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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빠들을 조심해!-7화 (7/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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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빠들을 조심해 7화

어휴, 내가 이 강아지를 길들이기 위해 얼마나 진땀을 빼야 했는지.

그래도 결국 나중에는 나만 보면 꼬리를 흔들 지경까지 되어서, 그 당시의 에리히도 엄청나게 약 올라 했던 기억이 있었다.

"오구오구. 우리 페니 예쁘기도 하지."

내가 목 밑 부분을 긁어주자 페니가 가르릉 소리를 내며 꼬리를 흔들었다.

"페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에리히는 급속도로 빠른 페니의 변심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쯧. 20년간 이 집에서 단련해 온 내 조련술을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파지직!

에리히와 내 눈이 허공에서 마주치는 순간 또다시 지난번처럼 날카로운 불꽃이 튀었다.

"에리히! 쓰레기! 거기서 둘이 뭐해?"

아, 저놈의 쓰레기 소리.

고개를 돌려 보니 둘째 놈이 3층에서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벙하게 눈을 뜨고 걸어오는 걸 보니, 서로를 향해 눈을 부라리고 있는 에리히와 나를 보고도 별 깨달음이 없는 모양이었다.

"페니한테서 손 떼!"

에리히가 페니를 쓰다듬고 있는 내 손을 매몰차게 쳐 냈다. 그러더니 그는 다가오는 형을 향해 말했다.

"쓰레기가 심심한 모양이니 형이 놀아주지 그래?"

이 악독한 녀석. 제 형이 놀이를 빙자해서 나를 마구 끌고 다니는 꼴을 봤으면서도 이딴 소리라니.

"너 심심해?"

카벨은 얼마 전 나 때문에 에른스트 공작에게 혼났던 것조차 잊은 듯 반가운 기색을 내비쳤다.

하여간 이 단순무식한 놈. 그러니까 네가 20년 후에는 나한테 호구 소리를 들었지.

"나도 한동안 집에만 있어서 심심했는데! 그럼 지금부터 나랑 검술 연습하자!"

이미 겪어 왔던 일임에도 나는 어이가 없어졌다.

이놈아! 너랑 나랑 무슨 검술 연습이야?

"좋아, 넌 오늘부터 내 검술 대련 상대야!"

둘째 놈은 내게 엄청난 성은이라도 내린다는 듯이 거들먹거리며 위풍당당하게 선언했다.

믿기지 않지만 카벨은 아를란타에서 제법 소문난 검술 신동이었다.

9살인 지금은 물론 아직 미숙하지만 그래도 또래 중에서는 그 실력이 단연코 월등했고,

그래서 좀 더 나이가 든 뒤에는 입단한 기사단 내에서도 승승장구해 결국은 부기사단장까지 역임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녀석의 실력을 일취월장시키는 데에는 나도 일조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이 썩을 놈은 어릴 때부터 검술 연습을 이유로 나를 상대로 목검을 휘둘러 댔고, 나는 그때마다 곤죽이 되게 맞곤 했으니까!

"자, 빨리 가자!"

하지만 그 모든 건 에른스트 부부의 사후에 벌어진 일이었는데 이번에는 좀 시기가 이르네. 내가 놈들을 자극한 탓인가?

"카벨 오빠."

나는 하아, 한숨을 내쉬며 카벨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빠, 내가 몇 살이야?"

"어? 7살."

"그럼 난 여자애야, 남자애야?"

"여자애지······?"

둘째 놈은 내 질문에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운 것 같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 참. 이놈은 20년 후나 지금이나 똑같이 호구미가 넘치는구먼. 물론 잘못 건드리면 벌집처럼 터져서 주위를 초토화시키기는 했지만.

"자, 내 팔목 좀 봐. 카벨 오빠가 한 번 힘줘서 잡으면 뚝 부러질 것 같아. 팔도 다리도 다 그래."

어쨌든, 지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었다.

"그런데 나처럼 작고 힘없는 여자애가 어떻게 카벨 오빠의 대련 상대가 될 수 있어?"

그 순간 둘째가 멈칫했다. 카벨은 내 말을 듣고 '어라?'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빠랑 내가 같이 검술 연습을 한다고 생각해 봐."

자, 저렇게 혼란스러워할 때 더 밀어붙여야 해!

