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남친이 내게 반했다-100화 (100/104)

100.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2018.04.13.

품에 안은 장미꽃에선 오늘따라 유독 좋은 향기가 났다.

그 향기에 가슴이 설렌 나봄은 고개를 돌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바라보았다.

백합꽃처럼 아름답게 펼쳐진 순백의 웨딩드레스.

그녀를 닮은 아기자기한 화관까지 쓴 나봄은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봄의 신부였다.

이 모습을 하고 신부 대기실에 앉아 있자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이제야 겨우 실감이 났다.

작년까지만 해도 결혼은 먼 나라 이웃나라 이야기였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웨딩드레스를 입게 될 줄이야.

게다가 상대는 일 년 전까지만 해도 다시 인연이 닿을 거라고 상상조차 못했던 사람이었다. 사람 인연은 모른다고 하더니 정말 그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태오는 밖에서 손님맞이 잘하고 있을라나…….”

나봄은 사랑스러운 새신랑을 떠올리며 빙그레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게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손님맞이를 준비하고 있던 그때.

“나봄아.”

나긋한 목소리가 신부 대기실 안으로 스며들어 왔다.

시선을 정면으로 돌리자 곧바로 눈에 들어온 사람은 카멜색 롱코트를 근사하게 차려입은 차준이었다.

“차준 오빠! 일찍 왔네요!”

나봄은 브랜드 런칭 이후 얼굴도 볼 새 없이 바빠진 그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그러자 차준은 그녀에게로 다가오기에 앞서, 진심 어린 감탄사부터 내뱉었다.

“웨딩드레스 정말 잘 어울린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그래요? 난 아직 많이 어색한데…….”

“아냐, 예뻐. 아마 식장 들어가면 더 예뻐 보일걸?”

“고마워요. 그런데 태준 씨는요?”

“아아, 밖에 있어. 새신랑이랑 인사 중이야. 난 그 틈을 타서 몰래 신부 대기실부터 들어왔고.”

“몰래?”

“응, 몰래. 단태오 대표가 너 만나러 가는 거 아직까지도 싫어하거든.”

차준은 고개를 내저으며 대답했지만 태오와의 관계가 돈독해졌다는 건 나봄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차준과 함께 ‘Made by Forest’ 경영에 동참하기로 한 태오.

처음엔 마주치기만 하면 으르렁댔던 두 남자였으나, 브랜드 런칭을 준비한답시고 밤새도록 붙어 있다 보니 미운 정이 많이 든 모양이었다.

며칠 전에는 워크숍까지 했다지, 아마.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 태오랑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요즘 오빠 얼굴도 많이 좋아진 거 알아요?”

나봄은 평온해 보이는 차준의 눈을 지그시 마주하며 말했다.

차준은 그 말을 잠시 곱씹어 보는가 싶더니.

“아마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서 그런가 봐.”

나봄이 바라 왔던 대답을 내뱉었다.

새롭게 시작된 차준의 이야기는 한 문장씩 이어 내려가기가 훨씬 수월한가 보다.

그걸로 다행이라 생각한 나봄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

바로 그 순간.

“나봄아! 나 왔다!”

요란한 목소리가 차준과 나봄의 시선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그들이 신부 대기실 입구를 향해 고개를 돌리니, 오늘따라 더 화려하게 꾸미고 온 소라가 두 손을 흔들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어머! 내 새끼 꽃 같은 것 봐!”

“소라야! 차 막힌다더니 일찍 왔네!”

“당연하지! 누구 결혼식인데! 그나저나 진한 신부 화장을 했는데도 왜 이렇게 아기같이 생겼냐! 이래서야 너희 아버지가 시집보낼 수나 있겠어?!”

평소에도 쾌활한 소라는 특유의 넉살을 자랑하며 나봄을 축하했다.

그녀를 보자 긴장감이 풀어진 나봄은 소라의 손을 꼭 붙잡고 떨리는 심경을 드러냈다.

“어떡하면 좋니. 나 이제야 결혼식이라는 게 실감 나.”

“난 너 드레스 고르러 갔을 때부터 실감 났어. 그러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슬펐겠니.”

“왜 슬퍼?”

“당연히 연애도 몇 번 못 해 보고 바로 코 꿰어서 결혼하니까 그렇지! 화려한 솔로 생활을 마음껏 즐겼어야 했는데!”

