛에 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차 안은 기본적으로 어둑했지만 밖에서부터 새어 든 빛 때문에 서로의 얼굴 정도는 어렵지 않게 보였다.

그래서 그의 입술과 입가에 번진 붉은 색조가 시야에 선명히 들어왔다. 그리고 그것은 내 입술에서 묻었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지금까지 남자의 입술에 번진 붉은색이 그렇게 등골이 찌릿해질 정도로 선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리고 무심코 그런 생각을 한 나 스스로에게 또 깜짝 놀라서 소스라쳤다. 조금 전보다 얼굴이 더 뜨거워졌다.

"으······."

내 입에서 참지 못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갔다.

"아주 예쁜 표정을 짓고 있네."

유진은 달아오른 내 얼굴을 보고 만족스러운 숨을 흘렸다. 나는 내 얼굴에 닿아 있는 그의 손을 붙잡아 내리며 그를 밀어냈다.

"이, 이제 그만해.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하지만 유진은 반대로 내 손을 잡아채며 터무니없는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웃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무슨 소리야."

그리고 다시금 내 위를 덮치는 몸에 나는 그를 아연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터 시작인데."

"뭐, 뭘 하려고······ 히익."

또 한 번 화들짝 놀라서 입을 열었으나 유진이 내 고개를 옆으로 돌린 다음 곧장 시야에 드러난 목으로 입술을 내려, 기이한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아······ 오빠, 잠깐······ 으윽."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 유진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그의 손에 단단히 고정되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지난번의 밤처럼 그는 나한테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자신의 흔적을 새기려는 듯 목덜미에 고개를 묻고 입술을 움직였다.

다만 이번에는 한 번이 아니라, 입술을 옮겨 가며 몇 번이나 같은 일을 했다.

그러다 문득 내 손목을 붙들고 있던 유진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나는 당황해서 눈을 깜빡이며 입술을 뻐끔거렸다.

다급히 손을 내려 유진의 손을 붙잡자 내 귓가에서 그가 쿡 웃었다.

"그런 데 신경 쓸 여유가 있어?"

"앗, 잠깐만······!"

나는 어느새 내 상체를 당겨 안은 유진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지고 말았다.

이번에는 허리가 앞으로 잡아당겨지더니, 곧 내 몸이 푹신한 쿠션이 깔려 있는 의자 위에 완전히 눕혀졌다. 그리고 그 위로 유진이 몸을 겹쳤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뭐······."

내가 버벅거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진이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나한테 키스했다. 입술이 조금의 틈도 없이 맞물렸다.

나는 그제야 사실은 예전의 그 밤에도 유진이 나를 봐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손이 내 귓불과 목을 훑다가 이내 어깨를 쓸어내렸다.

점점 숨이 차서 그런지 머릿속이 몽롱해졌다. 여전히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그런 와중에 유진이 나한테 주는 자극만이 도드라지게 선명했다.

좁은 마차 안에 후끈한 열기가 고였다. 잠시 후 젖은 입술이 가쁜 숨을 헐떡이는 나한테서 떨어져 나갔다.

숨이 꼴깍꼴깍 넘어가기 직전의 상황에서 나는 겨우 소리 내 말했다.

"자, 잘못했어요······."

겁 없이 유진을 놀려 댔던 내가 멍청했다.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었는지 이제야 똑똑히 알 것 같았다.

머리 위에서 울리는 사과의 말에 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난 널 벌주고 있는 게 아닌데."

"거짓말······."

"거짓말이 아니야. 예뻐해 주고 있는 거잖아."

유진의 천연덕스러운 말에 나는 기가 막혔다.

무, 무슨! 두 번 예뻐해 주다가는 숨넘어가겠네! 하지만······ 그래. 이유가 어찌 되었건 상관없으니까 이제 좀 그만하자, 으흑.

"고작 이 정도로 이렇게 엄살을 부리다니."

엄살? 엄살이라고?! 그리고 유진이 이어서 속삭인 말에 나는 또다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나중에는 어쩌려고 이러는지."

나중······ 나중이라니······.

물론 아주 어린애가 아닌 만큼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어떤 일의 전초전일 뿐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유진의 입으로 저런 말을 들으니까······.

으악, 으악! 나는 당장에라도 폭발할 듯 새빨갛게 달아올랐을 것이 분명한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그러니까 왜 겁 없이 다가와."

문득 방금 전과는 달리 위험한 느낌이 들지 않는 손길이 닿아 와서 나는 손가락 사이를 벌려 시야에 그를 담았다.

"넌 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흐트러진 내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는 손길이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검은 눈동자에 어린 것은 아직까지 식을 낌새가 보이지 않는 열기라, 나는 귀가 홧홧해지고 말았다.

"내가 네 앞에서 얼마나 참고 있는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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