"난 당연히 오빠한테 맞기만 할 거고, 그럼 그건 절대로 제대로 된 연습이 아닐 거야. 오빠도 그런 건 하나도 재미없을걸?"

"그, 그런가?"

그래! 그러니까 당장 취소해! 네 검술 대련 상대라니, 그딴 똥내 나는 감투 필요 없다고!

"그리고 카벨 오빠는 나 같은 약한 애랑 싸워 이기는 걸 즐기는 그런 치사한 남자가 아니잖아."

"으, 응?"

"그런 건 엄청 비겁한 사람들이나 하는 짓인데 설마 카벨 오빠가 그럴 리가 없지! 그렇지?"

"그, 그, 그런······."

역시 카벨은 손쉬운 상대였다. 그는 전부터 이런 식으로 중간에서 바람을 좀 넣어주기만 하면 금세 귀를 팔랑거리며 내 의도대로 넘어오곤 했다.

"다, 당연하지······! 난 비겁한 남자가 아니니까!"

나는 내 말에 더듬거리며 당황하는 카벨에게 마지막 못을 박기로 했다. 그래서 그를 향해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아니라 에리히랑 대련을 하고 싶었던 건데 잘못 말한 거지?"

"뭐?"

그 순간 에리히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페니를 데리고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황당하게 듣고 있다가 졸지에 돌을 맞은 표정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에리히가 요즘 카벨 오빠랑 잘 못 놀아서 아쉬워했는데. 어쩜 오빠는 그렇게 생각이 깊어?"

카벨은 내가 던진 떡밥을 훌륭히 물어왔다.

"흥, 그런 당연한 걸 가지고! 내가 에리히를 두고 너 같은 거랑 대련할 리 없잖아! 당연히 잘못 말한 거지!"

"형, 지금 무슨 소리야?"

"왜냐하면 난 멋진 남자니까! 그러니까 약한 애랑은 안 싸워. 자, 에리히! 가자!"

"잠깐, 형······."

에리히는 카벨을 향해 자신의 황당함을 주장했으나 결국은 다른 말을 더 꺼내기도 전에 뒷덜미를 붙잡혀 질질 끌려가고 말았다.

"멍멍!"

나는 페니와 함께 자리에 남아 멀어지는 그들에게 기꺼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두 놈을 한꺼번에 치워 버리고 나자 승리의 미소가 절로 입가에 떠올랐다.

훗. 계획대로!

"너 뭐야?"

앗, 깜짝이야!

한창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웬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소스라쳤다.

화들짝 놀라 뒤돌아보니 시린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유진이 눈에 들어왔다.

인기척 좀 내고 다녀라, 이 인간아!

아니, 그보다 똥 덩어리가 셋이나 되니까 한 놈을 보내면 또 한 놈이 오잖아?

결국 이 망할 집구석에서는 어디를 가든 똥투성이란 말인가요? 으엉, 짜증 난다!

"지난번 쓰러졌다 일어난 후로 갑자기 어딘가 달라졌어. 이유가 뭐야?"

뜨끔. 유진의 예리한 질문에 나는 흠칫하고 말았다.

하긴 카벨이나 에리히는 단순한 데다 아직 어려서 그냥 넘어갔지만 유진은 속일 수 없었을지도 몰랐다.

어릴 때의 나는 특히나 이 집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그저 그들이 시키는 대로만 행동했으니까.

게다가 원래의 나는 여기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면 세 형제의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이미 어릴 때부터 그들의 기에 눌려 살았던 것이라고 해도 좋았다.

다만 지금은 내가 삐뚤어지기로 결심해서 말이지. 하지만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네가 믿겠니?

"무슨 말이야. 난 원래 이랬어."

"네가 원래 그랬다고? 웃기지 마."

으앗! 그냥 넘어갑시다, 좀. 나는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인 '나다운 게 뭔데!'를 시전했다.

"내가 달라진 건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오빠는 날 하나도 모르잖아."

이번에는 통했나?

슬쩍 얼굴을 보니 유진은 입을 꾹 다물고 나를 향해 차가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뒤이어 그가 냉소 지으며 내뱉은 말은 나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그래. 지금까지 착한 척 얌전한 척 모두를 속인 거란 말이지."