그리 말하는 소라는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중이었다.

단태오가 좋은 남자인 건 알지만 그래도 소라는 고작 두 번째 연애에 결혼을 결심한 나봄이 아까워 죽겠다.

하지만 새 출발을 하는 새신부 새신랑을 탓할 수는 없으니, 소라는 머릿속에 불쑥 떠오른 그 사람을 실컷 원망하기로 했다.

“다 선우차준 때문이야.”

“으, 응?”

“선우차준이 니 가슴에 대못 박고 떠나가지만 않았어도, 훨씬 연애에 관대했을 텐데!”

“아…… 저기, 소라야…….”

“마음 같아서는 아주 그냥 그 인간 머리채를 쥐어 잡고 싶은데…….”

소라가 더욱 열을 내면 낼수록 점점 불안하게 흔들리는 나봄의 눈동자.

“응? 왜 그렇게 안색이 안 좋아? 배 아파?”

당황한 나봄을 뒤늦게 알아차린 소라는 의아한 눈빛으로 되물었다.

나봄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고, 소라가 미처 보지 못했던 그녀 바로 뒤편의 차준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니, 그게…… 오빠 뒤에 있는데…….”

“뭐? 뭔 오빠?”

“차준 오빠 말이야. 니가 머리채 잡는다던…….”

나봄이 다급히 꺼낸 이름에 소라의 얼굴이 싸늘히 굳었다.

그녀는 차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되물었지만, 지진 난 듯 떨려 오는 동공은 소라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안녕, 오랜만이야. 우리 한 십 년 만인가?”

그런 그녀를 뒷모습만으로도 알아챈 차준은 느긋한 인사를 건넸다.

“아, 아…….”

“반갑다. 소라는 예전이랑 변한 게 없네. 여전히 씩씩해.”

나봄이 보기에 차준은 조금도 기분이 상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등지고 있는 소라는 웃음기 섞인 그의 목소리가 더 무서웠다.

난 선우차준의 고등학교 시절 별명을 알고 있지.

웃는 얼굴로 사람 조져 놓는다고 해서 옆 학교 애들이 ‘피에로’라고 불렀었잖아.

“하하하…… 그러게요. 오랜만이네요. 오빠도 혹시 변한 게 없으신가요?”

“응? 뭐가?”

“옛날의 피에로 버전은 좀 없어졌으면 좋겠는데.”

“아휴, 소라야. 그렇게 뒤돌아 있는 게 더 이상해. 제대로 얼굴 보고 인사 나눠.”

나봄은 소라의 몸을 차준 쪽으로 빙 돌려 주었다.

차준은 드디어 마주 본 소라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지만, 소라는 여전히 난처한 표정을 풀지 못했다.

“아까 한 얘기는 잊어 주시는 게…….”

“그럼 너도 내 머리채 안 잡을 거야?”

“예에, 그럼요. 당연하죠. 제가 어찌 감히 선배님 머리채를 잡겠습니까.”

소라는 어색하겠지만 나봄은 이 상황이 그저 재밌었다. 역시 소라와 있으면 시트콤 같은 일만 생긴다니까.

“푸핫, 채소라 너 때문에 미치겠어.”

나봄은 긴장한 마음도 잠시 잊은 채 웃음을 터트렸다.

본의 아니게 서먹해진 두 사람의 모습은 추억으로 남겨 놓고 싶을 만큼 흥미로웠다.

“사진 기사님! 저희 셋이 찍어 주세요!”

그 마음을 실천으로 옮기고 싶었던 나봄은 소라를 제 옆자리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우, 우리 셋이?”

당황한 소라는 꼭 그래야 하냐는 듯한 말투로 물었으나, 나봄은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어차피 찍어야 하잖아!”

“이런 조합은 이상하지 않아?”

“해성 고등학교 졸업생 모임이라고 하면 되지!”

의욕 넘치는 나봄의 모습에, 차준은 먼저 그녀의 뒤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난 매너 있게 맨 뒤에 설게. 소라를 지켜 줘야지.”

어색해하는 소라를 위해 슬쩍 걸어 본 장난.

단순한 소라는 그걸 덥석 물었다.

“선배, 지금 그거 제 머리 크다고 돌려 까시는 건가요?”

“그렇게 들렸다면 기분 탓이야, 하하하.”

“근데 왜 웃으세요? 웃을 타이밍이 전혀 아닌데?”

어린 애들처럼 투닥투닥거리면서도 두 사람은 어느새 사진 찍기 좋은 구도로 자리를 잡았다.

“자, 찍습니다! 모두 스마일!”

찰칵―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 세 사람 모두 영문 모를 웃음이 터져 버렸다.

어느 누구도 억지로 웃거나 외로워 보이지 않는, 그저 기쁨 가득한 모습이었다.

특별한 사람들이 축복해주기에 더욱 설레는 오늘.

나봄은 카메라에 담겼을 찰나의 장면을 벌써부터 꺼내보고 싶어졌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르든, 얼마나 빛이 바라든, 이 순간만 떠올리면 그녀는 딱 오늘 만큼 행복해질 것 같으니.

* * *

단태오♡한나봄의 예식이 거행될 에로스 홀 앞.

“오늘 새벽부터 움직이느라 정신없었겠어요.”

“저보다는 나봄이가 수고했죠. 남자 메이크업이야 뭐 금방 끝나니까.”

“몇 시에 나오신 거예요?”

“열두 시 예식이라서 거의 새벽 여섯 시부터 나와서 준비했습니다.”

“아아, 피곤하시겠네. 혼인신고는 하셨다고 했죠?”

“네, 장인어른이 결혼식 전에 하길 원하셔서요.”

태준은 새신랑 태오를 붙잡고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었다.

그건 태오 몰래 나봄에게 인사를 하러 간 차준을 감춰 주기 위해서였지만, 금방 돌아오겠다는 차준은 어째 조금 늦는 것 같다.

상황이 그쯤 되니 더 이상 물어볼 건 없었다. 몇 달 전부터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두 사람은 이미 수많은 얘기를 하고 난 후였다.

“저…… 그런데 선우차준 씨는 어디 있습니까?”

태오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차준을 뒤늦게 찾으며 물었다. 태준은 순간 뜨끔했지만 당황한 내색 없이 능청스레 대답했다.

“하하하, 화장실에 가지 않았을까요?”

“같이 온 거 아니에요?”

“같이 왔어요. 같이 왔는데…….”

“그런데 어디 갔는지도 몰라요? 평소엔 그렇게 꼭 붙어 다니더니.”

그때까지만 해도 태오는 별생각이 없었다.

“아, 아! 오늘 열두 시 예식이라서 새벽같이 나왔겠어요!”

하지만 아까 이미 나누었던 대화를 다시 꺼내며 주제를 돌리려 하는 태준은 퍽 수상했다.

매사에 차분하고 똑 부러진 그가 이렇게 난처해하는 순간은 단 하나. 제 동생의 사소한 잘잘못을 숨겨 줄 때뿐.

“뭐야, 지금 엄청 수상한데.”

태오는 돌연 두 눈을 번뜩이며 태준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던 중 문득 눈에 들어온 ‘신부 대기실’ 팻말은 태오의 뒤통수를 탁 내리치는 듯하다.

“아아…… 선우차준 저기로 기어들어 갔구나.”

“예, 예?”

“앞으로 삼 년 동안은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봄이 만나지 말라니까, 이게!”

상황 파악이 끝난 태오는 신부 대기실을 향해 빠른 걸음을 옮겼다.

놀란 태준은 그런 그를 붙잡으려 했으나 사람이 워낙 많아서 휠체어를 빨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사이 태오는 신부 대기실 앞 짧은 통로에 들어섰고.

“선우차준!”

막 신부 대기실에서 나오는 차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해 냈다.

“어어, 왔어요?”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살랑살랑 눈웃음을 지어 보이는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꼴 배기 싫어 죽겠다.

“당신 질척대는 성격 못 믿겠으니까 삼 년 동안은 나봄이랑 내외하라고 말했을 텐데요. 그게 동업 조건 아니었습니까?”

태오는 가시처럼 까칠한 목소리로 차준을 다그쳤다.

하지만 그가 그러든 말든 차준은 시종일관 여유로운 눈빛으로 태오를 바라보았고, 의미심장한 말을 당당하게 꺼내 놓았다.

“나 혼자 보고 싶었습니다.”

“뭐가 어쩌고 저째?”