"뭐?"

아, 아니. 왜 얘기가 그렇게 됩니까?

"네까짓 게 감히."

유진의 턱이 팽팽하게 조여졌다. 이를 악문 그가 분노 어린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는가 싶었다.

헉. 이러다가 설마 한 대 때리는 건 아니겠지?

물론 유진은 20년간 한 번도 나를 때린 적이 없었지만 지금 그가 보내는 눈빛이 워낙 무서워서 혹시나 싶었다.

하지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유진은 내게 분을 표출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용서 못 해."

뜻밖에도 다음 순간 그의 눈동자에 떠오른 것은 나를 향한 분노와 경멸보다도 더한, 어떤 종류의 고통이었다.

"네가 처음부터 어머니를 속이고 접근한 거라면 절대로 용서 못 해."

나는 숨을 멈춘 채 일그러진 유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내가 자신의 역린을 건드리기라도 한 것처럼 서슬 퍼런 기운을 흩뿌리고 있었다.

"역시 너 같은 걸 이 집에 들이는 게 아니었어."

그렇게 일갈한 뒤 유진은 내게서 등을 돌렸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가시처럼 뾰족하고 차가운 눈빛이 심장 어귀에 그대로 꽂히는 것 같았다.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는 동안 나는 점차 내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뒤, 뒤통수 한 대만 때리고 싶당. 한 대만 때려보면 안 될까? 나 아주 찰지게 잘 때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저 인간, 완전히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고 가네. 저러고 가면 나보고 뭘 어쩌라고.

속이긴 누가 누굴 속였다는 거야? 그걸로 치면 오히려 속은 건 나인데!

아저씨가 집도 주고 밥도 주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준다고 해서 왔는데 20년 동안 내가 가진 거라고는 크고 아름다운 똥 덩어리 세 개가 전부였다고요!

으엉엉. 그리고 유진, 너는 그 대망의 첫째 똥 덩어리였지.

"멍멍!"

바로 그때, 유진의 기세에 밀려 찍소리 못하고 있던 페니가 내 발밑에서 짖어 왔다. 나도 그제야 갈색 머리통이 사라진 자리에서 시선을 뗐다.

"오구오구. 그러고 보니 페니 너도 어릴 때는 한 미모 했구나."

"멍!"

"자. 이거 먹고 이제부터 너도 나랑 같이 저 진상들한테서 해방되는 거야."

"컹컹!"

나는 영양가 없는 유진의 말을 그냥 저만치 밀쳐 둔 채 페니를 꼬드기는 일에 다시 열중했다.

크응. 다음에는 꼭 한 번 저 뒤통수를 때려 봐야지.

물론 그 소원 성취의 날이 올 때까지 내가 유진의 예쁜 정수리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었다.

***

"욱! 우웩!"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원래 이렇게 병약한 애가 아닌데.

"하리야!"

며칠 후 늦은 저녁 에른스트가에는 대소동이 일어났다.

내가 저녁에 먹었던 것을 모두 토하며 또다시 고열에 시달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도무지 내가 아픈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다시 에른스트를 찾은 의사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마 전 앓았던 일로 몸이 크게 상한 것 같습니다. 한동안 안정을 취하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약을 먹이는 것이 좋겠군요."

뭔가 그냥 적당히 가져다 붙인 이유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정말 다른 이상은 없는 건가요?"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 다만 워낙에 몸이 약한 데다 갑작스럽게 외부 환경이 바뀐 것을 병의 원인으로 들 수 있겠군요."

아, 하긴 지금의 나는 발육 부진 미숙아였지. 게다가 20년 후에서 20년 전으로 갑자기 외부 환경이 바뀐 것도 맞네.

으앙, 그런데 너무 거지 같다! 이번에는 좀 잘 먹고 잘 자라서 빨리 이 연약한 몸에서 벗어나려고 했는데 왜 맛있는 게 있어도 먹지를 못해!

왜 기껏 몸에 좋은 걸 먹어도 살과 피로 만들지를 못해! 먹는 족족 죄다 토해 버리고 말이야.

꿈에서조차 나는 행복할 수가 없어. 어흐흑.

그런데 날이 갈수록 점점 불길한 생각이 드는데 이거 설마 꿈이 아닌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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