“태오 씨 없이 혼자 있을 땐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궁금해서요.”

그리 말하는 차준은 사실 신부 대기실에 들어가기 전, 홀로 앉아 있는 그녀를 꽤 오랫동안 지켜보았던 참이었다.

꽃봉오리 같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반짝이는 비즈들로 예쁘게 장식된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던 그녀.

입가에 잔잔히 어린 미소는 분명 행복하다는 뜻이었다. 가끔씩 거울을 보며 얼굴을 확인하는 모습도 설렘이 가득해 보였다.

그래서 안심했던 것 같다.

너를 평생 책임져 줄 사람은 무책임한 나와 달리 널 외롭게 만들지 않는 사람 같아서.

언제나 너의 곁을 지켜 줄 거란 확신이 들어서, 비로소 진심으로 너의 새 출발을 축하해 줄 수 있었다.

“그래서……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태오는 불만스러운 와중에도 궁금하긴 한지, 탐탁잖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그가 귀엽게 느껴졌던 차준은 솔직한 대답 대신 괜한 장난을 쳤다.

“엄청 후회하는 것 같던데? 지금이라도 도망쳐 버릴까 고민하는 얼굴이었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유치하게 이간질하기는!”

결국 욱한 나머지 버럭 높아져 버린 태오의 언성.

차준은 잔뜩 힘이 들어간 태오의 어깨를 가볍게 툭 쳤다. 그러고서 낮은 목소리로 꺼내 놓는 말은 태오도 반박할 수가 없었다.

“봐봐, 너도 알고 있네. 그 사람이 지금 얼마나 행복해하고 있는지.”

“……뭐, 뭐?”

“그러니까 앞으로 나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잘 살아. 서로 사랑만 하고 살기에도 삶은 짧은데 뭘 그렇게 불안해하는 거야.”

그리 말하는 차준은 진심으로 태오를 축복해 주고 있었다.

간절히 매달렸던 인연을 한 번에 정리하는 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건만, 차준에게선 일말의 미련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제야 숨소리가 한결 편안해진 태오는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잘 살 거야. 잘 살 수밖에 없어.”

“…….”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 거니까.”

몇 번이나 힘주어 내뱉어 보는 그 말은 스스로에게 새겨 놓는 다짐이었다.

그가 그리할 수 있으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 차준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여간 은근히 말 잘한다니까.”

“말로 날 사업 전선에 뛰어들게 한 당신보다야.”

서로를 겨누었던 서늘한 날은 어느새 많이 거두어져 있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삐걱거리던 케미가 이제야 제법 잘 맞는다.

“하긴, 형이 태오에 비해 좀 세긴 하지.”

“뭐? 뭔놈의 형이야.”

“니가 말 편히 하길래 나도 편히 친동생처럼 대해본 건데? 너 나보다 한 살 어리잖아.”

“그럼 둘다 불편한 사이가 됩시다. 난 그쪽이랑 호형호제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하, 튕기기는. 하여간 은근히 귀엽다니까.”

“그 말 하지 마라. 한 번만 더 귀엽다고 하면 당신 귀를 없애버릴 거야. 물어뜯어서.”

“아하하하.”

여전히 투닥거리고는 있지만 그래도 전과 비교할 수도 없이 편해 보이는 두 사람.

한때는 피 터지게 맞부딪혔던 관계가 이젠 같은 항로에 접어들었다.

날카로운 원망도, 오해로 얼룩진 나쁜 감정도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 속절없이 녹아들었다.

이래서 시간은 모든 걸 무색하게 만든다고 하나 보다. 우리가 마주 보며 웃을 날이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

“아, 예식 시간 다 됐다. 그럼 오늘 예식 긴장하지 말고 잘 치르세요, 단태오 대표님.”

시계를 확인한 차준은 장난기를 거두고 축복의 의미를 담은 악수를 건넸다.

태오는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이내 시원한 미소와 함께 맞잡아주었다.

“약속한 일확천금이나 안겨주시죠, 선우차준 대표님.”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는 어느 때보다 다정했다.

그 온도에 사르르 풀어진 가슴엔 어느덧 아주 작은 얼음조각조차 남아있질 않아서, 나는 당신이라는 사람이 제법 마음에 들어졌다.

누군가 우리에 대해 물어본다면 제법 합이 잘 맞는 파트너라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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